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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를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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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천은 인류가 지구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행위자로 떠오른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가 자연에 일방적으로 맞추는 편이었던 수천 년 전 시절과 싸잡아서 부르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날 이 발언에 장내는 일순 조용해졌고 많은 과학자가 인류세라는 단어에 흥미를 보였다. 크뤼천에게 단어에 특허를 신청하라고 한 동료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 크뤼천은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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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천은 인류가 지구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행위자로 떠오른 현재의 지질시대를 인류가 자연에 일방적으로 맞추는 편이었던 수천 년 전 시절과 싸잡아서 부르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날 이 발언에 장내는 일순 조용해졌고 많은 과학자가 인류세라는 단어에 흥미를 보였다. 크뤼천에게 단어에 특허를 신청하라고 한 동료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 크뤼천은 인류세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후 이 단어는 빠르게 과학계와 대중 양쪽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인류세는 우리가 이전까지 어렴풋하게만 의식했던 현상을 지칭할 표현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나아가 그럼으로써 그 현상을 새롭고 더 깊이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탁월한 용어다. 우리는 인류세라는 용어 덕분에 인류가 지구 역사에서 새로운 단계를 열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실감할 수 있게 되었고, 먼 미래의 지질학자가 인류세를 연구한다면 과연 무엇을 보게 될까 하는 상상을 토대로 좀더 넓은 시공간적 관점에서 문명과 지구 환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는 바로 이러한 지질학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제1부와 제2부에서 저자는 어째서 우리가 인간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인지, 이 시대의 특징은 무엇인지 흥미롭게 설명해나간다. 아울러 저자는 왜 우리가 스스로를 인간의 시대에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지 환기한다.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에 온갖 재주를 부리는 시대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동반한 기후변화, 도시화, 여섯번째 대멸종을 일으키고 있는 생태계 파괴, 지구적 무역으로 인한 지구적 서식지 교란, 에너지 고갈 등을 불러일으킨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경이로우면서도 섬뜩한 일이다.

우리가 주무르고 휘저은 지구는 이제 끝장나는 걸까?
인간의 손길과 지구의 운명을 잇는 가장 솔직한 고백

인간은 지구를 망치기만 하는 골칫덩이일까? 인류의 시대는 어리석은 결말로 치닫고 있을 뿐일까? 저자는 이 질문을 분기점 삼아 비관적인 미래학자들의 전망과는 다른 짐짓 새로운 목소리와 청사진을 내놓는다. 인간은 자신의 파괴력과 무지막지함을 자각하고 자연의 분노를 뼈아프게 인지했다는 것, 과학기술과 자연본성을 길잡이 삼아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 우리가 이대로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며 이미 수습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완전히 지나간 것은 아니다. 이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것은 관계와 인식의 변화다. 실제로도 인간과 자연의 연대 의식, 무엇이 자연이고 인공인가 하는 인식, 자연은 늘 좋고 인공은 늘 나쁘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인간이 자연을 만지작거린 만큼이나 크게 바뀌어왔다. 저자는 인식의 한계를 한번 더 깨뜨려보자고 제안한다. 지금까지의 통념처럼 자연과 인공, 생명과 기계, 보존과 개발을 대립하는 것으로만 인식해서는 인간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선 이 시대를 정확하게 잘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많은 인류세의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을 떠올릴 수도 없을 것이다. (제3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류세에 자연과 인공의 경계는 이미 선명하지 않다는 것, 그러나 그 모호함은 개탄하고 두려워할 일이기보다는 양쪽에게 이롭게 적극 활용할 지점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어둡고도 밝은 지구의 미래를 만드는
참신하고 감각적이며 속깊은 발상들!

생각을 어느 쪽으로 깨뜨리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다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의 창조력과 재주 또한 뛰어나다는 것이다. 애커먼은 지구를 구하고 다른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과 현장들을 찾아나선다. 그동안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열어젖히고자 분투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발상은 참신할 뿐만 아니라 지혜롭고 사려 깊으며 희망적이다.

제1부에서 제3부까지 인간의 손을 탄 자연과 자연의 분노를 눅이는 인간의 노력에 집중했다면, 제4부와 제5부에서는 로봇공학, 나노 기술, 3D 프린팅, 후성유전학, 미생물학 등 오늘날 각광받는 여러 과학기술이 지구와 인류에 미칠 영향에 집중한다. 이 부분에서는 저자 특유의 낙관적인 시각이 돋보인다. 사실 요즘 인류세라는 용어는 주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기후변화나 생물다양성 소실과 관련하여 이야기된다. 그러나 저자는 인류세에서 비관적 전망만을 읽어내진 않는다. 얄궂게도 우리는 지구를 함부로 사용해온 과정에서 지구와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그 덕분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령 바다를 무조건 가만히 놔두는 것보다는 개발과 정화를 동시에 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 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에서 난방열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 등을 말할 때 저자의 목소리는 희망적이다. 근거에 기반을 둔 그런 희망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렇듯 전개 방식도 명랑하고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다종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전하는 말들이 생생하다. 멸종 위기종의 DNA를 냉동 방주와 북극의 지하 저장고로 실어나르는 생물학자, 해조류와 조개를 길러 폭풍해일을 막는 바다 농부, 삭막한 도시의 벽면과 지붕을 녹색 식물로 덮는 식물학자, 매년 닥치는 물난리에 대비해 보트 주택과 보트 학교를 짓는 건축가, 인간의 열을 연료로 한 건물 난방 설계를 개발한 디자이너, 흙 한 줌 없는 남극에서 채소를 기르는 정원사,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부상자의 재활을 돕는 인체기관 3D 프린팅 개발자, 지능을 스스로 진화해나가는 로봇사피엔스를 발명중인 공학자, 미생물 연구로 희귀병 치료법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자 등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한 자리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이 책의 백미다.

이 책은 과학책이지만 과학책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류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보이는 철학적인 책이면서 여행기이기도 하다. 하여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머릿속에는 다양한 풍경과 장면이 스쳐갈 것이다. 동시에 누군가의 절박한 제언을 들었을 때처럼 고민과 희망과 두려움이 뒤섞일 것이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던지는 질문이 앞으로 어떤 답으로 되돌아올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자료 근거가 충분한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질문인 것만은 분명하다.

l****w 2020.04.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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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포함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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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한참 전이다. 20년도 더 이전... 친구들과 학회/세미나라는 소모임을 하면서 환경문제, 생태학 등등을 공부하면서... 진짜 생태학(자연과학)과 생태주의, 환경이론 들을 접하면서 무심코... 하지만, 나름 뭔가 생각해가면서 "앞으로는 인간을 포함한 생태학이란 개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그런 개념을 어떤식으로든 담고 있는 글들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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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한참 전이다. 20년도 더 이전... 친구들과 학회/세미나라는 소모임을 하면서 환경문제, 생태학 등등을 공부하면서... 진짜 생태학(자연과학)과 생태주의, 환경이론 들을 접하면서 무심코... 하지만, 나름 뭔가 생각해가면서 "앞으로는 인간을 포함한 생태학이란 개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그런 개념을 어떤식으로든 담고 있는 글들을 본 적이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 책만큼 뚜렷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은 없는 듯 하다. 


사람이란 존재를 과학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보면, 의외로 클리어한 답이 안 나오는 것을 여러 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인류 자체도 마찬가지고.... 어쩔 수 없이 주변과의 관계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정도라는게 과학이 발전되면 될수록 그 범위와 깊이가 확장되다보니 더 어려운 것 같다. 저자를 잘 모르지만, 이런 과학과 인간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온 사람이라고 하니, 그 나름의 시각이 정돈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도시가 더 풍부한 종다양성을 가진 생태계라고 설명을 하는 저자... 멕시코시티, 리스본의 돌체비타, 미라노의 투루사르디, 오타와의 전쟁박물관, 스위스 디티콘 등등... 기회가 되면 한번씩은 가 보고 싶은 곳, 인위적으로 구성된 그러나 의도하지 않은 생태계가 형성된 공간들. 대다수의 인간들이 그런 공간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인간존재의 근원으로 생각되오던 DNA 이후에 대해.... "2003년 완료된 인간유전체 프로젝트는 인류의 능력을 보여준 경이로운 사건으로 마땅히 칭송되었으나, 그 프로젝트가 지도화한 유전자의 개수는 2만 5000개에 불과했다. 후성유전학은 그 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뚜렷한 표지만 해도 수백만개나 된다. ... 인간후성유전체 프로젝트는 국제적 사업으로 이미 개시되었다." 문외한으로서... 이건 뭐냐? 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 역시 인간과 물질계의 교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드러나는 새로운 분야이구나 싶었다. DNA 구성물들의 작동여부를 결정하는 물질계와의 교류... entity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의 관게에 대한 연구가 산술적으로도 훨씬 많은 조합이 가능한 것일 테닊까. 


게다가... "알고 보니 인간이란 생물체는 미생물 세포들과 사람 세포들이 반침투성 틀 속에서 한데 엉겨 살아가는 존재였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생물학자 조슈아 레더버그는 2000년에 '미생물총'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몸에 존재하는 온갖 미생물의 총체'로 정의했다."라니... 그래, 인간이란 과연 무엇이냔 말이다. "연구가들이 발견한 바, 우리는 각자 100조개의 미생물 세포를 품은 존재다. 각자의 인간 세포보다 열 배 더 많은 개수다. 또한 연구가들이 우리 유전잘르 좀더 깊이 살펴보고 비교한 결과, 인체에는 세균의 유전자도 300만 개가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 유전자보다 100배 남짓 더 많은 수다.".... 이들을 포괄하는 후생유전학, 다음단계는 당연히 이것이리라. 


저자의 통찰이 여러 곳에서 빛나는 글들임에 틀림없으나, 역시 좀 더 전문화된 설명이 아쉽긴 하다. 기후변화에 대해선 뭐가 부족한지 나름 식견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생태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은... 좀 더 관련 문헌들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향으로 가는데 정말 좋은 이정표임에 틀림없는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e****s 2019.04.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