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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의 책 창고 - 배상열의 "철의 제국 가야의 첫 사랑, 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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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도 사람이 살았네.    가야는 그 국명조차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밀에 감춰진 국가 혹은 국가 연합체다. 6세기까지 존속했지만 고대국가로 발전한 고구려, 백제, 신라에게 떠밀려 남쪽 변방의 조그마한 부족국가쯤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야는 풍부한 철을 바탕으로 왜를 비롯해 낙랑과 활발한 무역을 벌였으며 신라가 고구려의 도움을 애걸할 정도로 우월한 군사력을
"블레이드의 책 창고 - 배상열의 "철의 제국 가야의 첫 사랑, 아효“" 내용보기

옛날에도 사람이 살았네.

 

 가야는 그 국명조차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밀에 감춰진 국가 혹은 국가 연합체다. 6세기까지 존속했지만 고대국가로 발전한 고구려, 백제, 신라에게 떠밀려 남쪽 변방의 조그마한 부족국가쯤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가야는 풍부한 철을 바탕으로 왜를 비롯해 낙랑과 활발한 무역을 벌였으며 신라가 고구려의 도움을 애걸할 정도로 우월한 군사력을 지니기도 했다. 하지만 신라가 최종적인 승자가 되면서 가야는 분열로 인해 자멸한 소국이라는 이미지로만 남았다.

 

 아효공주는 신라의 두 번째 임금인 남해이사금의 딸로 가야에 인질로 보내진다. 당시 가야는 하늘에서 내려온 김수로를 임금으로 삼고 한참 세력을 뻗어나가는 시기였다. 그리고 해적출신인 석탈해가 있다. 이 세명과 아유타에서 온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옥, 그리고 김수로의 어머니로 알려진 정견모주까지...실타래처럼 얽혀진 세 사람의 이야기는 짧게 드러난 역사를 넘나든다. 작가는 세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실제 역사와 절묘하게 조합하면서 이끌어간다.

 

 사랑과 질투, 애증과 간절함이 담긴 활자들이 눈앞에 화살처럼 지나간다. 세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칼을 겨누면서 역사를 만들어간다. 저자가 후기에서도 밝혔듯 당시의 역사는 삼국사기나 삼국 유사에서 아주 간략하게 등장한데다가 그나마 정확성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덕분에 이야기는 더 흥겨워지고 윤기있게 진행된다. 고대의 영웅담에 사랑 얘기를 적당히 접목시킨 덕분에 상큼한 미드나 트렌디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그리고 2천년전에도 사람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톡디

 

이 책에서 가장 톡 쏘는 한 마디

 

- 목걸이를 잡았던 아효의 손이 힘 없이 풀렸다. 

r*****a 2010.06.1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신화를 역사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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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코리아 때부터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배상열 선생님의 신간 <철의 제국 가야의 첫사랑, 아효>를 얻어 읽었습니다.   원래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소설을 써오시던 분이 16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 시대를 소재로 글을 쓰셨느니 큰 외도이긴 한데, 의외로 오랫동안 이쪽 방면으로 준비를 해오신 덕에 근 한 달만에 책을 내셨더군요. -ㅅ-;              감상을 말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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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펜스코리아 때부터의 인연으로 알고 지내는 배상열 선생님의 신간 <철의 제국 가야의 첫사랑, 아효>를 얻어 읽었습니다.

  원래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소설을 써오시던 분이 16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 시대를 소재로 글을 쓰셨느니 큰 외도이긴 한데, 의외로 오랫동안 이쪽 방면으로 준비를 해오신 덕에 근 한 달만에 책을 내셨더군요. -ㅅ-;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신화를 역사로 만들었다"라고 해야할까요.

  시오노 나나미 선생의 주장대로라면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조카인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제국 전체의 인구 조사를 명하고, 이에 따라 유대 지역의 가난한 목수와 그의 아내가 고향으로 갔다가 무려 2000년이나 유지되며 통털어 인류 전체의 3분의 1을 지배할 종교 지도자를 출산했다는 기록이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록되던 시절, 같은 시기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백성들이 왕을 내려달라고 빌었더니 하늘에서 알이 내려와..."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지요.

 

  즉, 갈리인의 자손이든 로마인의 자손이든 혹은 트라키아인의 자손이든 헬라인의 자손이든 냉소를 지으며 "혹시 그 알들은 외계인의 자손인가 보지요?"라고 해도 차마 딱히 반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궁색한 이야기가 납득이 가능한 역사가 된 것입니다. 물론 이 내용이 소설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어차피 호메로스의 픽션도 약 3000년 뒤에 역사였음이 밝혀졌듯이, 배 선생님의 소설이 역사로 밝혀질 날도 오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소설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서 몇 가지 감상을 전개해볼까 합니다.

 

 

 

 

(1) 어리석은 백성들을 위해 쑈를 하라, 쑈!

또 다시 시오노 나나미 선생을 언급해야겠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로마인 이야기 제2권>에서 이런 에피소드가 등장하죠.

카르타고인들과의 대해전을 앞두고 무당이 닭을 이용하여 점을 칠 때였죠. 무당과 제독이 미리 짠 시나리오대로라면 닭이 열심히 모이를 쪼아 로마 해군의 승리를 "예언"해야함에도 닭은 갑판 위에 뿌려진 모이를 무심하게 바라보기만 했다지요. 그러자 제독은 "물이라면 먹겠느냐!"며 닭을 잡아 바다에 던졌고, 그 직후 로마 함대는 대패했지요. 이에 대해 태사공(太史公)인 시오노 나나미 선생 말씀하시길, "그 양반은 닭이 모이를 쪼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이 불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임을 망각했다"라고...

 

   비슷한 때 지구 반대편에서도 문명의 척도가 갈리인이나 브리타니인 수준이었던 남쪽의 한인(韓人)들을 상대로 북방에서 온 자들의 우두머리이며 여왕폐하이자 여제사장인 정견모주도 구라를 칩니다. 마술에 재능이 많았던 그녀는 미리 준비했을 "황금알 여섯 개가 담긴 상자"를 갑자기 뇌우와 낙뢰가 쏟아지던 때를 골라 나타나게 했고, 이 때문에 아홉 부족의 우두머리들과 백성들은 화들짝 놀라 정견모주의 명을 따르기로 맹세한 뒤 그 알들에서 나올 왕자들을 왕으로 모시기로 맹세합니다. 그리고 10달 뒤, 알들 중 하나가 먼저 깨지면서 훗날 김수로라고 불릴 왕자가 태어났지요. 물론 이렇게 해서 가야 연맹의 맹주가 된 김수로 왕은 아무리 봐도 정견모주를 닮았지만, 그가 하늘이 내려주신 왕이라는 사실에 대해 백성들은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그들은 쑈에 현혹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십수 년 뒤, 인도 동부의 작은 왕국 아유타(아유디야)가 적의 침공을 당해 국가 존망의 위기에 빠집니다. 더 이상 종묘사직의 보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왕과 왕비는 외동딸을 배 한 척에 태워 탈출시킨 뒤 국가와 운명을 함께 했지요. 그리고 공주는 함께 살아남은 시녀들 및 무관들과 함께 바다를 떠돌다 가야 연맹의 해변에 도착합니다(거즘 천 년 뒤 베트남의 어느 왕조의 후예들이 이런 식으로 고려에 와서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지요). 생긴 것도 다르고 말도 안 통하는 사람들이지만 배 한 척에 인도의 보석과 귀금속을 그득그득 싣고 온 것은 정말 반가웠지요. 여차하면 그냥 다 빼앗고 죽여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말 안 통하는 미녀에게 뻑간 김수로 왕은 장인의 입장에서 자신을 조종하기 위해 어여 장가들라는 대신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공주 일행과 손짓발짓으로 대화하여 또 쑈를 준비했고, 그리하여 "인도 아유타국에서 천신의 뜻에 따라 시집온, 성은 허요 이름은 황옥인 공주"와 결혼식을 올렸더라는 것이죠.

 

  그리고 나머지 부분들, 즉 국사 교과서에 소개된 신화들 하나하나에 대해 이런 식으로 현실화를 시켜주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죠.

  아, 덧붙이자면... 민주주의국가에서도 어쩐지 이벤트성이 농후한 행사가 자주 열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다수 국민이라는 사람들이 그만큼 어리석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긴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고, 단지 남이 한 말이 옳은지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생각도 못한 채 죽어라 외워대는 국민들에게라면 더더욱 정견모주와 김수로왕이 했던 쑈는 계속 먹히고 먹히고 또 먹히겠지요.

 

 

 

(2) 대범하신 분, 찌질하신 분, 딱하신 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 소설 자체에 대한 명백한 스포일러가 될 겁니다. 다만 이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지요. 일단 대범하신 분은 백과사전을 검색해도 나오는 신라 아효 공주의 남편 될 사람입니다. 아울러 해적질로 먹고 사는 작은 나라의 왕자였으나 상인 겸 무사가 되고, 결국 신라의 부마 겸 총리급의 높은 벼슬을 한 뒤 왕이 되죠. 하지만 그가 원래(소설 밖에서) 뭘 해먹고 살던 사람인지는 별로 알려진 바 없습니다(어린 시절에는 사기치고 다니고, 철들어서는 김수로 왕과 맞짱을 깠다는 이야기가 전할 뿐). 물론 카푸아의 검투사 양성소에서 난을 일으킨 스파르타쿠스가 트라키아족 족장의 아들이었다는 이야기도 후대의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라고 하지요.   

 

찌질하신 분은 공적인 분야와 관련해서는 대범하지만 막상 개인적인 문제에서는 정말 찌질한 그런 분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지요. 아울러 "남자가 여자 앞에서 점수를 잃지 않으려면 식당이나 까페의 종업원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라는 말이 이런 이유로 맞는 말이구나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분입니다. 결국 이분은 첫사랑에게서 점수를 완전히 잃은 뒤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과 결혼하지요.

 

딱하신 분... 정말 답이 없으신 분이지요. 남의 나라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가고, 자기와 절대 맺어질 수 없는 여성을 흠모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만... 이미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는 게 확실한 여자를 위해 그 남자와 잘 되도록 목숨까지 내놓는.... 네, 그렇습니다. 이런 분이 은근히 적지 않고, 그래서 이런 분을 이용해먹는 된장녀들도 많지요. 정말 뒤통수 한 대 후려쳐주고 싶은 분이죠.

 

 

 

(3) 사람의 신세만큼이나 국가의 신세도 알 수 없나니...

"우리들은 가난했지만 고기를 잡으며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네놈들이 들어온 다음부터 모든 것이 뒤틀렸어. 우리가 칼을 잡고 일어선 것은 우리의 아들딸들마저 노예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우리가 오기 전까지 너희들은 짐승이나 다름없지 않았느냐? 너희들이 이제라도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오로지 OOO님과 OOO님의 은덕이거늘, 은혜를 갚기는커녕 반란을 일으켰으니 죽어 마땅하다!"

이 책의 139쪽에 나오는 대화를 발췌했습니다. 어쩐지 섬뜩하더군요. OOO를 "천황폐하와 이토 히로부미 공"으로 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사 라이스 장관님"으로 바꿀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마오쩌둥 주석과 주얼라이 총리"로 고칠 수도 있겠고, "레닌 동지와 스탈린 동지"를 넣을 수도 있겠지요. "히틀러 총통과 하인리히 힘러 각하"도 될라나? 그런데 실은 정견모주와 김수로 왕입니다. 그리고 닥치라는 소리를 들은 사람의 발언은 일본인의 것이고요. 네,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날 홋가이도 일대로 거주지가 제한당한 아이누족 사람의 발언이겠지요. 이때는 한반도에서 온 세력에 의해 일본 원주민들이 구축당하던 시기였으니... 그래서 정말 섬뜩하지요.

 

아울러 김수로왕이 신라 내부에서 일어난 영토 분쟁을 조정해주고, 또한 그것에 답례하기 위해 열린 잔치 때 결례를 범한 신라 관리를 직접 처형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런 나라가 신라에 의해 멸망하고 그 후예는 신라의 최고 공신이 된 것을 생각하면... 정말로 으스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4) 가야의 몰락은 철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의 말미에 이 문구를 보았을 때였지요.

"겨울부터 시작된 가뭄은 여름이 지나도록 맹위를 떨쳤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메마른 죽음이 펄펄 날렸다. ... 가야의 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은 빠르게 고사하는 숲이었다. 나무가 없는 가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불땀 좋은 나무와 숯이 없다면 원광이 품고 있는 철을 녹여낼 수가 없다. 만일 나무가 없다면 가옥들만큼이나 산재한 도가니와 대장간은 일손을 멈추게 될 것이며, 그것은 가야의 생명이 다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가야는 위기를 벗어나게 되지만, 그러나 가야인들이 이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순간 그들의 멸망은 이미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라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의 붕괴>에서는 인구의 증가 및 그에 따른 과도한 경작과 개발 등에 따른 삼림 파괴가 여러 고대 문명권들의 멸망의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지요(아이러니하게도 이스터 섬을 제외한 여러 지역에서는 그 문명이 멸망하고 나면 숲이 되살아나더라는 점이죠). 아울러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 시절부터 삼림을 철저히 관리함으로써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몰락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고요.

 

네, 이 건에 대해서는 이미 사학자분들이 다 조사를 해두셨을 것이고, 다만 제가 못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만(그리고 배 선생님도 알면서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만약 가야가 철 및 철기 생산량을 강력히 통제했더라면 한때 그들의 밥이었던 신라에게 멸망당하는 사태는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튼 한 권씩 사서 재미나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차라리 요즘 별로 좋은 소리 듣지 못하고 있는 드라마 대신 이 책을 읽는 게 훨씬 더 유익하겠지요. 0ㅅ0

그리고 정견모주(아래 그림의 오른쪽 아줌마)의 그림을 올려봅니다.

 

 

  

 

 

  

 

s********2 2010.07.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