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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Welcome to the dollhouse
![]() "어른들은 알아주지 않는다"
토드 솔론즈(Todd Sollondz)가 각본, 감독, 제작을 모두 맡은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1996년 미국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와 베를린영화제 예술영화국제연맹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위사람들의 잘못된 인식과 무관심으로 고통받고 세상에 저주를 퍼붓고 싶어하는 중학교 1학년짜리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순간순간 짜릿함과 경쾌한 웃음을 선사하지만 때로 섬뜩하기도 한 색다른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단란해 보이는 가족사진이 나오고, 카메라는 차츰 액자 속으로 줌 인 하면서 앞으로 주인공이 될 13세 소녀 '던'에 클로즈업한다. 던(헤더 마타라조)은 학교에서는 못생기고 덜 떨어졌다고 놀림받는 외톨이이고 집안에서도 우등생 오빠와 인형같이 예쁜 동생 사이에서 구박받는 천덕꾸러기이다. 우연히, '기지배같다'고 놀림받던 것을 도와주면서 친구가 된 남자아이 '랠프'를 빼고는 친구라곤 하나도 없다. 그러나 무엇으로부터든 소외된 사람끼리는 서로 통하는게 있는 건지, 역시 반항적 기질이 있는 문제아 '브랜든'과 우연한 일을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자기를 놀리는 브랜든에게 '박약아'라고 맞대응한 던은, '너를 따먹어 버리겠으니' 몇시에 어디로 나오라는 브랜든의 협박에 그 시간에 약속한 곳으로 나간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브랜든은 강간 비스무레한 짓은 전혀 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 던을 데리고 가 가족얘기를 털어놓는다. 브랜든의 형이 정말 '정신박약아'였던 것이다. 이 때 던은 최초로 이성과의 키스를 경험한다. 브랜든은 도무지 공부에 관심이 없고 불량배들과 어울려 다니며 말도 함부로 하지만, 모두에게 '이지메'당하는 던에게 오히려 호감을 느꼈고, 못살게 구는 것으로 애정표현을 대신했었음을 깨달은 던은 용서를 구한다.
한편 오빠의 친구 '스티브'를 짝사랑하게 되지만 스티브는 어리숙한 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던의 부모의 결혼기념 20주년 날, 다른 여자아이와의 애정행각이 들통나자 스티브는 던에게 저주를 퍼붓고 이에 던은 쇼크를 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자신에게 이유없이 무자비하기만 한 세상에 대한 던의 증오심은 증폭된다.
인형같이 예쁜 여동생에게만 계속되는 편애와 자신에의 무시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던 던은, 어느날 엄마의 중요한 전달을 동생에게 일부러 전해주지 않고, 이로 인해 동생이 실종되는 사건이 터지고 만다. 경찰은 유괴로 추정, 조사하고 부모가 시름에 잠기자 던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 동생을 찾는 전단을 만들어 뉴욕으로 간다. 길거리에서 잠이 들었다가, 여동생을 찾아 모든 이들에게 칭찬받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깬 던은 집으로 전화를 해보니 아무일없이 동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하게 돌아온다.
여동생이 없던 기간동안 잠시나마 관심을 받던 '던'은 여동생의 출현으로 다시 외면받고 집안은 종전의 분위기로 원상복귀된다.
한편 브랜든은 학교로부터 마약을 한 것으로 오인받고 소년원에 가야하는 상황에 처하자, 뉴욕으로의 탈출을 결심하고 던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아무리 '미운 오리새끼'일지언정 차마 현실을 저버리지 못하는 던은 탈출을 꿈꾸지 못하고 브랜든을 떠나보낸다.
파란만장했던(?) 13세의 한 해가 끝나갈 즈음, 던은 우등생 오빠에게 묻는다.
"중학교 2학년은 1학년보다 좀 나아?"
하지만 오빠는 더욱 현실은 어려워질 뿐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 '꾀꼬리 합창단' 단원인 던은 어느 봄날 디즈니랜드로 소풍을 간다. 차에 탄 던이 친구들 틈에 섞여 무표정하게 노래를 부르며 가는 씬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렇게 조금은 슬프게.
청소년 시절에 세상에 대해 반항심을 가져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를 떠나서 누구나 던과 같은 아련한 기억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소위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던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러한 고통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이전까지의 많은 '성장영화'와 유사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즉 <스탠 바이 미 Stand by me> <허공에의 질주 Running on empty> <굿바이 마이 프렌드 The Cure > 등과 같이,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성장기의 고통스런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어른으로 성장해간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13세라는 인생의 특정한 때를 다루고 있지만, 어른들은 그저 무심히 바라볼 수 있는 어린 나이에도 그 자신에겐 참으로 소중한 정신적 경험을 쌓아간다는 것, 그리고 가정과 사회가 얼마나 이 소녀에게 무자비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여러 장면들을 통하여 인기없는 10대에게 일어날 수 있는 매일의 불행을 정확히 그려내고, 또한 던같은 소녀가 얼마나 발랄하고, 자기도취적이고, 희망적이고, 철학적이고, 인내력이 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감독 토드 솔론즈는 성장기 청소년이 겪을 수 있는 삶의 미묘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써 하나의 풍자시를 완성하였다.
이 영화에서 사춘기 성의식이 자아내는 모습들은 칼날같이 정확하여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은밀한 흥분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혹독하게 첫사랑에 실패한 이 가엾은 소녀는 끝까지,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신데렐라나 어느날 갑자기 안경을 벗고 가려져있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미운오리새끼가 되지는 않는다. 감독의 자전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이 영화는 흔한 소재에서 독특한 개성과 보편적인 감동을 끌어내는 솜씨가 비범하며 신인다운 힘과 패기가 느껴지는 수작이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가 옛 영화서적엔 <어른들은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나와 있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어른들은 종종 그들을 너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뉴욕으로 도망친 브랜든이 학교에서 마약을 판 적이 없지만 "이제부터 팔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듯, 때론 어른들의 무관심과 편견으로 청소년들이 (더욱) 타락하게 되기도 한다. 감독 토드 솔론즈는 마치 주인공 '던'의 보복처럼 완성한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불쾌한 표정을 짓는 부모들을 보고 "칭찬받은 것 같아 즐거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는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란 현재형이 되는 순간 악몽으로 바뀌는 것임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증명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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