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0)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5%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5%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9.0
  • 50대 9.0

포토/동영상 (7)

리뷰 총점 종이책
그 길을 걷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그 길을 걷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내용보기
거의 10여 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 길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피레네산맥을 넘어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배낭끈에 짓눌린 어깨의 통증과 퉁퉁 부르튼 발의 통증을 견뎌내며 걷는다는 것, 쉴새 없이 떠오르는 상념과 갈등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그 여행기를 읽고서, 문득 나도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나의 내면과 대화를
"그 길을 걷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내용보기

  거의 10여 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 길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피레네산맥을 넘어 8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배낭끈에 짓눌린 어깨의 통증과 퉁퉁 부르튼 발의 통증을 견뎌내며 걷는다는 것, 쉴새 없이 떠오르는 상념과 갈등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그 여행기를 읽고서, 문득 나도 한번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나의 내면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맞는 것 같다.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매일 20내지 30킬로미터씩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언제일지는 몰라도 나도 그 길을 걸어보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마음 속에서만 그 꿈을 키워가고 있다. 당시 '카미노 프란세스', 일명 프랑스길이라 불리는 순례 길은 프랑스 남부 '생장 피에 드포르'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머리 속에 지명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그저 피레네 산맥을 넘으면서 시작하여 800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만 각인되어 있을 뿐이었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이자 도보여행을 즐긴다는 저자, 그녀가 들려주는 순례 길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라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그러나 저자가 걸었다는 '르 퓌' 길이 산티아고까지가 아니라 그 중간까지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서 의문이 풀린다. 내가 알고 있던 길은 '카미노 프란세스' 였고, '르 퓌' 길이 끝나면서 비로소 시작되는 길 이었다. 책의 초반을 읽어가면서 순례 길의 시작이라는 피레네 산맥이 나오지 않고, 또 산티아고까지 천몇백 킬로미터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헷갈렸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르 퓌' 길은 프랑스 '르 퓌 앙 블레'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론세스바예스'까지 이어지는 800킬로미터의 길이라고 한다. '카미노 프란세스'와 거의 같은 거리이다. '카미노 프란세스' 길의 대부분이 스페인에 속해 있다면 '르 퓌' 길의 대부분은 프랑스에 속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길을 걸으면서 보게 되는 풍경은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르 퓌 앙 블레' 대성당 내부 중앙에서 밖으로 뻗어있는 134개의 계단을 통해서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서 끝이 나는 순례 길은 시작과 끝이 모두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계단을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와야 한다는 평범한 이치를 길의 시작부터 알려주는 것 같다. 또한 마지막으로 만나는 피레네 산맥은 힘들게 오르지만 그만큼 다시 내려온다는 진리를 체험하게 해주는 것 같고.. 걷기 그 자체가 곧 우리들의 인생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음을 '르 퓌' 길은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순례 길을 걸으면서 저자의 눈을 통해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 속 욕망을 더욱 부채질 한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바라본 자의 눈 속에 있다지만 내 눈 또한 그것들을 아름답게 느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것은 길가의 풍경보다도 내 마음 속 나에게 더 관심이 있어서 일 것이다. 낯선 곳으로 나를 몰아넣고 고통 속에서 내 머리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의 삶은 어떤지를 찾아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햇빛 아래 초지를 가로지르고, 비 오는 진흙 길을 걷고, 원시림의 숲 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서 나와의 대화를 해보고 싶은 것 일 게다. 그리고 잊을 만 하면 나타난다는 안내 화살표처럼 그 길이 끝날 때 쯤이면 내 마음속에도 이정표가 서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혹은 헤어져 혼자 걷다가 며칠 후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걷는다는 그 길. 혼자이면서 함께 가야만 하고, 함께 가면서도 혼자 걷는 길이라는 그 길을 나는 배배 꼬인 자신의 심사에 낯설어하고 자책하면서 걸을지도 모르겠다. 순례 길을 무사히 마쳤다고 해서, 순례증서를 받았다고 해서, 산티아고 대성당에서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에 참석했다고 해서 길을 떠날 때 가졌던 의문들에 대한 답을 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마음 속 자신과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내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았다고 해서 인생의 남은 길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 길을 떠나기 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난 내 삶이나 내 마음 속 나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돌아오는 길은 따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난 또 다시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꿈을 꾼다.

 

(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1 2017.03.24. 신고 공감 9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꼼지락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꼼지락" 내용보기
나는 동해안을 연결시켜 놓고 있는 해파랑 길을 걸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바다를 끼고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걸으면서 동해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마음뿐이고 실천으로 옮기기엔 아득한 시간으로 건너다보인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과 함께 나의 욕망이 다시금 일렁이기도 한다. 나는 여행 서를 읽다보면 내가 가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꼼지락" 내용보기

나는 동해안을 연결시켜 놓고 있는 해파랑 길을 걸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바다를 끼고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걸으면서 동해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마음뿐이고 실천으로 옮기기엔 아득한 시간으로 건너다보인다. 그러기에 이런 책을 읽으면 감동과 함께 나의 욕망이 다시금 일렁이기도 한다. 나는 여행 서를 읽다보면 내가 가보지 못한 모든 기억들이 내가 만난 곳들과 연상되어 떠오른다. 동해는 숱한 시간 나와 함께 했던 기억을 나눈 공간이고, 그러기에 해파랑 길은 모든 여행지의 안내서이자 내 기억의 원천이 된다. 그 원천이 되는 길을 많은 시간, 함께하고 싶다.

 

책은 유명하게 상품화 되어 있는 길, 순례의 길, 그러나 걷기 위해 선뜻 마음을 낼 수 없는 길 산티아고 가는 길의 한 토막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저자가 이 길을 듣고, 만나면서 쉽게 가보려고 결정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내어 만났던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이 길이 그녀에겐 매혹적으로 다가왔고, 마음을 내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화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가 여행을 즐기지 않은 그녀가 이렇게 선뜻 걸음을 옮기게 되는 것은 그만큼 간절함으로 다가왔다는 뜻이리라.

 

저자는 르 퓌 앙 블레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의 길을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여러 폭의 그림을 만나듯이, 거대한 병풍의 그림을 보듯이, 우리는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게 된다. 많은 길을 만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많은 문화적 흔적을 만나게 된다. 세밀하게 그려진 내용이 그녀의 감동으로 우리들에게 선명하게 각인된다. 너무나 자세하여 우리가 직접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감사한 읽기가 된다. 저자는 말한다. 이 길을 가다보면 이틀에 한 번 꼴은 세계적인 명승지를 만나게 된다고. 그만큼 많음 명승지들이 있는 곳, 문화의 보고가 넘실거리는 길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우리들이 모든 일을 제쳐 두고 떠나고 싶도록 마음을 끌어주는 책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당겨주는 부싯돌 구실을 하는 언어들이다.

 

르 퓌길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다 천 년의 계단이 길을 막고 있다. 오랜 세월을 역사를 지켜본 길은 걷는 사람들을 숙연케 한다. 오르고 내리는 길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길은 시작된다. 마주리드 정상에서 바라보면 풍광은 화강암 부조들이 아니라도 절경이다. 저자는 역사와 자취가 숨 쉬는 공간을 거닐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그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잘 왔다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곳곳의 이미지들은 인상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을 실증하는 사진들은 독자들에게 눈요기가 충분히 된다. 절경과 역사, 그리고 마음들이 읽혀지는 이미지들은 숱한 세월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 길의 가장 소중한 점이 자연도 자연이지만 인간들의 삶이 숨 쉬는 곳이라는 점일 게다. 많은 흔적이 그것을 증언한다. 물론 대자연의 장쾌한 모습들도 우리는 많이 읽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만나는 많은 부분들은 역사적인 자취들이다. 그것이 우리들에게 많은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 명품 소보 뱅, 기백의 장수 오브락, 성곽 마을, 기적의 마을, 순례자의 시, 예술의 화원, 사강의 집,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순례자의 발을 씻겨주는 신부님, 순교자, , 운하, 술 등 저자가 스쳐 지나는 길들이 보여주는 모든 의미를 훑고 있다. 저자의 감성이 돋보이는 모든 장소가 우리들의 기억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많은 안내가 된다. 다음 이곳을 찾을 사람들이 좋은 읽을거리를 가지고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피레네 산맥을 만나는 저자의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흔히 순례자의 길이 그렇듯 험난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야할 길들이 많다고 다른 책들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한 마음들을 읽어야 할 기회가 될 듯하다. 저자는 이 길을 뚜벅뚜벅 오른다. 그리고 오르면서 거대한 광경을 목도한다. 거대한 비아코리 성모의 형상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신비로운 광경을.

 

저자는 피레네를 내려와 800km의 여정을 끝내고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한다. 그곳에 도착해 포근함과 안온함을 느낀다. 그리고 하나를 이루었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갖게 된다. 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 길을 완성한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빛이 되는 듯하다. 나는 이 길을 읽으면서도 망망한 수평선을 떠올렸다. 부산에서 포항, 울진, 강릉, 원산을 거쳐 청진 그리고 백두에 이를 수 있는 그러한 날들을 생각해 본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j****3 2017.03.20. 신고 공감 5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네요....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네요...." 내용보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걸어보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만, 얼마 전부터는 자신감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참입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무려 800km나 되는 거리인데, 거기에 다시 800km를 더하는 길이 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르 퓌 앙 블레(Le Puy en Velay)에서 론세스바예스(Roncesv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네요...." 내용보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걸어보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만, 얼마 전부터는 자신감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참입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무려 800km나 되는 거리인데, 거기에 다시 800km를 더하는 길이 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르 퓌 앙 블레(Le Puy en Velay)에서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를 잇는 르 퓌 길입니다. 서기950년에 프랑스 사제 고데스칼크가 르 퓌 알 블레에서 산티아고까지 1600km의 순례에 나서 처음 걸었던 길이라고 합니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의 화가 류승희의 르 퓌 길 도보여행기입니다. 저자는 이미 프랑스의 생장에서 산티아고에 이르는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 걷기를 마친 바 있다고 합니다. 프랑스 르 퓌 길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는데, 그 길 위에 놓인 15개 도시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니, 걷는 것 말고도 볼거리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도보여행경력이 벌써 10년이나 된다는 저자는 걷기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랬다. 길의 여정은 맑은 샘물과 같아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비쳐졌고 종종 스스로를 마주할 용기가 필요했다. 이 길은 그런 독특한 재주가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배낭을 풀고 싸면서 빈자의 편안함을 알게 되었고,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다는 점에서 삶은 경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장 기막힌 건,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따뜻한 환대를 받으며 가족 같은 초월적 사랑의 신비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봇물 터지듯 말하게 되거나 글을 쓰게 되는 현상 또한 이 길을 마친 순례자들의 특징이다.(8쪽)” 아마 저자가 이 책을 통하여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여기에 모두 담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르 퓌 길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길에 관련된 프랑스의 역사, 문화, 파리지앵으로 사는 내 삶이 버무려져 있다”라고 적은 대목이 그것입니다.


카미노 프란세스와 르 퓌 길을 모두 걸어보았기에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만, 저자는 ‘길의 아름다움은 프랑스 쪽이 우월하고, 길의 정신은 카미노 프란세스가 더 깊다(159쪽)’라고 적었습니다. 읽는 내내의 느낌은 르 퓌 길에서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걷기 여행에 관한 글에서 필수적인 것이지만, 잘 찍은 사진들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자리하고 있는 점도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하게 합니다. 편집자의 숨은 공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중에는 피작에서 찍었다는 지그재그 길이 마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꽃길과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꽃이 아니라 키작은 나무들이라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책을 읽다보면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순례자 앙투안의 배낭 벨트에 꽂힌 꽃과 허브를 보고 ‘앙투안 정말 멋진데요’라고 말했더니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자의 눈에 있죠’라는 답이 돌아오더라는 것입니다. 읽고 보니 그렇더라구요. 아름답게 꾸민 사람 혹은 사물은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긴 나르시스처럼 샘물에 비추거나, 혹은 거울에 비추거나 다른 이가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카미노 산티아고와 르 퓌 길의 다른 점은 그 길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심에서도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농가에서 과일 등 먹을거리를 그냥 주기도 하는데, 다만 ‘나를 위해 산티아고 길에서 기도해줘요!’라는 소박한 요청이 전부라고 합니다. 사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동경했던 것이 순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걷는데 방점이 찍혀있던 것이라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 보다는 르 퓌 길이 더 매력적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책읽기를 마쳤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y*****2 2017.03.26. 신고 공감 4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걷고 싶다. 걷고 싶다. 책을 펼치고 간간히 나오는 길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내내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차가 없고 신호등도 없는데다 넋놓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늘어져있는 그 길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끝없이 걸을 수 있다면 정말 정말 좋겠다고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길에, 여행에,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만큼 목말라 있었다. 가고 싶다. 르 퓌 길 800km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걷고 싶다. 걷고 싶다.

책을 펼치고 간간히 나오는 길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내내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차가 없고 신호등도 없는데다 넋놓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늘어져있는 그 길을 아무 생각없이 그냥 끝없이 걸을 수 있다면 정말 정말 좋겠다고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길에, 여행에,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갈만큼 목말라 있었다.

 

가고 싶다. 르 퓌 길 800km.

나는 꽤 잘 걷는다. 산길(등산)은 젬병이지만, 동해에서도 서울에서도 시간이 날 때면 그냥 길 따라 쭈욱 걷기도 하고 한 동네를 뱅글뱅글 몇 번이고 돌기도 하고 그랬다. 한 번 걷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은 거뜬히 걸으니 나름 자신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작가님의 순례길은 매일이 열 시간 가까이 걷는 길인데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있는 길이라... 나의 근자감은 쏙~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걸어보고 싶었다. 자신감은 오히려 뚝↘ 떨어졌는데, 그러고나니 오히려 800km 완주의 승부욕은 사라지면서 그냥 단 며칠이라도 그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걷고 싶노라고.. 그 속을 걷게 된다면 내가, 지금의 나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막연하게 들었다. 아~ 가.고.싶.다.!!!

 

하지만 무작정 가고 싶다는 내 열망과는 달리 두 가지 걱정이 앞서기는 한다. 나는 불어는 커녕 영어도 못하는데 말도 안 통하는 그곳을 가도 될까. 또 나 자신은 무교에 가깝긴 하지만 가족종교가 불교인지라.. 필요 이상의 종교 이야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순례자들 사이에 나 같은 불순물이 껴도 되는 걸까. 그들의 순례에 내가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순례길을 나설 긴 휴가도 없는 회사에 다니면서, 편도 비행기 티켓 한 장 겨우 끊을 만한 주머니 사정이면서, 혼자서의 외국 여행은 꿈도 못 꾸면서, ... 그럼에도 나는 그 길에 가고 싶은 마음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느긋하게 그 길을 쭈욱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택배 배달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몇 걸을 이상은 무조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가 800km를 걸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참 마술같은 책이다. 그냥 그냥의 일정과 소감을 간략하게 적어놓은 일지같은 느낌의 글인데.. 나는 그 글에 적인 작가님의 길에 대한 소감과 풍경을 바라보는 눈이 그렇게도 좋았다. 그냥 마냥~ 이런 길이라면 하루종일 멍~ 때리고 앉아서 바라만 봐도 좋겠다고.. 그 길을 보며 내내 걸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하며 매일 마음 속으로 작가님과 같이 걸었다.

 

 

p.50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곧바로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구겨진 몸을 일자로 쫙 펴고 싶을 뿐,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계속 참견하고 불쑥 솟아오르던 내 안의 나도 침묵 속에 잠겼다. 생각은 길에서 도난당했고 육체는 피로에게 저당잡혔다. 새로운 나의 재탄생을 위해 과거가 침몰하면 좋겠다는 과민 반응도 일단 고요 속에 잠겼다.

 

p.123

마침 에스팔리옹에 재래시장이 서는 날이었다. 갑자기 만난 인파로 정신은 혼란스러웠지만 장을 둘러보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샀다. 시골 사람들이 당일 아침에 만들어 파는 신선한 프랑스 음식을 맛보다니, 들뜬 마음으로 로트 강변에서 피크닉을 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순례자에게 풍부한 점심 식사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나른해서 걸을 수가 없었다. 졸음 섞인 느린 발자국으로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되어 꿈꾸듯 걸었다. 흰 무명옷에 배만 긁는다면 그 순간 나는 《춘향전》의 영락없는 배부른 방자였다.

 

p.188

걸음걸이가 남달리 재빠르거나 서두르는 순례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주로 무릎을 다치거나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왠지 무리해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길과 유사하지 않은가. 출셋길에 질주하는 사람들, 모든 일이 쉬워만 보이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 아직 육체의 한계를 느껴보지 못한 젊은이들…… 상처받기 쉬운 여린 속살과 섬세한 인대는 누구에게든 존재한다.

 

p.205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발 마사지를 받았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좋은 방을 얻었고 세제 향이 풍기는 잘 마른 담요의 포근함을 만끽하며 단순한 행복에 젖어들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안락함인가. 이토록 힘든 고비 끝에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지, 행복의 조건은 애꿎다.

 

p.207

아침 6시에 르 페크를 출발했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잿빛 하늘,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는 발의 통증은 없지만 습도로 인해 쉽게 지친다. 아뿔싸! 순례자에게 문제가 없는 날은 결코 없다. 인간의 삶과 닮지 않았는가. 순례자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삶 가운데 지칠 때면 때때로 우리는 현실을 피하고자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으로 보상받진 못한다. 우리를 바꾼다는 건 더욱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여행은 우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알게 해준다. 그런데 순례 도보 여행은 다르다. 우리를 바꿀 수도 있다.

 

p.238

이 길에서 누구나 한 번은 운다고 했다. 그리고 누구나 발의 물집처럼 어딘가 아프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순례자들이 함께 가족처럼 지내다 헤어지는 아픔을 경험해야 했다. 언제나 헤어짐이란 쉽지 않다. 많은 순례자들이 무아삭에서 길을 멈췄다. 내 뒤를 줄곧 따라오며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는 아르망, 내가 앞장서 걸었으니 그들이 남긴 글을 읽을 수는 없었으나 내가 남긴 글 뒤에 그들이 뒤따라가고 있다고 남겼다고 한다. 더 재밌는 것은 뒤이어 오는 사람들이 그 글을 보며 길을 제대로 들어섰다고 안심하며 걸었다는 것이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주소도 주고받았다. 순례길이 끝나는 대로 연락하기로 한 것이다.

 

p.251

순례자 앙투안은 배낭 벨트에 꽃과 각종 허브를 꽂고 있다.

"앙투안 정말 멋지네요"라고 말하는 내게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자의 눈에 있죠. 사실은 고양이 오줌 냄새 때문에 향기가 진한 허브를 꽂게 되었어요."

작은 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배낭을 내려놓았는데 그 사이 고양이가 하필이면 그의 배낭 위에 오줌 실례를 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던 순례자들이 손뼉을 치며 깔깔거렸다.

 

p.298

순례란 본래 모든 안락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며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던가.

 

p.317

밤을 지나지 않고는 누구도 새벽에 도달할 수 없다.

-칼릴 지브란

 

p.337

나바라 석비를 보고 옛 국경 검문소였던 피난 대피소를 지나 롤랑의 샘에 도착했다. 해발 1,409미터의 유명한 곳에 발을 디딘 것이다. 목마름을 견디고 있던 참에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롤랑의 샘은 활 모양이다. 물길은 잘 들여다보면 화살표다. 그리고 수도에는 3개의 단어가 적혀 있다. "Bidea, Iiturria, Bizid." 길, 샘, 인생이란 뜻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7.03.24.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이 책은    저자, 류승희는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줄곧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술사와 미술 기호학을 전공하였다.   저자는 우연히 파리의 고서점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 길에 매료되어, 도보여행이라는 특별한 즐거움에 빠져 유럽에 있는 장거리 도보 루트를 꾸준히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이 책은 

 

저자, 류승희는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줄곧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미술사와 미술 기호학을 전공하였다.

 

저자는 우연히 파리의 고서점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란 책을 발견하고, 그 길에 매료되어, 도보여행이라는 특별한 즐거움에 빠져 유럽에 있는 장거리 도보 루트를 꾸준히 걷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프랑스 르 퓌 앙블레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의 뤼 퓌 길과 카미노 프란세스 길을 합한 길을 걷고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부제인 비우고 채우는 프랑스 르 퓌 길 800Km 걷기 여행이란 말 그대로, 르 퓌 길을 걷고 그 기록을 남긴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길을 따라 걷으며, 보고, 가슴과 머리에 새겨 놓은 수많은 아포리즘이 들어 있다. 걸어가는 동안 저자의 눈에 비친 그 수많은 사물들, 겪은 이것저것 많은 일들,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몇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길 안내서. 저자처럼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아주 자세한 길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12-13쪽에는 저자가 걸어간 길, 800km 의 자세한 내역이 기록되어 있다. 이것만 보고도 걷기 여행 플랜을 세울 수 있다.

또한 그 길마다 저자가 보고 겪었던 길의 형편, 유의사항들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느 길이 오르막이고, 어느 길이 가파르며 어느 길에 자갈이 있는지,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또한 어느 길에 구수한 빵 냄새가 난다는 것도 알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어느 마을이 예쁜가도 알 수 있다. 여행길에는 소위 말하는 안구 정화할 여유도 필요하니 말이다. 그런 예쁨을 마주하고 잠시 쉬어가는 것도 여행자의 특권이리라.

 

이렇게 마을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예쁘길래 

 

나즈비날은 한눈에도 마을이 예쁘다.”(101)

 

어디 마을만 예쁠까, 길도 예쁜 길이 있다.

무엇보다도 오브락으로 가는 길은 르 퓌 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손꼽힌다.”(103)

 

그래서 저자는 그런 예쁜 경치를 위해 이런 프랑스 속담도 인용해 놓았다.

아름다운 길은 절대 멀지 않다.”(93)

 

또한 오며가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런 인연이 어디 우연이겠는가? 그런 사람과의 만남의 기록들도 여기 담겨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그러한 길 형편뿐만 아니라, 저자가 느낀 주옥같은 생각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깨달았다는 것들, 여기 다 옮겨 적기는 불가능하여, 몇 개만 적어 본다.

 

배낭을 풀고 싸면서 빈자의 편안함을 알게 되었고,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다는 점에서 삶은 경쟁이 아님을 깨달았다. (8)

 

생각은 길에게 도난당했고 육체는 피로에게 저당 잡혔다. (51)

 

니체의 말도 저자는 인용한다.

사랑은 눈이 머는 것이고, 우정은 눈을 감는 것이다.”(111)

 

순례란 본래 모든 안락을 버리고 최소한의 것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며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던가. (298)

 

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길을 걸으면 마주친 풍광들, 건물들, 사연들을 사진으로 옮겨 놓아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그저 책상에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저자의 발로 쓴 책이다.

물론 옮겨 적은 것이야 손으로 썼겠지만, 이 책은 온전히 저자의 발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니 읽을 때에도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듯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발끝에 뭐가 느껴지는지를, 시각적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촉각을 활용하여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 길을 걸으면서 딛었던 그 곳이 독자들의 몸으로 고스란히 들어와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 자리 잡은 생각들은 언젠가 이 책 들고 르 퓌길로 나서게 할지도!

이달의 사락 s***h 2017.03.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국토대정장을 떠나보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영화 '577프로젝트를 보기전까지는 그랬다.그러나 영화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그 영향 덕분(?)으로 산티아고 관련 책은 지금까지 단 한권도 찾아보지 못했다.영화로 만난 '나의 산티아고'에서 본 산티아고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인거다.그리고 걷기의 매력에 빠져 있는 지금도 산티아고 길을 걸어야겠다는 계획은 물음표로 남아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국토대정장을 떠나보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영화 '577프로젝트를 보기전까지는 그랬다.그러나 영화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고 그 영향 덕분(?)으로 산티아고 관련 책은 지금까지 단 한권도 찾아보지 못했다.영화로 만난 '나의 산티아고'에서 본 산티아고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인거다.그리고 걷기의 매력에 빠져 있는 지금도 산티아고 길을 걸어야겠다는 계획은 물음표로 남아있다.<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가 읽고 싶었던 건 프랑스 르 퓌 길 800km의 여정이 궁금해서라기보다 걷게되면 알게 되고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아직까지 순례에 가까운 걷기를 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걷기의 급은 다를테지만 뭔가 교집합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표지를 열었다.앗!이렇게 반가울수가 <안녕하세요,세잔 씨>를 쓴 작가님이셨다.세잔을 새롭게 만날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걷기로 다시 만나게 된 거다.

 

긴 여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그러나 처음부터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걷기에 관한 주제가 등장할때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크게 뜨기로 했다.그리고 많은 지점에서 걷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을 발견했다.처음부터 내가 만나고 싶었던 지점들이었다.

 

생각은 길에게 도난당했고 육체는 피로에게 저당잡혔다/51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수차례 반복되었고 난코스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되었다.하지만 아스팔트가 아니라 오솔길 산길 숲길이었다.어떠한 어려운 길도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 사실을 터득하자 고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62

길을 걸으면 명화나 오페라를 감상할 때의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자연이 개최한 공연,그 길이 바로 그랬다.현실로 믿어지지 않는 장면들 자동차 도로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고 두 발로 직접 걸어야만 볼 수 있는 풍경들... .이것이야말로 르 퓌 길 매력의 정점이다./99쪽

1킬로미터를 걷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던 꼴찌 순례자의 오명은 이제 씻은 듯하다.4킬로미터를 1시간 만에 걷게 되다니... ./115쪽

 

한번 걸을때 평균 12키로 정도를 걷는데 몇년 전 이틀통안 35키로 정도를 걸었더니 정말 육체가 피로에 잠식당하는 느낌이 어떤 기분인지 알수 있었다.지금도 무용담처럼 곱씹어 보게 되는 이틀의 대장정... 그런가 하면 지난주 강화나들길을 걸으면서 두발로 직접 걸어야만 맛볼 수 있는 풍경들..과 비슷한 메모를 나 역시 하면서 걸었기에 르 퓌 길 매력을 이야기할때 깜짝 놀랐다.그곳이 어디가 되었든 자동차로 보는 풍경과 걸으면서 보는 풍경은 달랐다.온몸으로 자연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저자처럼 오페라가 떠오른 적은 없지만 강화나들길에서는 어김없이 인상주의 화풍이 자연에서 나올수 밖에 없었던 까닭을 나 역시 느끼고 있다.차이라면 저자는 화가이기도 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상상하지만 예술을 즐길줄만 아는 나같은 경우는 오로지 온몸으로 느끼려고 애쓴다는 차이~^^ 그리고 함민복 시인의 석양주를 읊조려 보는 낭만 이 모든 것이 길 위에서 자연을 벗삼아 걷는 몸의 기쁨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효과는 아닐지...

1600키로의 여정을 온전히 따라 다녔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소개되는 장소와 역사가 때로는 재미나기도 했고,때로는 낯설기도 했으므로.그러나 걷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상상을 하며 읽을수 있는 체면효과가 발휘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으므로.엄청난 거리의 여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란스럽지 않았던점도 마음에 들었다.힘들고 고단한 그 길을 자처해서 떠나는지에대한 궁금증도 조금은 풀렸다.순례자를 따라 나서는 개에 관한 에피소드는 마치 나의 에피소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재미있었다.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머릿속엔 선재길이 있었다.이틀동안 35킬로를 걷게 한 시작점이 되었던 길. 가파른 길 하나 없으면서도 깊은 깨달(?)음 하나 툭 하고 날려 준 고마웠던 길...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w*******i 2017.03.2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케이블의 여행 채널을 틀었을 때 방송되었던 <세계테마기행>에서 스페인 북부편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으로 기타 유학을 떠났다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이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는데 그 마지막 편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마침내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케이블의 여행 채널을 틀었을 때 방송되었던 <세계테마기행>에서 스페인 북부편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으로 기타 유학을 떠났다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이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는데 그 마지막 편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마침내 그곳에 도착한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까지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 방송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무려 800km에 달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 길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평균 한달 가량을 걸어야 도착하는 그 길의 끝에 자리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는 어떤 감회에 젖게 될지 너무나 궁금했고 어설프게나마 나도 이 길을 걸으면 무엇인가 달라져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던것도 같다.

 

이후 관련된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먼저 걸었다는 사실과 누군가는 한 번 이상을 걷기도 했고 또다른 이는 한번에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휴가를 내어 조금씩 그 길을 이어서 걷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모 항공사의 광고가 방송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초기 순례자들이 걸었던 목적을 넘어,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다는것 또한 알게 되면서 여전히 내겐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같은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정을 날짜별로 잘 기록해놓은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구하기엔 어렵지 않은데 종착지는 같을지언정 그곳으로 향하는 출발지는 다양하다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출발 지점으로 삼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기존의 루트와는 확실히 다른 여정을 보여준다. 무려 10년째 도보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인 화가 류승희는 지난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이후로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프랑스 르 퓌 길' 도보 여행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떠나는 길과는 조금 다른 여정. 그래서 누군가는 평생 한 번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그 지역 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길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있어서 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두가 걷는 길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도보 여행길이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르 퓌 앙 블레(Le Puy en Velay)에서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를 의미하는 총 길이 800km에 달하는 대장정의 이 길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가 15개나 되며 여정 곳곳에서 프랑스만의 문화와 역사, 예술 등을 만날 수도 있으며 여기에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마치 이 책 자체로 문화 기행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고 여정의 곳곳을 담아낸 사진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한 여정만큼이나 특색있는 순례자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이 상당히 흥미롭고 또 그 이상으로 즐거웠던것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g*****s 2017.03.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여행 수기를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서 여행수기 책은 어쩌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의미임을 알려준다.평소 걷기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게 프랑스 르 퓌길 800km 걷기 여행이라는 소개 문구는 저자가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양한 여행 수기를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서 여행수기 책은 어쩌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다른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의미임을 알려준다.


평소 걷기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나에게 프랑스 르 퓌길 800km 걷기 여행이라는 소개 문구는 저자가 어떠한 느낌을 가지고 이 책을 썼는지 잔잔히 느낄 수 있게 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 꾸준히 활동중인 화가이자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이 책의 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곳곳을 도보 여행으로 다녀본 결과, 도보 여행의 장점은 다른 여행과 달리 나에게 사색할 시간이 많고 정해진 루트가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여행"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기본적으로는 순례길을 따라 도보여행을 했지만 단순히 순례길을 따라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종교자들을 만나고, 함께 걸으며 여행의 이미, 나아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을 그대로 책에 풀어냈기 때문에 더 깊은 의미를 더한다.


여행가이드북과 여행수기의 차이는 여행코스, 대중교통 이용방법, 주요 먹거리, 좋은 숙박업소등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에 비해 자신의 생각을 오롯이 전달하는 여행수기가 더 큰 전달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도보여행이 왜 매력적인지,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유럽이라는 여행지가 왜 매력적인지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여행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z****s 2017.03.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프랑스 르 퓌 길을 걷다
"프랑스 르 퓌 길을 걷다" 내용보기
1998년, 프랑스 르 퓌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이 길 위에 놓인 도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이 15개나 된다. 이 말은 르 퓌 길을 걸으면 적어도 이틀에 하루꼴로 깜짝 놀랄 만한 장소와 마주친다는 얘기다. 그렇다. 르 퓌 길은 자연을 중시한 길도 길이지만 매혹적인 문화의 흔적도 무한정 접하게 해준다. - '프롤로그' 중에서     프랑스 르 퓌 길 800킬
"프랑스 르 퓌 길을 걷다" 내용보기

1998년, 프랑스 르 퓌 길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이 길 위에 놓인 도시 가운데 세계문화유산이 15개나 된다. 이 말은 르 퓌 길을 걸으면 적어도 이틀에 하루꼴로 깜짝 놀랄 만한 장소와 마주친다는 얘기다. 그렇다. 르 퓌 길은 자연을 중시한 길도 길이지만 매혹적인 문화의 흔적도 무한정 접하게 해준다. - '프롤로그' 중에서

 

 

프랑스 르 퓌 길 800킬로미터를 걷다

 

책의 저자 류승희는 화가로 파리1대학 판테옹 소르본에서 미술사와 미술기호학을 공부했으며,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줄곧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우연히 한 권의 책을 통해 '산티아고 가는 길'을 알게 되어 매력을 느꼈지만 차마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며 자료만 수집하다 마침내 용기를 내 그토록 꿈꾸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행 첫발을 내딛게 된다.

 

 

총 길이 800km에 이르는 르 퓌 길은, 프랑스 르 퓌 앙 블레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의 구간을 말한다.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향해 가는 이 길은 950년 첫 순례자 고데스칼크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파리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을 통해 그녀는 '산티아고 가는 길'의 존재를 알고 매료되었으나,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화가 반 에이크가 그 길을 걸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너 그토록 꿈꾸던 첫발을 내딛게 된다.

 

애처롭게 핀 들꽃, 멀리서 달려오는 자동차 뒤로 흩날리는 흙먼지, 까닭 없는 슬픔, 유서 깊은 도시, 찬란한 중세 건축물, 섬세한 장인의 손길, 가슴이 뻥 뚫리는 광활한 대자연, 매혹적인 마을, 감춰진 문화와 예술, 프랑스 오감의 신비…… 끝도 없는 낱말들이 르 퓌 길 하면 떠오른다는 그녀는 진정 르 퓌 길은 눈을 위한 파티이자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감회를 밝힌다. 이제 우리들도 그녀와 함께 책을 통해 그 길을 걸어보자.

 

 

 

순례자들이 걷는 길, 르 퓌 길

 

 

이 책은 르 퓌 길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길에 관련된 프랑스의 역사, 문화, 파리지앵으로 사는 저자의 삶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 책의 특징으로는 매 꼭지마다 명언들을 덧붙였는데, 이는 본문과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저자가 직접 한 장의 종이에 적어서 실제로 도보 여행 때 가져갔던 명언이라고 한다.

 

"모든 여행은 첫발자국으로 시작한다"

- 중국 속담

 

 

출발 지점으로 가다

 

화산이 낳은 도시 르 퓌 앙 블레가 도보 여행의 첫 출발지이다. '르 퓌'는 뾰족한 화산을 의미한다. '블레'는 켈트어로 고대 골 부족 명장名將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화산으로 인한 특이한 암석의 돌출과 현무암 기둥으로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인 셈이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것은 도시 정상에 위치한 종교 기념물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예배당 생 미셀, 붉은 색의 거대한 성모상, 도시를 장악하는 로마풍의 대성당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셀 예배당은 산티아고 첫 순례자인 고데스칼크 주교가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962년에 지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현무암으로 된 거대한 손가락처럼 보인다. 뾰족한 바위산 정상에 위치해 있어 268개의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바위 코르네유 정상엔 1860년에 만든 '프랑스 성모'라 불리는 붉은 동상이 있다. 크림 전쟁 때 세바스토폴에서 포획한 213문의 대포들을 녹여서 만든 것이다. 무려 835톤의 성모상이 있는데, 높이가 무려 16미터로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1886년)이 있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컸다.

 

프랑스 성모상을 지나 내려오면 대성당이다. 초기 이교도이교도들의 성전이 있던 곳에 세워진 거대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11~12세기 생 미셀 벽화와 샤를마뉴 시대부터 내려온 필사본 테오돌퓌 성경으로 유명하다. 9월 중순에 르 퓌 길 순례를 떠난다면 '새의 왕' 축제가 볼 만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가면과 복장을 한 선남선녀들이 펼치는 카니발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순례자들의 휴식처, 건조 마차 

 

길은 평지로 이어졌지만 궤도 이탈은 꿈도 못 꾸는 태양과의 전쟁이 계속되었다. 더위가 극에 달하는 순간, 버려진 나무 마차가 눈에 띄었다. 그 마차 위로 나이를 알 수 없는 무지무지하게 큰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마차 옆에 작은 연못만 갖춰진다면 영락없이 영국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년)의 그림 <건초 마차〉(1821년작, 내셔널갤러리 소장)다.

 

존 컨스터블은 영국 화가인데, 성공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목가적인 풍경을 그려냈다. 당시 풍경화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던 때였으나 그는 영국의 자연 풍광을 잘 표현함으로써 풍경화의 권위를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태양을 피해 그곳으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던 순례자들은 옹기종기 앉아 허기를 달래자마자 마차 위에 제멋대로 드러눕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헬리콥터를 타고 그 장면을 찍는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저자는 태양과 내면의 자아와 전쟁 중이었으니까 마치 전쟁 중의 휴전만큼이나 행복했다.

 

존 컨스터블, <건조 마차>

 

 

수녀들이 구제한 수도원 

생 콤 돌트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아주 훌륭한 숙소가 있다. 르 퓌 길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인데다 새로 정비를 마쳐 아주 깨끗했다. 수녀, 신부, 순례자 무리가 식사 시간이 되어 모이면 수용 인원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용료는 기부제인데 자원봉사자에 의하면 보통 프랑스 길에서는 10~20유로 정도가 기본이고 주머니 사정이 좋은 사람은 이왕이면 많이 지불한단다. 프랑스에서 이것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아침과 저녁 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다. 밭에서 직접 재배한 유기농 채소와 달걀, 치즈로 이뤄지는 식사인데 분위기가 맛을 돋운다.

 

수녀원은 너무 낡아서 이 건물을 없애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수녀들이 발벗고 나서서 구제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수녀들 개개인이 일해서 평생 모은 돈과 연금을 모금하여 새롭게 건물을 지어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라고 한다. 어려운 사람들의 무상 휴식처로 이용되며, 은퇴한 수녀들의 요양원이나 안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에선 매년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선정한다. 이때 생 콤 돌트도 뽑혔다. 먼저 눈에 띄는 장소가 생콤 돌트 성당이다. 교회 지붕이 비비 꼬여 있기 때문이다. 1552년에 건축된 것으로 르네상스 양식의 문 장식이 독특하다. 마을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옛집들이 즐비하다. 스케치하고 싶은 소재들로 가득한 곳이다. 마를 자체가 한 폭의 잘 그린 그림과 같다.

 

비비 꼬여 있는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순례자의 부상 소식

 

"느림은 대부분 끝까지 가지만 성급함은 길을 방해한다"는 아랍 속담에 딱 맞는 일이 발생했다. 잽싼 걸음걸이를 자랑하던 어느 순례자가 여행길을 멈췄다는 소식이었다. 이 순례자는 저자도 만난 적이 있던 인물이었다. 모순처럼 들리지만 이 도보 여행길에서 가장 비일비재한 이유가 바로 인대를 다쳐 응급실로 실려나가는 일이다.

 

걸음걸이가 남달리 재빠르거나 서두르는 순례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주로 무릎을 다치거나 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왠지 무리해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길과 유사하지 않은가. 출셋길에 질주하는 사람들, 모든 일이 쉬워만 보이는 사람들,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들, 아직 육체의 한계를 느껴보지 못한 젊은이들 등등. 상처받기 쉬운 여린 속살과 섬세한 인대는 누구에게든지 존재한다.

 

길 위의 자원봉사자

 

 

비밀 정원, 카오 

아침 6시에 르 페크를 출발했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잿빛 하늘, 비가 내리는 이런 날에는 발의 통증은 없지만 습도로 인해 쉽게 지친다. 순례자에게 문제가 없는 날은 결코 없다. 인간의 삶과 닮지 않았는가. 순례자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삶 가운데 지칠 때면 때때로 우리는 현실을 피하고자 여행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여행으로 보상받진 못한다. 우리를 바꾼다는 건 더욱 꿈도 꾸지 않는 게 좋다. 여행은 우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를 알게 해준다. 그런데 순례 도보 여행은 다르다. 우리를 바꿀 수도 있다.

 

카오에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특이한 다리가 있고 포도주로도 유명한 곳이다. 오랜 시간 길을 걷다보면 산업 기술 문명에 길들여진 자신과 멀어진다. 도시 중심에 도달하자 먼저 다리를 건너 관광 안내소를 찾았다. 어주 오래된 도시답게 오묘한 옛ㄱ것들로 가득했다. 오래된 특이한 집, 물시계, 건축물 등을 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 들었다.

 

카오는 케르시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2천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로트 강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섬에 가깝다. 3개의 탑으로 유명한 발랑트레 다리는 생 테티엔 성당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고, 프랑스 정부가 뽑은 예술과 역사의 도시로 선정되었다. 교황 요한 22세의 출생지이며, 비록 18세기에 파괴되었지만 그가 1331년에 세운 유서 깊은 카오 대학이 있었다.

 

왼쪽 편에 보이는 다리가 '발랑트레 다리'이다

 

 

"르 퓌 길을 걷다 보면,

프랑스의 매력과 나 자신의 매력을 찾게 된다"

 

이달의 사락 5****0 2017.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행복한 걷기여행 -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행복한 걷기여행 -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제목부터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돌아오는 길.그 길의 끝은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의 휴식처가 있기에 그 곳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아련하게 제 몸을 감싸곤 합니다....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비우고 채우는 그 길, 순례자들이 향하는 그 길, 프랑스 르 퓌 길 800km.그 길의 끝에 채워질 행복을 저 역시도 받고 싶어 저자와 함께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저자가 이 길을 걷
"행복한 걷기여행 -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 내용보기

제목부터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그 길의 끝은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있기에, 나의 휴식처가 있기에 그 곳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아련하게 제 몸을 감싸곤 합니다.

... 그냥 걸었더니 행복해졌다.

비우고 채우는 그 길, 순례자들이 향하는 그 길, 프랑스 르 퓌 길 800km.

그 길의 끝에 채워질 행복을 저 역시도 받고 싶어 저자와 함께 걷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저자가 이 길을 걷게 된 동기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화가라면 더욱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말 한 마디.

그래서 시작된 프랑스 르 퓌 길.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이 길 위에 놓은 도시 가운데에 세계문화유산이 15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 길에 담긴 자연의 이야기와 역사, 문화의 모든 것.

화가 류승희씨와 함께 동행하였습니다.


이 길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어느 과학자의 말에 따르면 친절을 베풀면 받는 타인도 좋지만 베푸는 사람의 심신에도 영향을 미쳐 함께 행복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하는데 이 길엔 베푸는 이와 베품을 받는 이의 행복이 담겨 있어서 순례자의 길이라고는 하지만 아름다운 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인상깊은 오브락의 비문.

"인생이란 현재라고 부르는 선물."

오브락에 도착하며 만나게 되는 비문 앞에서 남미 작가 보르헤스의 글귀를 생각했다.

"어쩌면 멜로디 한 소절보다 짧을지도 모르는 인간의 생은, 결국 시간일 뿐입니다." - page 105

선물로 받은 인생 앞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돌이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것이었습니다.

갈림길 속에서의, 방향을 잃어버릴 때 여행을 통해 일탈을 꿈꾸며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순례 도보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바꾸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것, 아니면 책을 읽으며 그 속에서 스스로의 순례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순례의 끝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길을 마치면 덮쳐오는 건 언제나 고독이다. 순례자들 간의 우정 어린 시선, 따스한 위로, 배려와 관용 등으로 그동안 길들여졌던 몸과 마음이 외따로 떨어져 나와 결국 덩그러니 혼자가 되는 것이다. - page 349

하지만 이런 고독도 순례를 통해 얻은 것이기에 인생의 또다른 면을 보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인생이란 자신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롤리 다스칼(기업인)

걷기 여행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간 저자를 통해 저 역시도 독자로 책을 읽으며 저만의 길을 발견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비록 직접 순례 도보 여행길을 오르진 않았지만 책을 통해서라도 여행길을 오르게 되어서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를 되새기며 책을 덮었습니다.

부엔 카미노(좋은 길 되기를)!

이달의 사락 a*****6 2017.03.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