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겠지만, 걸리버 여행기는 어릴때 어린이용 문고판으로 매우 얇은 내용의 책을 본 것이 다였다. 무삭제 완역판이라는 말에 끌려 구매를 했는데, 거의 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두께가 말해주듯이, 원래의 걸리버 여행기는 이렇게 많은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두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내용도 꽤 성인 취향의 것이어서, 당시의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므로, 어린이용 책이라고 보기엔 좀 어려울 듯 싶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용 필독서 비슷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 좀 재밌게 생각되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삽화는 별로 맘에 들지 않았지만, 번역은 참 충실한 것 같다. 특히, 작가가 살던 그시대의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이는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에서는 역자주를 이용해서 배경을 설명해주는 친절함 덕분에 각종 풍자와 비판들에 대한 더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걸리버가 처음으로 방문하는 릴리펏 왕국, 즉 소인국에서 계란을 깨 먹을때 넓은쪽을 깨서 먹을 것이냐 좁은쪽을 깨서 먹을 것이냐로 내란이 일어나고 숨낳은 사람이 죽는 웃기는 일이 있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많이 인용을 했던 부분이고, 컴퓨터 공학에서 Big Endian과 Little Endian의 유래가 됐던 일화라서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과도 크게 다른것 같지 않아서 씁쓸하기도 했고...
[인상깊은구절] 그러나 이성의 지배하에 살고있는 휘넘들은 자신들이 지닌 훌륭한 자질에 대해 전혀 자만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건 마치 우리들이 다리와 팔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팔, 다리가 없으면 분명히 비참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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