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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가부장주의, 속담도 그 한 주춧돌이구나
"견고한 가부장주의, 속담도 그 한 주춧돌이구나" 내용보기
‘속담’을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하고 전복해야겠다는 생각을 언뜻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해본 적은 없다. ‘몽실 언니’를 읽으면서 장난삼아 옛 상말, 욕에 대한 책도 같이 읽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도서관에서 ‘조선상말사전’과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을 빌리려 했는데 둘 다 없음. --;; 근처에 있는 책을 대충 몇 개 골라왔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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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을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하고 전복해야겠다는 생각을 언뜻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해본 적은 없다.

‘몽실 언니’를 읽으면서 장난삼아 옛 상말, 욕에 대한 책도 같이 읽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도서관에서 ‘조선상말사전’과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란 책을 빌리려 했는데 둘 다 없음. --;; 근처에 있는 책을 대충 몇 개 골라왔다. 그 중 한 권이 이 책이다.

 

속담의 중요한 특징

1. 간결하게 새겨진 예술적 형식을 취한다.

2. 사회 안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기능과 보수적 기능을 담당한다.

3. 권위 있는 정당성을 지닌다.

4. 출처가 익명이다.

 

‘속담은 매일 겪는 경험의 딸이다’, ‘남자의 말은 헛되지 않다’같이 속담에 대한 속담들이 있다. (책 분류에서 서지학, 도서관학이 001번으로 시작하는 책 분류가 연상된다..) 이런 속담은 속담의 권위와 정당성을 자기예언적으로 부여한다.

속담이 남성중심적 편견을 담고 있는데, 속담을 인용하는 것 자체가 다시 그 편견을 강화하고 그 속담을 말하는 사람의 권위를 높이는 효과라니.
예를 들어 여성의 사회참여 문제로 어떤 가족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자.
이 때 성인남자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라고 한 마디 하면서 분위기를 정리한다.
조상들의 '지혜'를 끌어다 상황을 정리하고, 속담을 인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시 한 번 '남성의 권위'를 살리는 거다.

만일
'수탉 울음소리를 내는 암탉과 라틴어를 아는 여자는 결코 끝이 좋지 않다'같은 독일/스페인 속담까지 인용할 줄 아는 남자라면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르겠지.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세계의 속담을 모아서 그 숨은 가부장주의를 분석한다. 그 결과는 놀랍다. 전세계에서 같은 내용의 속담이 발견되는 것이다!

여성의 힘과 지혜, 모성, 사랑스러움을 찬양하는 속담도 있지만
여성을 가사일의 틀에만 가두고 남성의 성폭력/물리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여성은 요망한 것이라 단정짓고 여성이 어리석다고 비웃고 불임인 여성을 가혹하게 낙인찍고 딸 출산을 비난하는 속담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여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속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p.431 
여성에 대한 폭력을 충고하는 수많은 속담은, 우선 여성이 독을 사용하거나 마법을 부리거나 통제할 수 없는 힘으로 남자를 죽인다고 의심하거나 비난하는 메시지 속에서, 먼저 폭력을 여성 자신에게 투영함으로써 폭력 행위를 정당화한다.

여성성이 언어의 인습에 갇혀 있다면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언어와 문화가 (속담이 제시하는 바와 다르게) 정태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 남부 아프리카 여성 그룹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전역에서 수집한 속담 모음을 가지고 그룹 토론을 한 뒤 글쓴이에게 열정적인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p.487
그 여성 그룹은 모임에서 여성이 겪는 인생의 여러 국면, 인생의 기본적 원리, 권력 등에 관한 속담을 토론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속담들이 아주 흥미를 자아냄을 체험했으니, '여자가 되는 것'에 대한 내면화된 자기 관념을 비추는 방식과, 직접적인 남성 지배가 드러나는 방식, 이 두 가지 방식을 통해서였다. 집중 토론을 거친 후, 그들은 각 진술에서 '남자'라는 단어를 '여자'로 바꾸거나 거꾸로도 해보면서 속담의 메시지를 뒤집어보기 시작했다. 이는 폭소를 자아내게 한 즐거운 경험이었으며, 또한 그들 자신의 상황을 직면하기 위해 새로운 눈을 뜨는데 이바지했다. 그들의 실제적 전략은 구전되어 온 유산을 피하거나 배척하는 게 아니라, 그 유산을 다시 간직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함축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바로 그 의미를 전복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속담 조사는 '전통'을 되돌아보는 방법이 되었고, 변화하는 세계의 성별 관계를 예측하는 방법이 되었다. 

나에게는 속담을 모아 놓고 보는 것이 어떤 청량감을 주었다.
이렇게 세계 속담을 모아놓고 보니 그 극적으로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관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 속담의 가면을 벗기는 것이 어렵지 않으면 저 속담 역시 가볍게 코웃음쳐 넘길 수 있다는 유추도 가능하다.

직녀(Leila), 견우(Majnun)가 이란에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글쓴이는 전족 및 전족에 대한 속담이 가장 인상적이었던지, 이것을 책 제목으로 삼았다. 원제는 Never marry a woman with big feet. 그리고 하이힐이 그 본질에서는 전족과 다를 바 없다는 예리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 두꺼운 책을 번역한 옮긴이가 고생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솔직히 번역이 마음에 안 든다. 게다가 한국어 속담도 종종 인용되었는데, 이건 좀....
한국어 속담을 영어로 번역했다가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그 해당 속담이 뭔지 찾아봐야 할 것 아닌가? 구글 번역기 두 번 돌리는 것도 아니고 참. 
아래의 한글 속담들이 있었나? 대체 무슨 속담을 중역하여 한글로 되돌아오면 이렇게 될까?

유리와 아가씨는 쉽사리 깨진다.
먹을 걸 사기 위해 은제품을 판다.
사랑은 분노를 기른다(상처를 준다).
여성이 벌어봤댔자, 생쥐가 벌어들이는 격이다.
두드려 맞는 여자는 더 나은 아내가 될 것이다.
애정은 회초리 끝에서 시작된다.
세 남자가 모든 여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쿠안 인'은 그 중국어 발음이 뭔지 찾아서 '관음'이라고 다시 번역해야 할 터인데, 그냥 네덜란드인 저자가 쓴 대로 '쿠안 인'이라고 써 놓았다.

그리고 마지막 옮긴이의 글에서 사오정같은 소리를 써 놓았다.

p.493
남편과 아내가 싸우면 바보 같은 사람은 그것을 심각하게 생각한다.-이란
남편과 아내가 싸울 때 얼뜨기 같은 사람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몽고
남편과 아내가 싸울 때, 이웃 사람들은 구경하며 그저 웃을 때 득이 된다. -덴마크

바야흐로 남북의 신냉전 국면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드는 기로에서 후기를 쓰는 역자로서, 위의 속담을 말미에 언급하며 희망을 놓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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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속담들은 가정 폭력을 정당화하고, 외부의 개입을 '간섭'이라고 단정함으로써 여성을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내용들이다. 아내를 위한 어떠한 보호책도 없다는 절망적인 내용이다.
대체 저 속담 어디서 희망을 볼 수 있다는 건지. 번역을 하면서 자기 머리로 생각은 한 건지 궁금하다.

YES마니아 : 로얄 r****t 2011.08.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