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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무라 고진이 쓰고, 고운기가 번역하였으며, 현암사에서 출판한 이 책은 고전 '논어'의 입문서로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논어 원문 전체를 소개하지 않으며 주석이나 해설서는 더더욱 아니다. 논어라는 고전을 둘러싼 원전, 판본, 역사적 고증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어 소개되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원본은 일본에서 출판된 스테디셀러 '논어 모노가타리(이야기)"라는 소설형식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굉장히 훌륭하며 탁월하다. 이 책의 저술방식은 논어의 텍스트 몇가지를 주제별로 묶어 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짧은 호흡으로 이어간다. 전체적 맥락이 하나로 꿰어져 있는 단편소설들의 향연을 보는 느낌이다. 다소 주자학적 향기가 진하게 배어나긴 하나 '공자'라는 한 개인의 인격에 진실로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의 강점은 그 품격에 있다. 소설형식이라고 해서 문장의 격이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깊이가 우러나오는 문장들이어서 몇번이고 들춰봐도 그 향이 우러나온다.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있지만 전공자라고 해도 경시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대체로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고전을 해석한 책들이 많다. 대개의 그런 류의 책들은 엉성하고 그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자기계발류나 처세에 대한 책으로 고전을 앞세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책은 오묘하게도 분명 논어라는 고전의 원문을 이용해 새로운 텍스트를 구성했는데도 불구하고 원래의 함의나 깊이가 훼손되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저자인 시모무라 고진의 인문학적 깊이에서 나온 것이리라. 또한 그것을 잘살려 번역을 한 고운기님께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현암사의 동양고전 시리즈는 대체로 원전에 충실한 경우가 많고 그것에 대한 주석이나 해설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논어만은 예외적인 방식인데, 이 예외의 적용이 굉장히 유효하며 훌륭했다고 본다.
논어 원문이 한글로 간결하게 소개된 것으로는 성균관장인 최근덕의 '한글사서시리즈' 『논어』를 개인적으로는 최고로 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출판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현재는 절판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형서점에 가면 꽂혀 있는 것을 몇번 보았다. 이 책은 한자원문과 한글독음, 번역이 아주 간결하게 표시되어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 책인데, 많이 찍어내지 않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겉표지는 성경처럼 가죽으로 되어있다. 관심있다면 서점에서 한번 찾아보시길. 극찬의 이유를 느낄 것이다. 다소 번역상의 무리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성리학적 관점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다음 소개하는 책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논어에 대한 원문, 주석, 해설로 시중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는 명문당의 『원문비지 논어집주』, 성백효, 김도련, 김용옥, 김학주, 이택후(李澤厚,리쩌허우), 양백준(楊惰峻,양뿨쥔), 미야자키 이치사다 등의 저서를 추천한다. 이을호의 한글논어는 몇 해전 교수신문에서 성백효의 현토완역본과 함께 최고의 번역본으로 꼽혔지만 1974년에 초판된 책이라 애석하게도 현재는 절판되어 신간을 구할 수 없다. 최근에 주목할만한 작업으로는 한울아카데미의 『논어세주완역』 2권이 탈고되었으며(2010.11월), 다산 정약용의 『논어고금주』와 에도시대 고문사학(古文辭學)의 제창자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이 여러 학자들의 노력으로 한글 완역되었다.(2011년 1월 현재)
유학(儒學), 논어, 공자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조금 더 깊은 정보를 얻기 바란다면 지식산업사에서 출판한 H.G 크릴(Creel)의 『인간과 신화 : 공자』, 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 ,시라카와 시즈카의 『공자전』(국내제목: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을 바꾸리라)을 추천한다. 크릴의 책은 서구인의 눈으로 바라본 담담한 공자기술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오고, 시라카와 시즈카는 갑골문,금문학 최고의 권위자답게 고대한자해석을 통한 실증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단, 크릴의 책에서 후반 서구민주주의와의 연계, 시라카와 시즈카의 책에서 장자를 중심으로 한 공자이해 등은 독자들이 잘 판별해서 읽어야 할 대목이다. 요시카와 고지로는 문학부 교수라 그런지 특별히 눈에 띄는 관점 없이 객관적이고 평이하나 문장에 풍미가 있다.
이런 현대의 공자전기들은 사마천의 『사기』「공자세가」와 왕숙의 『공자가어』 등의 일화에서 발췌한 것들이 많다. 일반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예문서원이 『사기』에서 발췌한 『공자세가 : 중니제자열전』을 따로 출판하였고, 공자가어는 을유문화사와 동서문화사 본이 있으나 현재(2011년 1월) 을유문화사 본은 절판된 상태다. 조금 더 동양사상에 관심이 많이 생긴다면 풍우란(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