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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문학자이자 비평가인 장경렬이『서정시학』에 10회에 걸쳐 연재한 것에 서론 격인 1부와 2부를 추가해서 출간한 것이다. 부담없이 읽히지만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1. 나는 교학사에서 나온 <교학사 현대 영한사전>(1994) 감수자로 장경렬을 처음 알았다. 그의 나이 겨우 42세로 당시 서울대 영문과 교수였다. 부록 마지막이 불규칙동사표인데 2908면이다. 이 사전의 가장 큰 매력은 표제어 밑에 어원을 표시한 것이다. 당시에 어원을 표시한 영한사전은 별로 없었다.
2. 먼저 평이한 문장이지만 계속 머리에 맴도는 미타테 하나를 보자.
曇りなき かかみにむかふふしひたひ 月のかんさし 雪のおしろい.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 歌?(Kitagawa Utamaro: 1753경-1806)] 그림 좌상에 있는 미타테[見立(みた)て]다. 미타테는 일종의 덧붙이는 글로 사전적 의미로는 ‘고름, 진단, 감정’이다. 위 마타테를 장경렬은 이렇게 옮긴다.
한 점 흐림 없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후지 산 이마 달빛 머금은 비녀 눈처럼 흰 백분
3. 친일파 정완영, 영패 이호우 이영도 이우걸 등의 시조가 나와 불편한 면도 있다. 하지만 영광출신으로 조선으로 간 조운(曺雲: 1900-?)의 <석류>를 인용하는 것으로 이 아쉬움은 사라진다.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툼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빠개 젖힌> 이 구절이 지금도 가슴을 후빈다. 4. 영문학자가 일어(문학)을 공부해서 시조와 배구(하이쿠)/화가(와카)를 비교문학 시각으로 풀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크게 이론이 필요없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hauthaut님께서 み가 "마"가 아니라 "미"임을 지적해주셔서 수정합니다. 확인하지 않고 올린 것은 제 불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