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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하비 케이의 [영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양효식 역, 1993)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들 모리스 돕, 로드니 힐튼, 크리스토퍼 힐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홈스봄과 톰슨에 대한 정리가 너무 잘 되어있으며,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설파하고자 했던 핵심내용들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영국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왜 토대 상부구조론을 넘어서려고 했는지/ 왜 '계급' 분석이 아닌 '계급투쟁' 분석을 하려했는지/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계급 설정이 아니라 상황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는 계급 개념을 사용하기 위한 방법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실증주의적 설명론이 가지는 한계는 무엇인지/ 부르주아적 개인주의가 가지는 문제는 무엇인며 구조주의적 세계관의 한계는 무엇인지/ 나아가 능동적 주체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 등등을 간략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의 창발적 해석이 너무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이론적 방법론적 분석틀을 사용하는가가 연구의 전체 흐름을 좌지우지하는데 그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홉스봄 파트를 읽으면서 이것저것 찾아 보던 중 아래의 책을 발견하였습니다.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입니다. 이 책의 목차(1.급진주의, 2.농민, 3.현대사, 4.재즈로 구성)를 보면 하나의 연구주제가 전체적으로 엮여있는 것 같지 않아 그냥 넘겨버리거나 지나칠 수 있는 그런 책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골라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는 말이겠죠. 원제는 "Uncommon people"(1998)를 보면 위에서 말한 4개의 목차가 어떤 차원에서 엮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책 또한 영국 마르크스주의의 주요한 방법론인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앞에서 하비 케이를 언급한 이유는 [저항, 반역 그리고 재즈]를 통해서 케이가 주장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절절히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기계파괴자들'부분에서는 러다이어트 운동에 대한 기존의 단절론적, 실증주의적 해석을 지양하고 구체적 논증을 통해 기계파괴운동의 다양한 의미를 펼쳐보입니다. 기계파괴운동이 참여자에게 어떤 의미로 경험되었는지, 운동의 다양한 분파가 나타났던 사회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 노동자들이 경험한 삶에 대한 온갖 위협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계급형성의 구체적 맥락은 어떠한지 등등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노동자가 노동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그 노동자가 이데올로기적으로 투철하기 때문에 참여했다기 보다는 노동자로서의 그 그 개인이 겪었던 질곡같은 경험을 표현한 것이라 설명합니다. 제목이 그러하듯이 이론적, 방법론적 상상력을 상당히 많이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변동과 함께 노동계급 자체의 성격이 변동하였으며, 계급에 기초한 정체성 정치가 출현하였고, 특유의 노동계급 패턴이 등장하였다고 설명하는 부분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후반부의 해석이 다른 책들에서는 볼 수 없는 재밌고도 풍부한 해석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동계급을 상징하는 Andy Capp, Fish & Chips, 런던의 East End, Pub, 축구, '맨체스터 시민' 개념, 대중 해변 휴양지 등 매우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경험에 기반한 노동계급을 정의합니다.
[인상깊은구절] 주거분리, 생활양식의 분리, 계급계층의 고착화로 분류차원이 아닌 사회적 의미를 지닌 대문자 L로 시작하는 노동계급이 형성되었다. 적어도 산업지역에서는 그 물리적 배경, 실천, 그리고 파장에 있어서 식별이 가능한 계급이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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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은이 : 에릭 홉스봄
2. 출판사 : 영림카디널
3. 페이지 : 560
4. 읽은 기간 : 09. 9. 24 - 09. 10. 23
현재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의 책을 처음 읽었다. 그의 대표작인 역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새대>, <제국의 시대>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를 읽은 것이 나의 큰 실수 임을 고백한다.
이 책은 수십년 전 그가 발표한 논문과 여러 기고문을 짜집기한 책이기에 홉스봄만의 역사서술과 마르크스적 사고를 쉽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책의 영문 제목은 <Uncommon People>인데 한글 제목은 <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라 이름 붙여졌다.
<Uncommon People>이라는 제목만 봐도 홉스봄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략이나마 가늠했을 텐데, 어설픈 한글 제목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망가뜨린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책의 분량 자체가 워낙 방대해 읽는 내내 책의 주된 주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나름 노력했으나 4부로 나뉘어진 책의 주제가 연대기순도 아니고 하나의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도 아니기에 나와 같은 무지몽매한 독자로서는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파묻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서문의 첫 머리에서 저자가 말한 부분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잡이가 되었다.
"이 책은 가족과 이웃, 그리고 출생, 결혼, 사망에 대한 기록을 관리하는 근대 국가의 관공서가 아니면 그 이름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사실 이런 사람들(Uncommon People)이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역사에서 이 개인들이 내리는 결단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를 논하는 역사가들에게도 그들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역사의 곁가지에 불과한 그렇나 개인들을 다루는 것은 거시사적(巨視史的) 서술에서는 전혀 중요시되지 않는다." (p. 5)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계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평범하고 지극히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국의 혁명과 프랑스의 혁명을 비롯한 세계사의 주요 역사 과정들이가져온 우리가 이제껏 배워온 것들에 의한 동기유발보다 우리가 이제껏 배우지 않았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평범한 제화공들과 탄광 노동자들, 그리고 재즈 연주자들에 의해서 형성된 혁명에 대한 용트림이(각 사안마다 다소간 차이는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단한 역사적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이라 하겠다.
역사서술이라는 것이 워낙 편향적이고 단편적일 수 밖에 없기에 홉스봄의 이러한 역사 해석의 접근은 새롭고 신선했다.
다만, 앞서도 밝혔 듯 여러 논문과 기고문을 소개한 것이기에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가 난해하고 방대한 분량에 비해 내용이 부실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 역사가의 책을 읽었다는 것 만으로 내 독서생활을 자위해 버리기에는 책의 주제가 너무 무겁고 어렵다.
홉스봄의 대표 저작부터 읽었더라면 이 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가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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