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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 교육운동 언저리에 잠시 머물면서 알게 된 잡지가 있다. 그리고 그 잡지를 2~3년간 정기구독을 했었다. 왜 그 잡지를 끊었나는 잘 생각이... 아주 작은 책, 아주 얇은 책, 아주 소박하고 투박한 작디 작은 책... '작은책'이다. 그 작은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세번째 책을 냈다.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월간 작은 책을 통해 버스기사였던 안건모 선생을 알고 또 그가 쓴 글을 읽으며 낄낄거리고 실소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안건모 선생이 작은책 대표가 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의 책을 만드는 대표는 당연히 일하는 사람이어야 하지... 작은책의 모토는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로 기억된다. 글쓰기가 특정 집단,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서 그 느낌과 감정을 진솔하고 솔직하게 쓰는데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보는 것일게다. 전적으로 옳은 견해이다. 투박하지만 진솔하고, 거칠지만 진정이 느껴지는 글이 진정 아름답고 훌륭한 글이 아니겠는가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는 정말 다양한 필자가 등장한다. 노동자, 귀농한 농민, 학생, 주부, 취업준비생, 교사, 홀스쿨링학생, 변산공동체 주민 등등... 그들이 일상에서 만다는 다양한 경험과 사람, 그 속의 감정이 마치 일기쓰듯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읽다보면 코끝이 찡해지는 것도 있고, 혼자 낄낄대다 주위를 살펴야 하는 글도 있다. 진정 읽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다 고자 되는 거 아냐'는 학교급식소 조리사, 청소미화원, 도서관사서, 철도노동자, 보험회사 라이프플래너, 해고노동자, 광부, 해직교사 등이 등장한다. 주로 비정규직의 슬픔을 통해 이 땅의 고용구조의 불평등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으며, 진정 올바른 가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장이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었습니다'는 노동운동의 정당성과 그 과정에서 감내해야 하는 탄압과 억압, 부조리와 분노, 하지만 내일의 희망, 승리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신념을 글로 담아내고 있다.
책은 예전 작은 책의 그 크기다. 두께만 두꺼워졌을뿐... 그리고 그 두께만큼 내용도, 필자도 풍성해졌다. 맹목적인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하다고 여기는 반복적인 생활에 특별한 감정 혹은 반성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 어떤 삶이 가치있는 삶인가 나는 진정 내 인생의 주체로서 살고 있는가 이 땅과 역사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작지만 크게 웅변하는 책이다. 우리는 노동자 혹은 노동자의 자식...이 평범하고도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깨우치는 책이다.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란 물음에 답을 줄 수 있는 책, '이젠 노예로 살지 않겠습니다'라고 스스로 각성하고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긍지를 주는 책...비판적이고도 실천적인 지성을 원하는 그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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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문가다. 하루에 국내 이동거리만 3000킬로가 넘을 때도 있다. 해외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항공 마일리지를 자랑한다. 어려운 회사를 돕는 일을 한다. 회사의 경영상 가장 민감하고 골치 아픈 사안인 ‘직원관리’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이다.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을 알려주고 상담수수료를 받는다. 어떤 이들은 나를 ‘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내 입에서, 내가 써준 보고서를 통해서 회사는 회생의 길로 들어선다. 중요한 점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증가 시키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사주이다. 회사를 보유한 사람 하나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그를 위한 맞춤조언이 단기간 내에 눈에 보이는 돈을 가져다준다. 점점 입소문을 타고 나를 찾는 사람이 많이 찾고 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다. 세계 경제동황도 파악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부양정책연구를 위해 경제잡지를 서너권 읽고 관련서적을 일주일에 한권씩 읽는다. 선진 기업들의 운영노하우등은 매우 고급정보에 속한다. 각 기업과 정부고위관계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정보를 교류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일은 위기를 극복할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도록 돕는다. 정보의 보고는 중국이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의 기업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세제혜택 등이 기업들로서는 큰 매력이다.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불합리를 서슴지 않는 중국정부의 시각이 걸림돌이긴 하다. 갖가지 케이스 스터디를 하는 데에 중국만한곳이 없는 이유다. 이곳에서 성공의 핵심은 ‘행정관계자와 연결’이다. 무한대의 힘을 가질 수 있고 공안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의 지배력이 강해질수록 나의 주가는 더 높아져간다. 요즘은 노동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과 복지를 생각하는 시민단체나 NGO들과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때로 일부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법안을 올리는 일도 생기지만 그건 사실 깊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이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원들의 후원자들이 원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그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포장된 사측을 위한 법이다.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포장을 벗기면 내용물은 똑같은 상품이지만 포장을 벗기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그 포장 그대로를 놔두고 한곳에다 방치하는 이가 대부분인 것이 상품의 진짜 가치를 들키지 않는 이유다. 이쯤에서 내 이력서를 공개하고자한다. 앞으로 좀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위한 자기소개라고 보아도 좋을 듯 하다. 간간히 언론에 크게 언급되었던 굵직한 ‘사건’들은 순전히 사측의 안일함 때문이었다. 그렇게 키워서 얻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확실하게 뒤돌아보지 말고 실천하는 것이 번거롭게 일을 키우지 않는 법이다. 한국철도공사 해고와 파업, 양천구청 미화용역업체 노조분쇄, 삼성 무노조, 인하대· 서강대· 명지대의 청소용역, KTX 여승무원들 문제, 킴스클럽 이랜드, 세계적 기타브랜드 콜텍, 백화점 명품판매 엘카코리아 등이다. 언급한 곳보다 훨씬 많지만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직원들이 처리하는 곳들이다.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고나 할까.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직원들에 대한 처우문제이다. 생산량을 높여 높은 이익을 내는 것은 기업의 본분이고 회사를 만들고 경영하는 주체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최대한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생산량을 높이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많은 회사들이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는 생산량은 높아지는데 사주가 가져오는 이익은 그만큼 되지 않는 점이다.(물론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원인은 많겠지만 복잡하게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다보면 문제는 지지부진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손쉽고도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제도는 해결의 실마리다. 같은 일을 하면서 급여는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경영의 유동성이 커져서 언제든 어려울 때는 해고가 가능한점이 특징이다. 위에 언급했던 많은 회사들의 경우는 집단해고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된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대응하는 바람에 회사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경우이다.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고량을 늘리고 정규직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해법이다. 노조가 없는 회사의 경우라면 일은 훨씬 쉬워진다. 개인화된 노동자는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를 잘 다독여서 능동적인 노동자 관리를 요구하면 된다. 사장 등의 최고 관리자들은 중간관리자의 뒤에 가려져서 일일이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없는 장점이 있다. 이때 좀더 능동적인 관리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조가 있는 경우라도 요즈음의 분위기라면 별로 문제는 없다. 남은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 생산라인을 중지하고 생산되지 못하는 물품의 총량과 회사의 대외 이미지손실, 중지되었다가 돌아가는 경우의 손실이익을 넉넉하게 셈해서 노조 핵심간부들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정석이다. 본때를 보이는 것은 계속해서 누적될지 모르는 노사문제에 대한 예방책이라고 보면 된다. 설비와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로 생기는 산업재해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르다. 삼성반도체같은 핵심권력은 따로 조언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외국인근로자 채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 근로자들의 경우엔 아웃소싱하거나 노조를 포섭하는 것이 필요하고 일단 문제가 생기면 사고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재해를 입은 노동자에겐 연봉정도의 보상금으로 입막음을 하면 무난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언론에 응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의 경우엔 앞에도 언급했지만 파업주동자들을 고소하는 것, 보수적인 언론을 통해 파업의 손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회사 관리자들을 통해 노조 가족들을 포섭하는 일을 병행하는 일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각론은 틀려지겠지만 경찰 쪽에 줄을 댈 수 있으면 좋고 그렇지 못하다면 시위하는 장소를 선점하거나 철거명령을 받아오는 것도 한방법이다. 이를 위해 주변회사들이나 공터의 땅주인과 미리 관계를 쌓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수천건의 다툼을 중재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때는 회사가 급속도로 성장해나갈때이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고속 성장하는 회사를 보면 뿌듯해진다. 더불어 국가경제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오른다. 이번정부의 경우 가장 호황을 맞고 있는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정권이 바뀔 경우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환경이 변하는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직업을 전환하는 것도 이미 생각해두고 있다. 이를 통해 ‘좋은 편’에 서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노동문제상담소’ 정도로 해두자. 고급노조들을 상대하는 것이 내 커리어(경력)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경력을 살짝 덮어 ‘포장’하는 것도 요령이겠다. -------------------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낀 점을 역설적으로 정리해보았다. 위에 언급된 ‘전문가’의 이력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닌 회사들이다. 이런 착취가 계속되는 기업의 현실은 울분을 토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알기에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이루어지는 대자본 권력의 작전세력을 상상해본 것이다. 다수의 힘이 모여이루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힘없는 자의 고통은 대다수의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가 불행한 사회를 극복하는 일은 연대밖에 없다. 그렇기 위해서 현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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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로 기획된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결과물로서, 잡지 <작은책>에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수록되었던 글들을 엮은 책이다. 권위주의를 내세우던 정치 상황이 민주화를 추구하던 방향으로 전환하던 시기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서 사람들의 의사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른바 ‘국제금융기구(IMF) 사태’ 이후 비정규적이 양산되고, ‘고용유연화’라는 명목으로 해고가 쉬워진 현실에서 고용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의 사연들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이상 지속되었던 잡지 <작은책>의 발간으로 인해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접할 수 있었던다 하겠는데, 이는 ‘글 한 편 못쓰던 분들이 자기 역사를 기록’하게 된 것으로 성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이야기로부터 학교와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학생들의 사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마주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절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졍규직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강제로 퇴사를 하게 되면서 투쟁을 하는 이들의 사연이나,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근무지를 옮겨야 했던 이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노동운동을 하다 투옥된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비는 아내의 목소리는 물론, 당시 강행되었던 초등학교의 일제고사에 반대했다가 파면당했던 교사들의 사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밖의 다양한 이사연들을 접하면서, 다양한 이들이 기록한 글에는 소박하지만 절박한 각자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고 여겨졌다.
우리 사회가 형식적으로는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통해 여전히 권위주의와 경제력에 의한 억압이 강력하게 작동하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엮은이는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제시하면서, ‘지난 이야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까닭’으로 적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쓰디쓴 과거를 잊지 않고 살아야 나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피력하기도 한다. 오래 전 평범한 사람들이 쓴 글들을 읽으면서, 누구에게나 ‘현재의 삶’이 가장 중요하기에 그것을 기록하는 것 또한 소중한 일임을 직시할 수 있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 ( https://cafe.daum.net/Allwithbooks )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