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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라는 책을 어쩌다 읽어보고,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 쓰는 스타일, 문체...? 하여간 글의 맛에 대해 뭔가 느끼는 바가 있어, 저자를 살짝 검색해보고 이 책을 찾아 손에 잡았다. 꽤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이 책을 읽어가며 저자에 대해 다시금 여러 차례 찾아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글의 맛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사람이다. 각각 맥락은 다르지만, 최근에 글의 맛에 대해 매력을 느끼고 있는 나오미 클라인이나 그 이전에 느꼈던 빌 브라이슨과 같은 뭔가 내 기호에 맞는 작가이다 싶다. 37년에 초판이 발간되었다니, 거의 1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책에서 시대적 거리감을 느낀다면... 2차대전 이후의 현대 예술에 대한, 그를 즐기는 여러 국가의 사람들의 행태들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 하나 뿐이라 하겠다. 살면서 종종 느껴본 점이지만, 20세기 초반 때론 19세기 끄트머리에 살던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정서의 보편성은 지금의 그것과(적어도 20세기 후반에 태어난 내 주변의 그것) 별로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정말, 저자가 설명하는 고대 미술에서부터 근현대까지의 미술, 건축, 조각, 음악 등에 대한 설명은... 어쩌면 이 작가에 의해 정리된 각종 시각들이 대를 이어, 대륙을 넘어 내가 학교와 글들에서 접한 예술비평들의 초안으로 역할을 해서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거의 하나도 낯설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글의 맛이 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건조하지도 않게 작가들이 살아온 배경, 가족사, 그의 정서적 혹은 이념적 특성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비평이라니... 지금 당장 어떠한 작가에 대한 방송을 만들 거나 관련 글을 쓸 때, 이 작가의 글을 인용하더라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다. 참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 같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를 언제 읽어보긴 했었지만, 남는게 거의 없었던 것 같은 기억과 비교해 볼때... 참, 추천할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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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술의 역사 /헨드릭 빌럼 판론/ 이철범/동서문화사/2017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와 더불어 이런 저런 미술책과 미술관 소개 서적들 그리고 근현대 한국미술사 책을 읽기도 하고, 이런 저런 연주회를 직관하다가 미루고 미루던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드디어 읽은 뒤 어쩌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술의 역사라... 참으로 거창하고 담대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이고, 과연 이런 제목에 걸맞는 내용일까 생각했다가 이 책이 동서문화 창업 60주년을 기념해서 출판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얼른 사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이후 통신사 특파원으로 러시아와 유럽에 파견되어 일한 언론인이고 예술 비평가였습니다. 또한 아마추어 미술가이기도 했죠. 이전에도 상당한 수준의 저작들을 출판한 뒤 1937년에 이 책을 출판했는데 거의 85년 쯤 전으로 2차 세계 대전 직전의 긴장감이 드러나는 대목이 가끔 등장한 것 외에는 마치 불과 얼마전에 쓴 책인 것 처럼 자연스럽게 읽혔습니다. 저자와 더불어 역자의 역량에도 감탄하게 되더군요. 첫 부분 부터 무척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역사라는 말에 걸맞게 선사 시대, 이집트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어떤 관점에서 이 당시의 미술을 보고 이해해야 하는지 서양 미술사 책을 보면 딱딱하게 언급되어 있는 주의 사항을 딱 체감할 수 있는 어휘로 조리있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미술, 이른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기술이라기 보다는 종교에 헌신하고 지배자에게 복종하며 또한 문자를 대신하여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과 조각이었던 시대니까요. 무려 760 페이지에 달하는 본문의 시작이 이토록 깔끔하니 책의 제목이 과하지 않다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 시대는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하인리히 슐리만의 이야기부터 고고학이 발달함에 따라 밝혀진 에게해 문명과 그리스 문명 그리고 로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영향과 어쩐지 감이 멀긴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비잔티움 미술과 문명에서 한참 멀어졌지만 결국 정교회의 명맥을 이어간 러시아 미술 그리고 이슬람과 페르시아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슬람 문명에 대해서도 페르시아 문명이 고대와 중세가 다르다는 것도 명확하게 지적하면서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이 지역의 예술에 대해서도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미술품 중에는 조각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건축물도 우리들에게 익숙한데, 아무래도 그 당시의 그림은 쉽게 변질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이은 고딕 양식에서는 좁은 벽면으로 모자이크 에술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각광을 받았고 이후 계란을 섞은 템페라 기법에서 위대한 반에이크 형제에 의해 유화가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회화의 시대가 오게 됩니다. 다소 과장되고 기괴했지만 독특한 매력으로 상당히 각광받은 바로크와 섬세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로코코가 뒤를 잇죠. 음악도 르네상스 이후 해금을 맞아 종교 음악에서 세속 음악이 등장하고 이후에는 세속 음악을 종교 음악이 채용하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게 되며 이후에는 심각하게 듣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 음악이 갈라지게 됩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악기가 개량되면서 점차 기악도 발달하게 되었고 회화나 조각은 질색이었지만 음악만큼은 좋아했던 루터의 영향으로 신교가 확장되었던 독일-오스트리아 지역은 기악음악이 발달하게 됩니다. 저는 루터가 예술에까지 대단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인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제대로 알았고, 루소의 영향력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토록 파괴적이었다는 것도 처음 실감했습니다. 저자는 아시아 미술 즉 인도, 중국, 일본 미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 이는 주로 이들 미술이 서구에 영향을 끼친 부분에 대해서만 한단락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 미술을 이해하려면 이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생각을 이해 해야 하며, 이들이 쓰는 먹과 붓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알기 전에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도 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중국와 일본의 미술은 직접적이고 상세한 표현이 아니라 암시의 미술이지만 결국 서구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양인이 읽기에는 살짝 자존심이 상하는 대목일 수도 있는데, 실제 저자의 말대로 동양 미술은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게 되었죠. 비교적 근대의 예술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건과 더불어 그 시대를 대표하는 미술가와 음악가들을 위주로 섦령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본래 미국판과 영국판이 있는데, 영국판을 번역한 것이라고 하며 미국판은 이 후반부가 좀 더 길고 상세하다고. 혹은 군더더기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요. 그가 살았던 시대와 멀지 않았던 탓인지 제법 신랄하면서도 재치있는 표현들도 많이 등장합니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인품이 너무나 저열한데 그의 음악은 참으로 감탄스러우니 어쩔 수 없이 음악만 듣는다는 그의 말에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의 시대에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심각한 일이었지요. 반면, 저자는 예술계의 오지라퍼들에게 찬사와 애정을 표하고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을 발굴하기 위해 애썼던 멘델스존과 화려하지 않아도 묵직한 매력이 있는 브람스를 후원했던 슈만 부부, 그리고 그 누구보다 모든 음악가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리스트에 대해서. 문학에도 서머셋 몸 같은 오자라퍼들이 있어서 묻힐 뻔한 작품들이 빛을 보기도 했지요. 그야말로 역사를 비롯한 인문학적 지식이 풍무한 예술애호가가 쓴 멋진 책이었습니다. 교과서적인 에술사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문체로 쉽게 설명하고 있지만 미슬사나 음악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아예 없으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예술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소신있게 피력하는 부분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술은 삶이라는 예술에 기여하는 그 목적이 있을 뿐이라면서 예술을 너무 무겁게 대하거나, 어렵게 대하거나 심지어 예술의 노예가 되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넌지시 이야기하는 멋진 신사. 책의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예술의 역사 라기 보다는 서양 예술의 역사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언제고 동양인이 쓰는 예술의 역사 책을 읽어 보고 싶네요. 분명 다른 시각으로 쓸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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