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38%
  • 리뷰 총점8 62%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7.0
  • 40대 8.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끔찍한 상상
"끔찍한 상상" 내용보기
쓴웃음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책이다. 사용자가 세계에서 12번째로 많다는 한국어. 그 한국어가 사라진다는 가정이 가당키나 한가. 이건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맨 마지막 장에 나온, 2023년에 영어공용화가 되고 한국어가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놓은 것을 보니 수긍이 갔다. 지금의 우리는 영어만능시대에 살고 있다. 영어만 잘하면 멋진 미래
"끔찍한 상상" 내용보기
쓴웃음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는 책이다. 사용자가 세계에서 12번째로 많다는 한국어. 그 한국어가 사라진다는 가정이 가당키나 한가. 이건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맨 마지막 장에 나온, 2023년에 영어공용화가 되고 한국어가 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요약해놓은 것을 보니 수긍이 갔다. 지금의 우리는 영어만능시대에 살고 있다. 영어만 잘하면 멋진 미래가 펼쳐진다고 믿으며, 너나 할 것 없이 영어공부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을 가보라. 전공 공부에 열올리는 이가 몇이나 있는가. 한 인간의 능력을 '언어'라는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다니. 그것도 우리의 언어도 아닌, 외국의 언어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의 문화 및 기술을 꽃피우고 있을 때, 우리는 남의 언어에 열중하고 있다니. 문화식민지를 자처하는 꼴이다. 일개 사설기관에서 실시하는 영어시험의 점수를 국가고시에 반영하겠다는 발상이 나오는 세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명 언론고시라는 것 때문에 토익 900을 뽀개보겠다고 난리다.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서 영어시험을 보기도 한다. 영어를 잘하면 다른 것도 다 잘한다는 발상이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자기 자식의 영어발음을 좋게하기 위해 혀수술을 시킨다는 부모의 이야기는 내 주위에서 접해본 적이 없으므로 논하지 않는다쳐도,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은 대단하다. 논할 가치도 없는 영어공용화. 영어공용화라는 말은 이 시점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를 쓸 수 없는 사람이 많아져야 논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땅을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한국어 배우기에 무관심한 몇몇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하고 한국어를 못 하는 사람이 있는가. (원어민 강사들도 웬만한 한국어는 다 하더라.) 영어만 잘 하니까 영어공용화를 해야하는 것이지, 영어를 잘 하기 위해 영어공용화를 하자는 것이 말이나 되나. 일부 국민만 해도 되는 영어 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인데,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우리가 영어단어나 외우고 있을만큼 한가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주 큰 오산이다.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건, 교육의 문제인데, 공용화를 한다고 교육이 좋아지겠는가. 지금 사람들이 영어에 투자하는 돈을 영어가 정말 필요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훨씬 높은 효과를 볼 것이다. 제발 그 귀중한 돈을 헛되이 쓰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면, 이번엔 영어를 버리고 중국어를 쓰자고 할 사람들... 그렇게 휩쓸려 다니면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강대국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 열흘에 한 개 꼴로 민족 언어가 사라진다고 한다. 한국어를 쓰는 사람은 한국인 뿐이고, 일본어를 쓰는 사람도 일본인 뿐이다. 우리(7천 5백만 국민과 해외동포를 포함)에겐 우리의 언어를 지키고 가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우리와 얼을 빼앗긴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이 책은 강대국의 언어에 집착한 결과가 그렇게 끔찍한 것인지, 영어공용화의 논의가 어째서 말이 안 되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상깊은구절]
영어를 공용어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국민을 향해서 할 이야기는 아니다. 영어가 짧아서 우리 사회의 위기가 온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정체성도 모르고 분수없이 세계를 향해서 뛰다가 당한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따라서 그 진단과 처방도 총체적이어야한다. 지엽을 가지고 본질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비단 복거일 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지금 두려운 것은 IMF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이 체제의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하고, 인류의 미래를 문명사적인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설계하는 안목의 부족이 가장 두렵다.
r******l 2004.02.21.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발칙한 상상...
"발칙한 상상..." 내용보기
중,고등학교 6년이나 영어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난 영어로 말하는데 익숙치 않다. 누군가가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면 순간 당황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의 싱가포르인 펜팔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까닭은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젠가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발칙한 상상..." 내용보기
중,고등학교 6년이나 영어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난 영어로 말하는데 익숙치 않다. 누군가가 영어로 말을 걸어올 때면 순간 당황해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의 싱가포르인 펜팔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까닭은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만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젠가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영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선진국으로 들어서기 위한 필요조건 마냥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가 미국인이 될 순 없으며, 어려운 경제가 갑자기 살아나는 것은 분명 아닐 듯 하다. 이 책은 영어가 공용어로 채택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것에 대한 상상이다. 혹자는 이를 심각한 과장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날 일제가 우리나라를 지배하면서 민족 말살을 위해 시행했던 가장 주된 정책 중 하나가 우리말 사용의 금지였다는 측면에서 이는 다시 한번 재고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영어 공용화는 일제시대의 강압적 정책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하지만 그 강제성/자발성 여부를 떠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국어보다 더 가치있게 여겨지고 있다. 이미 우리말도 제대로 하기 전에 영어 유치원에 등록시키는 것으로도 모자라 보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위해 멀쩡한 혀도 자르는 만행까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기에, 영어 공용화와 함께 우리말이 소멸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농후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말이 완전히 소멸하고 모든 이들이 영어를 말하지만 그 안에서 보다 미국적인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이 사회의 주도 세력이 된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 세대와 영어만을 구사하는 젊은 세대간의 갈등이 깊어져 가고, 보다 전문적인 영어 교육을 받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소외되는 현실, 이는 영어 공용화를 통해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유토피아는 결코 아닐 것이다. 게다가 변화하는 패권은 영어의 위상 변화로도 이어진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한국 사회를 상상하는 것은 참으로 어색하고도 씁쓸했다. 500년 후 타임캡슐을 통해 소멸되었던 우리말이 다시 복원된다는 결말이 다소 모호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은 영어 공용화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다른 여느 책들에서보다 쉽게 서술하고 있다. 영어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우리의 것을 잃으면서까지 영어를 숭배해야 되는지, 우리보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필리핀이나 인도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게 된다.
이달의 사락 q*****2 2003.09.2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말, 우리말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말, 우리말" 내용보기
우리말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게되어서 기쁘다. 이전까지는 과연 우리말이 정말로 좋은 언어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우리말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한국적 정서와 한국적 가치관을 가지게 된것을 너무나도 기쁘게 생각한다. 보수적 민족주의 뭐 그런게 아니다. 그냥 사람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말, 우리말" 내용보기
우리말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게되어서 기쁘다. 이전까지는 과연 우리말이 정말로 좋은 언어인가하는 문제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우리말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서,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한국적 정서와 한국적 가치관을 가지게 된것을 너무나도 기쁘게 생각한다. 보수적 민족주의 뭐 그런게 아니다. 그냥 사람으로써, 내가 태어난 국가고, 나의 생각을 표현해주는 언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는 우리말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영어도 좋아하고 있지만, 영어보다는 한국어를 더욱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동양인이고 한국인이다. 굳이 서구문화를 따라갈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다. 물론 서양의 국가들이 선진국이고, 강대국인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서양문화만이 우수할까. 서양 문화가 우수한 것은 서양 사람들이 피와 땀으로 발전을 했기 때문이다. 동양은 절대로 뒤처지지 않는다. 나중에는 서양에서 '동구문화'를 추구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간단하다. 그냥 우리가 발전하면 돼. 언어를 잃는다는 것은 정신을 잃는다는 것이다. 한국어에는 나의 정신과 영혼, 그리고 나의 조상들의 정신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 모든것이 자랑스러울수는 없지만, 충분히 자랑스러운 것도 애써 내팽겨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정말로 우리말을 사랑해.
s******2 2005.09.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영어공용화논의에 부쳐..
"영어공용화논의에 부쳐.." 내용보기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의 책소개란에서 보기도 했고, 마침 저자 중 한분이 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부의 교수님이길래(시정곤교수님) 한번 보기로 했지요. 소재도 영어공용화론이라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이기도 했구요. 머리말에서 이미 저자들이 밝혔듯이 이 책은 영어공용화론에 대한 이론적인 반박을 위한 책은 절대 아닙
"영어공용화논의에 부쳐.." 내용보기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아주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의 책소개란에서 보기도 했고, 마침 저자 중 한분이 우리 학교 인문사회과학부의 교수님이길래(시정곤교수님) 한번 보기로 했지요. 소재도 영어공용화론이라는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것이기도 했구요. 머리말에서 이미 저자들이 밝혔듯이 이 책은 영어공용화론에 대한 이론적인 반박을 위한 책은 절대 아닙니다. 영어공용화론이라는 거대 담론에 대한 논의가 피상적으로, 이론적으로만 벌어짐으로써 그 논의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일반 민중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반성 아래, 만약 2023년 정말 영어가 한국어와 함께 이땅의 공용어가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를 마치 SF 소설을 읽듯이 써나간 책입니다.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그 순서 역시 영어공용화 원년인 2023년부터 2053년, 2083년, 2123년 그리고 2523년의 순으로 영어공용화가 가져올 파장에 관해서 쉽게 역사책을 보듯이 순서대로 서술했습니다. 논의는 굉장히 충격적입니다. 2023년 영어공용화가 시작될 때 사람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2023년 영어에 의해 사회적 계급적 분화가 일어나고, 2053년 한국어가 점점 소멸해가며, 2123년 중국어공용화의 논의가 시작되는 한국사회 그리고 2523년 완전히 소멸되어 버린 한국어를 되살리는 미래인들의 노력.. 겨우 100년만에 완전히 한국어가 소멸되어 버린다는, 아니 겨우 30년만에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영어에 치우치는 바람에 영어를 못하는 소외 계층의 한국인들이 완전 계급 분화되어버린다는 설정은,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도 그리 먼 미래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제가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대죠) 더욱 충격입니다. 혹시나 너무 논의를 극단적으로 끌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보충 자료들이 결코 이 논의가 극단적이지 않다는 근거를 제시해줍니다. 과거 비슷한 일이 있었을 경우 그 때의 사료들이나 최근에 일어났던 영어 및 국어 관련 논의나 관련 기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일들이 충분히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는 걸 증명해줍니다. 예를 들면, 2053년 영어이름 짓기가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부분에서 바로 옆페이지에 지난 일제강점기 시절 있었던 창씨개명의 사료를 배치하는 식이지요. 재밌는 부분은 2123년 이미 영어가 모국어가 되어버린 한국땅에서 다시 중국어공용화 논의가 일어난다는 곳입니다. 마치 지금의 논의에서 영어만 중국어로 바꾼다면 완벽하게 똑같은 글을 다시 쓸 수 있겠더군요. 피상적으로만 오갔던 영어공용화론 논의에 대해서 실제적인 접근이나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책입니다. 이론적인 논거가 필요하다면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붙어있는 자료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처음 영어공용화 논의에 불을 지폈던 복거일의 글에서부터 이어지는 반박글, 옹호글, 관련기사들이 40개 가까이 모여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영어공용화론.. 정말 정신나간 주장아닙니까? 박노자교수의 말처럼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담론으로 오갈 수 있는 한국 지성계의 수준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r*****o 2004.01.0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제목 그대로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제목 그대로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내용보기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년, 고3으로 대학입시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공부했던 1998년부터 영어 공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 역시 영어 스트레스에 빠져들기 전만 해도 영어는 대한민국 국민 중 일부만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80 노인부터 3, 4살 꼬마까지, 구멍가게 주인부터 대기업의 회장까지 모두가 영어를 배우고 매달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제목 그대로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내용보기
내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년, 고3으로 대학입시라는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공부했던 1998년부터 영어 공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나 역시 영어 스트레스에 빠져들기 전만 해도 영어는 대한민국 국민 중 일부만 배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80 노인부터 3, 4살 꼬마까지, 구멍가게 주인부터 대기업의 회장까지 모두가 영어를 배우고 매달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떠랴. 기업의 입사전형마다 학교의 프로그램마다 한결같이 영어 구사 능력을 묻고 있다. 한국과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 영어라는 외국어 구사능력이라고 할 때 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국어국문학을 공부하는 나조차도 영어 공용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입장이었다. 나 자신이 느끼고 있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 영어교육에 무자비한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 사회, 경제발전을 무역에 의지해야 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 나에게 영어 공용화 논의를 앞당긴 것은 바로 경제적 효율성이었다. 그러나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에 실린 대로 천박한 경제 우위의 논리는 말 그대로 천박한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인도와 필리핀이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지만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실. uri(우리)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라 we, our라는 영어로 ‘우리’의 의미를 사고하는 우리 후손. 세계무대에서 바나나 민족으로 살아가며, 중국어 공용어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우리 민족. 미국식 영어에 대한 맹종과 그에 따른 사회문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러 문화를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국제적인 사고이며 우리가 그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그들과 경쟁하는 일이다. 우리 산업에 절실히 필요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법률 및 사회적 대우가 미흡하기 짝이 없는 지금 경제 우위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영어 공용화 논리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균형을 잃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깡그리 잊어버리고 영어만을 사용하고 교육하는 오늘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중략)“한국어는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 땅에 언어가 있다면 오직 영어만이 존재할 뿐이다.” 당신은 이런 날을 상상할 수 있는가?
j*****r 2003.11.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타임캡슐에 갇힌 한국어
"타임캡슐에 갇힌 한국어" 내용보기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철지난 사회과학서적을 떨이로 파는 온라인 서점의 행사에서였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0세기 마지막을 뜨겁게 달궜던 '영어를 공용어로 제정하자는 소설가 복거일 씨의 주장(국제어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社/1998)'이 실현되었다는 가정하에 500년의 미래 한국사회를 상상해보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사회과학 분야로 분류되어있
"타임캡슐에 갇힌 한국어" 내용보기
이 책을 발견한 것은 철지난 사회과학서적을 떨이로 파는 온라인 서점의 행사에서였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20세기 마지막을 뜨겁게 달궜던 '영어를 공용어로 제정하자는 소설가 복거일 씨의 주장(국제어시대의 민족어/문학과지성社/1998)'이 실현되었다는 가정하에 500년의 미래 한국사회를 상상해보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사회과학 분야로 분류되어있지만 실상은 전지적 시점의 소설에 가까워보인다는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면 그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2023년을 영어공용화의 원년으로 가정하고, 이후 30년,60년,100년,500년의 다섯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마치 SF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각 시점에서의 사건을 간추리면 이렇다. 2023년에는 영어시간이 곧 국어시간이 되고, 관공서/매체가 너도나도 앞다투어 영어를 사용하게 되며, 영어와 함께 영미권의 문화가 순식간에 한국문화를 잠식하게 된다. 이어 한세대가 흘러간 2053년, 영어공용화 세대인 아이들은 가정에서만 사용하는 한국어보다 학교/친구들 사이에서 훨씬 자주 접하는 영어가 더욱 편하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첫번째가 세대간의 단절, 두번째가 한국전통의 상실이다. 다시 30년이 지난 2063년, 영미권의 경제와 문화수준을 쫓아가기 위해 영어공용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빈부의 격차, 세대의 단절, 문화적 주체성 상실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결국 경제/문화적 차이의 관건은 영어의 사용이 아니라, 국지적 특수성을 얼마나 창조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달렸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2123년, 세계를 호령하던 미국의 아성은 점차 줄어들고 신흥강국으로 중국이 득세하게 되면서 '중국어공용화론'이 힘을 얻는다. 이 때의 한국사회의 풍경은 21세기 초의 영어열풍이 불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시 400년이 흐른 2523년, 우연히 한국어문법이 보관된 타임캡슐이 발견되어 한국어는 새 생명을 얻게 된다.
 
책의 내용을 모두 읽고 나면, 500년 후의 상황을 한국어의 영속성을 바라는 희망의 대단원으로 치부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의 네 시점은 전혀 허황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로, 영미 문화가 한국의 문화를 잠식한다는 가정이, 조선말기 일부 개화파들에 의해 일본에 강제 합병된 이후 나랏말을 잃으면서 전통이 단절되었던 시절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대간의 단절이 생길 것이라는 가정이, 해방이후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서구문화와 전통문화간에 격렬한 충돌이 생겼던 경험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의 부록으로, 2003년 당시 벌어진 열띈 찬반논쟁의 자료들도 정리해두어서, 단순히 상상에 입각한 비관적 논리 이외에,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었다.
 
객관적 논쟁을 살펴본 뒤에 내린 '영어공용화'에 대한 나의 개인적 판단은 이렇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은 '경제성장'과 '영어사용'의 인과관계를 오해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즉, 현재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언어가 영어이므로 같은 영어를 사용하게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는 큰 논리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영어가 경제발전을 주도한다면, 이미 영어공용화를 시행한 인도/필리핀 등의 나라는 왜 아직 경제선진국이 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 그 방증이겠다. 또한 영어를 공용화하면서 얻는 것이 한국어를 소홀히 하면서 잃게 되는 것보다 과연 값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500년을 이어오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유산인 한국어'가 '인도를 준다해도 바꾸지 않겠다던 세익스피어'와 비견했을 때 그 가치가 그토록 비천한 것인가하는 쓸쓸함마저 생긴다. 아울러 과거 '영어공용화 찬반논쟁'에서는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접근보다도, 사대주의니 국수주의니 하는 거대담론에 파묻혀 문제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생각한다. 우선 '영어가 도깨비 방망이'쯤 된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고, '영어공용화'에 대한 반대를 국수주의적 발로로 치부해버리는 것 또한 문제의 본질을 가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출간시점이 2003년 이므로 '영어공용화'라는 특정주제에 대한 시의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영어교육은 여전히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아직도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하겠다.
YES마니아 : 골드 v****e 2007.04.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말이란 도구
"말이란 도구" 내용보기
영어 공용화에 대해선 제주도 영어공용화 논쟁이 있은 뒤 한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일단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23년에 영어 공용화가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는 가정하에 한 세대의 기간이라는 30년 간격으로 일어날 일들을 가상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영어공용화 후 500년의 시
"말이란 도구" 내용보기
영어 공용화에 대해선 제주도 영어공용화 논쟁이 있은 뒤 한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일단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23년에 영어 공용화가 전격적으로 시행된다는 가정하에 한 세대의 기간이라는 30년 간격으로 일어날 일들을 가상적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영어공용화 후 500년의 시간이 흐른 후를 다루고 있다. 가상적인 내용이지만 소설은 아니고 신문기사의 형식으로 객관성을 보태고 있다. 그리고 머리말 부분에 영어 공용화 논쟁과 그것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을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 입장은 공용화 반대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두 가지 입장을 보면 표면적으로 받는 느낌이 민족문화와 전통 등의 이유를 들어 영어 공용화를 반대하는 측을 닫힌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로 세계화와 세계에서의 영어의 위상, 영어학습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이유로 찬성하는 측은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이유로 영어공용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 요인으로 반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수단이 될 것이며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예상과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영어공용화를 반박한다. 영어공용화 이후에도 상류계층이 한국영어가 아닌 미국 주류영어를 배우기 위한 미국유학이 계속될 것이라든지, 미국학교의 한국 분교 개설과 원어민 교사들의 대거 교용, 한국 문화와 전통의 부재로 국가 이미지 하락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마지막 5장에서 영어 공용화 500년 후를 가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우리말’을 살리려는 노력으로 국어학자들이 타임캡슐에 한국어를 묻는다는 대목이다. 그냥 타임캡슐에 담기만 한 것이 아니고 한국어의 어휘와 문법체계를 단순하고 쉽게 가다듬어 보편적인 언어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쉽고 쓰기 좋은 언어이면 언어의 생존력이 더 강할 것이라 예상하고 우리말이 다시 살아날 날을 기약하면서 묻은 부분은 우리말은 그냥 지켜지는 것이 아니고 많은 노력으로 갈고 닦아야 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책 말미에 자료로 제시된 신문기사를 보면 영어공용화에 찬성하는 측이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하자는 의견으로 통일되어있지는 않다. 이들은 영어와 국어가 같이 쓰이는 상황을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실현가능한지를 이 책에서는 되묻고 있다. 영어를 배우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현재의 광적인 분위기에서 과연 우리말이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미국영어를 최우선으로 치는 편협한 시각으로 우리말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현실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종이에 찍혀있는 A점에서 B점으로 가는 최단거리는 무엇일까. A점과 B점을 잇는 직선이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최단거리는 A점과 B점을 맞닿게 종이를 접은 상태다. 이것은 물리학에서 블랙홀을 설명하는 예시이다. 이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두 번째 방법을 처음에 납득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최단거리이며 발상의 전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각기 다른 언어가 이런 사고방식의 차이라면 무리한 생각일까. 언어는 생각하는 도구이다. 아주 기본적인 욕구는 특별한 사고 없이 행동하고 판단할 수 있지만 조금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사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고과정 자체가 언어로 이루어져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른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차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이런 점에서 언어의 다양성은 사고의 다양성으로 귀결된다. 외국어 습득은 문제접근에 있어서 가로, 세로가 아닌 높이라는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해준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또 개인적으로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를 공용화하는 것은 가로 혹은 세로축을 버리고 높이라는 축만을 받아들인 또다른 2차원 평면에 다를바가 아니다. 영어 공용화를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잃는지 그리고 얻는 것 들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c*******s 2003.10.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내용보기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학생들은 영어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못 하고, 직장인들은 주말에 치러지는 영어시험을 빼놓지 않고 응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영어로 된 동요를 가르친다. 국어맞춤법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영어앓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영어에 죽고, 영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내용보기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학생들은 영어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못 하고, 직장인들은 주말에 치러지는 영어시험을 빼놓지 않고 응시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에게도 영어로 된 동요를 가르친다. 국어맞춤법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영어앓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영어에 죽고, 영어에 살고 있다. 또 영어 실력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지위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영어를 잘해야 나라가 강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아이들에게 한국어 대신 영어를 가르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한 배경에서 영어공용화가 등장했다.
  이 책은 복거일이라는 소설가가 『국제어시대의 민족어(1998)』라는 책을 발표한 이후, 디지틀조선일보 지면에서 치열하게 설전을 벌였던, 1999~2001년 사이의 영어공용화 논란에 대해 다룬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대한민국 정부 주도하에 영어를 한국어와 같은 지위로 병용하게 되고, 국민들 역시 영어 공용화에 대해 열렬히 환영하는 사회 분위기를 전제하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게 될 일련의 사건들을 예측해보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에세이 같은 평이한  문체와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시에, 언어학적 지식과 가상의 내용에 대응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들어서 근거를 들고 있다.
  책의 서문에서는 영어공용화가 어떠한 배경에서 촉발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영어교육이 시작된 지는 이미 60년을 넘겼고, 나날이 세계화(Globalization)되고 있는 국제무대에서 영어는 보편어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할 필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책이 써진 2003년 당시에는 대만과 일본의 영어 제2공용어화 움직임이 언론을 통해 한국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당시의 이러한 분위기에서 복거일을 필두로 한 영어공용화 찬성론자들이 저서와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
  찬성론자들은 무조건적인 한국어전용론은 닫힌 민족주의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반대론자들은 영어 실력과 국가 경쟁력은 별개의 문제이며, 민족정체성의 큰 부분을 상실하는 것만큼 큰 혜택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야기는 2022년 영어공용화를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대한민국 사회와 두 언어의 운명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단순히 1년, 2년 단기적인 관점이 아닌, 장장 500년이나 되는 시간을 가정하고, 영어가 한국어를 이기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지 생각해 보는 발상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 영어공용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유사한 책들과 비교해 볼 때,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가 머리말에 밝힌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무작정 상상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증을 위해 내용에 대응하는 많은 삽화와 인용문이 실려 있는 부분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용이 허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부 부분에서 필요한 내용은 빠져 있고, 불필요한 내용이 지면을 채우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어공용화가 시행되게 되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영어가 정착된 이후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과 영어를 못 하는 사람 사이에 계급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에서, 영어실력과 사회적 성공이 비례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전제를 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를 병용하는 사회에서는 영어의 능숙함(proficiency)을 사회적 성공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병용하는 시대가 지나고 영어가 정착되어 국어가 완전히 밀려난 사회는 영어가 자연스러운 사회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 한국어를 열광적으로 공부하지는 않는 것처럼, 어느 시기를 넘기면 영어를 열광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시기가 온다. 오히려 영어실력보다도 개인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영어실력만으로 사회적 계급이 갈린다고 묘사할 뿐, 어느 시대에 어느 수준까지 계급화가 진행될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없다. 반면에 영어공용화와 함께 달러를 공식화폐로 지정했다는 가정도 있다. 대한민국이 새로 받아들인 것은 언어인데, 어째서 화폐주권을 포기해야 하는지 당위성이나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제시하고 있다.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용전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제가 너무나 극단적이라는 점이다. 영어공용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은 논의 설정 상 어쩔 수 없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극단적인 가정이 오히려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작품 속의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복거일이 주장한 영어공용화 주장은 닫힌 민족주의를 탈피하고, 민족의 발전을 위해 세계 흐름에 따르자는 정도이다. 엄밀히 말해 한민족임을 포기하자는 탈민족주의는 아니다. 하지만, 작품 속의 한국인들은 국제화 수준이 아니라 미국화를 선택했다. 모든 것을 미국식으로 바꾸려고 했고, 미국과 닮지 못 한 것을 수치스럽게 여긴다고 묘사한다. 심지어 한민족의 민족성을 거절하고 할로윈데이(Halloween Day)를 명절로 받아들이며, 교포들과 미국인을 최고의 결혼상대로 생각한다. 이는 너무나 극단적인 가정으로, 영어공용화를 선언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의 51번 째 주, 코리아주(Korea State of US)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분명 서론에서는 영어공용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고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다보면 장점과 혜택보다는 회의론과 비관론을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장점을 다루고 있는 항목수도 적은데다 극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읽는 내내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단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에 실패해 자살로 생을 마치는 작가에 대한 부분은 노골적인 비관론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 책의 부록에서는 1995년~2003년 사이에 발행된 신문을 통해서 해외와 제주도에서 영어공용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와 디지틀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 진행된 복거일과 반대론자들의 찬반논의가 실려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오히려 본문보다 부록이 훨씬 밀도 있게 찬성과 반대 의견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본문 220여 페이지 보다, 부록 50여 페이지가 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2014년 현재까지도 영어공용화론은 대중적으로 공론화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2003년보다 영어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고, 대한민국에서는 학생/직장인 가리지 않고 생존을 위해 영어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공대와 같은 한국의 대학과 일본의 라쿠텐과 같은 기업들이 영어 공용화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낯설지 않다. 실제로 제주도는 2014년 현재 영어교육도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만큼 급진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논리에 따라서, 영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언젠간 영어공용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영어공론화라는 화두를 적절하게 이해하고 대한민국의 국제화에 대한 통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m****x 2014.12.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