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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두루루루’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흔히 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머리꼭대기가 붉다고 해서 붉을 단(丹)자를 써서 단정학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예부터 두루미를 신선 같은 새로 여기고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거북, 사슴, 불로초와 더불어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로 쳐 왔다. 장수, 고고, 우아, 신선의 새라는 상징을 지닌다. 실제로도 두루미는 수명이 길어 83세까지 산 기록이 있다. 또한 암수가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 동안 바꾸지 않는다. 다리와 목이 길어 날아다니는 새 중에서 가장 큰 편에 속한다. 키가 160cm에 이르러 웬만한 성인 키 높이에 이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쇠재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7종이 기록되었다. 현재 두루미의 생존 개체수는 3,000마리 미만이다. 그보다 조금 많은 재두루미 역시 7,000마리 내외가 생존하고 있다. 흑두루미는 12,000마리로 추정하며 이들의 약 80%는 일본 남부 규슈에 있는 이즈미시로 내려가 월동한다.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쇠재두루미 35만 마리, 70만 마리, 30만 마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렵고, 시베리아흰두루미는 4,000마리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하는 두루미는 모두 아주 드물게 볼 수밖에 없는 새들이다. 우리가 아주 귀하게 대접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겨울에는 강화도 초지벌판과 동검도에서는 두루미를 봤다. 식구끼리 게와 갯지렁이를 잡아먹으며 성큼성큼 걷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정말 우아했다. 세 마리 네 마리 식구끼리 움직이는 두루미 여러 식구를 봐서 27마리까지 셌다. 29마리까지 봤다고 들었다. 연천군 민통선 안에서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골고루 보았다. 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평화 낭독 콘서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도로에서 100여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춤을 추듯 성큼성큼 걸으며 먹이를 찾는 재두루미를 보았다. 그리고 천수만에서는 거대한 군무에 참여한 흑두루미 떼를 보았다. 같이 본 친구 말에 의하면 554마리가 한꺼번에 날았다고 한다. 두루미의 멋에 흠뻑 빠진 겨울이었다. 이기섭 박사는 두루미에 미친 사람이다. 철원의 두루미 연구를 주관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20년 동안 다니던 교사직을 그만두었다. 단 1년의 프로젝트를 위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두루미 연구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이어져 지난 2000년부터 10여 년 동안 철원, 연천, 파주, 강화, 한강하구는 물론이고 서산, 구미, 주남, 순천만등 두루미가 찾아오는 월동지를 찾아다니며 두루미의 생태와 이들이 살아가는 서식지의 환경과 생태를 연구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두루미에게서 평화를 본다. DMZ를 흐르는 강과 습지에서 생활하는 두루미의 모습과 이들이 휴전선 철책을 넘나드는 장면에서 평화의 상징을 보는 것이다. 두루미가 철원평야에서 상당수가 월동한다는 사실이 다시 알려진 것은 1970년 초가 되어서이다. 전쟁 전에 논이었던 DMZ의 땅은 태고의 습지로 변해갔고, 점차 민통선 내에는 두루미의 식량 공급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농경지가 더 많이 개간되었다. 전쟁 중에 부서진 노동당사와 같은 건물 잔해들과 지뢰지대가 곳곳에 있어 지금도 당시의 긴장감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이젠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두루미가 서식하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빗발치는 포탄에 맞아 산화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핏물이 흘러내린 DMZ 습지에 나타난 사람만큼 커다란 키에 천천히 날갯짓을 하는 두루미는 마치 군인들의 영혼이 다시 태어나 붉게 피 묻은 철모는 쓰고 흰색 깃발을 흔들고 있는 듯하다. 진격의 고함 소리는 “두루루” 하는 외침으로 변하여 다시는 이러한 전쟁이 없길 바라는 애정한 평화의 메시지로 들린다. (71쪽) 이종렬 사진가는 두루미를 사진에 담을 때 2인칭 시점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한다. 인간의 눈이 아닌 두루미의 눈으로 두루미를 담으려고 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진 속 두루미들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친근하다. 뿐만 아니라 두루미의 일상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자연은 약육강식의 정글법칙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평화로움도 존재하기에 드라마틱한 장면이 아닌 소박한 일상을 담은 것이다. 초망원 렌즈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렌즈를 통해 이들이 살아가는 둘레의 모습까지 담았다. 유난히 아름다운 풍경이 많은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