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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책을 두었다. 물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물이 차가워져 있어 깜짝 놀라곤 했다. 가끔은 몰두하다가 책을 물에 적시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책은 쭈글쭈글해졌지만 겨우 욕실에서 책을 꺼내게 되었다. 책 제목은 [일요일들].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무엇인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하루하루를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와타나베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분명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같은 시간을 보냈을 텐데. 잠시동안 멈춰있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 멈출 법도 한데 야속하게도 그대로 최상층까지 가버린다. 그를 내버려두고. [일요일의 피해자] 성격이 다른 두 친구와 중재자 역할을 하는 나츠키, 어떤 일을 계기로 두 친구는 사이가 틀어졌고 세 사람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그러던 중 늦은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강도를 당했다는 친구 치카케의 이야기.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일요일의 신랑들] 약혼자를 잃은 아들과 얼마 전 부인과 사별한 아버지. "忘れようとすればするほど、忘れられん。人間っちゅうのは、わすれたらいかんものを、こうやって覚えて置くもんなのやろうなあ。…忘れよう忘れようと努力して" [일요일의 운세] 인생에서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무엇인가에 푹 빠진 적이 있습니까 란 질문에 다바타는 생각한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대학을 선택했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사랑의 도피를 했고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고 살지 않았냐고.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무엇하나 매듭지은 일이 없다는 것을. [일요일들] 10년동안 살아온 곳을 정리하는 노리코, 그녀의 회상 속에 있던 소년들은 이미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한 발자국 걸어간다. 각각 개별적인 이야기지만 한가지 공통점은 엄마를 찾는 두 소년들이 등장한 것이다. 멍한 상태로 책을 읽은지라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으로 읽고 있었다.(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줄거리가 어딘지 핀트가 어긋난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3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 가까스레 깨달은 나는 앗!소리를 지르며 책을 담그고 말았다.-_- 소년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쉰 것은 나뿐이었을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