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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둘이 걷는 기쁨
"혼자가 아닌 둘이 걷는 기쁨" 내용보기
이 책에 담긴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 어떤 이는 이 글이 기행문인 되기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소설로 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자전소설쯤으로 타협을 보려 할까. 어떻게 불리더라도 모든 문장이 엄마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겪은 사실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상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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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담긴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 어떤 이는 이 글이 기행문인 되기엔 부적절하다고 할 것이고, 어떤 이는 소설로 삼기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자전소설쯤으로 타협을 보려 할까. 어떻게 불리더라도 모든 문장이 엄마를 중심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겪은 사실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상상한 것들로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느낀 것들도 엄마를 이룬다. 그 전부가 엄마다. (157쪽)

 

 김탁환의 『엄마의 골목』을 읽기 시작한 날, 우연하게 친구와 엄마 이야기를 했다. 작년에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낸 친구는 철쭉이 피는 걸 볼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울었다. 친구가 울음을 그쳤을 때 나는 『엄마의 골목』을 읽고 있다고, 엄마와 아들이 함께 걷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엄마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나만 엄마가 없는 게 아니라 이제 친구에게도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와 함께 발을 맞추며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일은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일처럼 여겨진다. 어리석게도 그렇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도 많을 터.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철이 들고난 후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도란도란 길을 걷은 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만다. 엄마보다는 친구, 엄마보다는 연인, 엄마보다는 새로 이룬 일가가 먼저였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가 아들과 만나 자신의 삶의 터전인 진해를 걷는 엄마의 큰 기쁨이 곳곳에서 전해져 너무도 부러웠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연애 이야기, 노년에 배운 하모니카를 배우는 엄마의 연습 노트, 늦은 밤 집에 온 아들에게 차려주는 엄마의 밥, 아들이 쓴 소설을 읽고 감상을 들려주는 엄마. 사소하면서도 소소한 모든 게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일상인지 말이다. 엄마의 일터, 엄마의 고향, 엄마의 추억이 있는 공간에 다시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일.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모르며 사는 우리들. 함께 산책하기.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엄마가 죽고 나면 이야기가 끝날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들인 내가 엄마와의 이야기를 쓸 것이니까. 아들인 나까지 죽고 나면 이야기가 끝날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죽은 모자가 나눈 이야기를 누군가가 읽을 테니까. 모자의 이야기를 읽은 누군가마저 죽고 나면 이야기는 끝날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쓴 바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해도, 세상의 모든 엄마를 아들을 낳을 것이고 그 아들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니까. (179쪽)

 아침에 짧은 산책을 하면서 만나는 꽃과 나무가 너무 예쁘다. 예전에는 몰랐던 기쁨이다. 어른들 말씀이 모든 게 꽃이라더니, 맞는 말이었다. 종종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겨울을 뚫고 나온 산나물과 들꽃을 보며 대견해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내년 봄이면 다시 필 꽃이라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분들에게는 내년 봄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걸 아는 알지 못했다. 나는 일흔이 넘은 삶을 알 수 없다. 주일마다 교회에서 뵙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도 제목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살아갈 삶인데도 그렇다. 여느 걸어본다 시리즈와 다르게 이 책에서는 그 길이 걷고 싶다거나 그곳에 가도 싶다는 생각이 아닌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한다.

r*********s 2017.04.30. 신고 공감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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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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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책을 샀을까..엄마라는 단어에 이끌렸을까? 이 책을 읽으니 1945년생 엄마가 2년전 총동창회로 대구의 한 여고를 다녀오시고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학교에 다시 갔었는데 이 건물이 없어졌다고...이 책을 읽고 엄마의 옛 앨범을 꺼내보았다. 사진 속 10대 20대의 우리 엄마..지금은 70이 되어버린 우리엄마..작가의 말대로 엄마가 더 늙어 못 움직이기 전에, 그리고 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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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책을 샀을까..엄마라는 단어에 이끌렸을까? 이 책을 읽으니 1945년생 엄마가 2년전 총동창회로 대구의 한 여고를 다녀오시고 하던 말씀이 생각난다. 학교에 다시 갔었는데 이 건물이 없어졌다고...이 책을 읽고 엄마의 옛 앨범을 꺼내보았다. 사진 속 10대 20대의 우리 엄마..지금은 70이 되어버린 우리엄마..작가의 말대로 엄마가 더 늙어 못 움직이기 전에,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나랑 안녕을 고하기 전에 나도 엄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j*******1 2017.05.1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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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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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진 이야기의 소멸을 막고자 쓴 에세이다. 작가의 엄마는 출렁거리는 최초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아주 잠깐 특별한 고요가 찾아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었고, '그애의 내면이 뻗어간 자리 전체'를 짐작해보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바뀐 엄마의 걸음만큼이나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와 함께 골목을 걷고 엄마를 적는다. 엄마가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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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진 이야기의 소멸을 막고자 쓴 에세이다. 작가의 엄마는 출렁거리는 최초의 기억 속에서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 아주 잠깐 특별한 고요가 찾아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었고, '그애의 내면이 뻗어간 자리 전체'를 짐작해보는 사람이었다. 작가는 바뀐 엄마의 걸음만큼이나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와 함께 골목을 걷고 엄마를 적는다. 엄마가 말하는 두 문장 사이의 비약을 알아채고, 속뜻 짐작하기를 멈추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존재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듯 누군가의 부재가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작가는 '계획도를 그리고 목표량을 정한 뒤 매일 채워나가는 일상'을 엄마에게서 배웠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늘 누군가의 영향으로 방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읽는 인간이 아니라 쓰는 인간이 되자는 잡음'을 듣고 작가가 되었다고 했다. '네 맘대로 하라'는 지지가 있었기에 더 빨리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나아가 서로를 통해 좁았던 시선들이 확장된다는 건 더 멋지다. '기다린다는 것은 견딘다는 뜻이고 견딘다는 것은 혼자 견딘다는 뜻'임을 깨달았던 작가는, 엄마 역시 한 번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보다 더 힘들게 견디고 기다렸음을 깨닫는다. '엄마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직업을 핑계로 삼아왔다'는 것도, '일상의 반복은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는가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다시 보게 된다. 아마도 각자의 경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기에 더 가능한 인식들이 아닐까 싶다. 엄마의 상상을 만류하지 않으면서도 '상상 속 주인공과 현실 속 나는 다르다'는 것만 때때로 상기하면 될 일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다만 글을 쓰면서 관계 속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체로 거른다면, '엄마'라는 단어가 가장 마지막에 남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모든 문장의 주어는 엄마다. ... 엄마가 겪은 사실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도 엄마를 이루고, 엄마가 느낀 것들도 엄마를 이룬다. 그 전부가 엄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더 늦기 전에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걷길 바란다는 말은, 나의 엄마 그리고 아빠를 떠올리게 했다. 아직 다 마치지 않은 숙제가 있지 않냐고 물어오는 듯했다.

 

 

 

 

 

 

s******2 2019.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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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록장 구백십삼번째.- 엄마의 골목
"도서기록장 구백십삼번째.- 엄마의 골목" 내용보기
이별은 사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때의 사랑을 후회하고 그때의 분노를 경멸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비교한다면, 당신은 그저 청춘을 낭비한 것이 된다. 왜, 당신이 만인에게 그렇게 잘 떠벌렸듯이 말이다. 그리고 청춘의 낭비는 죄다.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서 벌 받는다. 그렇게나 그 사람이 밉다면, 아니 너무 사랑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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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사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난다 해도 그때의 사랑을 후회하고 그때의 분노를 경멸하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을 비교한다면, 당신은 그저 청춘을 낭비한 것이 된다. 왜, 당신이 만인에게 그렇게 잘 떠벌렸듯이 말이다. 그리고 청춘의 낭비는 죄다. 죄를 지으면 지옥에 가서 벌 받는다. 그렇게나 그 사람이 밉다면, 아니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그 상실감이 배가 된다면, 차라리 바다를 보고 하모니카를 불어라. 바이올린을 켜라. 목청껏 노래를 불러라. 기분이 풀릴 때까지 그 바다를 가라. 그리고 당신이 감히 버리거나 태울 수 없었던 그 추억의 물품을 버려라. 당신은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걸 잊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추억의 물품을 버려도 추억은 살아 있다. 그 골목에. 그리고 생각날 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라. 그걸 가슴 속 깊이 묻어버릴 수 있는 사람에게. 혹은 완곡하게 세상에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나는 당신이 점점 나빠지는 걸 도저히 볼 수 없어서 당신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살다보면 기적같이 만날 수 있는 날이 한 번 정도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걸 명심해라.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변화하지 않은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어머니가 가난한 집안의 여성으로서 학교를 1년 쉬는 등 갖가지 이중차별을 겪었다면, 화자는 군대에서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이른 나이부터 마음에 간접적인 상처를 입었다.

 이것도 또한 페미니즘적인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아이라는 망막이 씌일 뿐, 엄마로 된다고 해서 딱히 벌레나 괴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이야기인 만큼, 여성의 본성을 최대한 발휘한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시바삐 세상에서 전쟁을 없애야 군인들의 긴장감도 없어지고, 시스템도 파괴할 수 있다. 잘못된 군대 시스템이야기는 결코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와 퀄리티가 같지 않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왜 모를까?

 

 

음악은 각각의 사람과 장르를 넘나든다.

 이 책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곡이 거론된다. 102년의 역사가 있는 흑백다방의 현재 주인장이 여성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차는 팔지 않고 연주회를 연다고 한다. 거기서 4월은 너의 거짓말이란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다. 남자주인공이 카오리라는 시한부 인생의 여자아이를 만나서 사랑을 했다. 베토벤 곡을 같이 연주한 순간은 한 번 뿐이었고, 카오리를 잃은 순간 그는 혼신을 쏟아 벚꽃을 피워내듯이 쇼팽을 연주했다. 원작이 만화인 애니는 거기서 끝나지만 난 그 이후의, 벚꽃이 진 이후의 앙상한 나무 코우세이란 남자의 삶이 궁금했다. 이 책에선 그가 죽고 그녀가 오래 살아남았다. 이 애니메이션에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카오리가 석양과 젊음에 반짝반짝 빛난다. 이 책에선 주인공인 아들이 뛰어내린다. 이 책에선 남자는 죽고 여자는 살아남았다. 꽃이 없어도 기억이 살아남고 담벼락이 헐렸어도 그 안의 집이 보이는 이 책은 사건이 없어도 잔잔하고 아름다웠다. 

 

 

애초부터 진해에 놀러가고 싶었고 그 곳의 명소를 찾기 위해서 이 책을 집었다. 김탁환 씨와 페친으로 지내고 있지만 그의 저서는 99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를 도서관에서 잠깐 쓱 훑어본 게 전부다. 요새 페친들이 써낸 책들을 보는 데 재미 붙였는데, 홍보도 많고 겸사겸사해서 책을 샀다. 그런데 거짓말이다라는 소설을 여기 안에서 그렇게 홍보하시더라. 꽤 힘들게 쓰신 거 같은데, 볼까말까 망설여진다. 왠지 그 책을 보려고 결심하면 목격자들도, 걸어본다 시리즈도, 민쟁 님의 시도 결국 다 보게 될 것 같다. 끝없이 이야기를 보게 되는 건가. 

 

 어쨌던 진해로 출발하기 전에 이 책을 다 보게 되어서 다행이다. 저자의 동생이 설계했다는 표지 속 지도를 손에 들고 내일 새벽 포항가는 버스를 탄다. 어머니랑 같이 사진을 찍으려 한다.

 P.S 세월호 관련 소설로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도 나왔다고 한다. 3권째라고 하신다. 시리즈가 더 나올지 기대중.

v*******5 2017.03.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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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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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굳이 장르를 고르자면 그리 되겠지만 여전히 나는 이 글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처음에는 ‘진해’라는 단어에 혹해 일종의 여행기가 아닐까 싶었다. 엄마와 아들은 진해 구석구석을 걸었고, 자신들이 걸은 골목의 모습을 두 눈에 똑똑히 담았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저자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야기 하나 가득 담긴 것은 엄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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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굳이 장르를 고르자면 그리 되겠지만 여전히 나는 이 글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처음에는 진해라는 단어에 혹해 일종의 여행기가 아닐까 싶었다. 엄마와 아들은 진해 구석구석을 걸었고, 자신들이 걸은 골목의 모습을 두 눈에 똑똑히 담았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해 저자는 말을 아꼈다. 대신 이야기 하나 가득 담긴 것은 엄마와의 대화였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게 부모다. 하지만 저자의 아버지는 무엇이 그리도 급했던지 그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 이후 긴긴 세월을 엄마는 혼자 진해에서 살았다. 더 늦기 전에 엄마의 삶을 기록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도달했다. 많은 이들이 부모를 여읜 후에야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걸 고려한다면 그는 운이 좋았다. 고령의 연세, 하지만 아직까지는 거동에 별 무리가 없었으니까. 걷기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넘어져 허리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은 엄마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될 뻔도 했다. 그러나 아들보다도 엄마의 의지가 강했다. 한때 남편과 걸었고, 오래도록 홀로 걸었던 그 길을 아들과 함께 걷기 위해 엄마는 힘을 냈다. 그렇게 이 책은 탄생했다.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유명 여행지를 기대했다면 이번 독서는 한없이 지루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저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을, 어쩌면 없었을 이야기들이 술술 흘러 나왔다. 딱 그 골목에서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에게 엄마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였을까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법대나 상대 등 세상에서 큰소리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직업과 연관된 학과로의 진학을 부추길 때도 엄마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뜬금없어 보이는 아들의 선택 앞에서도 그녀에게선 반대의 말이 터져 나오질 않았다. 대신 그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고, 그가 무엇을 하건 기다려줬다. 남편의 이른 떠남으로부터 아들 또한 언젠가는 자신을 떠날 존재임에 눈을 떴던 게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없어서, 어머니가 반대치 않아서 그는 소설가가 됐다. 무덤덤한 엄마는 그가 쓴 작품들을 무척이나 자주 반복해 읽은 듯했다. 새 책이 나온다고 부산스레 굴진 않았다. 그러나 아들과 함께 걸으며 캐어 묻는 말에선 아들의 작품을 속속들이 꿰고 있음이 느껴졌다. 미지지근한 척 굴었지만 실상은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의 엄마는 그런 분이셨다. 무심함을 가장한 채 존재하는 모든 사진을 태워버렸지만 실상은 혼자 된 이후로 남편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 없어서 그랬던 인물, 크고 작은 원을 그려가면서 흘러 가는 시간을 그 안에 잡아 보려 들었던 인물. 그런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길이 어찌 아니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자신도 직접 살아낸 지난 날이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옛일들은 무척이나 향기로웠을 것이다.

 

중간에 저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연달아 책을 냈다. 엄마와 함께 걷는 자식의 입장에서 자식을 잃은 엄마들을 만나며 그가 느껴야 했을 감정을 상상해 본다.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뜬다. 모든 이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혼자가 된다. 그렇지만 비극적인 헤어짐이 발생하리라고 예측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바라보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유한하다고는 하나 보다 삶에 충실할 것을 요구 받으며 사는 존재다. 삶에 취해 살다가 내게 주어진, 혹은 엄마에게 주어진 삶이 다 했음을 순간 나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 더 늦기 전에, 함께 걸어야겠다

이달의 사락 q*****2 2017.07.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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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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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다. 나를 설레게 하고 걷고 싶게 만들고 두근거려 잠못들게 만드는 단어이다. 어찌하여 이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번 손에 든 책은 막힘없이 읽혔다. 다 읽고난 느낌은 우선 작가가 부러웠다. 더 늦기전에 엄마와 함께 걷고 싶었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경치를 바라보고 그 느낌을 작가가 제일 잘하는 글로 옮기고 이렇게 활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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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다. 나를 설레게 하고 걷고 싶게 만들고 두근거려 잠못들게 만드는 단어이다. 어찌하여 이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번 손에 든 책은 막힘없이 읽혔다.

다 읽고난 느낌은 우선 작가가 부러웠다. 더 늦기전에 엄마와 함께 걷고 싶었던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경치를 바라보고 그 느낌을 작가가 제일 잘하는 글로 옮기고 이렇게 활자로 만들어져 미래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엄마의 골목에서 엄마의 의미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속에 있는 그런 기분이라고 썼다. 더 가까운 느낌. 골목을 거닐면서 나누는 엄마와 아들의 진솔한 대화들. 아~ 부럽다.

또한 한도시에서 한평생을 산다는 건 행운이라고 한다. 이는 또한 그렇게 3대를 아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말한다. 이책도 3대가 모두 볼만한 책이 됐으면 바라기도 한다. 또 부럽다.

골목에 스며든 엄마이야기, 본인이야기, 엄마와 함께 골목을 오가며 나눈 이야기를 담은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진 않겠지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저마다의 골목을 엄마와 함께 걷는 독자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더 늦기전에. 나는 늦어버렸다. 하지만 나의 딸,아들과는 더 늦기전에 나의 골목들을 거닐어보고 싶다. 그때 내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나의 이야기가 튀어나오면 딸,아들에게 들려주고싶다. 자꾸만 골목이 사라져 서글퍼진다.

i******g 2021.07.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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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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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골목, 나의 예상을 벗어난 전개에 어떤면에선 당황스러웠습니다. 진해을 전혀 모르는 내게는, 집중하며 보기가 어려웠습니다.(내겐,좀 산만했다고 해야할 지...) 예를 들어 흑백다방 골목 이라면, 간단한 다방 골목지도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알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름 내용을 정리해 보면, - 탑산길 : 탑 꼭대기 정상에 서면 진해 시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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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골목, 나의 예상을 벗어난 전개에 어떤면에선 당황스러웠습니다. 진해을 전혀 모르는 내게는, 집중하며 보기가 어려웠습니다.(내겐,좀 산만했다고 해야할 지...)

 예를 들어 흑백다방 골목 이라면, 간단한 다방 골목지도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갔으면 알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나름 내용을 정리해 보면,

- 탑산길 : 탑 꼭대기 정상에 서면 진해 시내는 물론, 앞바다까지 보이는 탑산.

- 철길 : 엄마가 진해여중,여고 시절 자주 걷던 길

- 여좌동길(양어장길) – 학창시절 소풍 다녔던 길, 어른이 된 후에도 자주 나들이 갔던 길로, 벚나무가 즐비한 850m길.

- 흑백다방 부근 산책길: 1년내내 클래식 음악이 끊어지지 않는 공간, 55년에 문을 연, 진해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찻집. 현재는 영업을 멈추고, 대신 주말마다 연주회,공연등 각종 문화행사가 열린다.

- 가덕도 천가국민학교 : 1963년 엄마나이 22살에 교사로 부임.  진해 용원부두에서 나룻배를 타고 가덕도 눌차를 거쳐 학교까지 가는 길은 좁고 거칠고 싱그럽고 짭조름….그당시, 학생들 거의가 부스럼에 약을 바르고, 함께 밥 지어먹고, 애들하고 바닷가에서 놀고~~

 

- 안민고개 : 엄마가 5살 때 외증조할머니와 손잡고 걷던 길. 

- 장옥거리에서 산책, 1층은 가게, 2층은 가정집으로 꾸려진 주상복합건물로 이루어진 거리. 60년대에만 해도 진해 곳곳에 있던 풍경이어서, 엄마에겐 익숙한 풍경.

- 백석의 마산길 : 시인 백석은 1936년 통영에 사는 난이란 여자를 만나기 위해, 마산역에서 내려 구마산 선창까지 걸어서 통영행 배를 탔다역이 있던 육호광장에서 구 선창가까지는 완만한 길.(구 선창가는 매립) ---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백석의 통영2 내용중 `내 사람을 생각한다`

k****6 2017.06.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