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잊을 만 하면 뒤적이게 되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물론 그 때마다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다보니 결국 매번 다 읽어버리게 되는 불상사를 초래하는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은 [털없는 원숭이]보다는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풍자성같은 건 없고 말그대로 사람을 찬찬히 보면서 인간의 신체언어에 대해 쓴 책이니까. 인간은 말을 안하면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이 드러나지 않으리라 착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독심술이란 있지도 않은 초능력자들의 전유물이 아닌 거다! 인간은 온몸이 전부 '날 읽으슈'하는 텍스트가 된다. 대학교 1학년 때 도서관에서 처음 읽고선, 지나가는 사람들 무리를 유심히 쳐다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의 자세바꾸기를 발견하거나 하며 흐뭇해했었던 기억이 난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으로 말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체언어는 누구나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남의 언어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표현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좀 노는 풍으로 차려입은 3명의 남고생들을 본적이 있었다. 바로 옆에 서있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가고 있었는데 조금 느낌이 이상해서 잘 봤더니 애들이 웬 제스쳐를 너무 심하게 쓰면서 얘길 하는 것이었다. 휙휙 옷깃 소리가 날 정도로... 자세히 보니까 그들은 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 수화를 쓰는 청각장애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잘나가는 스타일로 옷입은 품새나 얼굴 표정이나 심각하게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이나, 모두가 일반적인 그나이 고등학생들과 다를 게 없었다. 얼마나 떠들어대는지 셋이 서로 상대가 수화로 얘기하고 있으면 또 탁 치면서 말을 막고 자기얘기를 또 막 열심히 하는데 어찌나 귀여웠는지^^; 아마 인간의 성대가 현재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면, 모두 수화를 썼을 것이고 그 수준이 음성언어보다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체언어는 음성언어에 비교도 못할만큼 관심을 못받고 있지만, 우리의 손과 얼굴표정은 우리의 목소리 못지 않게 다양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음성언어를 쓰지 못하는 청각장애자들은 이 표현력을 극대화해서 의사소통에 아무 무리가 없을 정도로 추상화시킬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은 청각장애자들의 수화같은, 일부 고도로 추상화된 몸짓언어를 구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린 모두 몸으로 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다. 대부분 구체적이고 모방에 가까운 초보적인 표현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말 사이의 추임새인 '맞아, 맞아' 또는 '치~' '이씨~'이런 식의 감정적인 외마디 말은 누구나 몸으로도 표현하는 것이다. 그 자세한 용례와 해설은 내용별로 분류해서 이 책이 자세하게도 설명해주고 있다. 그 중 몇가지는 인간이 유인원의 한 종일 뿐이라는 생각을 강화시켜준다. 즉 동물과 별다를 게 없는 본능적 신호표현이 여러가지 나오는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얼마나 이상한 기분이 몰아치던지. 새로운 걸 알게된 기쁨과 인간이라는 자부심의 상처를 입은 불쾌함이 섞여 정말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또 유물론자로서의 내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에 하나를 추가하는 섭섭한(?) 만족감에 입맛이 쓰기도 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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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는가? 이런 물음을 받으면 우리는 얼마나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가끔 상식 문제라던가, 특이한 것에 대한 퀴즈로 나오는 것을 접할 뿐 진지하게 접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 준다. 눈동자의 움직임에서부터 전부... 그리고 인간 행동에 따른 인종간의 다른 점과 그들의 동작을 통해 생각들도 알 수 있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모 방송국의 프로에서 사람의 눈동자가 왼쪽으로 치켜 올라가면 어떤 생각을,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라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흥미롭게만 봤는데 이 책을 보니 그것은 모두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행동 코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의미 있는 몸짓으로 보였고 저절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행동을 통해 인간을 돌아보게 하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동물학적인 접근이지만 그것을 통해 인간에게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아주 흥미롭고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한번쯤은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맨-워처(man watcher, 인간 관찰자)는 버드-워처(조류 관찰자)가 새를 관찰하듯이 인간을 관찰한다. 그러나 맨-워처는 인간 행동의 연구가이지, 성적(性的)으로 엿보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는 초로의 신사가 친구에게 손 흔드는 동작조차도 젊은 여성이 다리를 꼬고 앉는 모습과 마찬가지로 몹시 호기심을 가지고 본다. 맨-워처는 인간의 동작을 현장에서 관찰한다. 그러나 그에게 현장이란 정류장, 슈퍼마켓, 공항, 길거리, 파티 석상, 축구 경기장과 같은 온갖 장소이며, 그는 사람이 행동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인간에 대해서, 곧 자기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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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가 수상대에 올라가서 상을 받은 다음 부상으로 샴페인병을 받는다. 그리고 샴페인병을 세차게 흔들고 나서 병마개를 딴다. 병 내부의 압력에 의해 길게 거품이 생긴 술이 군중의 머리위로 뿜어져 나온다. 이는 놀랄 정도로 극명하게 남자의 사정을 상징한다.” 자동차경주 세계에서 성행하고 있는 새로운 승리의 표현방법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자세나 방법으로 기고 걷고 달린다. 이러한 행동은 많은 정보를 전해준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행동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각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사인들은 대부분 몇백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역사와 함께 존속되어 온 것뿐이다. 유아신호는 울음, 미소, 웃음으로 매력을 강화하여 부모가 아이들을 보살피게 하는 데 전념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갓난아기가 내보내는 타고난 신호는 그 어느 것이나 거스르기 어려울 정도로 귀여우며, 그것은 분명 자기의 생존의 기회를 증가시킨다. 혀를 내미는 것은 ‘거부’ 신호의 특별한 형태로서 갓난아기가 음식먹기를 거부할 때 하는 행동이나 우유병을 거절하는 방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포츠 행동도 추적, 달리기, 도약, 투척, 겨냥, 도살 등 현대의 수렵의식의 또다른 형태이다. 경직된 사람이 손가락으로 남을 가리키는 것은 위협하는 표현 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상징적으로 막대기나 짧은 칼의 모형 역할을 한다. 성신호는 배우자를 발견하고 선택하고 흥분시키며 또 배우자와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4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신체적 자기의태는 사람의 신체 일부가 다른 부위의 모방으로 작용할 때 생긴다. 분홍색을 띤 음순은 밖으로 말려있는 분홍색의 입술으로, 반구형의 둔부는 유방을 모방하고 있다. 동작, 제스처, 말의 리듬을 강조하는 동작(바통 신호), 유도사인, 긍정과 부정의 신호, 인사표현, 지위표현, 영역행동, 장벽신호, 위협신호, 신체장벽, 성신호, 휴식행위까지 무려 60여가지 이상의 의사전달 신호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추상적인 사고나 제작 행위에서는 진보했는지 모르지만 충동이나 동작에서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유전적 계승, 자기발견, 사회적 동화, 계획적 훈련 등 4가지 방법으로 획득해온 동작은 우리가 동물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람을 동물로 간주하는 것이 결코 사람에 대한 모욕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영장류에 속하는 하나의 종이며,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 생물일 뿐이다. 다른 어떤 동물처럼 특이한 동물이다. 다만, 인간은 ‘자연의 기형아’이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인간은 평생 60톤 정도의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독특한 섭식행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
| 각 지역의 사용 언어를 나타내는 언어 지도는 쉽사리 완성될 수 있다. 그러나 제스처를 포괄한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해서는 어떤가? 털없는 원숭이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이와같은 기발한 착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행동이란 언어보다도 더 완고한 어떤 것이어서, 언어보다도 더 고정적인 무형의 화석과 같은 것이다. 제스처를 비롯한 인간 동작의 기원은 그에 의해 범주화되고 있지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나뉘어질 수 있다. 동물적 본능으로부터 유래되는 것, 문화생활 속에서 습득되는 것, 역사적으로 오랜 연원을 가지는 것 등이다. 따라서 이런 류의 양식들은 결코 의식적으로 형성된다기보다 무의식적으로 형성되고 학습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흔히 사용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결코 사소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위가 생략되거나 부자연스럽다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교제는 몹시 불쾌하고 불만족스럽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감정의 배려와 원활한 생활의 영위를 위해 이러한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인간관찰은 과학의 분야에서 도외시돼 왔던 영역으로 탁월한 동물학자인 모리스에 의해 그 중요성이 주목되고 있다. 마치 역사학에서 아래로부터의 역사와 미시사가 정치사 중심의 위로부터의 역사를 대체하고 있듯, 모리스의 시도는 인간생활의 사소한 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소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졌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