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겨울부터 잡고 있던 책의 마지막 장을 이제 겨우 덮는다. 후련함보다 먹먹한 후회가 밀려든다. 괜히 읽었다. 이게 뭐냐고. 잔인한 작가같으니,이렇게 참혹한 최후로 짓뭉개지 않아도 충분하잖아! 세 주인공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쇼이치로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근 보름 가까이 읽을 엄두도 못내고, 다른 책더미 속에 치워둔채 그냥 외면하려 했다. 이 책을 끼고 전전긍긍한 6개월여간 손에 잡고 읽고 있던 시간보다, 그렇게 이리저리 다른 책들 속으로 도망갈 궁리를 하며 머릿속에서 책의 존재를 지우고 싶던 시간이 더 길었다. 그들의 고통과 그 암울한 절규가 내 기분까지 우중충하게 만드는데다, 사실 책이든 영화든 적당히 무드잡은 우울의 포즈까지만 공감하고 즐기고 싶지, 이처럼 긴 이야기가 줄기차게 토해내는 상처투성이 인간들의 흐느낌에 계속적으로 집중하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꽤 길게 쓰인 후기에서 작가는, 부모에게서 받은 학대를 어느새 자식에게 되풀이하거나 혹시나 그렇게 될까 불안에 사로잡힌 이, 옛상처에 붙들려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에게 이 이야기가 다가갔으면 한다 했다. 얄밉다. 그런 바램으로 썼다면 이런 비극적인 결말로 갈가리 찢어놓진 말아야지! 료헤이의 마지막 독백은 절망 끝에 붙잡은 가느다란 한줄 희망이랍시고 선심쓰듯 달랑 끄트머리에 붙여 놓았지만 별 위로도 안되고,,,,, 책을 사면 표지에 딸려오는 띠지는 그냥 쓰레기통 직행인데 이 책의 것만은 소중하게 남겨둔다. 간호사로 일하는 유키의 병동에 입원한 노부인의 고즈넉한 대사가 적힌 살구빛 띠지,,,, "살아가는 것이 서툴고 두려운 건 당신 혼자만이 아니야. 이런 생각만으로도 우리는 살아나갈수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