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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서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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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필드는 전방위적인 글을 쓰는 작가다. 지도에 대해서 썼다가(『지도 위의 인문학』), 시간에 대해서 썼다가(『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편지의 역사에 대해서도 썼다(『투 더 레터』). 번역된 것 말고도, 철도와 기차 여행에 대한 책, 화학과 색체에 대한 책, 프로레슬링에 대한 책도 썼다고 약력에 소개되어 있다. 관심거리의 다양함도 놀랍고, 그걸 한 권의 책으로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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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필드는 전방위적인 글을 쓰는 작가다. 지도에 대해서 썼다가(『지도 위의 인문학』), 시간에 대해서 썼다가(『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편지의 역사에 대해서도 썼다(『투 더 레터』). 번역된 것 말고도, 철도와 기차 여행에 대한 책, 화학과 색체에 대한 책, 프로레슬링에 대한 책도 썼다고 약력에 소개되어 있다. 관심거리의 다양함도 놀랍고, 그걸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놀랍다.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Just My Type)』는 서체와 활자에 관한 책이다.

 

쿠텐베르크 이후의 서양에서 눈부시게, 혹은 은밀하게 발달하면서 인쇄의 형태로 말과 글을 표현해온 활자와 서체의 역사, 본질적이고도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책이 바로 『당신이 찾는 서체가 없네요(Just My Type)』이다. 우리는 표지판과 책, 신문, 잡지, 인터넷 등의 글자체를 늘 접한다. 그러나 보통의 우리는 그 내용을 읽고,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거나 무시하거나 하지, 그것을 담고 있는 글자체에 대해 그닥 관심을 갖고 보지 않는다. 그 몇 글자를 쓰고, 그것을 사람들이 더 제대로 받아들이게 하게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서체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글자 하나에 꺾임의 정도와 늘어진 길이, 끝을 잘라내는 각도, 점의 모양과 위치 등이 다른 글자들과 이루는 조화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도 하고,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거리와 건물을 점령한 특정 폰트, 예를 들어 헬베티카(Helvetica)나 유니버스(Universe)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기업이나 단체가 기업명을 비롯하여 설명서 등의 폰트를 바꿀 때 얼마나 신중하고,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사실 비록 영문 알파벳 서체에 대해서만 다루지만 서체의 세계가 이렇게 깊은지, 다양한지, 그리고 황홀한 지 처음 알았다. 나는 평소에 영문 논문을 쓸 때는 ‘타임즈 뉴 로만(Times New Roman)’체를, 강의나 학회 발표용으로는 거의 ‘에어리얼(Arial)’체를 거의 습관적으로 쓴다. 다른 글자체(주로 폰트font라 한다)를 써봤다가도 금새 돌아오곤 한다. 그게 습관이기도 하지만, 서체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내용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주되어, 내용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글씨체에 대해서 나름대로 민감하다고 생각하고, 좋은 글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은 애를 써왔는데, 정작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문서와 슬라이드에는 그렇게 무신경했다는 것도 스스로 느끼게 된다.

 

내가 찾는, 꼭 맞는 서체는 없지만, 나를 움직이려는 서체는 너무도 많고, 우리는 선택하거나 선택 당한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글자체, 즉, 서체, 폰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예전보다 더 글자에 묻혀 살게 되고 있다. 더 짧은 글의 영향을 받게 되고, 그건 그 짧은 문장, 혹은 단어의 인상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바로 글자가 가지는 느낌이 갖는 중요성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어떤 글자를 보고 바로 그게 무슨 글자체인지 알 수 있는 능력까지는 생기지 않았지만, 저런 글자체를 쓴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마음가짐은 생겼다. 이 책의 서체가 내게 준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18.05.21.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