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6)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38%
  • 리뷰 총점6 12%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우린 참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우린 참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내용보기
누구에게는 친숙할 수 있고 누구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 3개월 후 퇴사 결정, 편도 비행기를 끊어 무작정 싱가포르로 떠나, 현재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라이프를 즐기며 신나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앨리스 전은 오래전 브런치에서 알게 되어, 즐겨찾기에 추가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멀리서 지켜만 봐왔지만 내겐 익숙한 인물이었다.
"우린 참 많이 닮았네요: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내용보기


누구에게는 친숙할 수 있고 누구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 3개월 후 퇴사 결정, 편도 비행기를 끊어 무작정 싱가포르로 떠나, 현재 워라밸(Work & Life Balance) 라이프를 즐기며 신나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는 앨리스 전은 오래전 브런치에서 알게 되어, 즐겨찾기에 추가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멀리서 지켜만 봐왔지만 내겐 익숙한 인물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전혀 다른 삶을 즐기고 개척하고 있던 그녀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고, 그 책이 마침내 내 손에 쥐어졌다.  


브런치는 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공간인 만큼, 해외 취업 성공을 위한 전략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풀어냈기에 싱가포르로 한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앨리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의 경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표면이 속에 있는 핵심은 전 세계를 막론하고 새 출발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관통한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싱가포르의 이야기만 담은 것이 부족하다고 느낄 새 없이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름부터 닮았다. 책 프롤로그에 소개되어 있듯이 영어 이름인 앨리스(Alice)는 앨리스의 모험에서 따왔다. 나 역시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가장 좋은 유학원을 찾기보다, 가장 좋은 영어 이름을 고민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의 바람이 담긴 한글 이름이 지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나의 바람을 넣어 영어 이름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맘대로 호박벌의 약자에서 따와 캐비라는 유일무이한 영어 이름을 지었다. (독특한 스펠링이라 페이스북에 치면 단 한 사람만 검색된다!) 호박벌은 과학적으로 날 수 없는 날개구조를 가졌다. 뭄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호박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일주일에 1700 km를 날아가는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호박벌 스스로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수많은 사람이 날 위한 명목으로 반대했었고, 나 역시 자산의 한계를 규정짓고 싶지 않았고, 호박벌처럼 꿀을 모으기 위해, 꿈을 향해 날아가고 싶은 마음을 영어 이름에 투영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사람들이 불러주는 이름에서 초심을 다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짧지만 미국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앨리스의 이야기들이 새로움보다는 추억을 회상하는 뭉클함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생각보다 특이한 사람이 많은 걸 느낀 에피소드나, 약점에 매몰되기보다는 강점을 강화하라는 매니저의 조언, 힘들다고 넋두리만 풀기보다 쿨함을 유지하는 모습은 잊고 있던 고향의 맛을 찾은 듯' 아 맞아 진짜이랬지'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히 스토리 텔링 강국 미국의 세일즈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미국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나는 여러 재단으로부터 후원기금을 받기 위해 기금작성 (Grant Proposal)부터 수많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했었다. 학생들에게 가상의 돈을 주고 발표를 듣고 얼마를 후원할 건지 정하는 전공 수업이 있었는데 교수님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수치적인 자료를 빼고 너만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넣으라는 조언이다. 똑똑해 보이려고 어려운 말을 쓰고, 신뢰를 주기 위해 어떤 베네핏을 줄 수 있는지를 언급했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나친 동정심 유발 혹은 감정을 호소하는 발표를 하고 싶지 않았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배운 핵심은 우리는 begging (구걸)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방이 시간이나 지식의 제약으로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대신해주는 일이다. 내 발표가 무사히 끝나고 나 역시 주어진 액수를 들고 누구에게 후원할까 고민하며 다른 사람의 발표를 듣는데, 그때 교수님의 말씀을 깨달았다. 복잡한 숫자는 한순간에 잊히지만, 사람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은 쉽게 몰입되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결국, 돈을 움직이게 하는 건 숫자가 아닌 마음을 울리게 하는 이야기였다.


세일즈 트레이닝에서 2주 동안 참여하며 엘리스도 유사한 경험을 했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준비한 팀일수록 따분해지고 집중력을 잃게 되어 클라이언트의 야유를 받았고, 엘리스 역시 바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사실에 투자 금액, 이익 내용 등 실무적인 이야기를 빠르게 설명하여 숫자로 가득한 표를 들이대며 논리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1등 한 건 미국 팀이었다. 


"왜 미국은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여길까요? 그 답은 세일즈에 있어요. 세일즈에서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이야기를 구성해 제품과 서비스를 더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입니다. 미국의 진짜 힘은 할리우드에서 나와요" (pg. 77).


싱가포르 적응을 위해 한국 사람을 최대한 피하고, 한국 회사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엘리스의 결심을 읽을 땐 지난날의 내가 떠올라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한국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내게 '한국 사람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라는 억측까지 돌았다. 때로는 한국말로 그저 수다를 떨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기도 했었다. 100% 차단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의 단호함이 없었더라면 빠르게 언어와 문화를 체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을 느끼기 위해 온 만큼 한국회사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앨리스처럼 나 역시 한국회사는 선택사항에 넣어두지도 않았다. 졸업을 하고 1년간 취업 비자를 받고 취업을 위해 회사를 알아보는 그 시기는 정말 내 인생 중 가장 암울했다. 나를 받아줄 곳이 없어서 결국 한국 언론사에 인터뷰를 봤었고 최종 오퍼를 받았다. 선택은 내 손에 달려있는데 막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민 끝에 '거리가 너무 멀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더니, 차를 제공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거절했다. 내가 미국에 남고 싶은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위해서였다. 어찌 됐던 그 당시 배가 덜 고팠던 건지 이상한 신념과 패기로 가득 차 있었던 건지, 난 더 배고픈 길을 선택했었다. 무급으로 전공과 연관된 NPO(Non Profit Organization)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비자 문제와 심신이 지쳐 패배감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난 한국에 돌아와서 그 순간을 수없이 곱씹으며 후회했었다. 한국에선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관에서 무급으로 인턴을 한 것보다 한국에서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 일한 경험은 한 줄이라도 더 내 이력서를 빛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그 선택이 잘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내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기에) 그 선택이 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런 선택을 내린 의 내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선택을 도저히 내릴 수 없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걸 선택하지 않았을까? 앨리스의 책은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부추기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겐 잊고 있던 열망을 다시 한번 깨워준 책이다.


숨죽이며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에 다 틀리면서도 꿋꿋이 인적성 문제를 풀고 있는 내 모습과 달리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절실한 마음으로 찾아가서 나를 알리고 협상했던 사냥꾼 타입이었던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속삭인다.

"너 그때이랬잖아" 라고.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인터뷰

https://brunch.co.kr/@brunch/95

이 책에 관한 꿀벌의 또 다른 글: 회사에서 들킬까 봐 아찔한 책

 http://blog.yes24.com/document/9613537 

c*****6 2017.05.21. 신고 공감 7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