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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곳에서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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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일상 같으면서도 일상이 아니다. 집보다 다른 나라에서 본 것을 말할 때가 많다. 나희덕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니 어느 한때 영국에 있었던 건지도. 영국 런던에 있으면서 유럽 여러 곳을 다닌 듯하다. 언젠가는 미국에 석달 남짓 머물렀다. 거기에서는 일보다 글쓰기에 빠졌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희덕이 여기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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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무엇이라 해야 할까. 일상 같으면서도 일상이 아니다. 집보다 다른 나라에서 본 것을 말할 때가 많다. 나희덕이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니 어느 한때 영국에 있었던 건지도. 영국 런던에 있으면서 유럽 여러 곳을 다닌 듯하다. 언젠가는 미국에 석달 남짓 머물렀다. 거기에서는 일보다 글쓰기에 빠졌다고 한다. 누군가는 나희덕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낸 걸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곳이기에 더 잘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닐지. 늘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보면 자세히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겠지. 같은 곳에서 맞는 하루하루는 늘 다를 텐데, 조금씩 바뀌어가는 것을 보면 좋겠지만 그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른 곳에 가는 건 자기 일상을 잘 보려는 것일 수도 있을까. 한번 떠나면 아예 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자주 여기저기 다니는 사람은 한 곳에 붙박여 사는 사람이 답답하게 보일까. 아니다 저마다 자기한테 맞게 사는 거지.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영국은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던데, 나희덕은 영국 런던에서 본 구름을 한국으로 가지고 오고 싶다고 했다. 영국에서 구름을 자주 못 보고 오랜만에 봤을 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닐까. 그것도 있지만 나희덕이 어렸을 때는 하늘에 뜬 구름을 자주 봤지만 언제부턴가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는 게 바빠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었겠지. 자신이 사는 곳에는 해야 할 게 많지만, 다른 곳에는 그런 게 거의 없을 거다. 난 별로 바쁘지 않다. 그래서 다른 곳을 거의 바라지 않는 건지도. 그래도 아주 가끔 조용한 곳에 가고 싶기도 하다. 아주 시끄러운 건 아니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다. 멀리 가기보다 방을 정리하면 나을지도. 이런 말하니 창피하구나. 정리하는 버릇을 들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정리보다 버려야 할지도. 물건도 이런저런 마음도. 구름은 한국뿐 아니라 영국 어디에서 보든 다 좋다. 나희덕도 그것을 깨달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노숙자가 화가가 된 이야기를 보았다.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그 사람은 길에서 개를 만난다. 누가 잠깐 봐달라고 했던가, 아니 이건 소설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노숙자는 개와 지내고 개를 그렸다. 본래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길을 걷던 어떤 사람이 그 그림을 보고 아주 좋아했다. 얼마 뒤 노숙자는 그림 전시회를 열고 그게 잘된다. 나희덕이 개 두 마리 곁에서 책 읽는 노숙자 얘기하는 걸 보니 그게 생각났다. 그것도 있고, 들개가 사람을 해친다는 기사도 떠올랐다. 들개가 저절로 생길까. 그 개는 사람이 기르다 버린 개 자손이었다. 사람도 바깥에서 살기 힘든데 개는 더하지 않을까. 들개는 사람이 기르는 작은 동물뿐 아니라 소도 물어 죽인단다. 사람을 물기도 한다. 들개 무서우면서도 사람이 그렇게 만든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동물은 끝까지 책임져야 하다. 변덕으로 동물을 기르거나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쩔 수 없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기를 수 없다면 그 동물이 살 곳을 찾아주면 좋겠다. 나희덕은 사람이 갈매기한테 새우깡 주는 모습을 좀 슬프게 보았다. 그 말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사는 게 더 낫겠지.

 나희덕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살던 숲속 작은 오두막에도 가 봤다. 사람이 사는 데 있어야 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지금 사람은 많은 것에 둘러싸여 산다.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도 많겠다. 나도 사는 건 별거 없는데, 방은 자꾸 좁아지는구나. 앞에서 말했듯 정리를 잘 못해서다. 고흐, 카프카, 안네. 세 사람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곳에도 간 걸까. 그러고 보니 난 그런 것에 별로 관심없구나.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 집이나 그 사람이 잘 가는 곳. 해리포터를 쓴 조앤 K. 롤링이 소설을 쓴 곳에는 사람이 많이 와서 이제 조앤은 그곳에 가지 못한다고 한다. 나희덕은 한국에서도 여러 곳을 다녔다. 전주 한옥마을 순천만 소록도 석모도에서 강화로 나오고 지금은 사라진 간이역을 생각했다. 바람을 쐬러 멀리 가는 것도 새롭겠지만 집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난 그것도 자주 하지 않는구나.

 앞으로는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하고 싶다. 자연도 만나고. 언젠가도 이런 생각했는데. 걸을 때면 다음에 뭐 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구나. 좀더 다른 생각을 하도록 해야겠다. 파란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잘 느끼면 사는 게 즐겁겠다.



희선



n***8 2017.09.04. 신고 공감 6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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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책과의 만남도 첫 인상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는다.책의 첫 부분이 좋았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고, 살짝 미흡했대도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설레이는 책을 만났다.시인 나희덕의 여행 산문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처음의 다섯 챕터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일부러 뒤를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둘 만큼.여운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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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만 책과의 만남도 첫 인상에 지나친 의미부여를 하지는 않는다.
책의 첫 부분이 좋았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고, 살짝 미흡했대도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설레이는 책을 만났다.

시인 나희덕의 여행 산문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처음의 다섯 챕터가 정말 좋았다. 그래서 일부러 뒤를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둘 만큼.
여운을 오래 느끼고 음미하고 싶었고, 그런 후에 비로소 뒤 이어 읽었다.

나희덕 시인의 존재나 작품을 모르는 건 아니다.
오래전에 좋아했다가 또 오래동안 잊고 있었다. 문학 커뮤니티에서 늘 소식이 들려왔기에 ‘잘 살고 활동 잘 하고 계시는군’ 이랬다.^^

그러다 오랜만에 읽어서일까. 바짝 마른 대지가 반가운 비를 흡수하듯이 책을 읽었다.
책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와 닿았고,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필사하고 싶었다.

거기에다가 영국, 터키, 슬로베니아, 미국, 인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을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는 재밋거리였다.

나희덕 시인 자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들, 많은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여전히 시 詩 앞에서 열정을 가지며, 겸허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시어만의 매력적인 표현은 감성을 자극하고 정신을 일깨운다.

하늘, 바람, 동물, 식물, 땅, 자연에 대한 섬세한 인식은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 했다.
적요로운 등. 무연히 홀로 생각에 잠겨.
이런 표현이 참 시적이고도 멋스럽다.

여행을 통해 터득한 깨알같은 경험들, 독서와 창작을 통한 인문학적 교양은 재미와 유익을 선사해 준다.

화려하거나 장엄한 유럽의 유적지에서, 그보다는 그 곳에 있던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좋더라, 는 문장에 절로 동감했다. (65쪽)

시인과 떨어져있던 긴 시간 동안에 시인은 이렇게 깊어졌구나, 느낄 수 있었다.
팬이라고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앞으로 다시 시인과 같이 호흡하고 싶어졌다.

책 속의 사진들은 허세 부리지 않으면서도 근사하다.
어떻게 설명을 못 하겠네. ^^;

이제는 시인의 시를 읽을 차례인가.
안 그래도 이 가을에 읽으려고 시집 몇 권 쟁여놨었는데 거기에 슬그머니 끼워 넣어야겠다.

감사하고, 감동하고, 즐거웠던 독서였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상적 시간에 대항하면서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일이다.
( p.59)

나무가 바람에 굽은 것처럼, 인간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단련되기 마련이다. 고통이 주어졌다는 것은 신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엎드렸던 흔적들을 나무도 사람도 지니고 있다.
( p.33)

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
개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책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줄 것이다. 어두워지는 거리에 서서 그를 오래 바라보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 p.28)

뒤틀리는 손으로 아주 천천히 숫자 버튼을 눌렀지만, 말을 잘 듣지 않는 손가락들은 자주 에러를 냈다. 그러면 친절한 그의 동료가 달려와 문제를 해결해주곤 했다.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는 고객들 중에 그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짜증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0)

안네의 집 창문들은 모두 당시처럼 검은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그 위에는 안네가 간절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이 적혀 있다.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고, 휘파람을 불고, 세상을 보고, 청춘을 맛보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p.127)


내 책상 위에 메모꽂이에는 미국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의 일기 한 대목이 적혀 있었다.

-내 삶을 더욱 강인하게 단련할 필요성
-맹목적인 분노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
-사람과 만나는 것을 줄일 것
-작업과 고독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
-자신의 삶의 스타일을 지켜나갈 것
-낭비를 줄일 것
-시에 대해 더욱 치열해지자




b********5 2018.10.10. 신고 공감 4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당신과 나의 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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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일기예보는 미세먼지 나쁨으로 끝나곤 했다. 봄이 왔지만 우리에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들이 주어지지 않았다. 겨울 동안 닫아 두었던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 없었다. 마음껏 큰 숨을 내쉬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작년과는 다르게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았으며 대기 시간이 길어 혼자 짜증을 내곤 했다. 봄을 봄으로 시작하는 일 년을 선물처럼 받고 싶었는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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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일기예보는 미세먼지 나쁨으로 끝나곤 했다. 봄이 왔지만 우리에겐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들이 주어지지 않았다. 겨울 동안 닫아 두었던 창문을 활짝 열어둘 수 없었다. 마음껏 큰 숨을 내쉬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작년과는 다르게 이비인후과를 자주 찾았으며 대기 시간이 길어 혼자 짜증을 내곤 했다. 봄을 봄으로 시작하는 일 년을 선물처럼 받고 싶었는데 하늘은 내내 흐리거나 어두웠다. 푸른빛을 잃은 구름들은 내내 뚱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봄의 하늘과 지상의 우리는 한동안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나희덕의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넘겨 보면서 발견한 하늘과 구름과 나무, 아이의 달뜬 얼굴. 시인은 미세먼지 나쁨의 주의보로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또 다른 세계의 소식들을 알려왔다. 사진과 사진의 모습을 표현하는 글들을 읽는 동안 무더위는 일찍 찾아왔고 하늘은 산문집에 실린 사진으로 대체되었다. 책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보니 구름은 다시 말간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자라투스트라는 산비탈의 나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무가 바람에 굽은 것처럼, 인간 역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단련되기 마련이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신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고통이 주어졌다는 것은 신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엎드렸던 흔적들을 나무도 사람도 지니고 있다. (33쪽)


  언어를 고르고 다듬는다. 지나치기만 하는 일상의 풍경을 포착한다.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무방비로 열어 두어야 볼 수 있는 순간의 모습들을 시인은 가만두지 않는다. 시가 되는 순간이 있고 산문이 되는 시간이 있다. 매일 같은 버스를 기다리는 일. 차가 오는지 둘러볼 겨를도 없이 그대로 길을 건너는 일. 누군가는 나를 보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을 목도하는 일. 일상은 난데없고 서러운 일들로 가득하다.
  실패했다고 오늘도 가면 쓴 얼굴로 지냈다고 자조하며 현관문을 연다. 머리맡에 쌓여 있는 책들에게 오늘을 위로받는다. 나희덕 시인의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를 읽고 읽으며 나는 나에게 실패라는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누가 매일 이기기만 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마음의 빈 곳을 찾아 물을 흘려보내주고 의자를 내어주는 삶을 사는 일. 시인은 뛰거나 빠르게 걷지 않는다. 걷고 담담한 얼굴로 산에게 시를 읽어준다. 하루에 두 번만 시간이 맞는 괘종시계를 놓아두고 시간이 주는 의미를 곱씹는다.
  바닷가 근처 나무에게는 바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어느 곳에서 바람이 불어왔는지 그 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뿌리가 뽑히지도 않고 바람의 세기를 견뎌온 나무에게서 시인은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자세에 대해 생각한다. 예고 없이 찾아온 고통 앞에서 우리는 엎드릴 수밖에 없다. 고통과 불안이 나의 등을 넘어가기를 기다린다. 지나가면 일어나서 시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 뒷모습은 우리 자신의 뒷모습이라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살아가기를 지속해 나간다.




국경의 기울기



나희덕



국경은 수평으로 된 수직,
통로인 동시에 장벽이 되기도 하는 곳


새떼는 자유롭게 넘나들지만
비행기는 쉽게 착륙할 수 없는 곳


하수구의 물은 뒤섞여 흘러가지만
생수 한 병은 자유롭게 건너갈 수 없는 곳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누군가를 배신하기 위해
배신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위험하거나 안전한 장사를 위해
불법체류를 위해
금지된 국경을 상징적으로 부정하기 위해
단지 권태를 달래기 위해
저 너머에 가보고 싶다는 충동에 충실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사람들


총탄을 피해 달아날 자신이 없기 때문에
휠체어에 탄 아들 때문에
손녀를 둘이나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지상과 천국의 국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


옥수수를 구워 팔거나 돼지 껍데기를 튀겨 팔거나
멜론맛 오렌지맛 포도맛 과일빙수를 얼려 팔거나
갓 태어난 강아지새끼를 손에 들고 팔거나
예수가 달린 십자가를 열 개나 메고 다니며 팔거나
그 무엇도 팔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종이컵을 손에 들고 늘어선 차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람들


비스듬한 표정으로

국경을 향해 서 있거나 걸어가는 사람들






s*****m 2017.06.04.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파블12-7월]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파블12-7월]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내용보기
여름 무더위가 몸 속 깊숙이 들어왔는데,오히려 서늘함을 느꼈다.오랫만에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읽었다.제목이 마음에 먼저 닿아 망설임없이 고른 책이다.산문집이라 더 좋고. 한 여름 뙤약볕에 행동도 굼 뜨고,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는 사이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해(年)와의 차이다.환경 탓이 아닌 이제 어떤 때라도 책 읽기가 가능해 몸이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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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더위가 몸 속 깊숙이 들어왔는데,

오히려 서늘함을 느꼈다.

오랫만에 산문집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읽었다.

제목이 마음에 먼저 닿아 망설임없이 고른 책이다.

산문집이라 더 좋고.

 

한 여름 뙤약볕에

행동도 굼 뜨고,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가는 사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해(年)와의 차이다.

환경 탓이 아닌 이제 어떤 때라도 책 읽기가 가능해

 몸이 체질화 되었다는 뜻이다.

 

하나의 풍경을 오랫동안 지긋이 봐야 사물의 본질에 도달할 수 있는 것임을

산문집을 읽을때마다 느낀다.

삶을 바라봄에 있어서 가볍지 않음이 좋다.

그 삶을 풀어내는 말들 하나 하나가 가슴에 품어지는 그 느낌이 좋다.

 

 

저자는 시인인가보다.

나희덕,

그러고보니 낯익은 이름이다.

시인도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닌 듯 싶다.

여행지에서 보고 겪고 느낀 생각들이 범상치 않은 듯.

무늬만 시인은 아니었다.

그 시선들이 따뜻했다.

따뜻해서 오히려 더 서늘하게 느껴지는 글.

그 아린 듯, 스라린 풍경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시인의 책상 위 메모꽂이에

미국 시인 애이드리엔 리치의 일기 한 대목 적혀있다.

공감이 되어 나도 실천해볼려구. 특히,

'작업과 고독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할 것'

&

'시에 대해 더욱 치열해지자'

많이 부족하고, 시작하지 않은 나에게 동기부여 될 것 같다.

 

 

출근할 때 마다 빈 손이 허전해 매일 읽을 책 한 권씩 들고 갔다.

바빠 책을 펼치지 못할지라도 늘 빈 손은 되지 않았다.

오늘의 하늘은 어제의 하늘과 달라

매일 고개 들어 하늘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똑같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삶이 나에게 매일 펼쳐진다.

오늘의 삶이 여행이다.

여행 같은 삶에서 중요한 것은 넉넉한 마음 같다.

보고 느낀 것을 아로새기고, 품을 수 있는 여유.

그럼 나도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겠지^^

거기,

내 눈길과 내 마음이 머무는 곳에.........

여름 뙤약볕 속에서 무던히 생각의 틈을 주었던 고마운 책이었다.

 

 

 

l*****5 2017.07.1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일상의 편린들이 작은 사이즈 풍경화처럼 전시되어...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일상의 편린들이 작은 사이즈 풍경화처럼 전시되어... 나희덕,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내용보기
한때 나는, 내일 해도 되는 일을 오늘 미리 하지는 말자, 라고 큰소리를 치며 살았다. 물론 오늘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은 그날 무조건 하거나 아예 실행을 그만 두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나이다. 그렇게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살고 또 살고 하다 보니 여기에 도착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한 걸음씩 차곡차곡 걸어서 여기 도착한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다. 나는 너무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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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나는, 내일 해도 되는 일을 오늘 미리 하지는 말자, 라고 큰소리를 치며 살았다. 물론 오늘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은 그날 무조건 하거나 아예 실행을 그만 두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가 지금의 나이다. 그렇게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살고 또 살고 하다 보니 여기에 도착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한 걸음씩 차곡차곡 걸어서 여기 도착한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다. 나는 너무 느긋하게 굴거나 너무 서두르다가 여기에 도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며 마음을 추스르려 하였다. 왼쪽 목덜미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말이었다. 목의 상하 운동과 좌우 회전 운동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잠들기 전 혹시 목의 움직임이 아예 불가능해지면 고양이 용이를 보살피는 일은 어떡하나 걱정하였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을 일으키기 전 조심스럽게 목을 움직여 보았다. 어쨌든 움직일 수 있구나, 안도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다리를 건너니 슬로베니아의 민족시인 프레세렌의 동상이 보인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노란 건물 2층 벽면에 그가 사랑한 여인상이 새겨져 있다. 창가에 서서 한 손을 들어올리며 수줍게 웃고 있는 율리아.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와 신분 차이로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을 기리기라도 하듯 후대 사람들은 둘의 조각상을 서로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세워두었다. 사랑의 시 말고는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두 사람의 애틋한 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나는 중얼거린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만이 녹슬지 않는다고.” (p.76)


  나는 너무 사소하고 작은 것에 안도하는 삶, 이라는 뻔한 소리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실소하고는 했다. 시인의 산문들에 드러나 있는 일상 또한 나의 작고 사소하게 안도하게 사는 삶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 가끔 그렁그렁 해지는 신파가 아니라 그 신파로부터 길어 올리는, 시인의 건조 기능으로 충분히 말라서 오래오래 간직될 그런 상념으로 연결되고 마는 그런 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 인기척에 새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고, 나는 배낭에서 청포도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새 한 마리가 손에 내려앉아 포도알을 쪼는 순간 어찌나 놀랐는지 포도알들을 땅에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아, 시인 노릇 헛했구나. 새에 대해 그렇게 많은 시를 써왔지만, 정작 문명화된 내 몸은 새의 부리나 발톱의 이물감을 감당하지 못했다... 요즘은 산책이나 등산을 할 때 묵은 곡식과 빵조각을 배낭에 챙겨넣는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그것을 조금씩 뿌리며 걸어가면 새들이 날아와 쪼아먹는다. 특히 눈으로 덮인 산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에게 몇 줌의 곡물은 훌륭한 식량이다. 새들이 들려주는 얘기를 굳이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산을 내려오면서 조금은 새가 된 듯 가만히 새소리를 내어볼 뿐.” (p.87)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근육이 뭉친 듯 부자연스러운 삐걱거림이 조금씩 위치를 조정해갔다. 나는 담이 든 것이라고 여겼다. 목덜미에서 왼쪽 어깨로 움직였던 근육 뭉침은 오른쪽 어깨로 조심스레 이동하더니 견갑골 옆을 거쳐 허리춤에서 마감되었다. 그 사이 아내가 새로 사온, 나는 뭐 이런 허접한 물건이 다 있나 흉을 보았던, 낮은 베개를 이용하였는데, 목의 상태가 이만했던 것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시인의 산문집을 읽으며, 일상의 편린들이 작은 사이즈 풍경화처럼 전시되어 있는 것을 구경하는 기분이 들었다. 산문집의 읽기를 시작하고 한참동안 (산문집의 후반부에 접어 들면서 여기의 풍경이 간혹 등장한다) 대부분의 그림 속 풍경들이 여기가 아니라 저기 낯선 땅들의 것이어서 아쉬웠다. 저기의 풍경 속에서 길어 올린 편린들을 바라보면서, 여기의 풍경 속에서 길어 올린 편린들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에는 사진이 꽤 실려 있는데, 멋 부린 사진들이 아니라 글과 어울리는 사진들이어서 좋았다.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 나희덕 / 달 / 205쪽 / 2017 (2017)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7.06.16.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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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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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님의 산문집 솔직히 나는 이번 산문집으로 나희덕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본다.   솔직히 그렇게 기대는 안했는데 잔잔하고 글을 잘쓰는 작가라 생각 했다.   jtbc 뉴스룸에 글이 소개 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거 같다.   보통 시인들이 산문집을 많이 펴 내는데 대부분 나의 기대를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다.   다른 산문집들은 감동도 없이 써 내려간 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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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님의 산문집 솔직히 나는 이번 산문집으로 나희덕 작가의 글을 처음 읽어본다.

 

솔직히 그렇게 기대는 안했는데 잔잔하고 글을 잘쓰는 작가라 생각 했다.

 

jtbc 뉴스룸에 글이 소개 되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거 같다.

 

보통 시인들이 산문집을 많이 펴 내는데 대부분 나의 기대를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다.

 

다른 산문집들은 감동도 없이 써 내려간 글들이 많았지만 어쩜 이렇게 글 하나하나가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물론 전혀 공간 안가는 글도 있지만 나는 책 한권을 구매 해서 단 한구절이 라도 마음에

 

울리는 구절이 있다면 책 값은 이미 뽑았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이 책은 나의 입장에서 봤을때

 

책 값은 이미 충분히 하고 남았다고 생각 한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a********1 2017.05.3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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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냐 산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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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라는 말이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산문처럼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시를 일컫는다.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엄밀히 여기는 정형시와 구분하여 자유시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명칭이 뭐 그리 대수인가. 중요한 건 '시'가 아니라 '시적인 것'에 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예술 전반에서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장르는 없고 오직 개인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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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라는 말이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산문처럼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쓰인 시를 일컫는다. 일정한 형식과 규칙을 엄밀히 여기는 정형시와 구분하여 자유시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명칭이 뭐 그리 대수인가. 중요한 건 '시'가 아니라 '시적인 것'에 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예술 전반에서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장르는 없고 오직 개인만이 있다고. 그러니까 시를 읽는 것이 아니고 나희덕을 읽는 것이며 발라드를 듣는 것이 아니고 김동률을 듣는 것이라는, 그런 얘기. 최근에는 알앤비도 아니고 힙합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의 음악들이 사랑받는 걸 보며 특히 이 말에 공감했다.

그렇게 해서 시가 산문이 될 수 있다면, 산문이 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다. 사실 좋은 문장은 어떻게 써도 알아서 시가 되고 만다. 그녀가 셰익스피어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손목시계를 보며 "시계의 무게보다 그것이 퍼나르고 있는 시간의 무게가 유난히 무겁게 여겨"진다고 말했을 때, 그리고 그 무거운 '시간'을 "삶의 가해자이자 해결자인 그 이름"(63면)이라고 불렀을 때, 그녀의 글은 시가 되었다. 유럽에서 만난 노숙자가 두 마리 개를 곁에 두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그는 집을 잃고 가족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28면)이라고 썼을 때도 마찬가지. 좋은 산문은 시에 육박한다는 말이 아니다. 좋은 글 앞에서는 시냐 산문이냐가 무의미해져 버린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타인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자기와 닮은 개를 더 원한다."(30면) 한 번 읽고 나면 쉽게 잊기 힘든 이런 문장들이 나희덕의 세 번째 산문집 속에 넉넉히 들어 있다. 저 멋진 문장을 살짝 비틀어서 이 책에 되돌려주고 싶다. 사람들은 '시'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시적인 것'을 더 원한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그녀의 글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문학에도 장르는 없고 오직 개인만이 있으므로, 나는 산문집을 읽은 것이 아니고 나희덕을 읽은 것이다.

k********n 2022.07.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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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파도 앞에 나지막하게 노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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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안네의 일기  사실 오늘은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비워둔 날이었다. 그만 딴 짓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한 걸음씩 걸어서>를 읽다가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외출을 하고 말았다. 몇 시간 뒤 다시 적당한 온도와 내 취향의 음악, 리필 가능한 커피가 준비된 내 방으로 들어왔지만 풍경의 창을 활짝 열게 자극하는 산문집이다.   이맘때가 되면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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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

-안네의 일기

 

 사실 오늘은 다른 책을 읽기 위해 비워둔 날이었다. 그만 딴 짓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한 걸음씩 걸어서>를 읽다가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 외출을 하고 말았다. 몇 시간 뒤 다시 적당한 온도와 내 취향의 음악, 리필 가능한 커피가 준비된 내 방으로 들어왔지만 풍경의 창을 활짝 열게 자극하는 산문집이다.

 

 이맘때가 되면 동료들과 함께 오른쪽 어깨 통증과 불난 집 같은 마음을 토로하곤 한다. 어디 와서 붙어봐, 제대로 불타주겠어! 아무리 성격이 좋아도 사람에 대한 면역과 인내력이 바닥을 찍는 시기이다. 일단 불난 집 같은 마음부터 진화해야 해서 <한 걸음씩 걸어서>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읽다가 몇 군데에서 흐느낌이 터졌다. 올봄을 관통하는 나의 마음은 대체적으로 ‘슬프고 울고 싶다’였다. 살면서 경험한 적 없는 외로움이 덮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일까 “내려놓기 싫으면 짊어지고 가거라(150)”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은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얽힌 삶을 인내심 있게 풀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말이 따끔했다.

 

 무엇보다 나희덕의 문체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잔잔하고 수줍고 담백하며 따뜻하다. 진지하고 부끄럼이 많고 예민하며 생각이 많은 나에게 과하지도 헐겁지도 않은 어조가 매끄럽게 다가왔다. 어젯밤 어떤 프로에서 들은 말인데 바다가 아무리 좋아도 너무 가까이에서 살면 안 좋다고 한다. 소금기에 사람도 집도 모두 절어 썩는다고. 아름다움은 좀 멀리 두어야 오래간다고. <한 걸음씩 걸어서>는 그런 거리감과 농도조절이 돋보인다.

 

 쉬고, 놀고, 상상하고, 생각하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라는 주문도 마음을 끌었다. 8년 정도 계절을 잊고 살다가 몇 년 전부터 계절의 흐름을 끊어보며 감상하고 있다. 일이 줄어 가능한 일이었지만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믿고 싶다. 책 구절에 비유하자면 약간의 ‘속눈’이 생긴 듯해 기쁘다. 저자가 전하는 시간의 이중성이 뜻깊어 셰익스피어의 인물화와 희곡 대사가 들어간 시계가 탐나기도 했다. 그리고 몸을 숙인 나무와 갈대의 수군거림에 숙연해졌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엎드렸던 흔적들을 나무도 사람도 지니고 있다. (33)

 

 변하지 않는 빵맛을 언급할 때는 나도 초심을 잊지 않게 얼마간의 마음은 떼어서 진공포장 해두어야 할 것만 같았다. 시인인 저자가 생업과 글쓰기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에서 내가 머무는 마지막 자리는 어디일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어떤 핵심을 관통하며 빛의 문으로 사라진 예술가들의 등을 보며 전율했다. 

 

만일 고흐의 그림과 카프카의 소설과 안네의 일기가 없었다면, 그 방들은 단지 쇠락한 공간에 불과했을 것이다. 더 이상 어디로 나아갈 수도 없고 도망칠 수 없는 영혼의 마지막 자리. 그들은 막다른 방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방 속으로 깊이 걸어들어간 것이다. (128)

 

 그리고 벽에 관한 글에선 황정은의 소설집 <아무도 아닌>이 떠올랐다. 벽 너머에 존재하는 타인의 존재와 이야기, 진정한 앎과 소통의 가능성이 연상되었다. 나 역시 커피마시는 즐거움으로 사는 사람인지라 “차 한 잔은 때로 세계 전체와 맞먹는 무게를 지닌다(166)”는 말이 전혀 과장되게 들리지 않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추스르는 의식이자 자기정화에 필요한 수면이 채워지는 시간이기에 놓칠 수 없는 것이다. 

s********d 2017.05.26.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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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두 권 구입하는 거 아닌가요?!
"좋은 책은 두 권 구입하는 거 아닌가요?!" 내용보기
소장용 한 권, 선물용 한 권 이렇게 두 권을 구입했습니다. 좋은 책은 혼자만 보기엔 아깝잖아요. 좋은 책으로 인해 생각나는 사람, 하나의 좋음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는 행복 이런 게 사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희덕 시인의 책은 언제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느낌입니다. 일상에 일상을, 평범함에 평범함을, 익숙함에 익숙함을 더해나가는 그 무던한 글들이 결국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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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용 한 권, 선물용 한 권 이렇게 두 권을 구입했습니다. 좋은 책은 혼자만 보기엔 아깝잖아요. 좋은 책으로 인해 생각나는 사람, 하나의 좋음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나는 행복 이런 게 사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나희덕 시인의 책은 언제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느낌입니다. 일상에 일상을, 평범함에 평범함을, 익숙함에 익숙함을 더해나가는 그 무던한 글들이 결국엔 소중함으로 귀결되는 흐름을 따라가는 게 행복 그 자체입니다. 아무튼 좋은 책을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평범하고 익숙한 행복을 다시한번 맛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d******s 2017.09.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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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아라.방하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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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건강문제로 쉼없이 나를 채찍질 하며 달려온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저 뛰어가기 바쁜 세상이었다. 나에게 그나마 힘이 되었던건 동남아의 느긋하고 편안한 휴식공간. 그곳에 매력을 느껴 매년 동남아 비행기표를 끊고 무작정 떠나 맥주와 마사지 밀린 잠을 자고 답답하면 자전거를 타며 일상탈출을 했다. 하지만 늘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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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 건강문제로 쉼없이 나를 채찍질 하며 달려온 댓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저 뛰어가기 바쁜 세상이었다.
나에게 그나마 힘이 되었던건 동남아의 느긋하고 편안한 휴식공간. 그곳에 매력을 느껴 매년 동남아 비행기표를 끊고 무작정 떠나 맥주와 마사지 밀린 잠을 자고 답답하면 자전거를 타며 일상탈출을 했다.
하지만 늘 일상으로 돌아와야했고 여행지에서 느낀 행복감과 내가 있는 지옥같은 현실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바로 여행 산문집이었다.
그렇게 마주한 이 책. 진이 빠져 겨우 숨돌릴 수 있는 시간인 일요일. 공원으로 가 원터치텐트를 피고 책을 읽어나갔다. 날이 좋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였다. 책속에서 묻어 나오는 여행지에서 만난 물건 동식물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자신의 성찰....글을 통해 내가 가보지 못한 유럽대륙이나 미국 등등 간접체험을 하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갔다.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중 '내려놓아라. 방하착.' 여러번 읽고 읽었던 구절이었다. 그냥 다 내려놓으라고. 감당할 수 없는 것까지 감당 하려 하지 말라고. 내려놓고 고요히 기다리면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남의 집 불을 들여다보듯 할 수 있으면 된다고......(p149~151)
마음이 많이 아픈 나의 20대 중후반.
내려놓기 위해 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욕심없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남의 집 불 들여다보듯 보며 아픔을 이겨내고 삶의 무게 또한 초등학교 입학생들의 책가방 같이 어색하지만 야무지게 짊어지고 싶다.
#여행 #삶 #극복방법 #20대에게 #따뜻한시선 #방하착 #내려놓아라




m******6 2017.05.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