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의 작가다. 그의 자서전적 소설이 잘 드러내듯, 그는 끊임없는 죄의식과 무력감으로 살아갔다. 그의 이 단편집도 [달려라 메로스]와 [여학생]이외에는 모두 그의 힘겨웠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형과의 불화, 공산주의 운동으로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던 동경생활, 자살미수로 한 여자만 죽게 한 사건, 진통제 중독으로 빚과 정신병원 신세, 그리고 연인의 배신. 그의 이런 비참한 삶의 뒤로 그는 한 빛줄기를 본다. 자신을 걱정하여 주고 챙겨주는 사람들. 어떻게든 형과 화해시켜 주려는 따뜻한 마음. 끝나버린 줄 알았던 가족의 정이 불씨처럼 살아있음을 본다. 그는 희망을 미워하고 또 희망을 잡고 싶어한다.
그의 마음에는 한 낯가리는 연약한 [여학생]이 자리하고 있다. 반드시 빚진 삶을 갚고픈 비장한 각오와 그 일만이 그의 삶을 유지시키는 끈이 되고 있음을 그도 잘 알고 있다. 그의 꼬여진 삶이 버려진 슬픔만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그는 가녀린 그의 마음을 다독이며 어머니와 함께 오손도손 사는 기쁨을 맛보았으리라. 어쩔 수 없는 인간조건만 아니었더라면, 그도 이웃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보탬이 되고 기쁨이 되는 존재이었을 있었으리라.
부모에게도 미안하고, 형들에게도, 죽은 여자에게도, 현재의 처에게도, 두 아저씨에게도, 소작농에게도, 혁명운동을 하던 친구에게도 그는 죄책감, 자신에 대한 분노, 포기하고픈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단편들은 그런 오사무의 한편에 살고픈, 행복하고픈, 자신을 용서하고픈 마음이 끊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부끄러움과 악행들. 마음에 아직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추악한, 용서받지 못할 모습들. 오사무는 마지막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더라도, 우리는 도움을 받으러 손을 내밀어야만 한다. |
| 일본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아마 이야기를 들으면 아아~ 그 이야기~ 라고 외칠 달려라 메로스. 친구를 위해 대신 감옥에 가고, 그 친구를 기다린다- 는 이야기가 아마 제일 유명할 것 같아서인지 제목도 달려라 메로스였다. 메로스는 이미 다 알고 있고 우정이란 소중한 거구나~ 정도의 감상밖엔 느끼지 못했던 초등학교 때 읽은 이야기이므로 확인 수준에서 넘어갔기에 별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 역시 왠지 반갑네~ 라는 감흥 뿐. 교과서에도 실린다는 동경 팔경과 후지산 백경. 뭐랄까....; 나야 일본인이 아니니까 별 상관없어서 그런지 별로 와닿지는 않았다.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뿐. 하지만 읽으면서 마지막을 보고서는 뜨아 했던 유다의 고백. 제목이 왠지 내용 밝힘이 된 듯 싶어 왠지 좀 아니다 싶었다. 뭐랄까. 답답하고 꽉 죄어오는 인간으로서의 유다의 속마음 까발리기(!!) 랄까. 예수에 대한 원한과 왜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느냐는 그 절절한 외침이 너무나 와 닿아서 괴롭기까지 한 이야기였다. |
|
나는 오늘 밤 처형을 당한다. 처형을 당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나 대신 인질로 잡혀 있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왕의 간사하고 사악한 마음이 잘못됐다는 걸 깨우쳐 주도록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고 나면 나는 처형 당해도 상관없다. 지금까지 간직해온 명예를 지켜라. 안녕! 내 고향이여.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는 예전부터 꼭 읽어 봐야지 하고 점찍어 둔 작품이었다. 워낙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고, 일본 근대 소설은 거의 접한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
| 아름다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비웃는다. 그 웃음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다. 아름다움은 도덕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고 아름다운 것은 피폐로 물들어 스러져가는 운명을 감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아름답다. 그의 문장은 결코 아름답지도 않고 문학적으로 잘 꾸며지거나 미학적으로 다듬어지지도 않았는데도. 그러나 그의 문장에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독특하고 비감한 숙명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에는 숙명에 가위눌린 쇠약한 힘과 아스라한 죽음의 냄새가 느껴져 알게 모르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야 만다. 알게 모르게 갑자기 덮쳐오는 공포같이 일순간에 아련하고 부드럽고 조용하게 목덜미를 짚는 새빨간 손톱의 날카로움처럼, 조용히 졸다가 갑자기 날세우고 바르르 떨어대는 고양이의 털끝처럼. 아름다움은 욕망을 부추긴다. 김종삼 시인이 말한 ‘내용없는 아름다움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에는 별 내용이 없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비극적인 냄새가 문장 곳곳에 너무나 진하게 배어있다. 역시나 삶을 파멸로 몰아가며 써내는 글에는 독자를 압도하는 힘이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다자이 오사무란 인간도 참 지난한 삶을 살아왔다는 게 느껴진다. 그의 글은 작가 자신의 자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작가의 관념과 의식이 너무나 티나게 담겨있다. 그렇지만 이런 적나라함은 계산적이지 않고 꾸밈도 없기 때문에 신기하게도 적절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피폐하고 위악적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는 삶을 살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주고 싶다. 이러기란 정말 힘들다는 걸 살아가면서 느낀다. 문학이라는 아름다운 꽃은 왜 하필 가난이라는 음습하고 끈적거리는 영혼에 기생하는 걸까. 작가가 괴롭게 죽어갈수록 문학의 꽃은 거대하고 아름답게 피어난다. |
|
다자이 오사무.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 온다 리쿠 등의 현대 일본 문학의 작가만 알고 있던 나에게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온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학교 과제 때문에 단편 하나를 잠깐 읽은 게 처음이었고, 점점 관심이 생겨서 드디어 책을 사게 되었다. 이 단편집에는 자전적 작품들과 신화, 성경 등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품들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나는 <유다의 고백>과 <달려라 메로스> 등 다자이 오사무의 특유의 문체와 상상력으로 원래의 모티브를 가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 더 매혹적이었다. <유다의 고백>은 예수를 배반하게 되는 유다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었다. 유다는 성경에서처럼 단지 돈 때문에 예수를 배반한 것이 아니다. 유다는 예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 중 하나이다. 돈 때문에 배반할 정도로 예수를 가볍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사람 아무도 몰라주어도 그저 당신 한 분만이 알아주신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중략)...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라다녀도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요.’ ‘나는 천국을 믿지 않습니다. 하느님도 믿지 않고 그 사람의 부활도 믿지 않습니다...(중략)...내가 믿는 것은 그 사람의 아름다움뿐입니다.’ 유다는 자신이 얻을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예수의 아름다움에 반했고, 그 아름다움에 반한 마음을 예수가 알아주지 않자, 점점 그 사랑이 증오로 바뀌어 가는 것이었다. 예수에 대한 강렬한 사랑이 질투를 낳고, 증오도 낳았다. 유다의 심리적 갈등과 변화에 대한 표현들의 리얼리티가 생생하여 예수와 유다에 관한 문학적 접근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다. 정말 인간적이고, 어쩌면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이다 보니 몰입도가 상당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원작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달려라 메로스>는 친구와의 우정과 신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메로스는 사람들을 불신하여 자신의 신하를 죽이는 것을 일삼는 왕에게 분노하여 왕을 살해하려 궁전에 잠입한다. 결국 잡혀서 사형선고를 받지만, 메로스는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죽기 전에 자신의 여동생을 결혼시키고 온다고 하였다. 돌아오는 도중에 메로스는 친구를 배반할까 고민도 하였고, 돌아오는 길에 폭풍우를 만났지만, 결국 돌아와서 자신이 사형 받으러 왔으니 친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였다. 왕은 이에 감동하여 친구와 메로스 둘 다 사면해 주는 이야기다. “...(전략) 그러니까 달리는 것이다. 믿고 있으니까 달리는 거라고. 아직 늦지 않았다. 늦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목숨도 문제가 아니다. 나는 엄청나게 큰 무언가를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나를 따라와라! 피로스트라토스.” 이러한 부분에서 한번쯤 들어본 신화 속 이야기이지만, 죽으러 가기 위해 달리는 메로스와 메로스가 신의를 저버리고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불신의 왕 사이의 신념의 대결이 깔끔하게 그려져 있다. 물론 세상의 ‘믿음’은 살아있다는 메로스의 시점에서 바라보도록 기술하였다는 점, 또한 그 메시지 안에 다자이 오사무의 문체가 듬뿍 묻어나왔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다. 이 단편집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들어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어둡고 비참하게 살아왔지만, 그 삶 속에서 그는 아름다움을 탄생시켰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거기서 탄생하게 된 허구가 어우러져 더 완성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번 읽어도 다시 생각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
이 책에 실린 유다의 고백은 먼저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실격, 유다의 고백, 사양을 읽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그러한 책들에 비해서는 이 책은 별로 재미가 없었습니다. 작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부분들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았던 시기의 느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후지산 백경이나 다른, 이와 비슷한 글에서는 소소한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작가에 대해서 더 알아간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목의 글인 '달려라 메로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많이 들어본 내용인데, 특별히 작가만의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자이 오사무와 그와 비슷한 시대의 작가들의 글을 더 읽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고, 대부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가 다 못 읽고 반납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은 날에는 속상한 일이 있어서 밤을 새워서 책만 읽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기도 제가 빌렸었던, 그 날 읽었던 책 3권의 작가들 중 한명은 자살을 시도했었고, 둘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헤르만 헤세, 슈테판 츠바이크, 다자이 오사무. 그런데 책을 읽으니까 책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오랜 시간 책에 폭 빠졌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그 뒤로 그 작가들에게 약간의 친밀감이 느껴지더라고요. |
|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제야 읽게 되는 일본 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그리스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창작한 표제작 '달려라 메로스'를 포함하여 모두 여덟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특히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한 작품들은 그의 비극적이었던 인생과 맛물려 또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듯 하다. 이 책으로 낯가림을 없앴으니 이제 '인간실격'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겠다.
|
|
지난번 일본여행 책을 읽다가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고향 아오모리 쓰가루에는 그의 작품에서 이름을 딴 “메로스“라는 기차가 있는데 단편 “달려라 메로스”에서 나온 말이다. 위 단편집에는 다자이의 개인적 삶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과 그 외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달려라 메로스」→「동경팔경」→「귀향」→「고향」의 순으로 읽었다. 몇 편 읽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낀점은 남의 기대를 져버리는 고통에 대한 변명, 괴로움이 주된 내용이다.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다룬 책은 이젠 그만 읽고 싶다. 계속되는 자살시도와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작가. 전쟁을 겪고 난 일본의 어려운 시절과 작가의 비운적인 삶이 잘 맞아떨여졌다고 생각되어진다.
- 위키백과사전 인용- 다자이 오사무(1909.6.19~1948.6.13 소설가, 작가) 본명 쓰시마 슈지 1909년 아오모리 현 출신으로 지방 유지의 집에서 부유하게 자랐다. 형들의 영향으로 중학교 까지는 교내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연극에 심취, 결국 동경제국대학 불문학과를 재수로 입학하였으나 입학 후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하느라 수업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애인과의 불륜 등으로 동경대를 졸업하지 못해서 가족들의 신뢰와 사랑을 잃는 것이 두려워 동거하던 한 술집의 급여와 호수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하였으나 혼자 살아남아 그때의 충격과 자신의 부유한 집안배경을 평생 죄의식으로 안고 살아간다. 그 이후 1948년 사망시까지 총 다섯번의 자살을 기도하였다. 1935년 《역행》이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나 차석에 그쳤다.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를 당시, 다자이 본인과 스승인 사토 하루오는 道化の華란 작품을 후보로 올리고 싶어하였으나, 선고 후보위원인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탐탁치 않아 하여 逆行으로 후보 작품이 변경되었다. 결국 逆行는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실패, 이 일로 다자이 오사무는 카와바타 야스나리에게 격노, 카와바타를 공격하는 글을 집필하기도 했다. 결혼 후 안정된 삶에서 《부악백경》, 《사양》등의 많은 작품을 집필하여 그 무렵 일본의 비주류 전위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였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