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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후세에 기록을 남기느냐 아니냐로 가를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은 문자언어의 매개가 그 본체이겠으나, 구전으로 후대에 이어주는 정보도 "광의의 기록"이기에, 기록의 먼 연연은 인간 본성의 태동과 궤를 같이한다 하겠습니다. 동물 역시 DNA에 자신의 체험과 노하우와 감정 따위를 새기는 셈이겠으나, 유효한 "기록"이 남아 머나먼 후대의 자손이 이용할 수 있으려면 (인간 혹은 어느 생명 개체의 어림이나 감각으로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세월이 너무도 오래 걸립니다. 물론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 그저 입에 거짓말만 달고 살며 내뿜는 배설 같은 허세와 무지와 허위와 날조, 중상모략과 유언비어의 기록은 차라리 없었느니만도 못하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저는 어떤 분이 교통사고 가해자 혐의를 쓰고 경찰에 소환되어 알리바이를 대어야 했을 때, 그가 수십 년 동안 기록해 온 "차계부" 수십 권 분량을 담당자 앞에 제시하자 두 말 않이 방면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물론 기록의 진정성은 별개의 문제로 면밀히 검토되는 게 맞겠으나, 긴 시간 동안 그처럼이나 자기 관리에 빈틈이 없고 성실했던 분이, 파렴치하고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 일종의 인격에 보내는 신뢰가 아니었겠나 생각합니다. 경찰로서는 시간이 업무 집행에 있어 핵심 자산인 만큼 개연성 낮은 시나리오에 정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겠고요.
이 책 저자께서는 기록의 화신입니다. 한 개인의 일상이라 해도 먼 후세의 역사 연구가에게는 물론, 심지어 동시대인들에게까지도 큰 도움과 참고가 되는 게 진실되고 꼼꼼한 연대기성 기록입니다. 사실 조선왕조실록이라 해도 기록자인 신하의 강직함과 당파적 신조는 가림 없이 표현되었을지 모르지만, 보다 거시적 스케일에서 본 "지배층의 이익(왕 개인의 이익이 아닌)"에 저해되는 사항은 가려지고 윤색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특히 진실성이 담보되는 기록 유산이 특히 적은 편인데, 후손들에게 이런 곤란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선 당대의 진정성 있는 기록이 훨씬 많이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저자분 같은 꼼꼼한 "기록 장인"의 노력은 값어치가 크겠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일기의 성격 그 이상이 아니라 해도 말입니다(역사가들은 대개 이런 사적[私的]인 작은 단서에서 역사의 중대한 미스테리를 푸는 단초를 발견합니다).

바로 위 문단 마지막 줄에 담긴 내용은 책을 읽기 전부터 지닌 독자 저 개인의 지론입니다만, 실제로 정 소장님께서도 책 속에서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정 소장님 강연에 청중으로서 제가 참여한 적 있는데 인상도 날카로우시고 눈빛과 동작에 절도가 꽉 찬 듯 밴, 면도날같은 지사의 풍모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휘관 생활을 오래 거쳤다 해서 다 그런 풍채로 변모하는 게 아니기에 더 깊은 인상을 당시에 받았었는데요. 사람이 건전한 습관을 들이고 자신의 정한 원칙에 위배되는 어설픈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을 때 그 보람이 저런 외모로 남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봤습니다. 반면 돼지 같은 인간은 입만 벌렸다 하면 어설픈 모집을 또 돌리노 같은 거짓말 뿐이기에 외모와 내면이 일체가 되어 가며, 지인은 물론 가족으로부터도 따돌림 당하는 거죠.
"인생 기록 삼찰로 이어진다." 기록을 통해 자신의 인생 전반을 점검할 수 있고, 디테일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으며, 내 바르게 살아온 인생 남들에게 오롯이 어필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판단합니다. 책은 소장님 개인의 인생 역정과 놀라운(읽어 보면 진정 놀랍습니다) 에피소드, 성공담을 담았고, 한편으로는 기록과 자기 관리, 자기 성찰에 대한 일반 이론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알고 보면 기록의 달인이자 진솔한 고백의 성자와도 같았다는 점,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엉터리들은 기록도 엉터리같이 남기며, 남 보여주고 어설픈 자기 위안을 시도하려는 재앙 같은 쇼만 벌입니다.
기록을 잘하는 이는 인생도 낭비 없이 알토란처럼 챙깁니다. 특히 소장님은 명지대 교수 김형준 박사님과도 친밀한 사이처럼 보이는데, 이분은 요즘 빅데이터 이론을 응용한 기발한 정치 해석으로 언론의 각광을 받는 유명인사이기도 하죠. 광범위한 인맥을 지닌 인물이 그 인생까지 덩달아 알차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록은 내면의 기록이자 동시에 인생 전체의 뿌듯한 추수의 산물인 곳간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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