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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작가가 내 글을 표절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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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글쟁이들은 표절 강박증에 시달린다. 유명하든 아니든 관계없이 '표절'이란 작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이다. 그런데 파리8대학의 불문학자 피에르 바야르는 표절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만의 상호텍스트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바야르는《예상 표절》(여름언덕, 2012)이란 책에서 과거의 텍스트를 베끼고 훔치는 고전적인 의미의 표절론 외에 미래의 텍스트와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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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글쟁이들은 표절 강박증에 시달린다. 유명하든 아니든 관계없이 '표절'이란 작가에게는 끔찍한 악몽이다. 그런데 파리8대학의 불문학자 피에르 바야르는 표절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만의 상호텍스트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바야르는《예상 표절》(여름언덕, 2012)이란 책에서 과거의 텍스트를 베끼고 훔치는 고전적인 의미의 표절론 외에 미래의 텍스트와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예상표절론을 제시한다. 저자의 눈에 비친 문학의 역사는 한마디로 표절의 역사이다. 문학과 예술 영역에서 표절은 피할 수 없는 요소라는 뉘앙스마저 풍기고 있다. 다소 진지하고 꽤 허무맹랑하면서 매우 뻔뻔한 주장이다. 자칫하면 표절은 나쁘지 않다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다.

 

그런데 살아 숨쉬는 작가에게 표절의 문제는 단지 상상력의 유희 문제가 아니라 저작권 침해라는 사법적 문제가 걸리는데 저자는 이런 법률 부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표절은 과거의 작가에게 혹은 미래의 작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찬사 혹은 찬미로도 간주될 수 있다. 결국은 훔칠만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이 있다는 얘기니까. 그래도 독자들은 저자의 예상표절론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말기 바란다. 저자의 예상표절 이론은 단지 문학작품을 향유하는 또다른 탐미적인 놀이로 간주하면 된다. 솔직히 문학과 예술의 영역에서 상호텍스트의 현상과 작용을 다룰 때, 표절이 제기하는 지적 재산권과 저작권의 사법적 차원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저자는 상호텍스트성의 영향관계(고전적 영향, 상호적 영향, 회고적 영향)와 표절관계(고전적 표절, 예상표절, 쌍방표절)를 각각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먼저 고전적 영향이란 한 텍스트가 후대 텍스트에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상호적 영향은 서로 다른 시대의 텍스트들이 주고받는 상호적 효과다. 회고적 영향은 한 텍스트가 이전 텍스트에 미치는 효과다. 이와 유사하게, 고전적 표절은 이전 작가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고 밝히지 않은 행위를 말하고, 예상표절은 후대 작가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고 밝히지 않은 행위를 말한다. 쌍방표절이란 시간적으로 분리된 두 작가가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행위를 말한다.

 
바야르는 예상표절이론에 기대어 '독자적 문학사'를 상상하고  미래의 사건과 텍스트가 텍스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예상비평'이라는 새로운 문학비평의 길을 개척하려고 한다. 그런 상상에 의하면 문학사는 사건적 역사와 문학적 역사로 구분되고, 작가와 예술가들은 이중의 연대기에 속하게 된다. 저자가 명명한 '복합 연대기'는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건을,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적 또는 예술적 사건을 다루는 서로 다른 연대 추정 체계를 사용하는 연대기를 의미한다.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를 예로 들면, 소포클레스는 역사적 차원에서 아테네 민주주의와 동시대인이지만, 문학적 차원에서 본다면 소포클레스는 우리와 동시대인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그의 작품 《오이디푸스왕》은 2천년 뒤에 등장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예상표절했고, 동시에 살인자가 자신이 범인임을 모른다는 추리소설의 혁신적 기법을 예상표절했다. 바야르는 사건적 역사와 문학적 역사가 양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야르는 텍스트성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한 작가는 사건적 역사라는 과거의 꼬리표를 달고서 문학적 역사에 나타나는 법이기 때문에 이중의 연대기는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여기서 《오이디푸스왕》은 부 텍스트가 된다. 부 텍스트는 고전적 표절이나 예상표절로 다른 텍스트를 표절하는 텍스트다. 반면에 프로이트의 작품들은 주 텍스트가 되는데, 주 텍스트는 고전적 표절이나 예상 표절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다. 

 

참조하는 주 텍스트의 시간성에 따른 대표적인 작가 모델을 제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령 현재에 토대를 둔 상호텍스트 작가 모델은 정신분석가 타우스크다. 과거에 토대를 둔 상호텍스트 작가 모델은 니체다. 그리고 미래에 토대를 둔 상호텍스트 작가 모델은 시인 발레리다. 발레리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꽃》에 이미 베를렌, 말라르메, 랭보의 작품들을 예시하고 있었다고 해석한 바 있다.

 

z***a 2012.12.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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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표절하는 천재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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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모든 표절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한다는 순수한 의미뿐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새로움을 포함한다. 특허와 실용신안으로 새로움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비해 예술품에 대한 권리는 모호하기만 하다. ‘표절’에 대한 논란은 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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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모든 표절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롭다는 것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창조한다는 순수한 의미뿐만 아니라 기존의 것을 변형하거나 재구성하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새로움을 포함한다. 특허와 실용신안으로 새로움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비해 예술품에 대한 권리는 모호하기만 하다. ‘표절’에 대한 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명한 기준과 잣대가 모호하다. 비슷한 것과 그대로 인용한 것의 차이는 보는 사람의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밖에 없다.

예술 작품에서 표절은 앞선 시대의 작품을 베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거꾸로 미래의 누군가를 표절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상식적으로 웃어버릴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사람이 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는 책으로 기발하고 탁월한 견해로 찬사를 받았던 프랑스의 인문학자 피에르 바야르가 이번에는 『예상 표절』이라는 책을 내 놓았다. 피에르는 ‘예상 표절’이라는 낯선 개념을 통해 상식을 뒤집는다. ‘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어떤 작품을 표절할 수 있다는 발상은 장난스런 발상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책은 넌센스 퀴즈를 위한 혹은 사소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령, 볼테르의 셜록홈즈의 모험담을 표절했다거나 모파상이 프루스트를 표절했다고 주장은 구체적인 작품들의 장면을 인용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의 선후 관계를 전복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견해는 진지하고 구체적이다. 전통 표절과 구별되는 예상 표절은 쌍방 표절이라는 개념까지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단순히 시간의 선후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작품에 대한 경외감은 아닐까?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당대의 흐름과 기법 혹은 연속적인 문학사의 흐름에서 벗어나 독특함에 대한 상찬으로 볼 수는 없을까?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하는 능력을 갖춘 작가만이 ‘예상 표절’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면 존경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전통적인 의미의 표절이 비곤한 상상력과 부도덕함의 상징이라면 예상 표절은 오히려 창조적 상상력과 미래 지향적인 작가 정신에 대한 넉넉한 평가를 받아 마땅한 것은 아닐까 싶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작가는 그런 의미에서 예상 표절이라는 기발한 개념으로 문학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미래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시간의 복잡한 굴곡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려 깊은 문학 교육의 으뜸 역할 가운데 하나여야 할 것이다. - 피에르 바야르, <예상 표절>, 190쪽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표절’ 자체에 대한 낯선 해석이 아니라 연대기적 서술에 의존하고 있는 문학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평가에 있다. 입체적이고 낯설게 바라볼 수 있다면 문학사는 단순히 작가와 작품의 시대적 흐름이나 영향관계를 직선적인 흐름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신선한 방법에 의해 재구성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문학사는 단순한 문학의 역사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태어나고 독자에게 전달되고 소비되는 과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피에르 바야르의 숨은 의도는 바로 이러한 전복적 책읽기 - 문학사에 입체적 구성에 대한 시도는 아니었을까?

한 권의 책이 말을 거는 행복한 소수가 될 이 특혜 받은 수신인들을 언급하면서 스탕달은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동시대인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높이 평가할 줄 아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그는 한 작가가 다른 시대들과 더불어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자기 시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될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 피에르 바야르, <예상 표절>, 193쪽

스탕달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저자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스탕달은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동시대인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높이 평가할 줄 아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었다’는 말은 바로 예상 표절에 대한 저자의 찬탄을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한 작가가 다른 시대들’ 즉 미래의 어느 시대에 탄생할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시간의 제약’을 벗어났다는 것은 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며 새로운 평가를 위한 기준이 될 법하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문학뿐만 아니라 인접 예술 분야나 철학과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입체적으로 그 의미를 살펴야 한다. 피에르의 ‘예상 표절’은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기준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재미있는 발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또 다시 어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전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피에르 바야르는 계속해서 주목할 만한 작가가 되었다. 그의 책도 미래의 누군가를 ‘예상 표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a*****7 2010.07.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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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표절, 생각의 지평을 열다.
"예상표절, 생각의 지평을 열다." 내용보기
예상표절, 생각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힌 책(피에르 바야르 저, 백선희 역, 뮤진트리) 현재의 작가가 아직 쓰여지지 않은 미래작품을 표절할 수 있을까. 또는 과거의 작가가 현재의 작품을 표절할 수 있을까. 피에르 바야르는 케고르와 카프카의 정신적 유사성, 회귀를 둘러싼 니체와 프로이드의 생각, 라신의 글에서 발견되는 빅토르 위고 등을 예로 들면서 시간의 질서와 표절의 개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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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표절, 생각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힌 책
(피에르 바야르 저, 백선희 역, 뮤진트리)

현재의 작가가 아직 쓰여지지 않은 미래작품을 표절할 수 있을까. 또는 과거의 작가가 현재의 작품을 표절할 수 있을까. 피에르 바야르는 케고르와 카프카의 정신적 유사성, 회귀를 둘러싼 니체와 프로이드의 생각, 라신의 글에서 발견되는 빅토르 위고 등을 예로 들면서 시간의 질서와 표절의 개념에 대한 참신한 생각을 펼쳐 놓는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전복이 비단 작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시간을 가로질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텍스트의 의미를 확장시켜 나가는 책읽기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것.
책을 읽을 때 나는 과거의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첨삭하게 되는데 이를 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나의 생각을 선반영하는 셈이니 말이다.
바야르의 예상표절은 시간의 불가역성을 뛰어넘는 창작의 신비로움, 퇴적암에 켜켜이 세겨진 주름처럼
여러 층위의 생각이 서로 교호하는 책읽기가 어떻게 가능한 지, 그리고 나의 책읽기가 어떻게 선대의 작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피에르 바야르, 그를 알게 되어 기쁘다

k******1 2020.1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