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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인간을 넘어뜨렸다. 죽음이 인간의 존엄을 훔쳤다. 죽은 사람은 머리칼이 흐트러지든 말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죽은 여자는 자신이 슬립이 보이든 말든 걱정하지않았다. 죽음이 야기한 그 자세는 인간을 살덩어리로 단순화했다....한때 체온이 느껴졌던 것을 보고 있지나 카렐라는 격한 슬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p.9
펠프스가 사장인 주류판매점에 강도가 들었고 직원인 애니가 살해당한다. 그 많던, 비싸고 싸던 술병들을 박살이 난 상태이다. 형사들은 애니의 주변인물부터 그녀에 대해 듣는다. 머리는 나쁘지만 착하고 책임감있는 딸, 어린 딸을 사랑하는 다정한 엄마, 재치만큼에 거품이 터지듯 매력을 발산한 여자, 장애를 가진 이에게 다정했던 여자, 짧은 치마를 입고 당구를 치러와 모든 남자들의 주목을 끌었던 여자. 사장의 내연녀.애니는 각기 다른 사람에게 각기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87분서엔 하나가 가고 하나가 온다. 카렐라를 살려내라고 해서 살려냈더니 이제는 영웅을 만들라고 한다면서, 작가의 글에 투정이 올라왔다. 결혼했기 때문에 카렐라는 패스 하고 이제 등장한 것은 고급주택가 등을 담당해서 강력사건을 다뤄보지도 않은 코튼 호스 형사. 187cm에 걸맞은 체격, 관자놀이에 칼을 맞고 거기만 백발이 난 빨간머리, 잘생긴듯하나 어딘다 거물이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등장에 대한 기대는 그의 TPO에 관계없는 예의바름에 빵터지게 만든다.
형사들끼리 서로 갈구면서 서로 사이를 확인하면서 하는 대사들, 얼핏드러나는 뇌물경찰의 자취 등 유머와 비터함이 섞여있지만, 그 사이로 87분서는 사건을 해결한다.
...듣고 관찰하고 기억하고 심사숙고한 다음에 필요한 행동에 착수하는 것이다...p,30
p.s: 에드 맥베인 (Ed McBain)
- 87분서 (87th precinct) 시리즈 Cop Hater (1956) 경관혐오, 경관혐오자 <87분서> 시리즈가 계속 나오길 바라며.... The Mugger (1956) 노상강도 경찰물 시리즈 중에 제일 재미있는듯 (87분서 #2) Give the Boys a Great Big Hand (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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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실에 앉아있는 여인은 쉰네살이었습니다. 아마 젊었을 적에는 그녀의 딸처럼 붉은 머리였을 터였습니다. 여인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이었습니다. 마스카라를 뭉개며 흘러내린 눈물이 이제는 짙은 화장을 허물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버트 클링 형사가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신참 형사였기에, 아직 조의를 표하는 등 재치있는 기술을 발휘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사내였습니다.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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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선택> 단권. 에드 멕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중 하나다. <경찰혐오자>, <살의의 쐐기>, <사기꾼>까지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하며 읽었다. 87분서 시리즈는 어떤 걸 집어도 평타 이상은 치는 것 같다. 87분서 시리즈를 집필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경찰혐오자>-<노상강도>-<마약밀매인>-<사기꾼>-<살인자의 선택>-<살인자의 보수>-<레이디킬러>-<살의의 쐐기>-<킹의 몸값>-<10+1>-<조각맞추기> 순서로 읽으면 되는 듯 하다. 나는 이 순서를 제멋대로 읽는 편인데, 이번에는 <사기꾼>에 이어 어째저째 바로 <살인자의 선택>을 집었다. 87분서 시리즈는 각 시리즈마다 주연으로 나서는 형사가 다르다. 이번 <살인자의 선택>의 경우는 신참 버트 클링 형사와 전근 온 코튼 호스 형사가 활약한다. 에드 맥베인의 책 제목은 심하게 간단하지만 다 읽고 나서 "아 이런 뜻으로 지어진 제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그리고 처음에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의 연결고리를 형사들이 잡아가는 과정도 좋다. 초반은 좀 밍숭맹숭하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가 붙는 전개 덕분에 이번 책도 즐겁게 읽었다. 주류 판매점에서 직원 애나가 총에 맞아 사망한다. 87분서의 형사들은 이 사건을 수사하고 애나의 주변인물들은 그녀를 각기 다르게 설명한다. 한편 87분서의 형사들이 애나 사건에 집중하는 동안, 현직 경찰이 사망하는 사건은 전근 온 코튼 호스 형사가 맡게 되는데... 코튼 호스 형사가 서툴게 일하는 모습이 답답하면서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서툰 형사에게 정이 들 것 같았다. 87분서 시리즈는 길게 이어지니, 이 형사가 베테랑처럼 활약하는 모습도 한 번 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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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60년대가 배경이니 그 당시로서는굉장히 현실적인 수사가 아닌가 싶어요 1950-60년대가 배경이니 그 당시로서는굉장히 현실적인 수사가 아닌가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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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에드 맥베인의 <사기꾼>을 읽으려다 배송이 늦는다는 말을 듣고 이 책 <살인자의 선택>으로 바꿨다. 둘 모두 87분서 시리즈 중 하나로 가공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에드 맥베인은 애초에 이 시리즈를 '집합적 영웅'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구상했다고 한다. 요즘에야 한두번쯤은 들어본 얘기일테지만 그 당시에는 신선하고 독창적인 구성이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해주면, 87분서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리즈 내내 고정된 배역을 맡는 게 아니다. 한 작품에서 주도적 수사를 맡았던 형사는 다음 작품에선 또 다른 인물에게 주역을 넘겨 주고 한 발 물러선다. 그렇게 돌아가며 모든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 자신의 매력과 능력을 뽐내는 시리즈. 지금 들어도 그렇게 진부한 설정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의 의도대로 됐더라면. 이 책을 읽자마자 나는 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하나를 깨우쳤다. 쓰여진지 오래된 범죄 소설은 읽지 말라는 것. 시대가 너무 동떨어지면 등장인물들의 수사 방법에 한숨이 나오기 시작한다. 스마트폰도 이메일로 인터넷도 없는 시대의 범죄 수사. 심문이나 추리 방법에라도 집중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그런 재미를 선사하지도 않는다. 굉장히 하드보일드한(건조한), TV 시리즈를(그냥 흘러가는) 보는 것 같다. 사건은 어느새 스르륵 해결돼 있고 그 와중에 우리의 형사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의심이 든다. 범인을 찾는 과정은 너무나 간단하다. 259페이지. 출근 기차 안에서 가벼운 페이퍼백으로 읽을 법한 소설. 이런걸 보면 미국의 출판업은 타겟 유저의 설정에서부터 그들이 책을 읽는 환경까지 세심히 고려하는 것 같다. 분량은 적어야 해요. 한 시간 반, 길어도 두 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게. 머리를 싸매고 플롯을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읽다가 깜빡 졸아도 연결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엔 이미 페이지는 바닥이 나 있고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신문 가판대에서 이 책의 또 다른 시리즈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어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편집자와 작가 사이에 벌어지는 날카로운 신경전들을 목격하게 되는데, 진짜로 어마어마한가 보다. <살인자의 선택>에는 이와 관련하여 에드 맥베인이 남긴 인상적인 저자의 말이 있다. 물론 상당부분 농담이 섞여 있겠지만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몇 페이지를 알뜰히 활용해 "부패하고 열의 없으며 탐욕스러운 담당 편집자들"에 대해 얘기해준다. 앞서 말했다 시피 이 시리즈엔 정해진 주인공이 없었다. 그러나 편집자들은 에드를 "지하 감방으로 데리고 가 쇠고랑을 채운 다음 공중에 매달아 썩은 물과 구더기가 들끓는 빵만 먹였고" 그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들이 원하는대로 스티브 카렐라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그는 우주 대스타가 됐다. 덤으로 그의 아내까지. 그 작품의 성공으로 한껏 고무된 작가는 편집자들의 부름을 받아 출판사를 찾는다. 이제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에드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들의 콧대를 충분히 세워줬으니까. 이쯤되면 계약의 충실한 이행자로서 작가의 권리를 더 보장받아야 마땅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무실에서 그가 들은 얘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스티브 카렐라는 당신의 영웅이 될 수 없어요." "뭐요?" 에드가 말했다. "당신의. 영웅이. 될. 수. 없다고요." "이유가 뭡니까?" "어쨌든 안 돼요." 에드는 가늘게 눈을 뜬 채 알을 밴 살모사보다도 교활한 편집자들의 입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를 영웅으로 만들라고 한 건 바로 당신들..." "우리가 잘못 생각했어요." "좋습니다. 그럼 이전 방식으로 돌아갑시다. 기억하시죠? 모두가 영웅이 되는..." "우리는 단 한명의 영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스티브 카렐라를 주인공으로 만든 것 아닙니까?" "그는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뭐라고요?" "매력적이지 않다고요. 그는 유부남이니까요." "오!" 그리하여 에드는 편집자들의 요구대로 "확실한 미혼에 여자들을 홀릴만큼 잘 생긴 영웅을 창조" 해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는 이 치욕적 결정에 소소한 반항을 감행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직접 책을 읽어 확인하시길. 이 시리즈가 애초에 작가의 의도대로 기획됐다면 더 재미있었을까? 만약에 대한 질문은 늘 허무한 대답을 들려줄 뿐이다. 어떻게 기획됐다한들 사실 한국의 독자들이 딱히 매력을 느끼진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장기로 보이는 대사의 리듬감과 유머가 번역본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나의 판단은 냉혹할 수 밖에 없다. <살인자의 선택>은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저자의 말'이 더 재미있는 독특한 책이다. <사기꾼>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인데, 기회가 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