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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초였던가? 그때 난 일본출장중 이었다. 그곳에서 일본사람들과 얘기하던 중 미국대통령 선거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했다. 당시 부시와 고어의 선거는 선거가 끝난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그때까지 누가 당선되었는지를 모르고 오리무중인 상태에 있었다. 천공이 어떻고, 선거인단이 어떻고, 민주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도 부정선거의 의혹이 이는 것을 보고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작년에 인간사랑에서 나온 [미국 대통령선거 이야기]란 책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실시되었던 과거의 선거행태가,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그들에게서 그대로 배운 것임을 알고, 미국식이라 하면 무엇이든지 그대로 모방하는 우리네 정치가들의 천재성(?)에 조소를 금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익숙한듯 하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정치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선거절차는 국민과 정부를 잇는 고리라고 말하는 저자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경우 그 영향력은 전세계 모든 시민에게 미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정부가 어떻게 선출되는지에 대한 기본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며, 정부의 결정이 실제로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지, 선출된 지도자가 표출하는 의견이 미국인의 견해를 일반적으로 반영하는지 여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살펴보고, 그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를 알아보자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선거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미국인이나 다른 나라의 평론가중에서도 거의 없다고 한다. 미국 민주주의의 명확한 특징 두가지는 권력분립과 연방주의인데, 권력분립은 행정, 입법, 사법이 별개의 기관에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하며, 연방주의라 함은 명백한 지리적 경계를 가진 소단위로 구성된 각각의 연방 구성체는, 헌법에 특정되어 있고, 제한된 연방정부의 권력을 제외한 나머지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대부분의 공직자가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며, 선출직 공직의 경우 임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중도에 결코 붕괴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이러한 미국의 선거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회의 경우 상원의원은 각주마다 2명씩으로 정해져 있으며, 하원의원은 인구비례로 뽑는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인단수는 상원과 하원의원의 수만큼 각주에 배정되어 있는데, 이는 민주주의를 육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국 당시 정치 엘리트들이 원하던 결과를 보장받기 위한 타협의 산물 이었다고 한다. 각주의 직접투표로 선출되는 선거인단은 승자독식 방식을 취하며,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의 절대 과반수가 필요하다. 만약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상위 3명에 대하여 하원에서 투표하여 선출하며, 이 경우에는 각주가 한 표씩을 행사한다고 한다. 그러나 1860년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대 정당으로 개편된 이후, 미국의 모든 선거정치는 이들 양대 정당이 독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타협의 산물로 출발한 선거인단 제도를 저자는 미국 민주주의가 가지는 취약성의 하나로 보고 있다. 건국 당시의 제도가 250년이 지난 지금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 2000년 대통령 선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와 고어의 투표결과를 몇주간 오리무중에 빠트리고, 결국 사법적 판단으로 승자가 가려진 것이나, 직접투표자의 득표 결과 고어가 표를 더 받았음에도 부시가 당선된 것은, 결국 미국인들이 선거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했음을 나타낸 것이며, 미국인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도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또 미국 민주주의를 취약하게 만드는 다른 하나의 약점은 저조한 참여율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선거나 주지사선거 등이 같이 치러질 경우 그밖의 선거들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선출직 공직의 수가 많다 보니 매년 선거가 없는 해가 없다고 한다. 더군다나 선거가 치러지는 날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공휴일이 아닌 평일이라고 한다. 이는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선거 판에서 유리시키는 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 결과 미국에서 투표하는 사람과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계층적으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것은 기득권층은 더 많이 투표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각당의 공약이나 정책들이 기득권층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타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결국 제도적 결함으로 밖에 이해될수 없으며, 이것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러한 괴리를 어떻게 개선하려고 할까? 선거인단 제도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비례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수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승자독식이 아닌 비례제 도입시 다수의 후보에게 표가 분산되기 쉽고, 이경우 30-35%의 득표로 대통령이 될수 있음을 그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투표율이나 득표율과 전혀 상관이 없는 최다득표자 승리 방식대신 결선투표제도 도입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들은, 기득권이 있는 후보와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재 제도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규정에 따라 권력을 쥔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기득권의 해체가 전제되어야 함을 뜻한다. 이를 두고 저자는 닭장을 여우에게 맡기는 것과 같은 것 이라고 표현한다.
그 밖에도 저자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나는 이 두가지의 취약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정당의 약사 및 정당조직, 민주당과 공화당원 이야기, 그리고 대통령직이나 그 이외 공직의 공천과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설명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본떠온 우리는 어떠한가? 과연 35% 정도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어도 좋은가? 하고 반문하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기껏해야 35%, 아니 투표율을 감안하면 30%미만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를 반문해 본다.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의 해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과연 우리에게 개혁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과, 그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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