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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시리즈를 상당히 좋아한다. 스릴러 중에서도 수작들이 많아 거의 챙겨보고 있는데, 이 책을 받아들고는 로리 로이라는 작가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의문이 든 게 사실이다.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 수상작이라고도 하는데 작가를 모르니 다른 책들에서 살짝 밀려나기도 했다. 작가들도 사람과의 관계와 같아서 모르는 작가의 경우 주저하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다. 로리 로이의 작품이 그랬다. 하지만 읽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부터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에 긴장하며 읽게 되었다. 오죽하면 책을 읽다가 잠을 잤는데, 꿈까지 꾸었을까. 누군가 있을 것만 같은,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그런 불안감 혹은 공포였다.
처음엔 책을 읽다가, 이 소설이 왜 스릴러인가 의심스러웠다. 전혀 스릴러 같지 않아서 말이다. 다 읽고나서도 스릴러가 맞는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람의 등장만으로도 불안감과 공포감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 형사가 주인공이 아닌, 그렇다고 살인범의 심리가 제대로 그려지지도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였을 뿐이었으니.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야 이 소설이 왜 스릴러인가.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바로 스릴러였음을 알게 되었다.
1965년, 디트로이트에서 캔자스로 향하는 한 가족이 있었다. 아버지 아서가 25년만에야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곳, 벤트로드였다. 나에게 캔자스는 토네이도때문에 집이 통째로 날아간 『오즈의 마법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일까. 어두운 밤 아빠 아서와 엄마 실리어가 각자의 차량에 아이들을 싣고 오던 중 어떤 물체가 따라오는데 토네이도가 연상될 만큼 강한 바람이 시야를 가렸던 장면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누군가를 치었을 수도 있지만, 그저 텀블위드(회전초. 바람이 날려 굴러다니는 말라붙은 식물 따위의 덩어리)려니 했다. 캔자스로 돌아온 때부터 어쩐지 이 곳이 심상찮다. 무슨 일이 그들 가족에게 기다리고 있을까. 아빠 아서는 25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서와 실리어 부부, 일레인과 대니얼, 에비네 가족을 반겨주는 사람은 리사 할머니와 레이 고모부, 루스 고모다. 여기에서 레이 고모부와 루스 고모는 이들 가족에게 특히 중요한 인물인데 그들은 반겨주는 모양새부터 어쩐지 불안감을 조성한다. 레이 고모부에게서는 술냄새가 나고 실리어를 바라보는 눈빛엔 어쩐지 엄마를 훑어보는 느낌이다. 엄마는 그 눈빛이 무척 싫었다. 살집이 없이 창백한 피부를 갖고 있는 루스 고모. 루스 고모는 불안해보이지만 가족들을 반기며 힘껏 안아주었다. 에비의 외모는 키가 작고 금발 머리를 가졌는데, 이 소설에서 에비의 외모는 큰 의미를 가진다. 죽은 이브 고모의 외모와 꼭 닮은 것도 있지만, 비슷한 외모의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서와 실리어 가족이 이사오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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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은 실종된 줄리앤 로비슨을 레이 고모부가 죽였을 거라고 의심한 것이다. 이십여 년전에 이브 고모를 죽였을 거라고도 했다. 술을 마시는 레이 고모부. 불안에 떠는 루스 고모. 이브 고모는 누가 죽였는지,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의문이다. 아서도 이브 고모의 죽음과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텐데 쉽게 드러나지 않고 책을 읽는 독자로하여금 불안감만 조성한다. 그러던 와중에 레이 고모부가 루스 고모에게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아서는 루스 고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그때 아서는 레이 고모부를 심하게 때렸는데, 가족들은 그가 나타날까봐 두렵다.
1960년대의 여성의 지위는 지금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결혼한 여자는 남편의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고, 마을의 신부마저 아내는 남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루스 고모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아서와 루스 고모를 데려가려는 레이 고모부의 등장이 위태위태하다. 집안의 온갖 창문과 현관문의 잠금 장치를 잠궜다. 혹시라도 레이 고모부가 들어올까봐 아서는 외출도 자제할 정도였다. 여기에서 루스 고모의 임신 사실이 드러났고, 가족들은 레이 고모부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려 든다. 어떻게든 루스 고모에게서 떼어놓고 싶기 때문이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캔자스로 이동해왔기 때문일까. 대니얼과 에비에겐 친구가 없었다. 키가 작아 놀림받던 에비는 학교에서도 친구들 만들지 못했고, 죽은 이브 고모의 드레스를 입어보며 집안에서만 있었다. 친구가 없었던만큼 이브 고모에게 집착했다고 해야겠다. 편하게 대화를 하는 사람이라곤 이브 고모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브 고모와 레이 고모부가 함께 직은 사진도 발견했고, 그 사진을 간직하고 있는 것부터가 불안했다. 레이 고모부의 시선이 에비에게 머무는 게 두려웠고, 엄마를 바라보는 레이 고모부의 시선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그가 살인범인 것일까. 혹시 이브 고모마저 죽게한 것일까. 임신한 사실을 안 레이 고모부가 루스 고모를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할 것인데,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인 누군가가 살인범이고, 이브 고모의 죽음의 진실까지 드러나긴 했다. 레이 고모부가 라이플을 들고 루스 고모를 찾으러왔던 소설의 클라이막스는 극도의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마치 내가 집안에 갇혀있는 듯 했고, 금방이라도 레이 고모부가 쳐들어올 것만 같았다.
작가가 왜 에드거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할만큼 작가의 이름을 확실하게 기억했다. |
실리어는 이제 그 꼭대기 근처에서는 차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마주 오는 트럭을 제때 보지 못했을 때는 갓길로 차를 뺄 줄도 알았다. 집이 어디에 있는지, 아서와 트럭이 먼저 언덕을 넘어가 보이지 않을 때는 어느 쪽으로 차를 돌려야 할지도 알았다.(392p)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작가 로리로이의 데뷔작 [벤트로드]이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의 42번째라는 것만 보아도 이미 장르소설을 표방하고 있고 그로 인한 기대감을 주게 만들지만 정작 작가는 '장르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단지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플롯을 아름답게 직조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소설을 쓸 뿐'이라고 한다.
읽는 사람이 밤을 새워 읽고 싶게끔 하는 이야기를 어느 작가나 다 쓰고 싶어할 것이다. 설마 독자가 자신의 책을 들었다가 몇 페이지도 넘기지 않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팽겨쳐 놓는 작품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아름답게 이야기를 짜 넣느냐가 관건이다. 이 작가가 주목받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저 잔잔한 이야기같으면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게끔 지속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본문속에서 굴러다니는 텀블위드처럼 이야기는 정처없이 흐르는 듯 보이지만 꾸준히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목과는 달리 어디 한군데 구부러진 벤트로드없이 말이다.
작가가 쓴 책에서는 공통적으로 특징이 있다. 모두 1960년대의 지방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가족을 비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 당시 상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의 빠른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리듬을 잠시 멈추어 두고 이 느긋한 지방도시의 옛시간의 빠름에 속도를 맞춰서 읽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디트로이트에서 캔자스로 이사오고 있는 아서 가족. 도시속에서 별문제 없이 살았다. 딸 둘과 아들 하나로 이루어진 이 가정은 어느날 창이 박살나고 흑인이 딸아이를 찾는 전화가 왔다는 것을 계기로 한번도 가지 않았던 시골로 돌아가게 된다. 결혼후 한번도 가본적 그곳, 아서의 누나였던 이브가 어린 시절 죽음을 맞이한 곳이었고 그 기억은 아서에게 충격이 되었는지 결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은 돌아가고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또 어떠한 삶을 꾸려가게 될까.
분명 모중석 스릴러 클럽에 속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잔잔한 시골 이야기들만 가득해서 장르를 착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코가 짜여져서 꼼짝 달싹 할수 없는 직조틀 속에서 갇혀버린 느낌. 돌아간 고향에서는 한 아이가 실종된다. 막내딸 또래의 금발 여자아이. 사람들은 아이를 찾으려고 조직을 구성해서 여기저기 동네 모든 곳을 다 찾아봉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보통 이런 사건이 생기면 동네마다 또래의 아이가 있는 집들은 조심을 하고 걱정을 하기 마련인데 이 동네는 그렇지 않다. 물론 아이들을 조심은 시키지만 학교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등 일상생활이 그저 이어질 뿐이다. 사라진 아이는 어디에 간 것이고 그 아이와 같은 금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에비는 무사할까.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벌써 에비가 실종되거나 없어지거나 무언가 일을 당해야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느린듯이 흘러가지만 끊임없이 속도를 내고 있는 작품. 아서의 가족은 벤트로드에서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떠나 조금은 여우로와 보이는 한가한 시골생활에 리듬을 맞춰보자. 물론 그 속에 숨어 있는 여러가지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이 이야기에 빠져버린 당신이 해야 할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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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reads의 리뷰를 읽다가 빵터졌다. 어떤 사람이, 난 정말 이 책을 좋아하고 싶었다...라고 써놨기때문에. 나도 그랬다. 데뷔작인데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 수상작인데다가, 최근들어 데뷔작 스릴러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것들을 읽었기에, 이 작품의 문장이 간단하면서도 행간에 복잡한 의미를 함축한, 꽤 멋진 문장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하지만, 의외로 읽기는 힘들었다. 원서의 리뷰를 쓴 이들의 평을 보면, 원어의 단어는 매우 단순해서 사전을 찾아볼 단어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게 간단한 문장들 속에 가끔 꽤 불편하고 걱정되고 두려운 전조를 심어놨음에도, 플롯상 큰 사건이 전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작품을 읽으실 분들은, 이제까지의 스릴러의 빠른 전개를 기대하기 보다는 잔잔한 와중에 젖어드는 두려움과 공포를 대신 기대하셔야 할듯.
1967년 디트로이트는 흑백갈등으로 폭동이 발생했다. 캔자스 출신의 아서와 실리아 스콧부인은 이제 짝짓기에 돌입할 큰 딸 일레인에 대한 흑인소년들의 접근도 걱정되는 판에, 20여년만에 고향 캔자스 벤트로드로 돌아온다. 고향마을로 돌아오는 그 밤, 진입로 부근엔 매우 구부러지고 언덕이라 앞 상황이 파악이 안되는 구브러진 길, bent road가 있었다 (나, 이 제목 때문에 Long and widing road~란 노래 가사와 멜로디가 계속 생각났음). 미리 앞선 아서의 트럭을 놓친 실리아는 생전처음 보는 길에다 들판에 굴러다니는 텀블위드로 인해 누군가를 친 듯한 두려움이 든다.
마침, 흑인수감원의 탈출 이야기까지 들리고...
실리아는 무언가 감추고 싶은 비밀로 인해 아서가 고향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릴적 십대중반에 죽은 시누이, 즉 아서의 누이인 이브. 이브 대신에 결혼을 한 루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삐뚫어진 시선마냥 삐뚫어진 루스의 남편 레이.
아서가 돌아오고 이웃의 예쁜 아이 줄리앤이 실종된다. 용의자로, 이브의 살인자로 의심받던 레이가 또 다시 의심을 받고..
대니얼은 부모 몰래 총기에 손을 대고, 가장 막내 에비는 죽은 이브를 닮은데다 그녀의 이야기와 옷에 빠져버린다. 에비를 보고 모두들, 신부마저 이브로 착각하는데...
아, 정말 고딕소설의 전통을 따른듯 하다. 폐쇄적인 미국남부를 배경으로, 아내와 딸, 죽은 이와 산자를 구분못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고통고 욕망에 빠져 누군가 흘리는 피에 둔감하다. 다들 무언가를 알고있지만, 암시만 할뿐 입밖에 내지를 않는다. 조용하고 잔잔한 일상의 파이굽는 냄새 속에 누구가의 공포의 냄새도 묻혀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근처에 그렇게 불편하고 사고가 날 것같은 도로가 있다면 누군가 나서서 깎고 파고 고쳤을 것을. 여전히 그대로 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않거니와 또 나서서 고칠만큼 열정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 벤트로드는 여전히 그렇게 구부러지고 위험한채 남아있는 것.
매우 단순한 문장들 사이로 삐져나오는 두려움과 불편함, 공포...정말 특이하여 일찌기 본적 없는듯한 신선함, 그리고 꽤 멋지다.
p.s: 로리 로이 (Lori Roy) 벤트로드 Bent road, 2011 에드가상 신인상 (best debut) Until she comes home, 2013 Let me die in his footsteps, 2015 에드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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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릴러를 읽는 이유를 스릴러가 가지고 있는 긴박감과 속도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긴박감과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속도감이 스릴러의 장점이다. 로리 로이의 [벤트로드]는 이런 긴박감과 속도감을 추구하는 독자들이라는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며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소설 전반부에 흐르는 긴장감은 유지하고 있지만, 소설은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감으로 독자를 몰아붙이지를 않는다. 반면 이 소설은 독자들을 1960년대 미국 캔자스 시골 마을로 우리를 데려간다. 광활한 벌판과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벤트로드로 불리는 마을은 결코 평온하지는 않다. 벤트로드는 마치 한국 영화의 [곡성]처럼 무언가 심각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같이 타인을 적대하고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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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녀석들이 찾아올 때까지 한번 잘 기다려봐." 레이가 말했다. "네가 그 여자애를 납치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말이야. 네가 마을에 돌아오자마자 그 애가 실종됐다는 걸 잊지 마. 사람들이 전부 수상하게 여기고 있어, 알아? 다들 수군거린다고."
아서는 결혼 후 아내인 실리어를 한 번도 고향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십대 시절 벤트로드에서 큰누나 이브를 잃은 뒤로는 절대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을 피해 25년 만에 아서의 가족은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야기는 이들의 여정이 출발하는 첫 단락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시커먼 어둠 속을 달리는 스테이션왜건 속의 실리어와 아들 대니얼, 딸 에비는 트럭을 운전하는 아서를 놓치고 만다. 경사진 듶판을 따라 차를 향해 돌진해오는 검은 형체들의 정체는 텀블위드였지만, 그러다 도로를 가로질러 차 앞으로 뛰어드는 시커멓고 커다란 형체와 부딪칠뻔 한다. 그들이 칠 뻔한 그것이 사람인지, 괴물인지 혹은 그저 텀블위드나 사슴이나 코요테였는지 알 수 없었던 채로, 그들은 그렇게 벤트로드에 도착하게 된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아서의 가족이 그곳에 이사온 뒤 마을에서 한 소녀가 실종된다.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은 낯선 타인이었고, 그들이 오자마자 소녀가 실종됐기에 그들 가족을 수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은 냉담하고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오랜만에 만나는 작은 누나 루스와 그녀의 남편 레이의 관계 역시 평탄하지만은 않다. 아서는 작은 누가가 레이의 폭력에 희생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어 분노한다.
"우리가 왜 그랬을 것 같아? 왜 그렇게 많은 걸 숨겼는지 알겠어?" "사람은 뭐든 적응하기 마련이에요." 실리어가 말했다. "그렇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면서요. 세상일이 다 그러려니 하고 익숙해지는 거죠." 그녀는 상자로 손을 뻗어 타원형의 매끄러운 구슬 하나를 골라 루스에게 건넸다. "진실이 두렵기 때문이었겠죠."
과거에 벌어졌던 죽음의 비밀, 수십 년간 외면해왔던 고향과 가족들, 낯선 이들이 등장하고 이어진 갑작스런 실종 사건에 대한 의혹,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자의 비밀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 작품은 시종일관 불안감을 자아낸다. 플롯 자체만 보자면 살인 사건이 있었고, 실종 사건도 벌어지지만 그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는 부분은 거의 묘사되지 않기에 평범한 일상들이 주를 이룬다. 이야기 자체만 보자면 전혀 스릴러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만큼.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 새겨진 미세한 균열이 어느 순간 쩍 하고 갈라지며 그 모든 평화를 깰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아주 사소하게 시작한 불안이 결국에는 영혼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그 모자이크를 태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직조해내는 작가의 솜씨가 그야말로 놀랍다. 로리 로이는 '미스터리 소설계의 오스카상'이라 일컫는 에드거상 역사상 최우수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거머쥔 작가이다. 에드거상의 육십여 년 역사에서 최우수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수상한 여성 작가는 그녀가 처음이라고 하니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그 에드거 신인상을 받은 그녀의 데뷔작이 바로 이 작품 <벤트로드>이다. 그녀가 써낸 세 작품 모두 1960년대 전후의 지방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가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그 거대한 이야기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고딕으로 장식된 느와르', '미국 아메리칸 고딕 소설의 새로운 전범'이라 극찬받았다는 말이 부풀려진 것이 아님을 이 작품을 읽어보면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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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상실감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고 슬프다. 평생을 알고 있다고 여기면서 살았기에 당연하게 믿을 수밖에 없었고 그 믿음이 깨어지면서 모든 것은 암흑으로 변해버린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늘 두근거리는 일이다. 미국 문학계의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로 알려진 로리 로이의 '벤트로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애드거 상'을 수상할 정도로 저자의 필력은 대단하였기에 믿음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가족이란 당연하게 생각했던 존재와 믿음을 둘러싼 흥미로운 작품이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던 아서 스콧... 결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 흑인폭동으로 인해 가족들을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세 자녀와 함께하는 길에서 우연히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한 남자를 본다. 남자가 가진 분위기처럼 고향 마을을 덮고 있는 음산한 기운은 사라진 소녀로 인해서다. 소녀를 납치한 인물로 지목되는 인물도 있지만 이 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아서는 자신의 형제자매와 연관이 있는 한 인물을 의심한다. 그는 이미 과거의 전적을 놓고 볼 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는 인물이다. 2년 전에 떠난 남겨진 집에서 사라진 인물의 죽은 시체가 발견되고 이 일을 계기로 스토리는 급물살을 탄다. 절대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믿었기에 마냥 행복하고 사랑스럽게 다루었다. 아서의 누이 루스가 임신을 하지만 그녀의 몸 상태와 과거의 전력으로 볼 때 위험하다. 루스의 남편 레이는 아서가 자신을 의심하고 안 좋게 바라보는 시선에도 루스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강한 집착을 보인다. 그 누구도 결코 행복하지 못하다. 과거의 망령과 왜곡된 진실은 시간이 흘러도 한 집안의 사람들을 어둠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사랑하고 사랑받았지만 원치 않은 일이 생기며 미래를 선택하기 보다는 현재에 머무르고 싶었던 인물과 그런 인물을 도와주고 싶었던 한 사람으로 인해 절망을 맛본 인물은 자신이 가진 성격까지도 180도 변한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한 집안 사람들을 위험 속에 빠트리고 마는데.... 우리는 타인보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가족을 믿는다. 가족이라도 작은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우면 걷잡을 수 없다. 시골풍경이 가진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아니라 불안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누군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마음들이 상대를 의심하게 만들며 과거의 인물과 현재 사라진 소녀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가족이 가진 선의가 선의가 아니게 되어버릴 때... 죽음보다 더한 비밀을 간직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가족의 진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며 애드거 상 수상작가의 작품답게 스릴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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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계의 오스카상'이라 일컫는 에드거상 역사상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석권한 미국의 주목받는 작가의 작품을 대했다.
미국적인 냄새, 황량한 들판과 삭막한 구불구불 고속도로의 길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정 반대의 길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벤트로드다.
배경이 1960년대인 캔자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은 스릴이 주는 엄청난 큰 느낌은 없지만 작은 미세한 느낌조차도 왠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듯한 후각적인 냄새와 시각을 동반한 소설이다.
디트로이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아서는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디트로이트의 흑인폭동, 큰 딸을 불러대는 흑인들을 피해 다시 돌아온 곳, 그는 아내와 딸 둘, 아들을 대동하고 고향을 밟지만 왜 그가 고향을 떠나야만 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고 확실한 이야기를 아내는 알지 못하고 대강 짐작만 할 뿐이다.
큰 누나 이브와 꼭 닮은 막내딸 에비를 바라보는 매형 레이의 눈빛, 죽은 큰 누나 이브의 죽음엔 어떤 비밀이 간직되어 있을까를 이 책은 그곳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표면적으로는 크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어떤 한 인물을 주목해 범인처럼 기정 사실화해 버리는 암묵적인 생활들을 통해 보인다.
여기에 그들의 가족이 도착하자마자 에비 또래의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작은 누나의 가정폭력에 희생당하는 모습들, 임신마저 감추어야 했을 만큼 긴박했던 작은누나 루스와 아내와 아이를 찾으려는 레이와 이에 대응하는 아서,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이 겪는 새로운 땅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은 한 가족의 드러내 보고 싶지 않았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과 실종된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들이 시종 끈끈한 긴장감을 이어주는 이야기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1960년대의 미국의 작은 도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은 뚜렷한 증거가 없음에도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나 아서 가족들의 뇌리에 박혀 있는 레이의 존재감, 그는 과연 살인자일까?
독자들은 당시의 분위기 흐름 속에 확실함을 가지고 책을 대하며 읽어가기는 쉽지가 않다.
저자의 자라온 배경 탓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캔자스라는 도시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한 가족의 아픈 비밀과 차후에 벌어진 사건을 통해 그들의 종교적인 패턴이나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 아이들이 디트로이에서 있을 때보다 친구 사귀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는 엄마의 심정과 참다못해 이 곳 캔자스가 주는 숨 막히는 기운의 불안을 토로해내는 장면들은 아직 초원을 근거로 삼고 농장과 동물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당 시대를 생각해 볼 때 뭔가 숨 조여오는 듯도 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 주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심정, 시대적인 생각으로 인해 가족사의 부끄러움을 감추려 했던 사람들의 체면 중시 결과 흩어지듯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아픈 심정들이 벤트로드란 곳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 과연 그곳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진짜 실체는 무엇일지....
읽는 동안 독자들 또한 마을 사람들처럼 뿌리 박힌 생각으로 한 인물에 집중해 그의 모든 행동들과 말을 통해 확신을 하게 되지만 이 또한 정말 확실한 생각이었는지를 묻게 되는 책이기도 하고, 뭣보다 책을 읽으면서 캔자스의 풍경과 계절에 따른 모습 표현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 책이란 생각과 함께 크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한순간 한순간 숨이 막힐 듯, 어떤 미지의 실체가 손에 잡힐 듯 말 듯 하는 장면들의 연출로 인해 고전적인 스릴의 맛을 느끼게 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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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에 살던 아서의 가족은 25년만에 고향 벤트로드로 돌아온다.
고향땅에서는 어머니와 누나 루스, 누나의 남편 레이가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그리고 이미 죽은 또 한명의 누나인 이브의 그림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던 아서의 가족들은 황량하고 낯선 시골마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들이 돌아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마을에서 어린 금발머리소녀 한명이 행방불명이 되고 사람들은 레이를 의심한다.
젊은시절, 이브를 사랑했지만 이브가 죽고 난후 그녀의 언니 루스와 결혼한 레이.
한동안 동네에서는 레이가 이브를 죽였다는 소문이 돌았고...그 일은 지금까지 레이의 뒤를 쫓아다녔다.
하필 소녀가 행방불명되던 날 레이의 행방이 묘연했기에 사람들은 당연스레 그를 범인으로 생각한다.
이브가 죽던 그날의 진실과 현재 일어난 유괴사건의 전말은 무엇일까??
조용하기에 더 수상한 그곳 벤트로드.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로리 로이작가의 데뷔작인 소설 <벤트로드>를 읽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 아무런 정보가 없었지만 애드거상 최우수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소설은 생각보다 쉽게 읽히질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사건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벤트로드에 일어나는 일들이 담담하게 전개되었다.
아서의 매형인 레이. 그는 어째서 사랑했던 여자 이브의 언니와 결혼을 했을까?? 루스를 통해 이브를 떠올린다고 하기에 두 자매는 닮은꼴이 아니다. 오히려 아서의 막내딸 에비가 어린시절 이브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그래서 그런가...에비를 보는 레이의 눈빛이 어쩐지 심상치 않다.
바로전에 읽은 책에서도 느꼈지만 폐쇄적인 마을은 위험하다. 각 가정의 속사정까지 속속들이 알만큼 가깝기에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기도 쉽다. 소문은 순식간에 사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마을사람들간의 암묵적인 침묵은 사건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되어버린다. 벤트로드도 마찬가지.
벤트로드에서 일어나는 모든일의 한가운데에 있는 레이. 거의 술에 취해있고, 그의 행동들은 어딘가 수상쩍으며 루스에게는 폭력까지 일삼는 그. 정말 레이는 모든일의 배후에 있는것일까...마을사람들의 의심어린 눈빛에도 아랑곳않는 레이.
당당한건지 체념한건지...그 마을안에서 버텨내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그의 속내는 이야기의 끝에가서 폭발하고 만다.
완벽한 비밀은 없다.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는 법. 그토록 애써가며 숨겨왔던 이야기가 드러났을때, 그들의 침묵속에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사람이 받게 될 충격의 파괴력은 어마어마 할것이다.
휘몰아치는 전개는 아니지만 그래서 마지막이 더 강렬한 소설 <벤트로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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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내 실리어와 결혼 후, 25년 동안 고향을 찾지 않았던 아서는 한 순간의 결정으로 가족들과 함께 캔사스 주 벤트로드로 향한다. 차를 타고 벤트로드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하게 된 시커먼 어둠은 마치 그들이 앞으로 그 곳에서 겪게 될 여러 가지 일들을 예견하는 듯 보였다. 아서가 벤트로드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의 누이인 이브가 집 근처에서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떠난 고향 벤트로드에는 어머니인 리사와 또 다른 누이인 루스가 살고 있다. 루스는 고향 친구인 레이와 결혼을 하였고, 아서의 가족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아서와 실리어 가족들에게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찾아온다. 이브와 꼭 닮은 줄리앤 로빈슨이라는 한 마을 소녀가 감쪽같이 실종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브가 시신으로 발견된 당시 사건의 용의자로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샀던 레이는 이번 실종 사건으로 다시 한 번 구설수에 오르게 되고 루스는 숨겨왔던 갈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1960년대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낯선 과거의 미국 지방 도시의 생활 풍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미국 정중앙에 위치한 캔자스 주는 지금도 여전히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곳으로, 반세기 전인 1960년대에는 그런 분위기가 훨씬 강했을 것이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발목이 잡힌 한 가족의 이야기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특별히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가 아니더라도 이 소설은 과거의 미국 역사 속에서 소리 없이 희생당한 약자들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법치나 인권이 자리를 잡지 못했던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어린이와 여성들이었다. 개인의 자유와 욕구보다는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당시 캔자스 주 벤트로드에 새롭게 편입된 외부자라고 할 수 있는 아서와 실리어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난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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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상 최우수신인상과 최우수장편상을 모두 거머쥔 작가의 데뷔작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고, 4년 뒤 다른 작품으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두 상을 수상한 작가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 작가 이전에 이 두 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는 단 두 명뿐이었다고 한다. 언제나처럼 이런 기록은 시선을 끈다. 영미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어쩔 수 없는 유혹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앞부분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뎠다. 불충분한 설명과 상황은 답답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중반 이후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아서 스콧은 60년대에 발생한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때문에 25년 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간다. 아서의 시선으로 시작하지 않고 그의 아내 실리어의 시선으로 문을 연다. 어둠 속을 달리는데 남편의 앞차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캔자스 주의 한 시골 마을에 있는 시댁으로 차를 몰고 온 것이다. 어둡고 굽은 길에는 텀블위드들이 굴러다니고, 차는 뭔가를 친 것 같다. 사람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힘겹게 멈춰 선 차 밖으로 나오니 저 앞에 남편 차의 후미등이 빤짝인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다. 이제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사람의 심리를 압박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긴다.
작가는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이 아니다. 이 차이가 처음에는 조금 적응하는데 어려웠지만 읽다 보니 금방 적응했다. 소설 속에서 주요한 인물들은 실리어와 아들 대니얼과 막내딸 애비와 고모 루스 정도다. 물론 사건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인물은 레이 고모부나 아빠인 아서 등이 있다. 이들의 감정 묘사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월등이 적다. 이 시대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자들은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기보다 타인이 던져 준 이야기에서 비롯한 상상력에 의해 더 많은 영향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독자가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되면 더욱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평온해야 하는 시골 마을임을 감안하면 따분하고 지루해야 하지만 작가는 잠시도 독자를 편안하게 놓아두지 않는다. 가장 먼저 아서가 25년 동안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사건이 있고, 레이 고모부의 가정 폭력이 있다. 여기에 소녀 줄리앤의 실종이 있다. 아서의 딸인 에비는 25년 전 죽었던 이브 고모와 꼭 닮았고, 줄리앤의 외모도 이와 비슷하다. 이 죽음과 실종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을 불러온다. 실종된 줄리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 소녀의 실종을 레이 고모부 탓이란 생각을 한다. 아내를 때리는 남자, 술에 늘 취해 있는 남자란 설정이 이 의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과거의 죽음과 현재의 실종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읽으면서 생각한 것들은 모두 틀렸다. 그리고 아직 성당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마을에서 루스 고모가 이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레이의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에서는 더욱. 읽으면서 가장 분노하게 만든 인물 중 한 명이 신부다. 자신의 종교관 때문에 한 여성을 위험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만의 것이 아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수면 아래에 얼마나 추악하고 무서운 일들이 잠겨 있을지 모른다. 읽을 때 느낀 분노와 놀라움은 이야기가 마지막에 도달할 때가 되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도착하면 더 많은 생각과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가득해진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한 편의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대니얼의 육체적 정신적 변화는 아주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아빠 아서가 분노해 떠나야 했던 이유가 드러났을 때, 그날부터 현재까지 그다지 성장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대니얼은 친구를 때리고, 죽음을 마주하면서 분명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개인적인 큰 상처를 남겼다. 에비의 퇴행과 외톨이적인 삶과 대비된다. 이런 모든 과정들은 심리적인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불편함과 짜증과 두려움 등이 겹쳐지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가가 충격적이면서도 능청스럽게 알려주는 사건들의 진실은 또 다른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든다. 읽을 때보다 그 후에 더 많은 것을 남기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