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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이야기는 사실 예술 작품보다도 더 예술적일 때가 많다. 가장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반 고흐의 귀 자른 사건은 그의 예술작품을 더욱 예술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그의 자화상은 한낱 그림일 뿐이었지만, 그의 그런 인생이 있었기에 그의 작품 속에서 살아숨쉬는 진정한 인간의 삶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예술품보다도 더 예술적인 열세 명의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요즘에는 눈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어려운 진정한 예술가들을 말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며 지금 이 순간을 바꾸길 소망하는 그런 열정의 원천인 그런 예술가들을!! 그런 한편, 서문에서 그런 예술가들의 부재에 경종을 울리고 이 세상의 겉치레에 빠져있는 예술품 생산자로 전락해버린 많은 예술가들을 냉철하게 비판한다. 요즘 세상에도 과거에 존재했던,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여서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떠나갔던 예술가가 있을까 궁금했던 내게 해답을 준 서문이기도 했다. 아, 과연 요즘 시대에 진정한 예술가는 극히 드물구나! 그래서 여기에 등장한 열세 명의 예술가들이 지극히 소중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예술가들에게 궁금한 것은 어떤 대상에게서 영감을 얻을까 하는 것일 게다. 특히 난 음악가들이 음악을 작곡하고, 미술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만들어가는지 그것이 항상 궁금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당시에 환영받지 못했던 많은 화가들이 모델과의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그런 반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봤을 땐, 예술이 과연 도덕과는 담을 쌓아야 하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예술적인 감성이 그 때만큼 고마웠던 적은 없었다. 일반인에게 있는 상식이라는 것이 없어야 영감이 풍부한 예술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끊임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있던 것만은 분명하다. 거개가 옳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된 열정이었지만 그 안에서만 폭발적인 영감을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통과 사랑, 그리고 꿈을 향해 돌진하는 그들의 몸사위가 그리 탐탁하진 않지만 그런 삶에서만 위대한 예술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일반인 눈에 뭔가 강렬한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삶이 단순하거나 일상적이여선 말이 안 되니까. 그렇게 따지면 좋은 학교 나와서 교수가 되고 좋은 학벌을 가진 배우자랑 결혼해 재능을 가진 자녀를 낳아 기르는 삶은 정말 예술가의 삶이 아니겠구나!! 좋은 인생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좋은 예술가가 된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 존 레논의 아내로 더 유명한 요코 오노, 퇴폐적인 그림을 그린다고 비난당했던 구스타프 클림트, 누드 모델로 시작해 여성 작가가 된 조지아 오키프, 작품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갈라, 근친상간의 괴로움을 온통 떠안아야 했던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끊임없이 고통과 싸워야만 했던 프리다 칼로, 귀가 먼 후에야 인간을 담아내고 이해하는 그림을 그려낸 프란시스코 데 고야, 트라우마에 꽁꽁 얼어버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을 놓아버린 잭슨 폴록, 자유를 꿈꿨으나 지극히도 이기적으로 제 열정만 생각했던 폴 고갱, 팝 아트의 창시자로 예술가 중 최초로 거부가 된 앤디 워홀, 많은 명성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자의 무위자연과 흡사하게 살아간 마르셀 뒤샹, 고귀한 뜻을 펼치고 싶어했지만 병약한 탓에 요절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30년 지기의 몰이해로 자신에게 엄격했던 폴 세잔.... 이들이야말로 그의 위대한 작품만큼, 아니 그들의 작품보다도 더 예술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책에 실린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내 눈을 끌었던 것은 마르셀 뒤샹의 「샘」과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기울어진 타원형 얼굴의 여자 조각상이었다. 남자 변기를 가져와 ‘샘’이라 명명하고 떡 하니 전시회에 내놨을 그를 생각하자니 그 어린 마음에도 뭔가 거저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저 궤변을 늘어놓고 돈과 명예를 얻으려고 약삭빠른 짓을 하는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의 일상을 놓고 보자니 일 년에 한 작품만 만들어줘도 거금을 주겠다고 요청하는 많은 갤러리들의 부름을 무시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평생 검소하게 살았던 것을 보고 그를 잘못 생각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쩜,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신만의 삶으로 침잠하고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좀 아쉽긴 했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야 좋겠지만 한 평생 사는 동안 그의 영향력을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많은 일이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자, 조금은 그가 인생을 낭비한 듯도 싶었다. 어쨌거나 그에 대한 내 오해를 풀어서 좋았다. 또한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는 조각품을 만드는 모딜리아니는 처음부터 회화보다는 조각을 목표로 했었는데 워낙 병약한 몸 탓에 조각할 때 나오는 미세한 조각가루가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쳐 조각을 중단했단다. 게다가 회화마저도 서른 중반의 나이로 죽었기에 많이 남기지 못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사진을 보아하니, 상당히 수려한 외모였는데다가 그가 죽은 후 아기를 가진 채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은 동거녀 때문이라도 너무 슬픈 사연이었다. 역시 인간이 만든 작품은 인간적인 사연이 스며들어가야 더 빛이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중섭의 눈물 겨운 이야기가 살아숨쉬어야 천도복숭아와 같이 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림이 더욱 애틋해보이지 않겠는가. 그것이 마냥 아이들이 좋을 때 그린 것이라면 그렇게까지 감동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을 병으로 먼저 보내고 나서 그린 그림이라는 사연을 알 때, 그의 애끓는 사랑과 영혼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가다운 예술가가 귀한 요즘, 이들은 정말 주옥같은 예술가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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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되었던 <예술가와 뮤즈>의 개정판인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재출간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예술이 아니라 예술가와 뮤즈,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조명하기 때문이다. 2010년, 각 개인에게는 수많은 일촌과 이웃, 팔로잉과 팔로워가 존재한다. 실제론 평생 만날 일 없을 이들과 안부를 묻고,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에너지와 즐거움을 공유한다. 어느 때에는 가족이나 연인에게서보다 더 따뜻한 위로를 이들에게 받기도 한다.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기계를 통해 수십, 수백의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다양한 뮤즈들을 거느리고 영감의 샘을 들여다보고 있는 예술가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기계와 인터넷으로 탄생한 신기로를 통해 우리는 모두 창조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대답은 물론 부정적이다. 과연 위대한 예술가와 우리의 차이점이란 무엇일까? <예술가의 탄생>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책머리에서 작품보다 예술가를 더 사랑한다고 외친 저자는 (존 레논하면 오노 요코, 프리다 칼로는 디에로 리베라, 이런 식의 전형적인 도식화가 아니라) 예술가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받은 영향과 그 결과물에 대해 차근차근 다룬다. 깊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한 핵심은 꼭꼭 집어내는 점이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뮤즈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의 충족을 넘어서서 깨닫게 되는 그 무엇은 우리의 창조적인 삶을 위한 충고가 된다. 책에 실린 여러 아티스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이다. 그는 선천적인 균형성 왜소증으로 평생 육체적 고통을 겪고, 아버지의 실망감과 어머니의 죄책감까지 짊어지고 살았다. 지속적인 연인도 없이 몽마르트르에 모여드는 가난한 예술가나 창녀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지냈다. 왁자지껄한 도발과 관능의 세계, 벨 에포크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명성에 비하면 너무도 쓸쓸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 동고동락 속에서 단호한 양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했다. 예술작품이 예술가의 모든 것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은 로트레크에게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배경 속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의 그녀들에게서 생계를 위한 매춘과 가난의 피폐함, 로트레크의 슬픔과 고독까지 비친다. 거기에 로트레크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할 줄 아는 태도까지도. 로트레크의 적나라한 거울을 통해 우리를 비춰본다면 가면을 뒤집어쓴 얼굴이 보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 심지어 사람까지도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대상물로 대하는 태도를 지닌 가면. 사람을 향해 과연 나에게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될까 효율을 가늠하고, 수십억을 호가하는 경제적 가치와 네임 밸류로 예술의 진면목을 섣불리 판단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뮤즈와 창조적인 영감은 돈이 안 된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주머니가 아닌 마음의 가난을 외면한다. 위대한 예술가와 우리의 차이점은 바로 이 태도에 있다.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해 열정과 진심을 쏟는다면 돈으로는 감히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예술이 탄생한다. 이 진부한 결론이 위대한 예술을 창조한 예술가들이 직접 들려주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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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작품은 어떠한 창작의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술작품의 탄생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이라는 것 자체가 그리 평범하거나 순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예술가의 창조력을 일깨운 뮤즈 이야기, 요코 오노에서부터 조지아 오키프,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열세명의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뮤즈의 이야기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말년에 극도의 절제 생활과 규칙적인 작업을 했다는 세잔의 일상이 그의 회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설핏 들었던 기억은 특히 더 '예술가의 탄생'에 관심을 갖게 하기도 했고. 뮤즈(Muse)는 원래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 므네시모네(Mnemosyne)와 동침하여 낳은 아홉의 자매로, 올림포스 신전에서 아폴론을 도와 음악을 연주하는 등 세상의 온갖 예술을 담당하게 된 여신들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 ‘뮤즈’란 “예술가들이 지닌 창작의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즉 영감을 고취하는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이라는 것은 대부분 탄생과 성장과정에서 형성되는 가족과의 관계, 성장하면서 느끼는 사랑과 연민, 애증의 감정들이 뒤섞여 나타나게 되는 것이며, 예술가들의 감성과 창조적인 발상, 상상력, 영감을 자극하고 그로인해 탄생한 작품들이 세기를 넘어 우리의 찬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몇몇 예술가들의 삶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책을 통해 단편적이긴 하지만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고 대부분 낯설지 않은 작품들이 실려있어 한결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자서전도 그렇지만 평전이라는 것 역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그려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많은 예술가들의 삶이라는 것 역시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느낌이 달라진다. 하물며 그 사람이 살아온 몇가지의 기록만으로 그 사람의 삶의 모습과 감성, 영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예술가의 탄생은 극도로 주관적인 평가를 절제하며 예술가들의 드러난 삶을 통해 그들의 창작 영감을 불러 일으킨 뮤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러한 느낌 역시 나의 주관일뿐이겠지만. 개정판을 내면서 가장 많은 수정을 한 부분이 조지아 오키프에 대한 것이라는 저자의 글을 보니 새삼 책을 읽은 내 느낌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그림 자체가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던 조지아 오키프였는데 이 책을 통해 그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엉뚱하달수도 있는 내 개인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나는 프리다 칼로의 초상화같은 정면 사진을 처음봤다. 어쩌면 예전에 봤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인식에서는 처음이다. 뜻밖에도 그녀의 사진과 그녀의 자화상은 너무 닮았다.(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그녀의 실물은 그림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그녀의 자화상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강함을 드러내려 했을까 싶었는데 그것 역시 그녀의 내면이며 본인의 영감의 결과물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특별한 재미가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는 예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열세명의 예술가들의 작품이 실려있고 아트 팁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이나 예술사조에 대한 글이 있으니 그냥 예술서로도 읽기 부족함이 없어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삶은 어떤 예술보다 더 뜨겁고 멋지다. 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되, 어린아이 같은 자발성과 무모함으로 살 것이며, 적당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는 예술과 삶을 일치시켰던 나의 강력한 분신들을 만났고 그들과의 만남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하여 '단 한번도 전 존재를 투신할 만한 대상을 갖지 못했던', 그야말로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저자의 글이다. 정말 마음이 가난한 내게 딱 맞는 책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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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내놓는 작품보다 예술가 자신이 더 대접받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보다 홀대받는 세상이 아니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에 홀딱 빠지게 되었다. 우리 대부분이 예술 작품은 기억하지만 그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의 내면과 배경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인색한 편이다. <예술가의 탄생>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단한 작품들을 세상에 있게 한 바로 그 예술가들을 예술가로 만들어 준 뮤즈들은 누구이며 어떤 것들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이름을 후대에 길이길이 남게 해준 그들의 창의성과 열정을 일깨워 준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이 책은 초판이 2003년에 나왔으니 거의 8년 전이다. 아무리 새로 다듬었다고는 하나 8년의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세련된 문장들을 담고 있다. 요즘 미술관련 특정 주제를 담은 에세이 형식의 저작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정작 책의 내용보다는 자신들 포장에 힘을 쏟고 있는 반면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은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순수하게 예술가들의 삶을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열정이 느껴진다.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잘 알려진 사람들이며 그들의 생활 역시 무모함과 돌발 행동 등으로 미술사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나에게 비교적 새로웠던 인물들을 꼽으라면 존 레논의 아내였던 요코 오노와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잭슨 폴록 정도인데, 특히 요코 오노는 존 레논이 거론될 때 늘 조연으로만 등장해서 한번도 요코 오노가 주인공이 된 글을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잭슨 폴록 역시 그의 엑션 페인팅은 기억했지만 그가 살아가는 내내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단순히 화제거리로서 예술가들의 생애를 다룬 것이 아닌 그들을 존재하게 만든, 그렇게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의 예술을 살아남게 만든 그들만의 뮤즈 이야기는 감동이었다. 특히 사이코로만 생각해 왔던 달리 같은 인물을 사랑했던 갈라의 경우는 달리 이전에도 다른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팜므파탈적이고 정신이 정상은 아닌 여인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인데, 그녀 역시 화가였지만 자신의 작품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던, 자신의 삶 자체가 퍼포먼스 예술이었던 그녀의 상황을 좀 더 관대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 예술가들이 넘치고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깊은 관심을 갖기도 힘들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다른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도 나와주었으면 싶고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 가는 예술가들의 뮤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런 나의 목마름을 해결해 줄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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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뒤엔 뮤즈가 있었다. 그들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부어주고 모티브가 되어준 뮤즈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일단 서문부터 진지하고 재미있어서 잡자마자 다 읽게 된 책이다. 예술가들의 창작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모든 존재, 사람이든 아니든 그 모두에게 '뮤즈'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저자의 글은 예술작품보다 예술가의 뜨거운 삶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고 그들의 분신들을 조명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전 조재를 투신할 만한 대상을 갖지 못했던' 그야말로 가난한 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서문 말미를 읽고 예전 같으면 분노했을 나였겠지만 안도현 시인의 시에 나오는 그 유명한 '연탄'이 떠올리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예술가들의 창작 세계에 영향을 준 인물과 철학이 등장하기도 하고 때론 예술가 자신의 사랑과 트라우마, 고통 등 크게 사랑, 아픔, 꿈이라는 이름의 뮤즈로 나누고 있다. 존 레논의 도발적 멘토 요코 오노와 클림트의 여인들, 조지아 오키프의 영화같았던 인생,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 근친혼으로 왜소한 남자가 되어버린 툴루즈 그리고 프리다 갈로와 고야, 잭슨 폴락, 폴 고갱, 앤디 워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가들의 창작과 그 창작의 근원이자 욕망의 원천이 되어버린 뮤즈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강력하고 매혹적이다. 예술가들도 분명 인간이고, 인간인 이상 한계가 온다. 하지만 그들은 뮤즈로 말미암아 시대의 사조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특별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비틀거릴땐 손을 잡아주기도 했고 때론 더욱 채찍질하기도 했던 그 여정을 들여다보면 분명 광적이고 충동적이며 때론 에로틱하고 종교적이기까지 하다. 유혹과 실연, 그리고 집착의 사랑과 아픔라는 뮤즈들도 인상깊었지만 가정환경이나 열등의식, 정신분열과 부와 명성을 향한 욕망, 실험정신, 고독 등 꿈이라는 뮤즈를 다룬 점은 정말 흥미로웠다. 명작들을 그냥 작품으로만 감상해도 사실 버거울때가 있지만 이러한 탄생과정과 예술가의 꿈과 뮤즈를 알고나서 본 유명작품들은 숨겨진 욕망을 이해할 수 있게되니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유명한 예술가여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뜨거운 뮤즈가 되고 싶고, 또 그러한 뮤즈를 만나고 싶은 것은 내 삶을 더욱 창조적이고 유려하게 만들고 싶은 누군가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욕망이 아닐까 싶다...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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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탄생
누가 예술가를 탄생시키는가? 아니면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일까?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아닌 평범하지만 절대 평범하지 않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 속으로 빠져가게 된다. 그 예술가들은 타인과는 차별되는 험난하고 어지러운 삶을 살았다. 그럼 삶에서 그들은 창작이라는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능력 즉, 상상력과 영감을 고취하는 존재를 발견한다. 그것을 작가는 뮤즈라고 이름을 붙였다. 어떤 예술가에겐 사랑이, 사랑의 실패로 인한 절망이, 자신이 열망하는 유토피아가, 돈이, 명예가, 육체적 질병과 가난과 그리고 장애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13명 그들만의 각기 다른 뮤즈를 통해 그들의 삶을 마치 하나의 영화처럼 소개해주며,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뮤즈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일 먼저 소개된 비틀즈의 존 레논 이었다.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비틀즈의 노래. 하지만, 그들의 삶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존 레논이 있기 까지 그의 멘토이자 뮤즈인 오노를 만나게 되면 그 만의 예술적 세계에 빠져든다. 레논이 그녀의 주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오노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뮤즈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고 거기에 더욱 뛰어난 작품과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예술가들은 책을 통해 접해보시기 바라는 마음이다.
돈을 추구하는 예술가, 명예를 추구하는 예술가,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예술가, 등 많은 예술가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들만의 뮤즈를 통해 더욱 아름답고 그들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뮤즈를 만나볼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예술의 시대적 용어나, 몰랐던 예술가들 뿐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뒤에서 설명해주고 있어서 좋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진과 예술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기쁨이 더할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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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창조력을 일깨운 뮤즈 이야기, 잔인했던 것은 그들의 삶이었을까, 예술성이었을까.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차와 음악을 찾게 되는 것처럼, 내 인생의 사랑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그 아이는 사람이 사람을 보고 첫눈에 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다. 우린 곧 친한 친구가 되었지만, 그 아이를 향한 특별한 감정을 나는 말하지 못했다. 고백하고 나면 우정이 깨질까봐, 어색해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만나고부터 내게 새로운 습관이 생겨났다. 밤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자꾸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싶은 충동이 나를 사로잡았다. 부치지 않을 편지를 밤새 쓰기도 했고, 한낮에 몇 번이나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그 교실에서의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나는 60명이 넘는 반 친구 전체에게 편지를 써서 나눠주었다. 깜짝 놀라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꺼는? 내꺼는?"이라고 외치는 그 아이. 편지를 건네며 나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너에게 편지를 주고 싶어서 다른 친구들의 것까지 다 쓴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좀 우습기도 한데, 왜 그때는 그렇게 "사랑해"라는 한마디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을까.
<예술가의 탄생>을 읽으며 그때의 일이 떠올랐던 것은, "세기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매혹적인 뮤즈는 무엇일까?"를 묻는 이 책의 테제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는 그들만의 특별한 '뮤즈'가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서, 이 책은 탐구를 시작한다. (예술가의 예술적 행위에 견주기에는 한없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무엇으로든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감정의 파도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내 심장에 몰아닥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충동적인 힘이 나로 하여금 반 친구 모두에게 편지를 쓰게 만들었던 것처럼, <예술가의 탄생>은 세기의 예술가들을 추동했던 매혹적인 '뮤즈'의 실체를 포착하기 위해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입체적으로 읽어냈다.
"나는 이 예술가들의 창조적인 발상과 영감의 근원, 상상력의 원천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밝혀내고 싶었다"(8).
저자는 이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그들의 예술창작의 근원과 그 메커니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그들로 하여금 창조하게 만드는 충동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 그들은 왜 창작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들의 상상력과 영감은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들의 유년시절, 부모와의 관계는 어땠을까? 그들은 누구와(어떤 것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었던 것일까?
"나는 예술가들의 창작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즉 상상력과 영감을 고취하는 존재는 그 무엇이든 뮤즈라는 이름을 붙였다"(8). (*뮤즈(Muse)는 제우스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와 동침하여 낳은 아홉 자매로, 올림포스 신전에서 아폴론을 도와 음악을 연주하는 등 예술을 담당하게 된 여신들을 일컫는다)
저자는 이 책에 담은 13명의 예술가가 저자의 삶과 예술의 창조적 근원, 즉 저자 자신의 뮤즈이자 멘토라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의 뮤즈'로 묶인 요코 오노, 구스타프 클림트, 조지아 오키프, 갈라, '아픔이라는 이름의 뮤즈'로 묶인 앙이 드 툴루즈-로트레크, 프리다 칼로, 프란시스코 데 고야, 잭슨 폴록, '꿈이라는 이름의 뮤즈'로 묶인 폴 고갱, 앤디 워홀, 마르셀 뒤샹,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폴 세잔 등 이 책에 등장하는 13인의 예술가는 저자 마음으로 '고른' 예술가라는 뜻이다.
<예술가의 탄생>은 한마디로 격정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예술가의 뮤즈 이야기는 곧 예술가의 삶의 이야기였다. <예술가의 탄생>을 읽으니, 예술가의 삶도 그 근원은 우리의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의 영감이 부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 예술적 광기가 그들의 삶을 더 도전적이고, 더 격정적이고, 더 파괴적이고, 더 병적인 삶으로 몰아갔는지 모른다. 잔인했던 것은 그들의 삶이었을까, 예술이었을까.
존재했으나 사용되지는 않는 사어처럼, 잘 알려진 것이든 알려지지 않은 것이든 작품을 남기고 사라진 예술가의 삶은 이미 굳어진 화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가의 탄생>이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그것을 읽어내는 저자의 거친(!) 생철학 때문이었다. 예술과 삶의 일치를 꿈꾸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이질적인, 그야말로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배제하는 타자 혹은 마이너리티로서의 삶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9).
그리고 현대의 예술을 이렇게 비판한다. "예술가를 보려면 그 작품을 들여다보라는 말은 오늘날에는 더는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현대야말로, 인간이 배제된 예술이 잘 포장되어 전시장과 시장에 나오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더욱 더 예술가다운 예술가가 절실히 그리운 시대이다"(5).
<예술가의 탄생>이 선택한 13인 예술가의 이야기를 읽으니, 그들의 삶은 마치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 존재를 불태워야지만 폭발력을 갖게 되는 예술의 잔인성, 그 잔인한 불꽃에 모든 것을 던져 예술가의 삶을 살아야 했던 그들이야말로 신에게 선택받은 선구자일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예술작품보다 예술가의 삶에 더 관심이 많은 나와 같은 독자라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유명한 예술작품을 읽어낼 수 있는 예술적 지식과 통찰력까지 덤으로 배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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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창조. 에로스와 타나토스 삶의 본능과 죽음의 본능... 전채와 광인
어쩜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정신분열증이라고 알려진 고흐의 "까마귀 나는 밀밭" 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 색체에 대한 민감함과 격정에 놀라면서 한편으로 "그래.. 세상이 이렇게 보인다면 나라도 정상으로 살기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고흐가 세상을 다른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만 봤다면 지금 세계인의 마음을 흔드는 걸작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하나 더! 정신의학이 발달한 현재, 고흐가 정신과 의사 밑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마 모 아니면 도 였을 것이다. 고흐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그의 예술적 기질을 북돋아 주어 고흐가 더 오랜 시간 살았다면 훨씬 많은 작품을 남겼을지도 모르지만, 정신병원에서 평생을 보내 그림 한점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만약 그의 부모가 정신과 의사라서 고흐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 줬더라면 이러한 불안정함에 기반한 명작이 탄생했을까.. ? 만약 그에게 테오와 고갱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쌩뚱맞게 고흐의 이야기를 꺼냈지만, "예술가의 탄생" 이라는 책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천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그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유명한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인 듯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그 원동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그 사람 내부의 어떤 것이든 말이다.
존 레논에게 있어서 창조력은 극한으로 끌어올린 요꼬, 자신의 열등감을 극으로 끌어올린 로트레크 자신의 내적 분열을 어지러운 물감들의 무질서한 나열로 드러낸 잭슨 폴락 내면의 돈과 명예에 대한 갈망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시킨 앤디 워홀, 달리의 예술성을 끌어올린 갈라.
이런 이야기들은 그들읠 작품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 주었다. 특히 젝슨 폴락의 단순히 물감만 뿌려놓은 작품들이 그의 내면을 통해 이해하다 보니, 이제는 공감이 되고, 빨려 들어갈 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전에 "이런.. 거저 먹은 예술가 같으니.." 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이다.
모든 작품은 그의 내면을 드러낸다라는 사실. 그건 어쩌면 예술을, 특히 미술을 이해하는 대 전제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미술을 보는 안목이 낮은 나에게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기본이 되는것은 작가의 내면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젝슨 폴락의 작품을 그저 미국의 스타 만들기로 치부했던 것을 미루어 보면 말이다.
이 책의 최고 매력은 그림을 통해 작가들의 내면을 살짝 파헤친다는 것이다. 고흐가 그린 초상화를 통해 그녀에게 압도되었던 고야의 사랑(?), 세잔의 색채 사용을 통한 불안정함. 모딜리아니 그림에서 한쪽 눈이 없는 그림의 의미(모딜리아니의 내면 성찰을 강조하는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다고 한다)등 그림에 투사된 작가의 내면에 대한 성찰이 뛰어나다.
하나 더! 여느 미술 관련 책 들과 같이 이 책에도 그림이 실려 있는데, 알고 있던 유명한 그림 뿐 아니라 처음 보는 그림도 꽤 많이 실려 있다. 그런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고 꼭 추천해 주고 싶다 특히 누군가의 내면을 살짝 옅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말이다. |
![]() 인간이 배제된 예술이 잘 포장되어 전시장과 시장에 나오는 현대야말로 일상과 예술의 구분은 무의미해졌고 미술은 어떤 예술 장르보다 물질적인 교환 가치를 가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미술가들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이제 이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작품의 생산자일 따름이며 예술작품은 너무 많지만 진정 흥미로운 예술가는 실종되었다. 예술가의 부재는 예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시대의 거울이요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들은 얼마나 시대를 아파하며, 예술가의 책무에 고민하고 있는지, 세상에 어떤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는지 말이다. 예술가는 언제나 시대의 부조리에 절망을 짊어져야 하는 동시에 제도와 권력에 거부하고 저항하는 삶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삶을 보여주어야 하는 존재이다. 이런 삶을 살다 간 예술가들. 또 다른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면서 다음 세대 예술가들의 롤 모델이자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공한 인물들을 소개하며 이들의 창조적 발상과 영감의 근원, 상상력의 원천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밝힌 책이다. 예술가들로 하여금 창조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은 무었이었는지, 이들이 왜 창작하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그들이 누구와(어떤것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다시말해 현대 술가들의 뮤즈인 예술가들의 뮤즈는 무엇이었나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선 요코 오노, 구스타프 클림트, 프리다 칼로, 고야, 앤디워홀, 마르셀 뒤샹 등 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예술가에서부터 조지아 오키프, 갈가, 앙이 드 툴루즈-로트레크까지 처음 들어보는 예술가까지 사랑, 아픔, 꿈이라는 세가지의 커다란 뮤즈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무엇보다 아픔이라는 뮤즈는 참 와 닿았다.
인간으로써 피할 수 없는 아픔과 시련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탄생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여섯 살에 소아마비가 걸려 왼쪽 다리가 불구가 되었고 열여덟 살이 나이에 버스사고를 당해 버스 쇠 난간이 배를 뚫고 들어갔고 선천선 자궁 기형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었으며 평생 수차례의 수술과 입원, 약물복용, 발과 다리 절단등 인간에게 신이 이렇게 처참한 형벌을 내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예술가는 바로 그 유명한 프리다 칼로다. 또한 고야는 심한 병을 앓은 후 귀머거리가 되었고 미국 최초의 아방가르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화가인 잭슨 폴록은 불행한 가족사와 심각한 열등의식 속에 알코올 중독과 정신질환 그리고 폭력과 같은 가학적 행동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들의 삶에 있어서 고통과 아픔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예술로 승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참 볼꺼리 읽을꺼지가 많은 책이며 단순히 작품을 넘어서 예술가의 삶을 조명한 점이 더욱 마음에 드는 책이다. 리뷰를 쓰려고 책을 뒤적이며 다시 또 읽게 된 책. 내 책장에 오래오래 꽂혀있을 책이 될 것같다.
* 현대 예술가들의 뮤즈인 과거 예술가들의 뮤즈는 무었일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하지만 잘은 모르는 예술가들의 삶이 궁금하지 않은가?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2010.07.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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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귀청 따갑게 들어오던 말이 진리로 판명되는 경우가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이 그런 경우다. 에디슨의 이 한마디는 낭만주의에 물든 천재상을 단번에 파괴하는 정문일침의 효력을 가지는데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일깨워준다. 첫째, 타고난 천재란 없다. 둘째, 창조성은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셋째, 위대한 작업은 규칙과 습관의 산물이다. 어떤 영역이든 달인의 경지에 올라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어젖힌 이들은 모두가 부단한 노력과 실천의 명수들이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요한 10년설은 이미 과학적인 근거를 갖춘 이론으로까지 정립되었다.
우리는 흔히 예술보다 예술가의 존재와 삶에 보다 큰 흥미와 관심을 내비친다. 김연아의 스케이팅 기술보다는 김연아 자체의 삶에 더 큰 관심을 보이듯 말이다. 영화를 통해서나 자서전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예술가들의 삶은 소시민적 삶의 밋밋함과 평범함 그리고 안락함에 질풍노도의 열정과 위태한 낭만을 덧칠해 준다. 최근들어 학자들도 예술가들이 가진 창조성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여러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성격적 요인이나 질병(매독, 정신분열증, 조울증)적 요인, 또는 인간관계적 요인 등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예술가들의 창조성의 비밀을 찾는 작업이 진행되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작업들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 책 [예술가의 탄생]은 서양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뮤즈'에 집중한다. 여기서 뮤즈란 예술창작의 에너지가 되는 사람이나 관계의 성격을 뜻한다. '예술작품보다 예술가를 더 사랑한다'고 말하는 미학자 유경희의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독자들의 일독을 자신있게 강추한다. 이제껏 국내 미학자가 쓴 작품들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책이다.
13명의 예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로 하여금 풍부한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도운 뮤즈의 유형은 사랑, 아픔, 꿈으로 삼분된다. 달리 말하면 열정적인 로맨스, 정신적 신체적 고통, 그리고 원대한 비전이다. 저자는 일종의 이론적 전제로서 '삶으로서의 예술'과 '직업으로서의 예술'을 구분한다. 저자가 선정한 13인은 삶으로서의 예술에 천착한 예술가들이다. 물론 이런 전제는 예술가에 대한 낭만주의적 입장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예술가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들이 얼마나 시대를 아파하는지, 예술가의 책무에 대해 얼마나 정교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혹은 마땅히 살아야 하는 세상에 어떤 비전을 제시해주고 있는지 말이다. 예술가는 언제나 시대의 부조리와 절망을 예민하게 짊어져야 한는 동시에 그것을 배태한 제도와 권력에 대해 세심하게 거부하고 저항하는 삶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삶을 보여주는 존재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요코 오노, 조지아 오키프, 갈라, 프리다 칼로 같은 팜므 파탈에 가까운 여성예술가들에게 끌렸다. 이들은 또한 짙은 페미니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레논의 검은 마돈나 요코 오노는 솔직히 말하자면 자칫 엉뚱하고 사생활이 난잡한 영국 유학생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오노는 존 레논이 인정한 그의 정신적 뮤즈였으며, 백남준이 속해 있던 국제 전위예술가 그룹 플럭서스의 일원으로 활약한 행위예술가이다. 세속적 성공과 정신적 자유 간에 갈등한 조지아 오키프의 극단적 삶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소재로도 다루어진 적이 있는 갈라의 '삼인행'이라든가, 프리다 칼로의 고통과 사랑을 살펴볼 수 있었다.
13인의 예술가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세잔이다. 자신만의 예술적 사유와 철학을 그림으로 구현한 세잔은 프랑스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에 의해서 지각의 현상학을 재현한 예술가로 평가된다. 또한 세잔은 예술가들의 우정과 질투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30여년간 우정을 지속한 세잔과 에밀졸라의 절교가 그러하다. 재주 많고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예술가들은 주변의 인간관계에 완전히 함몰되거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두 가지 극단적 형태에 빠지기 쉬운데 안타깝게도 세잔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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