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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의라면,
정의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진,
단 하나의 명제를 위해.
나는 피에 젖은 달과 함께 어둠을 걷는다.
피스 메이커-쿠로가네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될 예정인 피스 메이커. 현재 앞 시리즈인 소년검객-신선조이문은 절판된 관계로 구하기 어렵지만, 2부격에 해당하는 피스 메이커-쿠로가네는 정식판으로 출간되어 있는 상태다. 맨 처음 일러스트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거친 수묵화. 말 그대로 동양화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아 무척이나 잘어울린다.
어쩌면 이 작품은 비극이다. 왜냐하면, 결국 메이지 유신으로 넘어가면서 신선조는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히지카타며 오기타 소우지와 같은 시대적 인물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만큼, 그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슬픈 기분으로 보게 되는 작품이다. 오기타 소우지와 같은 경우는 폐결핵으로, 오기타가 사망한지 일 년만에 히지카타는 암살 당하게 된다-고 들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 속에서 이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다루어지는지 비교해보는 맛도 있기 때문에 조금 즐거운 점도 있을듯; (오기타 소우지 같은 경우는 당시 어린 나이에 신선조 조장이 된 소년 천재 검객으로 불렸다) -해도 역시 주조연들이 그런 식으로 사라지게 되는 건 싫다-_-;
막무 말기를 배경으로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형과 함께 신선조로 들어간 테츠. 테츠는 자신을 신선조 일원으로 받아주지 않고 개인 시종으로 받아들인 히지카타가 불만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시종과 신선조원은 전혀 다른 입장에 있는 것. 한 번 신선조가 된 이는 죽음이 아닌 이상 명령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탈퇴조차 할 수 없이 평생의 삶을 오직 막부를 위해 살아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지카타는 어린 나이에 성급하게 운명을 결론 짓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것이 설사 부모의 원수를 갚는 일이라 해도. 그런 히지카타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 1부에서 다루어진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유로 무사가 되었지만 입장은 정반대에 있는 스즈와 헤어지게 되는데, 2부에서는 변해버린 스즈와 대립된 위치에서 싸우게 된다.
역사가 바뀌는 혼란의 시기에는. 각자가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가지고 정의를 주장하게 된다. 설혹 그것이 후대에 있어 악이라 이름지어지게 되더라도. 그들은 자신이 믿는 '정의'를 이유로 싸우고 목숨 바치고 그 혼란의 시기를 헤쳐나가려 한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어차피 사람이란, 같은 이유로 같은 눈으로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의 비틀어진 우연만으로도 정반대의 위치에 서서 서로를 향해 다시 칼을 겨누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어둠이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죽음과 공포와 혼란과 함께 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비극이다. 목숨을 바치기 위해 어떤 명분이 필요하더라도, 살아가는 데는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다. 많은 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더 많은 원망들을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 살아남고 살아가고 살아남으려 하는 이유를 정의라는 이름으로 묵살되어선 안되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닥쳐보지 않으면, 도달해보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 만들어있을지 모르는 것을. 그러니까 이들은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게 된다. 고통이라도, 슬픔이라도, 단지 모든 것은 평화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 거쳐가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들과는 달리 미래에서 과거를 보는 우리들은, 결말을 알기에 더욱 슬픈 마음으로 이야기를 지켜보게 된다. 피스 메이커-. 혼란의 시대 속에 자라난 아이들은 어떤 결론을 가지게 될 것인가. 나는 조심스럽게 다음을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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