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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 소설에 대해 "편력"이라는 말을 써가며 논할 정도로 많은 글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하자면 나는 신경숙, 윤대녕, 박상우, 구효서, 윤후명, 김소진, 장정일 등등을 좋아했었다. 굳이 이들을 묶어보자면, 신경숙, 윤대녕, 김소진 정도는 감상에 더 기대어 글을 쓰는 사람들이고, 구효서, 윤후명, 박상우 정도는 앞서 말한 세 사람 보다는 약간 더 현실에 와 닿아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글빨" 자랑하지 않고서 그냥그냥 이야기하듯 소설을 전개하는 사람들이고, 장정일은 치열한 현실을 감상으로 뽑아내다 뽑아내다 그 선을 넘어 가끔 막나가기까지 하는 사람이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아름 다운 나의 귀신]이라는 책으로 최인석이라는 작가를 알았다. 아직 중남미 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고, 당연히 마술적 리얼리즘 따위의 미사여구는 들어본 적도 없을 때였다.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서 나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떠올렸었다. 최근에..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그의 또 다른 책을 읽었다. 이전에 읽었던 단편이 아니라 장편이었는데.... 이 역시 그의 소설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와 진행들.. 읽고나면 심각한, 아니 읽으면서도 심각한, 그저 겉으로는 조금씩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서, 아 내가 왜 이들에 대해 이리도 무심하게 살고 있었나 하는 자괴감이 들도록 하는, 세상이 이렇게 지옥같은 것인데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하나.. 하는 절망이 밀려오도록 하는, 하지만 이게 분명 현실일 진데... 하는 수긍을 만들고야 마는, 그런 이야기였다. 몇 달 전에 [서커스 서커스]를 읽으면서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제 최인석도 조금씩 현실에 타협할 여지를 주는 것이겠거니. 이 사람이 정말로 현실에 제대로 타협만 한다면, 이전까지 그가 벌려 놓았던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주겠거니... 헌데, 아직 이 사람은 아직도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언제쯤 답을 가르쳐 줄런지...
그의 소설을 읽고서 부터는 "포이동 266번지"나 "신림동 난곡"따위의 기사나 보도에 남의 일처럼 무심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들의 삶을 내것인양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내가 마주치는 부랑인이나 노숙자, 걸인들 중에 누가 진짜 노숙자, 걸인인지를 가려내기위해 나름대로의 "짱돌"을 안굴린 것도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들을 몰랐을 때와 다름없이 그대로 살았다. 그들에 대해 알게 된 것 역시 나는 여전히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조금 달라졌다. 머리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보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그것은 그들에게 연민을 우선해서 가진채로 대하게 되는 것 같더라는 것이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이제 곧 그의 또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려 한다. [혼돈을 향하여 한 걸음][구렁이들의 집][나를 사랑한 폐인] 그중에는 벌써 절판된 책들도 있어서 다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만...
혹시 짬이 나는 분들은.. 제목에 써 둔 것처럼 가끔 일상이 지겨워서 뭔가 심각하고 진지한 생각이 필요한 분들은 그의 책을 한 번 읽어보심이 어떨런지... 그러고나면 이 땅을 "열고야"로 바꾸려는 또 하나의 간자(間者)가 되어보려 할지도 모르니.. |
| 책제목에서 밝히고 있듯이 소설은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밥어미, 작은년, 꽃실이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운 여자), 그리고 이 스파이를 만난, 또는 이 스파이에게 선택받은 나의 이야기이다. 책의 플롤로그에서 잠깐 또다른 나가 등장하고, 소설 속의 나인 심우영의 삼청교육대 체험을 취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결국 삼청교육대의 이야기가 아닌 심우영(액자 소설 속의 나, 이며 소설의 실질적인 나레이터)의 이야기로 전부 채워져 있다. 책에 표현된 대로라면 ‘이상한 나라’는 아래와 같은 거리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 오십년을 걸어가고, 동쪽으로 칠십년을 걸어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백십년을, 거기에서 동쪽으로 백구십년을…… 가고 또 가면…… 가고 또 가면…… 거기 내 나라가 있어요.” 그곳의 명칭은 열고야이며 그곳은 결국 유토피아이다. “그곳은 열고야라 불리는 곳이에요... 멀리, 내가 얘기한 모든 나라들보다 더 먼 곳에 자리잡고 있어요. 남쪽으로 백이십년을 가면 귀허라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이십이년을 가면 영혼의 호수가 나오고, 그 호수 북쪽 끝에서 배를 타고 서남쪽으로 길을 잡아 오십일년을 가면 열고야라는 아름다운 섬이 있어요... 다툼이 없고 욕심이 없는 곳, 사람과 사람이 경쟁과 이익으로 갈라져 으르렁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연민으로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곳이에요...오늘 내가 이용하던 것을 내일은 당신이 이용할 수도 있어요. 누구나 일을 하는데, 일로 돈을 벌어 먹고사는 것은 아니에요.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요. 직업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한 가지, 혹은 두어 가지 일만을 해야 하는 제도 같은 것은 없어요. 석 달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다가 다음 여섯 달은 학교에 나가 아이들에게 산수를 가르칠 수도 있고, 다음 일년은 대학에 들어가 문학이나 음악을 공부할 수도 있어요... 그곳의 율법은 인간, 사랑, 그리고 즐거움이에요. 그 이상의 어떤 이념이나 가치도 없어요... 사랑을 위하여 깨어나고 즐거움을 위하여 일을 해요. 사랑을 위하여 꿈을 꾸고 즐거움을 위하여 꽃이 피어나요.” 그 열고야국의 혁명학교를 나온 꽃실이가 스파이(間者간자라고 불리운다)로서 대한민국에 자리를 잡고(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자기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혁명의 과업을 완수하는 과정이 나(심우영)를 통해 보여진다. 소설은 어미에게 너는 내 자식이 아니라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과 함께 버려진 내가 고아원을 탈출하고, 미군전용 나이트클럽의 화장실 보이(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30년전이다)가 되고, 미군물품의 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사회경제적인 과정이 한 켠에, 그리고 고아원을 탈출하며 첫사랑인 영순이와 헤어지고, 절친한 선배였던 병식의 아내인 순금과 살을 섞고, 나이트클럽에서 스트립걸이 된 영순이를 다시 만나고, 영순이로 인해 살인을 청부하고, 영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작은년을 감옥에 보내게 되고, 작은년의 죽음을 지네가 되어 목격하고, 결국 영순과 결혼하는 사랑의 순례가 다른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현존하는 국가권력과 사회구조의 비정함, 그리고 이러한 국가와 사회에 몸담고 있는 나약한 존재로서의 개인, 그리고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을 밟고 넘어선, 유토피아에 대한 동경(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파견된 스파이의 어쩔 수없이 동경 내지 존경스러운 마인드라니)이 가득한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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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름다운 나의 귀신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 소설의 작가 '최인석' 씨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늘 사랑이라는 감정만이 주를 이루는 소설들 속에서 최인석 씨는 비단 사랑 뿐이 아닌 삶에 대한 강한 인간의 욕구를 담은 내용이 돋보이는 글이여서 특별하게 다가왔고 역시 다소 특이하지만 웬지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라는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현재가 아닌 6.25를 겪은 60-70년대 사람들의 어두운 삶의 모습이 강하게 그려져 있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 특히 그 시대의 수없이 등장하였던 고아들. 부모에 의해 버려지고 또 다시 삶에 대해서 버려져야 했던 사람들의 아픔.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느껴지며 재미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의 시큰거리는 소설이다. 이 소설 제목에서의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다른 이를 구하려 하는 진정한 유토피아를 그리는 '밥 어미'라는 별명을 가진 그녀를 통해 진정한 자신만의 유토피아는 금전이나 어떤 부귀영화는 결코 아니였을 알수 있었고 존재하였을 듯한 인물들의 등장과 웬지 허구성이 느껴지는 환상의 세계의 절묘한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정말 어디선가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같은 '밥어미' 가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하게 되는 소설이다. 400여 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이 소설. 그런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던 이유는 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작가 최인석씨의 기량 때문이기에 그런 기량도 돋보이는 소설이다. [인상깊은구절] " 그렇다면 니 나라는 어딘데?" 그가 다시 물었다. 내 나라는 어디일까? 내 나라는...없었다. 어디에도 내 나라는 없었다. 택이 아비는 말했다. 니가 이 곳이 니 나라가 아니라고 말할 때 니가 갈망하는 모든 것, 그리워 하는 모든 것, 열고야국이 그런 곳이다. 니 나라는 거기다.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의 나라가 사실은 거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