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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한 환상담 : <<눈물의 왕>> (이평재, 열림원, 2010)을 읽고
이평재 작가는 요즘도 문학잡지에 단편을 꾸준히 발표하는 소설가다. 문학동인 '비단길'의 회장을 맡아 해마다 문학콘서트를 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단에서 알려진 명성에 비해 독자들은 그 이름을 자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눈물의 왕, 이 작품이 그의 하나 뿐인 장편이다. 아직까지는.
삼한시대, 소도에 살던 열한 살 수리가 어쩌다 생령계에 발 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기둥이다. 생령계는 죽은 자들이 잠시 머무르면서 인간계와의 인연을 끊고 영혼계로 넘어가는 곳, 작가가 상상력을 밀어붙여 촘촘하게 만든 세계다. 주재자 바리데기와 도술을 부리는 비형랑 그리고 수많은 정령이 산다. 신비스러운 동식물이 있고, 현실세계와 다른 규칙이 적용된다.
판타지소설처럼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만 실어나르는 문장이 수두룩하거나 다짜고짜 초현실 요소가 불려오지 않았다. 작가는 환상담을 '말이 되게' 직조하여 펼쳤다. 삼국유사와 한국설화가 소설에 풍성하게 담겼다. 서구의 신화만 접하다가 소설로 한국의 전통이야기를 만나 신선했다. 한국소설 가운데 이런 작품이 있었나 싶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세상의 어떤 이야기도 소설로 쓰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 이평재 작가의 당당한 성취는 정당하게 인정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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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 <고양이 변주곡> 에서 느꼈던 이상한 무의식적 강렬함을 기억한다. 최근 낸 장편소설에서 그 느낌을 다시 경험할까 싶어 책을 펼쳤다. 기대와는 달리 읽기가 편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재기발랄함과 감각은 여전히 남아있되, 재미에 치중한 소설처럼 느껴졌다. 빠르게 읽혔다. 이 소설은 인간이 죽어 잠깐 머무른다는 연옥같은 공간 '생령계'에서의 한 소년 수리의 모험을 다룬다. 주인공 소년 수리는 죽지도 않았는데 이 생령계에 잘못 빠져들어 죽을 고비를 만난다. 작가는 특이한 생령계란 무대를 창조하는데 무척 공을 들인 듯하다. 생령계란 공간의 특징들이 재밌다. 떠다니는 혼들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영화 <식스 센스>의 뒷머리가 잘려나간 귀신들이 떠올라 섬뜩해졌다. 이 소설은 무협지의 서사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윤회관을 활용한다. 생령계에서 수리는 영적 스승에 해당하는 비형을 만나 성장한다. 낯선 죽음의 공간에서 악인인 우거차비로부터 위협을 당한다. 수리는 이 공간에서 죽은 부모와 대면한다. 수리는 괴물 인면어와 생사를 건 싸움을 한다. 생전의 친구 익비와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생령계라는 공간이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이 세계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싸우고, 슬픔을 겪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수리의 모험은, 이 세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와 그리 다르지 않다. 무협지와 게임에서 나올만한 장면들이 매끄럽고 정확한 문장에 실려있다. 치밀한 구성을 통해 여러 이야기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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