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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론 - 나를 사랑하고 존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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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셀프-헬프"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속담 중에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란 말이 다 있을 정도인데, 이 문장은 self-help가 무슨 의미를 담는지 거의 남김 없이 해명해 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실 저는, help란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란 뜻에서, 말을 저렇게 만들면 우스꽝스러운 자체 모순이라고 생각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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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에서 "셀프-헬프"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속담 중에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란 말이 다 있을 정도인데, 이 문장은 self-help가 무슨 의미를 담는지 거의 남김 없이 해명해 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실 저는, help란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란 뜻에서, 말을 저렇게 만들면 우스꽝스러운 자체 모순이라고 생각했고 그 느낌이 지금도 변함 없습니다. 그런데 워낙 조어 역사가 오래된 단어라서 (따라서, 수억 언중이 누백년 동안 사용해 온, 확고한 쓰임새를 가진 예라서) 이런 건 개인이 이의를 제기한다는 게 아주 우스울 뿐입니다. 아마도, 뭔가 라임도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정말 "타인의 헬프가 필요한 상황"에 임박해서도 일단은 자구책(한자어의 자구책은 형성 구조가 모순됨 없이 타당합니다)을 마련하라는 "실용적" 의미가 이 단어를 널리 쓰이게 돕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합니다.

전에 다른 책 리뷰를 쓸 때 잠시 언급한 적 있습니다만, 새뮤얼 스마일즈의 (거의) 모든 저작은, 대략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예스24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 멋진 하드커버판으로, 그 중에서도 OO세OO 같은 출판사에서 대대적인 판촉도 벌이기도 한 책입니다. 너무 잘 알려진 고전도 저렇게 멋진 장정을 입히면 신간이나 접하는 듯 사람을 혹하게 하는구나 싶었고, 게다가 당시는 도정제가 전혀 도입되지 않던 시절이라(신구간 18개월 제한도 없었죠) 제시된 엄청난 할인가 때문에 돈 주고 사는 게 이익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키곤 했습니다. 책은 그야말로 가치지향적 "상품"인데, 내용은 둘째치고 외관에 홀려 충동구매를 할 수도 있다는 점,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아주 실감나는 예였죠.

이 책도 장정이 멋지고요. 그 전에 새뮤얼 스마일즈라는 자계서 저술의 아버지 같은 권위 있는 인물의 책이라 일단 신뢰가 가죠. 특이한 건 쓰지 슈이치라는 의사가 일어로 번역한 저본을, 다시 한국어로 중역했다는 점입니다. 이분 성함은 辻秀一라고 씁니다(이 책 중에 나옵니다). 어떤 웹페이지에는 간혹 什秀一이라고 잘못 쓴 표기도 보이는데, 그 한자로 찾으면 (당연하지만) 이분의 인적 사항이나 다른 정보가 전혀 검색 안 되므로 정확히 알아야겠습니다.



이 책은 편역본이라서 모두 여섯 개 파트로 역자가 내용을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원저는 그렇지 않으나, 여기서는 리스펙트, 빌리브, 트레인(단련), 임프루브(연마), 인스파이어(고무), 컬티베이트(성장), 이런 식으로 역자 쓰지 선생의 관점을 반영한 편성을 취합니다. 이런 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할 독자도 있겠지만, 쓰지 선생 역시 일본에서 이름 난 자계서 저자이자 동기부여 강사이므로, 그의 관점이 반영된 체계, 그리고 번역(재해석)이라 생각하고, 두 명의 저자를 함께 만난다는 느낌으로 읽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저는 잘 알려져 있듯 어떤 특정 덕목을 중심으로 챕터들이 서술된 체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화제를 하나 제시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사례가 흥미롭게 저자(새뮤얼 스마일즈)의 관점에서 요약, 제기되며 이런 귀납적 논법을 통해 독자가 자연스레 어떤 감흥, 자각을 받게끔 유도하는 식이죠. 그런데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대륙(프랑스, 독일 등)의 방법론이랄까 사고체계를 더 우선적으로 수용했으며, 이 때문에 구체적 사례가 아무리 많아도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가 뭔데?" 같은 근본 질문에 먼저 답하며 대전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고가 잘 진척되지 않는 게 허다합니다. 아마 우리도 이런 연역적 편제가 더 익숙한 교육 과정을 청소년기에 밟은 터라(그래서 학부 진학한 후 영미식 교과서를 보면 웬 잡설이 이렇게 많냐며 짜증을 내는 이들도 많고, 케이스 스터디 자체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면 미국 유학 가서 크게 고생하죠), 차라리 자계서는 (어차피 결론 얻고 명제화해서 다지자고 읽는 것) 이런 식으로 재편성해서 곁가지는 추려 내고(사실 스마일즈의 이 책도 나온지 백 오십년이 훌쩍 넘은 책이라서, 지금 보면 시대감각에 뒤떨어진 구조가 많이 보입니다), 보다 날씬하고 세련된 화법으로 독자와 만나는 게 더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내용이 한눈에 더 잘 들어오고, 이 책에서 샘 스마일즈의 결론, 요체가 뭔지는 저런 여섯 명제로 확실하게 요약이 되는 것 같더군요. 역자는 "너무 당연한 내용이라 생각되겠지만..." 같은 걱정(?)을 하시는데, 1) 앞서 말했듯 보다 두서없이 여러 범위를 커버하는 원저를 두고, 저런 여섯 명제로 요약을 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기여입니다(번역 이전에). 2) 자계서에서 무슨 새로운 내용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자꾸 내면화, 체질화해서 사람이 바뀌는 게 목표이지, 그런 책에 무슨 말 한 마디로 발견, 요약되는 진리가 있을 수 없죠. 그래서 자계서의 일차 기능은 동기부여이며, 궁극의 목표는 "독자가 바뀌는 것"입니다. 이 책이 이처럼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장르에 어울리지도 않게 "고전" 평가까지 듣는 건, 그만큼 인류 역사와 문명의 발전에 공헌한 바가 실존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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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7 2017.06.0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