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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읽기, 그중에서도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쾌감 자체와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세상 밖으로 나온 「버티고 시리즈」. 인간의 추악한 욕망,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장르소설의 세상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검은 수첩』은「존 리버스 컬렉션」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존 리버스 컬렉션에 기대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2017년, 셜록 홈스를 잇는 최고의 범죄문학 캐릭터 ‘존 리버스’ 탄생 30주년을 맞아 이언 랜킨의 고향이자 리버스의 활동 무대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리버스페스트(Rebusfest)’가 열린다. 작가와 함께하는 다채로운 행사 및 존 리버스 컬렉션을 기념하는 축제가 에든버러 곳곳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영국에서 매년 팔려나가는 범죄소설 중 무려 1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컬렉션은 작품마다 출간 3개월 만에 5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갈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3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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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는 전화기 앞으로 다가갔다. 수화기를 들었지만 신호음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시 내려놓았다가 귀에 대보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방금 전 남자가 부서뜨릴 듯 내려놓았을 때 고장이 나버린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시간은 벌써 8시 30분이 다 되어 있었다. 아무리 서둘러도 옥스퍼드 테라스까지는 15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는 오늘 일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궁금했다. "술이 간절해 보이는 표정이군." 리버스가 자리로 돌아오자 딕 토런스가 말했다. "그거 알아, 딕?" 리버스가 말했다. "내 인생이 블랙코미디 그 자체야." "그래도 비극보다야 낫잖아, 안 그래?" 리버스는 그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매듭과 십자가>에서 경찰 15년차인 존 리버스는 파탄으로 끝난 결혼 생활으로 엄청난 자기연민에 휩싸여 있었다. <숨바꼭질>에서 경사였던 그는 경위로 진급했고, 연인이었던 질 템플러 경위와 헤어진다. 브라이언 홈스라는 파트너가 첫 등장했었고 그는 리버스의 집에 와 사방에 널린 책들을 보며 리버스가 책벌레였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이빨자국>에서는 어떤 사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에게는 할 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읽어야 할 책도, 기록해야 할 것도 많았다. 그럼에도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밀어 붙인다. <스트립잭>에서는 하원의원의 스캔들과 더불어 책 절도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데, 희귀서적 절도 사건을 책벌레인 리버스가 맡게 된 덕분에 더욱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그는 선과 악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었다. 잔인함이나 욕정 같은 나쁜 생각이 사람을 악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교화된 사상들로 가득 차 있다면, 그리고 그런 상태로 하루 종일 고문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결국에는 사회에서 행해진 행위로만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는 전혀 헤아릴 필요가 없다. 리버스도 끊임없이 샘솟는 암울한 핏빛 상상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는다면. 하지만 행동으로 그 상상을 넘어설 수만 있다면 기분은 무척 좋아질 것이다. 옳은 일을 한 셈이니까.
참 다양한 시리즈에서 활약하는 형사 캐릭터들을 만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존 리버스에게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집에 언제나 책이 사방에 널려 있고, 서점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며, 책을 수집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인 캐릭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언젠가 일주일 휴가를 받게 되면 몰아서 읽으려고 아껴둔 책들만 침대 옆에 쉰 권도 넘게 수북히 쌓여 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인용하고, 도스토옙스키에 심취해있는 형사 캐릭터를 그 어디서 만나볼 수 있겠냔 말이다. 특히나 이번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 중요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이언 랜킨은 시리즈가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자 몇 가지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검은 수첩>이 그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리버스가 활동하는 장소에 실재하는 거리 이름을 붙여 현실성을 더하고, 기존에 등장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시리즈 내내 리버스와 대척점에 서 있게 될 악당 캐퍼티는 이전 <이빨 자국>에서 인상적인 카메오로 등장했다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된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이언 랜킨은 어떤 면에서 악당 캐퍼티가 형사 리버스와 아주 흡사하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빨리 늙어가고 있고,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못마땅해하는 것도 똑같다며, 그들이 꼭 카인과 아벨, 동전의 양면, 혹은 지킬과 하이드같다고 말이다. 물론 리버스는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또 이번 작품에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 쇼반 클락 경장 역시 굉장히 매력적이다. 기존에 리버스에게는 이미 조수가 있었지만, 홈스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던 탓에 이번 작품에서 그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캐릭터로 그녀가 등장하게 된다. 상관을 존경하지만 그가 규칙을 무시할 때는 대놓고 화를 낼 줄도 아는 당돌한 부하 형사야말로 존 리버스와 완벽한 케미를 자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말이다.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작품에서 정확히 22년 후 출간된 존 리버스 컬렉션 스무 번째 작품 <황야의 얌전한 개들>에서는 경위가 된 쇼반 클락의 요청으로 이미 은퇴한 리버스가 킬러의 표적이 된 숙명의 라이벌 빅 제르 캐퍼티를 보호하게 된다고 하니, 벌써 부터 기대가 된다. 물론 그 전에 시리즈 여섯 번째부터 열아홉번째 작품을 모두 거쳐야 만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는 영국에서 매년 팔려나가는 범죄 소설 중 무려 10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의 모든 작품은 출간되고 3개월 만에 5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며, 3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타탄 누아르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국민작가이자 유럽 범죄 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이언 랜킨의 작품들을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했다면, 이번 <검은 수첩>으로 시작해보시길 바란다. 시크하고 냉소적이지만, 인간적인 존 리버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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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모님 덕에 편안하게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용돈벌이라도 할까 싶어 우연히 알게된 커피숖에 알바를 시작했죠, 몇개월 하다보니 번화가인데다가 밤의 환락가에 위치한 곳이니 밤의 문화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때 지하에 있던 커피숖의 사장님께서 1층에 구슬 파칭코를 개업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는 상당히 유행한 합법적 도박장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취미이자 생활도박의 온상지이기도 하죠, 처음 시작하다보니 사장님께서 그쪽 노하우를 전수받기 어려워 부산에서 한동안 파칭코쪽으로 업무를 보셨던 분을 영입하셔서 상무라는 직책을 주고 일을 보게 하셨죠, 참 선하게 생기고 늘 저희 또래와 어울리길 좋아하셔서 그냥 쉽게 생각을 했었는데 대강 짐작하시다시피 부산에서도 유명한 칠성사이다파의 중간보스라고 어느날 이야기하시면서 자신의 삶을 늘어놓으시는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 자신의 삶인 지 아님 지어낸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동안 그분의 역할이나 주변에서 함부러 그 형님에게 말은 놓지 못하는 분위기를 볼때면 그 분의 이야기에 일부 진실이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누구나 겁을 내는 분이셨는데 저와 함께 알바를 하던 친구들은 세상 누구보다 편하게 대하면서 행님, 오빠하면서 반말과 웃으면서 늘 장난치던 그런 사이였죠,
2. 한참 기분좋게 술을 드시곤 우리들이 삶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습니다.. 자신의 과거에는 대학이라는 곳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금 이순간 너희가 누려야할 것을 모두 누리고 살아라면서 조금 과하게 취하신 날이었죠, 좋게 시작한 분위기가 어느순간 그 형님이 던져놓은 말한마디에 쏴아해져버렸습니다.. 사람에게 해를 가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죠, 누군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해본 적이 있느냐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게 얼마나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가라는 이야기도 했었죠, 어린시절 한순간 잘못 들어선 길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 지 부모 덕에 편하게 용돈벌이나 하는 너희들이 정말 아느냐고 호통을 치시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그렇게 편하던 분이 한순간에 돌변하는 모습에 우리들은 깜짝 놀랐더랬죠, 그리곤 현재의 자신의 삶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하시면서 자신의 사랑과 아이에 대해서 이야길 하시더군요,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를 우린 무서움 반, 두려움 반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언능 그자리에서 벗어나길 빌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형님은 부산으로 다시 넘어간다고 하시며 절 붙잡고는 전날 그렇게 호통을 친 이유를 알려 주시더군요, 자신은 늘 제가, 우리 친구들이 부럽고 우리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자신이 자연스럽게 저희들에게 보여준 조폭의 인생이란게 조금이나마 미화되고 일종의 동경이 있었다면 모두 거짓이라고,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참 좋은 분이시죠, 그때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파칭코를 관리하는 조잡한 조폭들은 정말 상종조차 하기 싫은 인간들이었고 어느순간 파칭코는 파산하고 사장님은 커피숖마저 문을 닫았더랬죠, 그리고 얼마안가 전 입대를 했습니다..
3. 잊고 있는 좋은 기억이 떠올라 좋았네요, 이언 랜킨의 이번 작품은 "검은 수첩"이라는 작품입니다.. 존 리버스라는 상당히 독특한 성격을 가진 경찰이 이어나가는 시리즈이죠, "검은 수첩"은 시리즈의 5편인가 봅니다.. 이 존 리버스 시리즈는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경찰 시리즈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영미 장르문학계에서는 독보적인 작품입니다.. 이 시리즈는 밝지가 않습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칙칙함이 소설 전반에 걸쳐 묻어나고 있죠, 어두운 장르소설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제임스 엘로이가 이 시리즈를 가리켜 "타탄 누아르"라고 부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언 랜킨이 보여주는 존 리버스의 세상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불편한 사회적 불평등과 딜레마를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이번에도 그 이야기는 변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편의 "매듭과 십자가" 이후로 읽는 5번째 작품이라서 중간에 어떤 내용이 이어졌는 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그와 함께하는 인물인 브라이언 홈스라는 작중 인물은 2편에서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아실 지 모르지만 존 리버스는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독특한 성향의 아웃사이더같은 인물인데 그의 팀원인 브라이언 홈스와 이 작품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 쇼반 클락이라는 여형사는 앞으로도 충분히 그의 대체자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듯 합니다..
4. 존 리버스는 여전히 자신의 영역에서 살아가죠, 연인인 페이션스와는 삐거덕거리고 자신의 동생 마이클은 출소후에 자신에게 빌붙습니다.. 그의 개인적 삶은 언제나 편치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찰의 영역에서 그는 자신의 동료들과도 마찰이 심하죠, 하지만 자신의 팀원들과는 사건의 영역에서 쿵작을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새로 투입된 쇼반 클락은 아직 존 리버스의 입장에서는 마뜩찮은 모양새지만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는 강해 보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브라이언 홈스가 그가 단골로 가선 하트브레이크 카페에서 머리를 가격 당해 병원에 실려가죠, 그의 연인인 넬은 존을 찾아와 그가 업무시간 외에 파악하고 다니던 센트럴호텔 방화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홈스의 검은 수첩에 기록된 암호같은 몇 문장을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존에게 새로운 위협이 다가오고, 그와 함께 경찰내에서는 에든버러의 범죄를 좌지우지하는 조폭두목 빅 제르 카페티에 대한 감시 업무를 맡깁니다.. 두개의 사건을 병행하며 존 리버스는 조금씩 단서를 찾아 나서는데, 언제나 그렇듯 그가 움직이는 영역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늘 마찰이 심합니다.. 그는 어떤 규정에도 적합하지 않은 경찰이니 말이죠, 하지만 늘 그는 아주 작은 단서부터 대단히 꼼꼼하게 찾아나가는 끈질김과 참을성이 대단한 경찰이죠, 이번에도 뭔가 찾아내지 싶습니다..
5. 존 리버스는 사냥개같아요, 경찰로서 어떤 사건을 파고 들기 시작하면 그 답을 얻기전에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대단히 끈질긴 인물로 보이죠, 그는 자신이 옳다고 싶은 결과를 만들기위해서는 주변의 눈은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아니 한걸음 다가가서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소심한 그의 심리를 엿볼 수 있지만 이 전지적인 독심술은 독자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니 만큼 소설속의 대상들은 존 리버스를 제대로 알기 힘들죠, 그래서 늘 그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는 독단적이고 까칠하고 자기 위주의 수사방식에 매몰된 인물로 묘사되죠,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도 그의 능력과 마음과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의 팀이 그렇고 경찰조직의 대표격인 왓슨 총경도 그렇죠, 그들은 존 리버스를 이해하고 그의 방식이 결과론적으론 대단한 정의 실현을 일궈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재미가 있는 작품이지요, 존 리버스 시리즈는, 그리고 이 시리즈의 장점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과장되게 허구적 사실을 오바하고 자극적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그 시절의 에든버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찍은 듯 묘사해나가는 방식은 이 작품이 현실과 동떨어진 얄팍한 대중소설의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딱히 우리들에게는 공감이 가진 않지만 영문학적으로 문장의 유머스러운 아재개그식의 말장난까지 번역이 아닌 원작으로서 영미권역에서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어떤 면에서는 이 작품도 제 독후감만큼이나 지겨워요, 일반 범죄소설의 자극적 느낌이 덜하죠, 그래서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내용에 적응하고 전반적인 연결고리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읽을거리는 한참 남아있는 상황이죠, 그렇게 한동안 현실적인 상황에 맞춰진 범죄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존 리버스이 개인적인 사생활과 그의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에 적응하는 것도 한참 걸립니다.. 그러면서 주변인들로 인해서 조금씩 드러나는 상황적 단서와 함께 밝혀지는 진실은 작지만 하나씩 모여 어느순간 그동안 발품 팔아 만들어온 진실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죠, 이런 묘미가 이 작품에는 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적응되고 나면 다음 작품이 주는 쾌감도 느낄 수 있을 듯한 신뢰감같은 것 말이죠, 사실 전 1편 다음에 중간에 붕 뜬 상태에서 5편으로 달려왔으니 야한 영화 보면서 필요한 부분까지 빨리감기를 하다보면 이미지는 가득한데 그 상황적 연결이 어려운 느낌같은 뭐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같습니다.. 시리즈이기는하지만 각 편마다 이어지는 인물들의 연결장치가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늘 독불장군같은 존 리버스의 주변의 이야기도 그의 시리즈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 장치이니만큼 급한 마음에 빨리감아버렸던 야한 영화에서 주인공과 연인이 옷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벗어 던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죠, 각 편 자체의 진득한 맛도 있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연결되어오는 진득한 맛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좋은 작품인 듯 싶습니다.. 이제 프리미어 축구가 끝나서 또 몇달 허전할 듯 싶으이, 땡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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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는 흔히 의자 뺏기 놀이에 비유되고는 한다. 각자가 자신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를 밀어내려고 다투는 것과 같다고. 물론 그 놀이 보다야 현실의 다툼이 훨씬 격렬하긴 하지만 말이다. 비정규직이 만연한 지금에 내일도 모레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모두가 바라는 꿈이기도 하다. 그런 시대에 갑자기 내가 있을 자리가 없어진다는 현실만큼 공포스러운 것도 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가 중년 이상이라고 한다면 더 그렇다. 그 나이란 이제 의자를 다시 마련하기가 그리 수월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니까. 엉덩이가 많이 무거운데, 무겁고 싶고 무거웠으면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는, 그 변화의 강요가 부담이요 불안으로 밀려드는 게 마치 꼭 임박한 젠트리피케이션 속 세입자와 다를 바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중년이요, 한 번쯤 그들에게 꼭 찾아온다는 우울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고? 이번에 나온 이언 랜킨의 '검은 수첩'이 바로 거기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검은 수첩'은 타탄 느와르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이언 랜캔의 대표작인 존 리버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제목의 '검은 수첩'은 원래 헨리 8세가 엔 마리와의 결혼 때문에 영국 내 카톨릭을 압박하던 시절, 헨리 8세에 동조했던 수도사들이 수도원의 비리를 몰래 적었던 일종의 장부였다. 그것을 통해 비리 척결이란 명분으로 헨리 8세가 수도원을 정당하게 장악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이후, 잘못이나 비리 같은 것을 비밀리에 기록한 것을 두고 'BLACK BOOK'이라 불렀다.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이 소설의 제목이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 제목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중의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단골집 카페 주차장에서 느닷없이 뒤통수를 가격 당하여 쓰러진 브라이언 홈스가 남긴 '검은 수첩'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소재이긴 하지만 동시에 이 소설엔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그렇게 젠트리피케이션이 넘쳐 나는데 '블랙북'의 원래 역할을 상기해 보면 그 역시 수도원을 젠트리피케이션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검은 수첩'이 지닌 중의적 의미 그대로 젠트리피케이션 소설 이다. 다시 말해, 밀려난 자들의 이야기.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야심한 밤을 틈타 악취가 진동하는 시신 두 구를 밴으로 운반하는 두 명의 사내가 있다. 바다에 접한 절벽에 차를 세우고 시체를 바다로 버리는데 순찰차가 멈춰선다. 경관 하나가 손전등을 들고 다가온다. 시체 버리는 것을 목격한 것은 아니다. 다만 농무가 너무 심해 혹시 무슨 문제가 있어 이 곳에 차를 세운 것은 아닌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절한 경관에게 찾아온 것은 느닷없는 습격과 죽음. 사람의 목숨이 쉽게 버려지는 그 곳에는 이제 절망만이 가득하다는 듯 마치 희망 혹은 구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경관이 들고 있는 손전등의 빛은 그의 죽음과 함께 꺼져 버린다. 그와 동시에 존 리버스 역시 자기 자리에서 끝도 없이 밀려난다. 마약 중독자였던 동생이 갱생하겠다면서 리버스의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당시 삶의 유일한 낙이었던 안마 시술소에서 우연히 만난 옛 동료와 회포를 나누느라 연인 페이션스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에 그녀의 집에서도 쫓겨난다.(이 소설은 영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드라마 역시 이 소설의 핵심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듯, 존 리버스가 페이션스 집에서 쫓겨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드라마의 이야기는 리버스가 맡게 되는 사건까지 포함하여 소설과 전혀 다르다. 이야기가 완전히 바뀌면서도 존 리버스가 페이션스에게 내쫓겨 지금은 남에게 세를 내 준, 원래 자기 집에서 사는 설정만은 그대로 살아 남았는데 그래서 더욱 드라마 역시 '검은 수첩'의 핵심을 밀려난 자의 이야기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TV 시리즈 속 리버스 경위의 모습. 켄 스콧이 맡았다. (혹시 영화 '호빗'에서 기다란 흰 수염을 하고 있던 호빗이 생각나시는지? 그가 바로 켄 스콧이다.) 1기와 2기의 리버스를 맡은 배우가 다른데, 1기는 예전 영화 미이라 3부작에서 웃음을 주로 맡았던 조 해너가 했었다. 경찰서 내 상황도 사생활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를 마뜩찮게 여기는 경찰들이 그를 밀어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안팎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존 리버스는 무엇보다 혼자서 조용히 독서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간도 안녕이다. 자신의 집은 동생과 세든 대학생들의 이런저런 소동으로 소란스럽고 그 어디서도 휴식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그가 자신의 자리에서 완벽하게 젠트리피케이션 당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그런데 존 리버스만 그런 게 아니라서 이 소설을 더욱 젠트리피케이션 소설로 보게 만든다. 일단 검은 수첩의 원래 소유자이자 리버스의 부하인 브라이언 홈스는 아내와의 별거로 더욱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던 하트브레이크 카페 주차장에서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구타를 당한다. 소설 초반에 등장해 리버스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동생조차 마약을 끊고 갱생하기 위해 리버스의 집에 머무르는데 거기서 오히려 심한 폭행을 당하고 다리에 거꾸로 매달리기까지 한다. 홈즈가 구타를 당했던 '하트브레이크 카페' 주인인 에디 링컨은 또 어떤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었던 그는 비로소 자신의 꿈을 실현한, 그래서 그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도 있는 카페를 마련했는데 그 가게를 버리고 달아나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존 리버스의 조력자가 되는 앤디 스틸 역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떠날 수 밖에 없어 에든버러로 왔으며 소아성애자로 캐나다로 도피했던 앤드류 맥페일 역시 거기서 살지 못하고 다시 에든버러로 돌아온다. 사실 이언 랜킨은 리버스 시리즈 첫 작품부터 '에든버러'가 관광객들을 위한 도시가 되었다며 툴툴거렸는데, 이렇게 보자면 그 관광객들의 의미가 다소 달라지는 셈이다. 원래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밀려난 자들이라는 것으로 말이다. 에든버러는 아마도 그런 자들이 마지막으로 깃들 수 있는 곳, 그처럼 최후의 희망 같은 장소였는지 모른다. 그 희망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런데 그 황혼의 마지막 빛과도 같은 희망조차 사라져 버렸다. 소설 초반에 꺼져버린 손전등이 의미하듯이 말이다. 에든버러는 이제 그런 장소가 될 수 없다. 마치 그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소설의 주요 미스터리가 되는 예전에 화재로 사라진 호텔의 이름은 '센트럴'이다. 과거, 에든버러의 중심이 될만큼 훌륭한 호텔이었던 그 곳은 어느샌가 도박과 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리고 결국엔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되어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밀려난 자들로 가득한 소설 속 에든버러의 모습은 도박과 범죄의 온상이 되어버린 센트럴 호텔의 모습과 유사해 보인다. 혹여 이언 랜킨은 에든버러의 과거와 미래를 센트럴 호텔에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욱 존 리버스의 숙적 캐퍼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아닐런 지. '당신들이 알고 있던 에든버러는 이제 없어. 당신들이 원하는 안식 따윈 이미 사라지고 없다'는 의미로. 등장인물 모두가 유일한 안식처를 모조리 잃어버리는 것처럼. 그러므로 존 리버스가 검은 수첩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은 삶의 두 번째 기회 같은 것을 가질 수 있었던 과거의 에든버러가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는지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소설 앞에는 작가의 말이 있는데 거기서 이언 랜킨은 '검은 수첩'이 미국 여행 도중 집필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전혀 일본 소설 같지 않은 작품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들이 외국인의 입장에서 진짜 일본이라는 것은 뭘까 생각해보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한 바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자신의 모국을 생각하면 보다 객관적이고 그만큼 본질적인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이언 랜킨도 에든버러에 대해 그럴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바로 그 과정을 녹여낸 것이 '검은 수첩'이라고 한다면 너무 무리한 상상인 걸까?
여하튼 이런 면에서 어쩌면 시리즈 사상 가장 절망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 왜 이렇게 유머가 넘치는 걸까? 언어 유희인 농담이 많이 나온다. 지금 에든버러 사람이라면 '아재 개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그것도 그리 적절하지 않는 타이밍에. 문득 니체의 말이 생각났다. '유머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데, 인간만이 유머를 가지고 있는 까닭은 지구 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이기 때문이다. 가장 슬프기 때문에 웃음을 발명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말. 사실 이언 랜킨이 열심히 이 소설을 썼던 92년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해 중 하나였다. 투기꾼 조지 소로스의 공격에 영국 경제가 어이없이 무너진 '검은 수요일'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캐퍼티의 전면화가 실은 조지 소로스를 빗대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한 개인에게 휘청거릴 정도로 너무나 약해져버린 공동체. 그것은 분명 예전 에븐버러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92년 이 때는 과거부터 강렬했던 스코틀랜드 분리주의 여론이 아주 약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무려 76%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이대로 영국에 복속되어 있어도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도 센트럴 호텔의 소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듯이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와 독립에 대해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소설은 어쩌면 그런 무관심과 방관을 건드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든버러로 다시 돌아온 앤드류 멕페이는 리버스 경위말고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며 '검은 수첩'의 사건 또한 존 리버스만 관심 갖기 때문이다. 상관들은 내내 다른 '머니백' 작전에만 집중하라고 리버스 경위를 닦달한다. 그리고 그런 무관심과 방관은 자기에게 피해만 오지 않으면 괜찮다는 이기심의 소산이다. 검은 수첩 사건의 진실이 오래도록 은폐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마지막의 놀라운 반전 또한 그 때문이었듯이. 이렇게 소설은 아주 재밌는 이야기이지만 비판의 가시들을 은밀히 지니고 있다. 누군가 주머니 속에 몰래 넣어둔 압정처럼 뜻하지 않은 순간에 찔려서 이제는 그런 무관심과 방관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도록. 그래서 말인데, 존 리버스가 페이션스(Patience Aitken)에게 쫓겨나는 것의 진실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이런 상황에 대한 우리의 인내(patience)는 다했다!' '너무 늦기 전에 올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소설에 짙게 서려 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했다간 다만 빼앗길 뿐이며 나를 버리고 모두를 위해 나설 때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주제를 줄기로 하여 말이다. 내 자리에 대한 불안이 여전하고 적폐 청산이 시대적 사명이 된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리 먼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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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버스 시리즈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몇권 쟁겨놓았지만 이리저리 일에 치이다보니 이번에 나온 '검은 수첩'이 처음으로 접한 존 리버스 시리즈네, 라고 생각했는데 오래전 읽은 '부활하는 남자들'이 존 리버스 시리즈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기에 87분서에 빠졌더랬는데(사실 탐정물도 좋지만 형사물을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87분서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몇권 안되었다.) 부활하는 남자들도 재미있게 읽었었다. 이번에 오픈하우스에서 꾸준히 존 리버스 시리즈를 내는 것에 무척이나 환영하고 독자로서 기쁘기 그지없다. 제발 중단하지 말기를. (사실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시청률이 안나오면 폐지되는데 열악한 출판환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팔리면 두번 다시 안내는 것이다. 그렇게 중단된 시리즈는 얼마나 많고, 그렇게 망한 출판사는 얼마나 많은가. ㅜㅜ)
검은 수첩은 존 리버스의 다섯번째 시리즈이다. (20편 정도의 존리버스 시리즈가 있다니, 이 모두가 다 출간되길 바란다. 그런다면 독자로서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
존의 동료 홈스가 머리를 강타당해 의식을 잃으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홈스가 항상 지니고다닌 '검은 수첩'때문이라고 생각한 존은 암호로 쓰여진(그렇게 거창한 암호는 아니지만) 홈스의 검은수첩을 살펴본다. 그 검은 수첩에는 오래전 화재로 불타버린 센트럴 호텔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있었는데 그는 화재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라 총상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동해서 불법 고리대금업을 하는 거물 빅 제르 캐퍼티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는 존. 마약으로 인해 감옥에 갔다온 말썽쟁이 동생 마이클이 집안으로 굴러들어오고, 연인에게 쫓겨나기까지 한 존 리버스. 그에게 '설상가상'이라는 고사성어가 이토록 어울리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은 특유의 재치를 잊지 않는다. 그의 농담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팽팽해진 긴장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어 좋았다. 독불장군 같은 그의 모습에 경찰서안에도 밖에도 적이 많은 존이지만 그래도 그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고 있다. 그리고 옳은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줄 안다. 그러기에 홈스도 그리고 새로운 동료 쇼반 클락도 그를 믿고 따른다. 이 책 중반까지는 수많은 떡밥들이 뿌려져있다. 수많은 의혹들과 증거들,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 존을 믿고 따라가보면 어느새 꼬여진 실타래가 풀려지며 폭염에 갑작스럽게 내려지는 소나기처럼 시원함을 느낀다. (물론 여전히 우울함을 남기기도 하지만, 뭐 세상일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쓰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니까.)
그의 다음 활약을 기대하며 쟁겨놓은 그의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 경찰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존 리버스를 강력 추천하며 이만 총총.
(이번 여름-왠지 엄청 길고 더울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에는 그래도 편안하게 책을 읽을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리 시민혁명 '승리'의 기억을 잊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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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시체 한 구가 발견됐었죠? 그때 우린 그걸 ‘바삭바삭한 튀김옷’ 이라고 불렀습니다.“ <P.70>
“... 시체를 절개해보니 장기들 상태가 꽤 괜찮더군요. 겉은 바싹 타버렸지만 속은 프렌치 스테이크처럼 날것 그대로였습니다.“ 옆 테이블의 커플은 소리 없이 음식을 씹고 있었다. 커트는 그들을 의식하지 못한 듯했다.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거나. <P.71>
“집에 가려고 밖으로 나왔더니 누군가가 쓰레기 컨테이너 뒤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무방비 상태에서 습격을 당했고, 며칠 후 정신을 차려보니 간호사들이 제 물건을 씻겨주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그것 때문에 의식이 돌아온 거예요. 정말입니다.” “그런 걸 의료 기적이라고 하나?” “마법 스폰지였던 모양입니다.” 홈스가 말했다. <P.155~156>
“물구나무를 서면 훨씬 쉬워.” 리버스가 말했다. “뭐가?” “똥구멍으로 말하는 거.” 리버스가 말했다, <P.286> 타탄 누아르의 제왕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 제5탄 <검은 수첩>을 읽었다. 어느 날, 존 리버스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실로 오랜만이었다. 마약 거래혐의로 복역하고 나서 출소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동생 마이클이 형을 찾아온 것이었다. 당분간 거처를 구할 때까지 아파트에서 기거하게 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동생을 차마 외면하지 못해 승낙하고 마는 존 리버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으니 사랑하는 페이션스 에이킨트 박사에게 쫓겨나질 않나, 아직 갱생이 덜 된 것 같은 마이클과 세 들어 사는 학생들 문제로 존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리고 사건이 결국 터졌다. 리버스의 파트너 홈스가 펍 뒷골목에서 괴한으로부터 둔기에 맞아 의식불명을 빠지게 되고 리버스는 홈스의 소지품 중에서 검은 수첩을 발견하는데 5년 전 발생한 센트럴 호텔 화재사고와 현장에서 발견된 신원미상의 시체에 대한 어떤 단서가 암호로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흐지부지 처리 된 이 사건이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자 심상치 않은 의혹을 느끼게 된 리버스 경위!
분명히 그 살인사건의 배후에는 앙숙인 암흑가 보스 캐퍼티가 있을 것으로 믿고 홈스 대신 리버스의 파트너가 된 여형사 쇼반 클락과 함께 사건을 재조사하는데 이때부터 주변에서 위협이 가해진다. 동생 마이클은 철교에 매달린 채 발견되고 당시 사건에 대한 증언을 해줄만한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경고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다. 그날의 기억을 헤집고 다니는 것에 불안을 느낀 배후자가 미리 손을 써 수사를 중단시키고자 한 것임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검은 수첩에 적힌 암호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열심히 캐고 다니는 존 리버스를 위하여 반가운 인물과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해서 이야기를 풍성하고 다채롭게 일조하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동생 마이클과의 재회는 1탄 <매듭과 십자가>에서 실력 발휘해주었던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늘 투닥 거리는 존 형제와 아버지와 삼촌의 불화 사이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가족애에 끝내 마음이 짠했다. 어쩔 수 없는 가족인가.
그리고 향후 존 리버스와 애증의 관계로 계속 나아갈 캐퍼티의 첫 등장. 리버스는 캐퍼티에 이를 갈면서도 잡아넣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분개하는데 역자 후기에는 이 두 사람은 상당히 이색적인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여 지기에 지속적인 관심을 요하는 캐퍼티이겠다. 또한, 리버스의 파트너로 새롭게 합류한 쇼반은 그에게 수시로 발끈하다가도 어느새 끈끈한 공조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소와 신뢰가는 매력적안 신성이었다. 앞으로 그녀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결정적으로 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최대의 재미는 역시 유머와 조크의 퍼레이드에 있다. 동음이의적 언어유희와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툭툭 되받아칠 줄 아는 리버스의 입담은 정말 끝내주게 웃겨준다. 쉬지도 않고 계속 깐죽대는 이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 점점 진화하는 농담 따먹기에 중독되고 나면 페이지는 쉼 없이 잘 넘어가게 마련이다. 특히 미묘한 뉘앙스를 잘 살려꼼꼼히 번역하신 역자님께 갈채를 보내고 싶다는 ㅋㅋ
그러거나 말거나 이 남자는 강하다. 자신을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이들로부터의 방해공작과 경찰조직 내부의 파워게임이라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게 전진하여 끈질기게 조사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후반부를 통쾌하게 장식하였다. 시작부터 중간 중간 일어났던 많은 사건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도 솜씨 있게 풀어낸 점도 멋졌는데 그런 깨알 같은 반전이 있을 줄야.
이번에도 신났고 재미났다. 아직 존 리버스 시리즈의 최전성기가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을 정도면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나다. 6탄을 어서 번역하여 주길 바랄 뿐이다. 기다리다 숨 넘어가겠소. 아, 근데 리버스와 페이션스 박사의 밀당에 왜 이리 심쿵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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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버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시리즈 첫 편인 ‘매듭과 십자가’ 이래 일부러 순서대로 읽어왔지만, 공교롭게도 바로 앞의 ‘스트립 잭’을 못 읽은 상태에서 ‘검은 수첩’을 먼저 만나게 됐습니다. 고백하자면, 시리즈 1~2편 이후 3편인 ‘이빨 자국’을 읽기까지 1년 반 정도 공백이 있었는데, 그것은 ‘존 리버스를 계속 읽어야 하나?’라는 회의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빨 자국’에서 이언 랜킨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다.”는 어느 분의 서평 때문에 큰맘(?) 먹고 존 리버스와 재회하기로 결심했고, 그 덕분에 ‘검은 수첩’까지 만나게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스트립 잭’을 못 보긴 했지만), ‘검은 수첩’은 제가 존 리버스 시리즈에게 기대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어딘가 뻣뻣하고 빈틈도 많은데다, 수사마저 외부의 제보에 주로 의존하던 존 리버스는 이제 치고 빠지기에도 능숙하고, 위아래 사람들을 다루는 솜씨도 일취월장한 것은 물론, 복잡다단한 사건 속에서 어디를 파고들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멋진 형사로 성장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일상의 삶(연애나 가족문제 등)에 관한 한 그는 서툴거나 실수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남자 존 리버스’의 모습은 ‘애든버러의 반골형사 존 리버스’가 갖지 못한 인간적이고 따뜻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서 더욱 그를 응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초기에 몸과 마음이 트라우마로 쩔어있던 존 리버스는 상상도 잘 안 되는군요.^^) ‘검은 수첩’의 또 한 가지 재미는 마치 ‘중간결산 스페셜’처럼 앞선 시리즈에서 조연 또는 단역으로 등장했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언 랜킨은 서문을 통해 그 이유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경제적인 글쓰기를 위해 (중략) 머리를 싸매고 새 인물을 창조하는 것보다 그들을 다시 불러내 쓰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리버스와 호흡이 잘 맞는 동료이자 엄청난 헤비 스모커인 잭 모튼, 연쇄 소녀유괴살인 수사 당시 용의자로 몰렸던 소심한 악당 앤드류 맥페일, 그리고 최면술사이자 마약에 손을 댔다가 폐인이 된 채 돌아온 동생 마이클 등이 그들인데, ‘머리를 싸매고 창조한 새 인물’보다 훨씬 더 적절히 활용된 것은 물론, 오랜만에 재회해서, 또는 이번에는 제대로 혼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반갑기만 했습니다. 타이틀인 ‘검은 수첩’은 리버스의 파트너인 브라이언 홈스의 수첩을 뜻합니다. 여친과 다툰 후 카페에 들렀던 홈스는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데, 리버스는 홈스가 지니고 있던 검은 수첩에서 암호가 섞인 두 개의 문장에 주목합니다. 그것은 5년 전에 벌어진 센트럴호텔 화재사건에 관한 내용으로, 화재의 원인, 당시 호텔에 있던 인물들, 불에 탄 채 발견된 신원불명의 시신 등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정보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리버스는 윗선의 방해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홈스의 수첩에 있던 두 개의 문장을 발판으로 5년 전 사건의 진상파악에 나섭니다. 문제는, 리버스의 수사가 거듭될수록 여기저기서 예상 못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정리해놓고 보니 무척 간단한 내용이 돼버렸는데, 사실 ‘검은 수첩’은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아서 꽤나 복잡하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이언 랜킨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정리되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서 도대체 리버스의 몸이 몇 개가 필요한가, 의구심이 드는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들이 결국 하나로 수렴될 것이란 점은 익히 예상 가능한 일이고, 이언 랜킨은 그 ‘수렴’을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긴장감과 재미를 겸비하여 요리합니다. 5년 전 호텔 화재사건과 함께 병행되는 에피소드는 애든버러 최대의 악당 모리스 제럴드 캐퍼티, 일명 빅 제르 검거 작전입니다. 경찰과 공정거래원까지 합류한 이 작전에 대해 리버스는 무척이나 회의적입니다. 누구보다 빅 제르를 잡아넣고 싶은 리버스지만, 수십 번을 잡아넣어도 결국 그는 능구렁이처럼 법원을 빠져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 파트너 쇼반 클락을 투입해놓은 채 자신은 비공식 수사(호텔 사건)에만 매달리지만, 그 과정에서 빅 제르가 호텔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리버스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빅 제르와 담판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형사 리버스와 악당 빅 제르가 (적절한 비교인지 모르겠지만) 때론 홈스와 뤼팽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어딘가 ‘주고받는 사이’ 또는 ‘앙숙이면서 감싸주는 사이’의 느낌이랄까요 번역하신 최필원 님의 후기에 따르면, 시리즈 20편 ‘황야의 얌전한 개들’에서는 은퇴한 리버스가 킬러의 표적이 된 빅 제르를 보호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하니, 앞으로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엎치락뒤치락 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리즈 가운데 ‘순서대로 읽어야 좋은 경우’와 ‘대표작부터 읽은 뒤 처음으로 돌아가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은 경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존 리버스 시리즈’는 후자에 속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처음 읽을 대표작’을 추천하라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검은 수첩’을 꼽고 싶습니다. 그런 뒤에 조금은 어설프고 뻣뻣한 초창기 존 리버스를 읽는다면 여러 가지 아쉬움이 남더라도 다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아직 못 읽은 ‘스트립 잭’을 읽을 계획입니다. ‘존 리버스 시리즈’가 꽤 빠른 호흡으로 출간되고 있어서 어영부영 미루다가 또다시 신작에게 밀릴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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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시리즈 다섯번째 이야기인 '검은수첩'이 출간되었습니다. 마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시리즈처럼... 나오면 즉각 바로 읽고 마는 마성의 형사 시리즈인데요....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현재 '스코틀랜드'에서는 20권까지 나왔다고 하니...읽을게 많이 남아 좋습니다. '해리 보슈'시리즈도 보면 권마다 그의 여인이 바뀌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결혼하지만 곧 갈라서고요...그 이유는 형사들이 바쁘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런 스릴러 소설들의 주인공들은 꼭 '워커홀릭'이라는..ㅋㅋㅋ 지난권인 '스트립 잭'에서 '존 리버스'는 애인인 '페이선스'박사와 동거에 들어가게 됩니다. 보면서 드디어 '존 리버스'가 자리를 잡구나 했는데..ㅋㅋㅋㅋ 이번 작품에서 시작하자 말자 그녀에게 쫓겨나는데요...(그럴만도 하더라구요) 거기다가 마약전과자인 동생 '마이클'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하는 '존 리버스' 또 이녀석이 무슨 사고를 칠까? 걱정하는 가운데.. 상관인 '왓슨'은 '존 리버스'에게 '공정거래원'과 함께하는 암흑가의 보스인 '빅 제르'체포작전에 참여할것을 명령합니다. '공정거래원'의 합동작전에 참여해보았자..그런 시도로는 '캐퍼티'를 잡을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존 리버스'의 이야기는 한귀로 흘려듣는 '왓슨'총경 그때 그에게 '페이션스'박사의 전화가 걸려오는데요 전화를 받자말자 용서를 비는 '존 리버스' 그러나 전화내용은 뜻밖의 이야기였습니다... '존 리버스'의 파트너인 '홈스'가 누군가에게 둔기로 머리를 강타당해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지요 가게의 주인은 강도라고 하지만, 왠지 수상한 냄새를 맡은 그는.. '홈스'의 아내로부터 '검은수첩'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됩니다.. '홈스'가 가지고 있던 '검은수첩'의 내용.. 아내인 '넬'은 그가 뭔가를 두려워했다고 하는데요?? 수첩에는 수년전 화재로 사라진 마약매움굴인 '센트롤 호텔'과 거기서 발견된 의문의 시체에 대해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마약조직의 보스인 '빅 제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조사하는데요.. '빅 제르'는 본명이 '모리스 제럴드 캐퍼티'는 이후 '존 리버스'의 숙적으로 계속 등장하는데요 스토리상 적도 되었다가 아군도 되었다가 하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ㅋ.ㅋ 역시 재미있게 읽었던 '검은 수첩'이였는데요... '존 리버스'의 숙적 '캐퍼티'와.. 그리고 말썽꾸러기 동생 '마이클'의 등장... 그리고 '존 리버스'의 새로운 파트너 '쇼반 클락'경장과의 케미.. 심리학자다 보니...'존 리버스'를 잘 다룰줄 아는 '페이션스'와의 밀당까지.. 어느새 믿고 읽게된 시리즈 인거 같습니다.. 앞으로도..쭈욱 ...20권까지 모두 출간되었으면 좋겠네요...궁금합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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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사건이거나 반전이 신묘한 스릴러물이 있다. 그런 내용은 그 나름의 흥미와 재미가 있지만 그 화려함이 끝나면 쉬이 잊혀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리 독특한 사건도 아니고 반전이나 깜짝놀랄 내용도 별로 없지만 끝나고나서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 책들도 있다. 어느쪽이 더 낫다 안 낫다 할수는 없지만 후자인 책은 읽을때 재미는 덜 해도 뭔가 애정이 더 생기는 경우가 많다. 좀더 현실적이고 가까이 있는 일인것처럼 느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동의안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언 랜킨의 존 리버스 시리즈야말로 덜 자극적이면서 현실적이고 그래서 내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같이 가까이 느껴지는 책이 아닌가싶다. 이 책은 분명 장소가 영국이다. 그것도 수도인 런던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다. 뭐 거기나 거기나. 근데 좀 덜 도시스러운 이곳에서 일어나는일들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는것은 그만큼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그런것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일이 일어나는 장소나 거리를 실제로 존재하는 곳에서 전개시키고 있고 등장인물도 우리가 흔히 볼수있는 인물들로 캐릭터를 잘 구축해서 좀더 내용을 편안하게 읽게 만드는거 같다.
주인공인 존 리버스는 때론 시니컬하기도 하고 나름의 반골기질도 있지만 마냥 상관에게 대들기만 하는것도 아니고 적당히 꽁무니를 빼기도 하고 사람들을 대할때도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다.그러면서도 주어진 사건에는 철두철미하게 악착같이 달려드는 모습도 보이는데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인물에 빠져들게 하는거 같다.
이미 몇편의 이야기에서 여러가지 사적인 일들이 많았던 리버스는 이번 작에서는 연인과 타투고 나서 같이 살던 곳에서 쫓겨난다. 그런데 그가 원래 살던 곳은 이미 세를 놓고 있었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리버스에게 연락이 끊겼던 동생이 오게되는데 얼마간 신세를 지자고 한다. 초장부터 난감한 상황에 놓인 리버스. 그런 그에게 더 큰일이 생겼으니 그와는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짝인 홈스가 괴한에게 머리를 맞아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발견된다.
가까운 사람이 당했으니 그가 얼마나 화가 났을까. 범인을 추격하던 그에게 홈스의 검은수첩이 눈에 띄인다. 거기에는 홈스가 여러 사건과 관련된 여러 메모가 있는데 그중에서 몇줄의 짧은 메모가 그의 시선을 끈다. 메모를 근거로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몇겹으로 은폐되어 온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단순한 폭행사건에서 복잡한 내력을 가진 사건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한 리버스의 집요한 추격이 이어지고 사건의 진실에 가까와지게 된다.
사실 이책에서 주인공이 쫓고있는 사건은 아주 복잡하고 괴이한 사건이 아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단지 단서가 부족한 그런 사건. 그래서 오랫동안 묻힌 사건인데 이 시리즈의 묘미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리버스와 그 주변인물이 생생하게 나타내는 모습들이다. 일단 리버스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적인 능력을 보여주는데 그 외 인물들도 흥미롭다.
각 시리즈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는데 작가는 매 작품마다 인상적인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일종의 부주인공이라고나 할까. 이번에는 그의 단짝인 홈스가 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새롭게 그를 도울 파트너로 쇼반 클락이 등장한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특히나 기억력이 좋은 클락. 이 매력적인 여경이 리버스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미 홈스라는 좋은 파트너가 있었는데 다음번에는 어떻게 관계정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별로 특이한 사건이 나오지도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것도 없지만 뭔가 은근히 끌리게 하는게 이 시리즈의 장점이다. 그래서 슬쩍 발을 담그면 절대 못빠져나오게 한다. 그리고 각 시리즈는 독립된 이야기지만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서 처음부터 읽다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지났음을 느낄수 있다. 이 인물들이 다음에는 어떤 관계로 발전하게 될지 기다려지는 몇안되는 매력적인 시리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