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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들에게 - 한인준 《아름다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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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곳/것이 아닌 게 있을 때 우리는 더 유심히 본다(비문인 '유심해진다'라고 무척 쓰고 싶었다). 한인준 시인은 그걸 시어로 쓰고 함께 산다고 봐야 하겠다. “내가 가족이다/나는 ‘그러므로’와 화목하다. 어디서든 자세하게 앉는다. 하지만”(「종언_없」) 이 문장들을 나는 외톨이로 잘 지낸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되나. ‘그러므로’가 명사로 거기 있어 존재로서 강력해졌고 ‘자
"언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들에게 - 한인준 《아름다운 그런데》" 내용보기

있을 곳/것이 아닌 게 있을 때 우리는 더 유심히 본다(비문인 '유심해진다'라고 무척 쓰고 싶었다). 한인준 시인은 그걸 시어로 쓰고 함께 산다고 봐야 하겠다.
내가 가족이다/나는 그러므로와 화목하다. 어디서든 자세하게 앉는다. 하지만”(종언_이 문장들을 나는 외톨이로 잘 지낸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되나. ‘그러므로가 명사로 거기 있어 존재로서 강력해졌고 자세하게 앉는다는 표현 때문에 화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존재로 느껴진다. “주문진과 바다 하지는 않았다. 아무도 몰래는 왜 자꾸와 함께 닫혀야 했나에서도 지명과 부사가 행위를 하는 낯섦이 이어진다. 이렇듯 우리가 사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인은 말한다. 샤피어 워프 가설에 따라 사람의 언어의 문법적 체계가 그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을 지배한다고 할 때 우리는 아주 판이한 삶을 살고 있는 게 된다.

 

저기. 저기로 가도 저기를 여기라고 부르고 말 거야. 우리는 자주 여기에 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중략)
우리는 확신하기 위해 서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모두들 어디서 내렸을까. 움직이기 위해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위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올려다본다. 어제도 오늘도 구름은 구름이라고 불렸다. 구름을 구름같다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확신하면서 당신에게 문자를 보낸다. 언제쯤 도착할 거 같아 
(중략)
비가 그친 줄도 모르고 우산을 펼쳐 든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아직도 비가 내린다”(확신)
 
언제부터 별은 달이 아니고 별과 달이었는지// 나는 빛과 빛나는 것을 구분하는지//지하철 출입구를 왜 자주 출구라고만 부르나//어디로든 어디서든 나가야만 했던 것인지//이곳은 아직도 생각 속이구나//이곳에서 별은 달이 되어가는데”(기대)
 
아니야 이 길이 맞아. 생각이 드는 것과 생각이 나는 것을 어떻게 구별했을까”(이륙)

   
우리는 사실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적하는 틀림과 다름은 과연 어느 정도로 명확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는 쉽다. 비가 내린 뒤 한참 비를 생각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여전히 비가 내린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비를 계속 경험한다면? 미친 게 아니라면 철학 아니면 예술이다. 어렵다는 건 시인도 안다. “식탁 위에 놓인 빨간색은 내가 먹을 수 있는//하지만인가//느낌은 한입으로 쪼개질 수도 있는데/어렵다/어렵다를 뱉는다”(종언_) 알면서도 한인준 시인은 굳이 어렵게 뒤꿈치처럼 생각”(윤곽) 해보기도 하고, 천천히 제발과 부탁을 더해버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 “불어오지 않는 바람도 바람이라고 생각하는 힘에 대해”(종언_하늘 위에 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몰하고 말한다. “육하원칙을 내 인기척으로 두 손을 꼭 쥐고 악다구니로/내 살을 내가 씹을 때마다/상처는 여기구나, 하고 나를 가만히 눌러”(퍼포먼스) 주면서. 시인은 이 모든 게 결국 아무것도 아닌 연극이 아닌가 생각하는 듯도 하다(끝날 때까지 기다려, 연출 연습), 데자뷔). “혼자 많은 생각으로 얼마나를 하고”(종언_) 있어 다른 이의 얼마나도 생각하는 건 수순일까. “목숨은 왜 혼자 배우는 거요//당신 혼자 알았다고 전부가 아니야. 우리 모두 배울 때까지 기다려주자”(게스트하우스) 절대로와 함께라면 모든 것은 이곳으로 도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절대로와 함께라도 모든 것이 이곳으로 도착할 것이다”(종언_할 말 잃어버리기」)라고 말하는 건 바람일까 의지일까
    
한인준의 이 고집스러운 실험은 자신의 고립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김나영 평론가의 표현처럼 우리의 합의와 확신에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이 화자의 말은 그 자체의 속성 상 어떤 대상을 있는 그대로설명하지 못할뿐더러, 지시하고 설명하는 말이 생겨나는 순간에 그 대상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의 것으로 편갈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자다. 그뿐 아니라 그는 말의 그 역설적인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화자의 의심은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나와 너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는 애초부터 분명하게 있었던 것이라기보다는 말의 대상에 대한 지시와 설명과 부연 같은 말의 발생 이후에 나타나서 거꾸로 말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중략) 이 시집 속에서라면 생각하는 일은 예를 들어 이별의 경우, 그것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상투적인 경험으로 통칭하기를 거부하고, 그러한 통칭에 깃들어 있는 오해를 해소해서 유일무이한 사건으로 스스로가 만들어 갖는 과정이다. 따라서 그것은 모든 사전적인 정의로 포괄되어 의미를 벗어나는, 관념으로서 취득해야만 하는 고정적인 이해에 저항하는, 이를테면 자신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순수한 생각을 얻는 일이다.”(p106)
    
언어의 힘을 얻기 위해 고투하기보다 거기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시집이다. 한인준 시인은 이미 그러고 있다. 이 시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도 당신 잘못은 아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전혀 이해되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좋다고 생각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g******i 2017.12.02.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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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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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준의 첫 시집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우산’, ‘바깥’, ‘어떤’, ‘우리’가 그러하다. 좋아하는 단어가 많다고 해서 이 시집에 아주 좋았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조금 부드러운 호기심이라고 할까. 낯설면서도 친근한 풍경들이 그 안에 있기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표현의 접근 방식이라고 하면 맞을까. 마치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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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준의 첫 시집에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우산’, ‘바깥’, ‘어떤’, ‘우리’가 그러하다. 좋아하는 단어가 많다고 해서 이 시집에 아주 좋았다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조금 부드러운 호기심이라고 할까. 낯설면서도 친근한 풍경들이 그 안에 있기 때문에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표현의 접근 방식이라고 하면 맞을까. 마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그러나 그 누군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올려다본다. 어제도 오늘도 구름

은 구름이라고 불렸다. 구름을 구름‘같다’고 부르는 사람

은 없다. 확신하면서 당신에게 문자를 보낸다. 언제쯤 도

착할 거 같아?


 조금 늦을 거 같은데


 어쩌면 우리는 구름을 구름‘같다’고 부르던 사람들

 

 이곳에 비가 내린다. 우산을 펼친다. 비가 그치길 기다

린다. 너를 기다린다


 지금도 비가 내리는 거 같아


 비가 그친 줄도 모르고 우산을 펼쳐 든 사람들이 있다 .

그들에게 아직도 비가 내린다   「확신」, 전문


 

 베란다는 바깥에 있는 걸까

 잘모르겠는데

 당신이 당신의 내부에서 대답했고 나는 나의 내부에서

그 대답을 듣다가

 베란다는 안쪽에 있는 거지

 보이지 않는 새는 언제 살아나 이곳을 빠져나간 건가

 아프지 않게

 누가 나를 통과하고 싶었다

 유리창이 언젠가는 날아갈 거야. 당신이 자꾸

 날아가지 않는데

 평생 따뜻하다며 바깥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도 있겠다

우리

 정말 나갈 수도 있겠다 「채광」, 전문

 

 

 그런데, 하고 다시 분위기를 바꾸는 것처럼 뭔가 그 뒷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시라고 하면 좋을까. ‘물컵처럼 서 있다’는 건 무엇일까, 나는 그 계속 물컵처럼 서 있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만다.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떠올린다. 아무려나 시를 읽는다는 게 시를 아는 건 아니니까.

 

 

 오른쪽 손등 위로 비가 내린다

 바깥에서

 너는 물컵처럼 서 있었다

 물컵이라니

 그 자리에 너를 두고 물컵만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물컵만을 바라보다가

 오른쪽 손바닥 위로 비가 내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들여다보는 것 가만히

 그것을 느낄 뿐

 이곳은 물컵처럼 분명하다

 물이 담지지 않아도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전문

 

r*********s 2017.06.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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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458 아름다운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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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1.23.노래책시렁 458《아름다운 그런데》 한인준 창비 2017.4.17.  모든 글은 우리 발자국입니다. 지난 열 해를 돌아보는 글이라면 ‘열걸음’이요, 지난 서른 해를 되새기는 글이라면 ‘서른걸음’입니다. 지난길은 즐겁거나 기쁠 수 있지만,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든 모두 우리 속낯이요 민낯이며 새낯입니다.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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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1.23.

노래책시렁 458


《아름다운 그런데》

 한인준

 창비

 2017.4.17.



  모든 글은 우리 발자국입니다. 지난 열 해를 돌아보는 글이라면 ‘열걸음’이요, 지난 서른 해를 되새기는 글이라면 ‘서른걸음’입니다. 지난길은 즐겁거나 기쁠 수 있지만, 창피하거나 부끄러울 수 있습니다. 어느 모습이든 모두 우리 속낯이요 민낯이며 새낯입니다. 즐거운 날을 즐겁다고 밝히기에 한 뼘 자라요. 창피한 날을 창피하다고 드러내기에 두 뼘 자랍니다. 지나온 길을 곱씹으면서 오늘 우리 곁에 있는 뭇아이한테 들려줍니다. 고스란히 들려주면서 스스로 자라고, 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앞으로 새롭게 일굴 씨앗을 그립니다. 《아름다운 그런데》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낯을 옮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꾸미거나 감추는구나 싶습니다. 꾸밀 수 있고, 감춰도 됩니다만, 꾸미거나 감추려면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꾸미거나 감출 적에는 으레 ‘삶글’이 아닌 ‘자랑’으로 기웁니다. 속낯을 꾸미거나 감추니 ‘잘 보이려’는 모습만 적게 마련이고, ‘잘 보이려’ 하면서 그만 더더욱 꾸미거나 감추고 말아요. “내가 나를 말하는 이야기”일 때라야 비로소 글이요 노래입니다. 내가 나를 말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말할까요? 이제는 그만 꾸미고 그만 감춰요. 작은씨앗을 밭자락에 심어요. 먼저 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고, 텃밭에 꽃씨 한 톨을 심어요.


ㅅㄴㄹ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말했다. 어머니는 낡았고 감상적이래 (무게/11쪽)


맞딱뜨린 조난 같아. 왜 이런 과거는 가능성만으로도 적당한 불행이 되나. 함께 한 발견은 거대합니다. 물이 홍수가 되고 눈은 폭설이 되지요. 그런데 (게스트하우스/27쪽)


+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창비, 2017)


항구가 모래사장 하지 않았다

→ 나루가 모래밭 하지 않았다

9쪽


하늘 위에 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 하늘에 별이 있지 않고

16쪽


멀리서 사람이 포옹을 포옹합니다

→ 멀리서 사람이 안고 안습니다

→ 멀리서 사람이 품고 품습니다

23쪽


저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고산병은 어디에 있나요

→ 저기에 산다. 그런데 메앓이는 어디에 있나요

→ 저기에 산다. 그런데 높앓이는 어디에 있나요

44쪽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의 질문에

→ 얼마만큼이냐고 묻는 너한테

→ 너는 얼마만큼이냐고 묻는데

87쪽


천장은 오늘도 야광별 하나를

→ 보꾹은 오늘도 반짝별 하나를

→ 위엔 오늘도 밤반짝별 하나를

95쪽


배고프기 위하여 밥을 먹는 사람을 뒤바뀌는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 배고프려고 밥을 먹는 사람을 뒤바뀌는 길을 생각했습니다

96쪽


숲속에서 너와 나의 한가운데로 길은 뻗어 있고

→ 숲에서 너와 나 사이로 길은 뻗고

9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4.1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