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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Secret Scripture. (아마도) 영화 제목을 따 오느라 책의 제목이 '로즈'가 되었나 보다. 표지와 제목 때문에 그렇고 그런, 가벼운 로맨스를 생각했는데 이런. 내용도, 구성도 너무 좋았고, 문장들도 하나하나 받아 적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너무 하나로 묶어내려던... 영화 같은(??) 결말이었던 것은 좀 아쉬웠다.
슬라이고는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또 나를 파괴했다. 어쩌면 그렇게 인간의 마을이 나를 만들고 파괴하기 전에 좀 더 빨리 빠져나와 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어야 했는데. 어렸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삶에 공포와 상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정치적, 종교적 혼란을 겪고 있던 아일랜드 한 여인, 로잔느의 삶과 비극을 그린다. 천주교가 힘이 있던 슬라이고라는 작은 도시에서 개신교의 가족으로 살아남는 과정, 그 과정에서 겪은 비극적인 아버지의 죽음. 작은 오해 하나만으로도 한 여자를 미친 여자, 마녀 등으로 몰아갈 수 있었던 그 시대 상황에서, 언제나 약자에 서 있었던 그녀의 삶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역사란 일어난 일을 순서에 따라 거짓 없이 정리해놓은 것이 아니라 추측과 짐작을 멋들어지게 배열해두었다가 힘없이 시들어가던 진실의 습격에 맞서 치켜드는 깃발과도 같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100세가 넘었지만 과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차분한 그녀의 모습은 정신병원에서 남들 몰래 자신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습과, 기억 속에 그녀가 거쳐온 처절한 인생과 대조된다. 역사란 남들 눈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일 뿐, 그녀의 역사는 타인의 역사와 구별된다. 작가는 어느 것이 '진짜'였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당시 상황과 기록을 통해 충분히 그 비극적인 '역사'를 상상할 수 있다. 단지 개신교이기 때문에, 단지 너무 아름다운 여성이기 때문에, 힘 있는 신부의 눈에 오해의 여지를 줄 수 있는 단 한순간의 모습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그녀가 과거에 기억에 왜 매달리려 하는지, 그러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나! 서배스천 배리는 극작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는데, 그래서일까? 약간은 극적이고 시적인 문장들이었지만, 과하지 않고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 스타일!
*** 그 외 밑줄 친 부분 우습긴 하지만, 아무리 살아 있는 동안 잘 가꾸어놓았다 해도 죽고 나서 후대에 전할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들에게도 완전히 잊히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의 영혼이 처하는 운명이다.
살아남은 세 사람은 공포를 본 사람들이었다. 나는 공포를 본 사람들은 똑같은 공포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이 목숨과 전쟁의 법칙이니까.
세상은 배신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옳은 일을 하려는 동기와 욕구가 충만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나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그의 힘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그의 본성을 본 것 같았다. 그 좁은 경계. 동서남북, 죽음까지 모든 경계에 대한 자의적인 믿음.
상상. 파멸과 망상을 대신하는 멋진 말이다.
손질은, 아무리 나처럼 들쭉날쭉 아무렇게나 한다 해도, 하늘의 색깔과 중요성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일이다.
나는 한때 인간들 사이에서 살다가 그들이 잔인하고 냉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천사 같던 사람들의 이름도 서넌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 가운데서 발견하는 그 몇 안 되는 천사들 때문에 삶의 중요성을 가늠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그 천사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내전을 치르며 도덕성도 그 시대와 장소에 따른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어쩌면 이것의 우리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먼지 위에 가장 굳건하고 영원한 건축물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생명체로서 우리가 갖는 영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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