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나이도 벌써 서른즈음이라는 고개를 넘어가면서 우연히 이 책을 봤습니다. 문득 성장 소설이라는 단어가 많이 와닿더군요. 잃어버린 겨울 방학이나 만우절 연극은 제목 자체가 누구나 한번쯤 경험을 해봤으리라 생각합니다. 친구라든가 부모님과의 사소한 아니면 커다란 갈등이나 사건 사고들. 할머니의 모자 또한 가족의 죽음에 대한 문제지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이전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요. 문득 과거에 친구와 싸우던 일이나 부모님때문에 우울했던 나날들,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나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을 이제야 조금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인것 같습니다. 주변에 초,중학생 사촌동생이나 조카한테 적당한 책인것 같습니다. 또한 저같은 성인이 봐도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책의 흡인력같은게 상당히 강한것 같습니다. 그림도 상당히 잘 표현되어 있는 거 같구요. 사실은 아이들 책에 대해 문외한입니다만 한번쯤 볼만하고 가슴에 많이 와닿습니다. |
| 부모의 이혼을 서서히 받아들여가는 13살 영수의 의식과 행동을 섬세하게 풀어 놓았다. 행복이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기본적 우리 삶에 주어진 것에 대해 행복을 느끼고 만족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끝없는 욕심으로 평생 행복을 느껴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영수의 행복은 어떤것일까? 엄마의 천식을 걱정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빠와 같이 일요일에 낮잠을 자지 않는 것과 만화방을 가고, 학원을 가지 않으면 걱정해 주는 엄마가 아닐까. 엄마와 헤어져 버스안에서 울어 퉁퉁 부운 눈을 감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수가 언젠가는 엄마가 돌아온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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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겨울방학」: 간혹 아내와 다투고 난 뒤 이혼을 생각할 때가 있다. 동지 같은 아내, 신선한 공기 같은 아이들이라도 아내와 싸우고 난 뒤는 쳐다보기조차 싫다. 지긋지긋한 아내와 아이들. 그때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내 삶은 온 데 간 데 없고 텅 빈 듯하다. 그래서 이혼을 하면 나 혼자 살아가는 그까짓 것 어려울 것도 없고 더 자유롭고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막상 아이들 앞날을 생각하면 더 이상 생각을 진전시킬 수가 없다. 아내야 어른이니 나와의 관계에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인가. 자신들의 앞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선택에서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처지. 얼마나 어이없을 것인가. 그리하여 어쨌든 이혼은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리라. 물론 서로에게 상처뿐인 결혼을 이어가는 것이 이혼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럴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혼은 선택하면 안 될 선택이라 여긴다.
이 작품에는 엄마와 아빠가 별거 중인 초등학교 6학년짜리 영수가 주인공이다. 엄마와 아빠가 대판 싸우고 나서 엄마는 외갓집으로 가버렸다. 엄마 아빠가 뭐 때문에 싸웠는지 영수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엄마 아빠의 관계가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리하여 영수는 학원에 안 다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은 담배를 피운다. 엄마 없는 생활이 계속될수록 영수는 엄마를 만나 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절실하다.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서너 시간을 가서, 또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는 청송이지만 영수는 외갓집에 반드시 가고 말겠다는 생각이다. 마침내 방학 때 외갓집에 갈 때처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외갓집 근처 터미널 가게에서 할머니께 드릴 과자도 몇 개 샀다. 그런데 외갓집에 도착하여 “엄마!” 하고 뛰어가 안기려고 하는데 막상 엄마 얼굴을 보니 서늘한 기운이 도는 게 어색하다. 엄마가 자기를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잃어버린 겨울방학」: 6학년 태수와 경태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미묘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둘의 우정이 꽤 인상 깊다. 첫 장면은 만우절 연극 장면이다. 경태가 들고 나온 가방을 부스럭거리며 뒤지더니 안에서 조립 헬리콥터를 꺼낸다. 경태가 태수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태수는 조립 헬리콥터를 얼른 받지도 거절하지도 못하고 쩔쩔맨다. 경태는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다시 돌리고 싶어.”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밖에 안 되는 아이가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태수와 경태는 단짝 친구인데 경태가 태수의 시계를 훔친 뒤로 둘 사이에 틈이 생긴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그 틈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다른 때와 별다르지 않게 함께 모여 공부도 하고 먹을거리도 함께 먹는다. 그러나 한번 벌어진 틈은 벌어진 틈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메워질 수가 없다. 서로를 아프게 하더라도 진실을 직시하고 함께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할머니의 모자」: 5학년 소녀가 겪는 할머니 죽음. 몇 년째 계속 자리에 누워만 있는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은 상황. 집안 식구들이 다 모여 할머니 방에 모여 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라고 하지만 순영이는 할머니 방에 갈 수가 없다. 두려움 때문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셔 장례를 치를 때도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어서 벗어나고플 따름이다. 친척들이 할머니가 예뻐하던 그 손녀냐고 아는 척을 하면 속으로 움찔했다. 그런 말을 들을 만큼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머니에 대한 두려움은 장례를 치르고 난 뒤에 계속된다. 악몽을 꾸는 것이다. 할머니의 착한 손녀가 아닌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영순은 할머니 털모자를 쓰고 다님으로써 착한 손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할머니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에서 할머니 틀니를 정성스레 닦은 뒤 땅에 묻은 뒤에야 비로소 두려움이 사라진다. 비로소 할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
|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고민과 갈등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독특한 이야기 구성, 억지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열린 결말이 눈에 띈다. 색채가 밝지는 않지만 은은하면서 부드러운 필체의 그림에서도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첫번째 단편 ''잃어버린 겨울방학''에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부모의 갈등과 어머니의 가출로 인해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영수의 심리가 잘 드러나있다. 가출한 어머니를 만나러 외가에 갔다가 냉담한 어머니를 만난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영수의 모습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부모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며 내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했다. ‘만우절 연극''은 서로 다른 성품의 태수와 경태를 통해 학교 친구들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오해, 화해의 과정을 그렸다. 아이들을 성적이나 과제물 수행 정도, 출결로만 판단하려는 선생님의 모습에 안타까웠고, 대화를 통해 너무나 다른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회복해나가는 태수와 경태가 대견했다. ''할머니의 모자''는 병으로 고생하던 할머니의 죽음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던 순영이가 점차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할머니에 대한 죄의식을 벗은 후 할머니의 존재를 새삼 느껴가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순영이가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두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