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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책을 읽는 것에는 타이밍이 있다 생각하는 편이다. 그저 지나치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내가 요즘 그 주제에 골몰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책은 대부분 잘 읽히는 편이다. 물론 간혹 눈에 띄어 읽게 된 책인데도 잘 읽히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한데, 그럴 때면 대부분 경우 나는 책을 덮어두는 편이다. 아직 내가 이 책을 읽을 준비가 안되었다거나 내가 생각한 내용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이 책 역시 그러했다.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강렬했는데, 정작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으니 읽으면서도 답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음에 읽어야지 하면서 덮어두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그녀의 여행을 읽어갔다(솔직히 완독하지 못했으니, 여행의 중간중간에 함께 했다고 해야 하려나). 그만큼 저자가 71일간의 아이슬란드 여행을 통해 마주한 자신의 시간들이 어떠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일상의 힘듦을 이겨내며 노력을 했다. 그것도 30년 가까운 시간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소설가라는 결과가 아니라 노안(老眼)이었고, 결국 그녀는 실패를 찬양한다는 다소 이상한 나라, 아이슬란드로 배낭 하나 짊어지고 여행을 떠난다.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얻겠다는 열망, 1년도 아니고 10년도 아니고 30년 가까이,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거든요. 일용직으로 근근이 밥벌이를 하면서요. p.5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내가 늙었다’라니! 이만저만 충격이 큰 게 아니었죠. 그때서야 제 처지를 바로 보게 되었어요. 소설가가 되려다가 좋은 시절 깡그리 흘려보내고 노년의 문턱에 들어선 인생 실패자! 결국 저는 ‘펜’을 꺾어 버리고 배낭을 멨어요. p.5
그래서인지 이렇게 시작하는 그녀의 여행은,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부터 강렬하다.
혹시 살아오면서 ‘내 인생은 이제 끝이다’라고 느낀 적이 있나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개뿔!”이라며 욕지거리를 뱉은 적은요? 그 정도는 아니어도 ‘사는 게 쉽지 않네’ 눈물을 훔쳐 본 적은 있죠? p.4
세상에나, 그 긴 세월을?! 쯧쯧, 미련 고집불통이다, 라고 하시겠어요? 훌륭한 옹고집이다, 하시겠어요? 좀 헷갈리죠? p.5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녀의 질문에 뭐라 답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 누군가 “나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라 말하면 부러워하곤 하지만 결국 그 부러움은 성공을 전제로 한, 그래서 고난과 역경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성공담을 부러워한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저자처럼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을 위해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나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니 되었다 스스로를 보듬어, 만족할 수 있을까? 아니면 중간에라도 다른 길을 찾지 않은 스스로를 미련하다 탓하려나?
어쩌면 저자도 이런 생각 끝에 아이슬란드로 떠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녀의 고된 여행을 함께 하고 싶었다.
제가 아는 아이슬란드는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였어요..(중략)..어떤 일의 결과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만이 그 앞의 ‘실패들’이 빛나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에겐 그게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실패로 끝난 실패를 찬양하다니요. 무슨 헛소리지, 싶잖아요. 정말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야말로 찬양받아 마땅한 사람이죠. pp.5-6
71일간의 여행기는 다소 투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히치하이킹으로 이동을 하며 하루, 하루 텐트를 치고, 캠핑장의 프리푸드 선반에서 음식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는 말 그대로 고된 여정을 보내며(저자는 200,378크로나-2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의 경비로 71일의 여행을 마쳤다), 아이슬란드의 자연에 압도되고, 길 위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인연에 감사하고 또 자신의 지난날들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여행은 저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과연 저자는 자신이 생각한 꿈과 실패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그리고 서른세번째 시도 끝에 출판하게 된 이 책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뭐가 되든 못 되든, 결말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뭐가 되고 못 되었다는 게 어떻게 우리의 결말일 수 있겠어요? p.7
내 인생의 축소판 같은 여행이었다. 53년의 시간을 71일 동안 다시 산 것 같았다. 결코 실패한 여행도, 실패한 인생도 아니었다. 또 까짓, 결과가 실패인 들 그게 또 뭐 대수람! 순간순간 살아있음에 희열하며 눈물 나게 사랑했는데. p.469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은 사라졌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p.474
무언가 되고, 되지 않고는 어느 한 사람의 결말이 아니라고 말하는, 소설가의 꿈은 사라졌으나 다시 쓸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답을 찾은 듯 보인다. 그리고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선뜻 지금의 순간과 그 순간들이 축적된 시간을 동일하게 떠올리지 못하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답을 찾아 걷고 있는가 보다.
*기억에 남는 문장 앞날이 파리해지는 그 깨달음. 절망감과 우울증이 몰려와 사람 미치게 했다. 태생부터 함량미달이었나? 공을 덜 들였나? 간절함이 부족했나? 운이 딸렸나? 이유가 뭐든 이젠 늦었다. 다 틀렸다. 젠장, 인생 볼 장 다 봤다! p.68
작가도 아닌 주제에, 친구들 앞에서 ‘절필’을 선었했다. 속으론 엄청 쪽팔렸지만 겉으론 멀쩡한 척했다. p.68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또 마음 한편 쓸쓸했다. 혼자 여행할 때면 그 양가감정이 사람 기분을 늘 묘하게 만든다. p.102
“왜 소설을 쓰냐고?” 제훈의 질문에 곧장 대답할 수 없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나는 소설을 붙들고 살았어..(중략)..지금 내가 소설을 버리면, 뭘 붙들고 살지? 지나간 시간은, 앞으로의 시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 재능은 쥐뿔도 없으면서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어. 그러느나 놓치고 버린 소중한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러니 지금 와서......” ‘왜 소설을 쓰냐’는 질문에 나는 ‘왜 소설을 그만두지 못하는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p.120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슬펐던 대목 중 하나인 듯 싶다. 어쩌면 지금껏 보낸 시간이 아깝고 그 시간 속에 지나온 과정이 아쉬워서 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는 않은가?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순 ‘구라’였다. 뇌세포가 하루하루 거침없이 파괴되어 가는데 마음만 청춘이면 대순가? p.121
“은경아, 너 그거 아니? 나이가 들수록 말이야, 마음은 그대로 이팔청춘인데 몸은 늙어 가. 마음과 몸의 나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거지. 그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람 미친다니까. 은경아, 알아? 나이는 드는데 마음은 안 늙는다는 게, 어떨 땐 형벌 같아. 사람 미쳐, 미쳐!” p.121 *저자의 지인이 했다는 다소 절박하게까지 들리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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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한국 사람이 북유럽게 다니고 아이슬란드에도 가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32만명이다. 물가가 높고 범죄율이 낮은 나란데 미스터리 소설이 나오기도 한다. 그곳에 사는 사람은 겨울이 아닐 때는 추위를 덜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이슬란드에는 한국 사람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많이 가는가 보다. 그곳에 찾아가는 사람이 아이슬란드에 사는 사람보다 더 많다고 하니. 다른 나라 사람이 많이 와서 돈을 번다 해도 사람이 많이 와서 자연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니. 이건 온 세계에 알려진 곳은 다 비슷하겠다. 어디에 가든 지구환경을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좀 나을까. 이제는 자기 나라만 생각하면 안 된다. 지구촌으로 생각하면 좋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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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이지만 뭉클하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3년 전, 막연히 오로라가 보고 싶어 북유럽 국가를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가 후보지로 좁혀졌는데, 어느 순간 ‘아이슬란드’에 관한 게시글이 눈에 보였다. 광활한 화산지대와 빙하, 폭포 사진에 바로 사로잡혀 버릴 수밖에 없었다. 겨울 여행지로 핀란드를 확정하던 차에 급히 마음을 바꿔 아이슬란드행을 결정했다. 때묻지 않은 대자연이 펼쳐져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해서 홀로 일주일 동안 이 먼 나라로 여행을 갔었다. 스물 여섯 살 때의 일이다. 해외여행이라곤 중국으로 패키치여행을 가본 게 전부여서 겁이 많이 났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가 선택한 건 개인 여행이되, 여행사에서 짜주는 맞춤형 여행이었다. 비행기표와 숙박 시설, 당일치기 코스 여행, 블루라군 등 여행사가 짜준 대표적인 루트를 홀로 도는 동안 제법 많이 쓸쓸했다. 여행 첫 날에는 집이 그리워 혼났다. 이토록 먼 섬나라까지 –당시에는 아이슬란드가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국가도 아니었다. 어떤 지인은 내게 ‘아일랜드’를 잘못 말한 게 아니냐고 할 정도로 낯선 나라였다.- 혼자 떠나왔다는 사실이 실감나서. 짧은 여행을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왜 더 긴 시간 머물지 않았나 무진장 후회가 됐다.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그 신비로운 포만감을 다시 느끼고 싶었고, 지금도 향수병 비슷한 감정을 안고 살고 있다.
강은경 작가의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그런 내게 단비 같은 책이다. 500쪽에 가까운 이 두툼한 여행기는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가독성이 끝내주는 이유는 작가의 간결한 문체와 눈에 그려지는 듯한 아이슬란드 풍경 묘사 덕분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날씨와 사람들의 친절, 어떻게 끼니를 때웠는지 등 자세히 복기한 그날의 기록이 내 경험처럼 생생하다. 책의 구성은 강은경 작가가 직접 찍은 아이슬란드 사진이 앞쪽에 50쪽 정도 몰려 있다. 그 후론 경험담인데, 읽는 내내 ‘성공담’ 내지는 ‘영웅담’으로 다가왔다. 처음 히치하이킹에 성공한 대목에서는 괜히 긴장이 됐다. “‘길 찾기’로 시작해 ‘길 찾기’로 끝날 여행”이란 작가의 포부처럼, 여행 동안 줄곧 도전이 넘쳐난다. 나라면 할 수 있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꿈틀거렸다. “동행여행은 자는 곳, 먹는 것, 보는 것 들을 결정할 때마다 어느 한쪽의 은밀한 양보”가 필요하다는 작가의 생각에서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나 역시 그런 이유에서 개인여행을 좀 더 선호하는 쪽이므로. 책을 덮고 나서는 다시 아이슬란드 앓이가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얼음의 땅, 불의 땅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 북대서양에 위치한 그 작은 섬 곳곳에 왠지 강은경 작가가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을 것만 같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을 벗어나서, 71일간 무모하다 싶은 도전을 한 작가가 이 순간 그 누구보다 대단해보인다. 여행은 여행을 떠나본 자만이 안다. 여행은 사실 실패와 시행착오가 끊이지 않는 경험이지 않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본인을 ‘인생 실패자’라고 말했으나 내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결핍과 상실을 견뎌, 외계 행성처럼 멀게 느껴지던 아이슬란드를 홀로 여행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실패를 찬양하는 아이슬란드에서! 도피의 성격으로 떠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 무모한 여행기를, 네이버에 개설돼 있는 <카페 아이슬란드>에서 게시글로 먼저 만났었다. 그때 느꼈던 생생한 경험담을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서른 세 번째 투고를 받아준 <어떤 책> 출판사에게 덩달아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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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치열하고 자세한 여행기는 처음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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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읽고 이렇게 마음이 짠하긴 처음이다 이혼녀에 변변한 직업이 없고 소설가 등단을 평생 꿈꾸다 노년을 맞이한 스스로 인생의 낙오자라 여기는 여인의 아이슬란드 배낭여행기인데 배 곯고, 추위와 외로움으로 70여일을 버틴 모습이 너무 안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나름대로 인생의 뭔가를 찾았겠지만, 읽는 독자로써는 마음이 편치 않은 여행기였다.
노안을 발견한 순간 아이슬란드에 가겠다고 마음먹고 무모하게 첫발을 내딘 그녀의 용기가 정말 무서우리만큼 지독했다 게다가 캠핑한 번 해본적 없는 사람이 추위와 배고픔속에서 70여일은 벼텨낸것은 히말라야 등정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배고픔, 추위가 궁핍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다지만 여행기를 읽는 내내 이렇게까지 여행해야만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참 짠했다. 이럴 각오와 정신이면 50이라는 나이가 무슨 의미인가! 당신은 분명 작가이고 인생의 낙오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음식은 먹고 있는 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은 말처럼 음식은 한 사람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인데 이 아줌마는 아이슬란드의 대표음식을 식빵으로 여기며 캠핑장 프리푸드에서 얻은 식빵 한쪼가리로 하루하루를 연명한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더라 그동안, 내가 너무 부유한 여행을 해서 그런지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연습게임으로 창조한 땅이라는 아이슬란드에는 기괴하고 신비로운 트레킹 코스가 많이 있다는데, 꼭 한번은 가봐야겠지만 이 아줌마처럼 지독하게 외롭고 궁핍하게 다니고 싶지는 않다 이 작가가 너무나 고생을 해서인지 아이슬란드의 멋진 풍광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보다는 가면 개고생하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먼저 느낀 여행기였다.
아이슬라드를 여행하면서 그토록 많은 한국여행객들은 만날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유라시아와 유럽대륙을 양 팔에 두고 스노쿨링을 하는 사진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였구나 알게되었다 광활하고 기이한 풍광들 속에서 이제는 더이상 숨막히는 감동이 없을 것이라는 서운함은 다시 나타난 절경으로 사라지고 그렇게 다시 심장을 뛴다고 하니 정말 아이슬란드는 가보고 싶다 여행 휴우증으로 지리산 공기가 오염됬다고 투털거리는 모습에 작가님이 무사히 집에 잘 도착햇구나 하고 안도했고 부디 다음번 여행은 조금은 여유있게 편하게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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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더니 입안에서 식빵과 미숫가루의 지근거림이 느껴졌다. 이전에 포스팅한 '여행하는 인간(문요한 저)'의 감상평에서 처럼 여행을 글로 접하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여행기를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토록 무모하고 혀를 끌끌 차게 하며, 처절한 지독함으로 중무장한 여행기를 지금까지의 도서시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다.
소설가 정이현님의 서평처럼 이 특별한 아이슬란드 여행기는 무척이나 고단하며 유쾌하고 대책없고 쓸쓸하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다.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나의 지인들 이기도 하다. 그들 중 몇몇 분과 통상 강누님이라고 부르는 이 여행기의 저자 강은경 작가님의 지리산 자택에 불쑥 방문을 한 적이 있다. 늦은 밤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환한 보름달빛 아래 남원 지리산자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들여 가꾼 흔적이 역력한 마당 뜰안 풍경이 먼저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한켠에 위치한 야외정자에서 마주했던 산나물과 삼겹살구이의 조화로운 자태는 허리띠를 살포시 풀게 만들었으며, (....응?)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연을 맺은 강누님이 아이슬란드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부터 시작하여, 다녀와서는 결국 여러 난관을 이겨내고 출판한 이 책에 어떻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었을 지 사뭇 궁금하기도 했다. 처음에도 밝혔다시피 누군가의 여행이야기를 읽는 행위 자체를 별로 하고 싶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인상깊었던 여행기가 있는 것을 보면 그 사람만의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과 본인의 경험으로 솔직하게 풀어낸 이야기에 나또한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통상 강누님이라고 호칭한다 했지만 내가 누님이라고 입밖으로 내어본 적은 없는 정도의 관계이다. 하지만 이 여행기를 통해서 아이슬란드가 어떤 나라인지,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인지 보다는 강은경이라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 동안 살아왔는지, 어떤 외로움이 있었는지 그 쓸쓸한 웃음의 기저에는 무슨 연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왜 굳이 아이슬란드를 택했는지 조금은 더 알 수 있었다. 여행, 참 매력적인 단어이다. 각자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각자의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그저 여행이 좋아서 이곳 저곳 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예전에 한창 유행한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처럼 사연이 있는 여행자들 또한 많이 있을 것이다. 강누님은 본인이 실패자, 낙오자라고 간주하고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나또한 올해에는 아이슬란드로 떠나보겠다고 다짐했었지만, 4월 중순이 훌쩍 지난 아직까지도 첫 발걸음을 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트래킹 코스 뢰이가베귀린-사실 1도 들어보지 못했다-으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의 레스토랑에서 기다리는 동안 만난 70대 미국 할머니의 말에 가슴이 저린다. "내가 혼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들이랑 손주들이 날 보고 미쳤다는 거에요. 아니, 텔레비전 앞에 매일 붙어 사는 걔들이 미친 거지, 내가 미친 거에요?" 안정된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으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볼장 다보았다고, 노안이 와서 이제 글쓰기도 어렵다고 자조했던 50대 여인의 텔레비전을 차버리고 과감히 떠난 그 용기가 무척이나 부럽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에는 꼭 아이슬란드 땅을 밟아보고 싶어졌다. 뽐뿌가 온다. 위험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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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를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이미지는 장엄하고, 헐벗은 대자연이다. 그리고 에릭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란 책에도 나오지만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죽기 전에 두번은 가봐야할 나라라는 아이슬란드, 예술가가 많은 나라, 세계에서 범죄율이 가장 낮은 나라, 인구대비 출판율 세계1위...국민 열 명 중 한 명은 작가...꽤 매력적인 나라다.
이책은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 저자가,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 - 을 한 기록이다. 저자는 왜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을까? 저자를 소개한 출판사 서평을 보면 이렇다. 식당, 공사판, 과수원에서 일하며 저자 강은경씨는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해서 미국에 가서 애들을 낳고 살았으나, 10년만에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소설가의 꿈' 학습동화 각색, 자서전 대필, 희곡 집필, 영화나 드라마 보조 출연, 요리사 보조, 건설 현장 ‘노가다’로, 딱 입에 풀칠할 만큼 돈을 벌며 신춘문예에 매달렸다. 그러나 학창 시절부터 약 30년간 꿈꾼 소설가의 꿈은 실패했다. 50대가 다가오는 순간에 그것을 느낀 저자는 어느 날, 꿈을 이룰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절망한다. 인생에서 실패하고, 소설에서도 실패하고,노안이 오면서, 이제 내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50대 초반의 그녀에게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 아이슬란드'는 여행의 꿈을 키우게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돈이 너무 없었다. 정상적이라면 1주일 정도의 여비인 370 만원으로 두달 반, 즉 71일간의 여행을 해냈다. 햄버거 하나아 2만원이라는 나라에서...주변에서는 '미친 사람'이란 얘기도 했고, 텐트 장비까지 포함해 약 25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는 그녀의 여행, 또한 여자 혼자 몸으로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을 무모하게 보았다.
책에는 그 과정이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캠핑장에서 남이 남긴 음식도 먹고, 식빵 쪼가리로 허기를 달래고, 비와 바람이 몰아치는 캠핑장에서 추위에 떨고, 아무도 안가는 안개낀 코스를 가다가 길을 잃어 엉엉 울고, 절벽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어가며 죽음의 공포를 겪고...읽으면서 그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져 소름이 끼쳤다. 그녀는 아이슬란드인들의 따스한 마음씨,히치 하이킹을 하며 만나는 친절한 현지인, 여행자들의 마음에 감동하지만 그보다도 그녀를 변하게 한 것은 극한 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불사른 행위같았다. 사람이 좌절했을 때는 어설픈 위로, 감상보다는 스스로 고통, 고난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가운데 오히려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달관되는데 저자는 이런 과정을 겪어내고 11킬로그램이 빠진 상태로 한국에 귀국한다. 그리고 여행기를 썼다. 그러나 출판사로부터 32번의 거절을 당한다. 소설도 실패하더니, 여행기도 결국 실패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이제 그녀는 실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생각대로 이루지 못하고, 꿈이 없고, 계획이 없어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리산 자락에서 토마토 농장 일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막노동도 하면서 돈을 벌고, 다시 소박한 여행 떠나는 꿈을 꾸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이 준 선물이었다. 물론, 아이슬란드는 공기도 맑고, 풍광이 아름답고, 멋진 곳이어서 힐링할 수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좌절한 사람, 실패한 사람이 갔다 오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치유받고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나라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 나라가 어디 있을까? 다 자신의 체험, 생각만큼 얻는 것이지. 그러나...만약, 저자가 유럽의 도시를 하루 종일 걷거나, 동남아를 하루 종일 걸었다면 그런 체험을 했을까? 아무래도, 다른 행성같은 아이슬란드의 자연이 그녀를 품어 주어서 그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슬란드는 도시 문명에 찌들고, 늘 계획, 생존, 꿈...이런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메시지가 남을 가르키거나, 관념적이지 않고 정말 모험스러운 여행을 통해 터득한 것이기에 나를 감동시켰다. 그녀는 그 여행을 통해 소설가가 되겠다는 강박관념, 인생 실패자라는 우울감, 좌절감을 다 불살라 버리고, 지금, 현재에 충실한 삶, 소박한 꿈을 다시 일으킨다. 집에서 키우던 아이슬란드에서 가져온 루핀 꽃씨가 싹이 트다가 여름을 못 넘기고 그만 죽던 날, 드디어 출간이 결정 되었다는 소식이 아닌, 서른 두번 째 출판사에서 원고를 퇴짜 맞은 소식이 날아온다. 저자는 그걸 듣고는 절망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외치고 웃는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으로 '퍽큐!'를 날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다가 마치 날아가는 참새 똥구멍이라도 본 사람마냥 몸을 흔들며 웃어졎혔다. 푸하하핫!" 이런 글 읽으면 통쾌하다. 우리가 세상을 그렇게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신춘문예서도 그렇게 낙방하더니, 여행기도 이렇게 실패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어겠지만, 그걸 우습게 볼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마침내 33 번 째 출판사를 만나 책이 나오게 되었다.
책이 무려 474 페이지. 그러나 편집을 잘해서 결코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글도 짧은 글, 긴 글이 적절하게 섞여서 지루하지 않고, 가볍고, 우선 잘 읽히는 글솜씨, 세세한 묘사들 때문에 현장 속에 들어온 느낌이 들고, 저자가 고통받거나, 죽을 뻔한 순간에는 읽는 이의 호흡이 가빠질 정도다. 시원한 아이슬란드 사진이 앞에 많이 실려서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고, 풍성한 글을 통해서는 저자를 통해 아이슬란드 여행 속으로 푹 빠져드는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의 주관적인 여행기지만, 아이슬란드의 여행 준비 과정, 준비물 캠핑장 사정, 히치 하이킹 하는 방법, 아이슬란드의 트레킹 코스 거의 전부, 그 과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이런 게 듬뿍 들어 있어서 우선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이슬란드 여행하면 이런 과정이 펼쳐지는구나, 캠핑장에서는 이렇게 식비를 절약할 수 있구나, 히치 하이킹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돈은 어떻게 절약하 수 있구나 등을 잘 알 수가 있게 된다. 또한 히치 하이킹, 캠핑장, 트레킹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아이슬란드인들의 생각, 인심, 문화를 엿볼 수 있고,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들으며 아이슬란드 속살과 여행자들의 세계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가기 전에 꼭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이드북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깊은 생생한 체험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실패를 한 여인이 그 좌절감을 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부분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젊은이는 물론, 중년들에게도 주는 감동이 있다. 세상 변한 게 없어도 우리 스스로 변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그걸 말이 아니라, 모험과 행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큰 감동과 믿음이 간다. 정말 좋은 책이다. 그래서일까?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저자를 평하고 있다.
이 책을 두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나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을 떠올리든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은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라는 기분 좋은 독후감을 안길 것이다.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여행기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의 '강’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이지만, 독자들에게‘강은경’이라는 이름은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작가’로 새겨지길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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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이라는 책은 여름휴가 때 아이슬란드에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여행용으로 읽으려고 산 책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은 못가고 여름휴가를 집캉스로 하게 되면서 나의 아이슬란드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 시켜준 책이다. 신비로움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그 느낌을 직접 가서 눈으로 몸으로 느껴보고 싶고 말 걸어보고 싶다. 내년에는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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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 대해 관심을 가진것이 작년에 읽은 책 한권으로 시작해서 이번책이 아이슬랸드에 대해 쓴 책으로 여섯번째로 읽는 책이다. 책이 두툼하고 표지부터 보면 평범하거나 편하고 즐겁기만 한 여행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있고 히치하이킹으로 하는 아이슬란드 여행기가 이제껏 읽은 아이슬란드여행기와 달랐다. 책에도 나오지만 무거운 배낭을 지고 캠핑장을 히치하이킹으로 돌면서 그 주변을 트레킹하는데 위혐한 순간들과 고단함이 담겨져 한국판 와일드느낌도 든다. 여자 혼자, 50대의 나이에 이렇게 여행하는 일이 쉽지만 않지만, 먹을것까지 아끼고 아끼며 70여일간 아이슬란드 곳곳을 누비는 모습은 감탄할만하다. 여행하면서 느낀 좋은 것들, 아름다운 것들만 담아내는 여행기가 많은데, 나도 모르게 옆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 무모하게 트레킹하다 죽을뻔한 이야기, 식빵으로 끼니를 떼우면서 밥값이 넘는 책을 사거나 트레킹비용으로 사용하는 모습까지 여행하면서 짜증스러운 순간이나 당황스러운 황당한 그런 순간들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여행기가 생생하게 느껴져 함께 여행하는 느낌마저 든다. 자신이 실패자처럼 느껴져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버리고, 몇년간 동경하던 아이슬란드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고 했지만 결코 실패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여러가지 일들이 인생을 좌절하게 만들지만, 글을 읽어보면 유쾌하고 밝은 성격으로 정말 자신을 실패자로 여겼다면 이렇게 아이슬란드로 떠나지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꿈인 소설가는 되지 못했지만, 이렇게 아이슬란드로 떠나 여행기로 작가로 거듭났고,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후 곧바로 삶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확실히 그곳에서만 느꼈던 보았던 숨쉬었던 공기가 확실히 예전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아이슬란드 여행기 책들을 보면 한번 더 가보고 싶다! 라는 말들을 공통적으로 하는데 작가역시 가보고 싶다고 하니 정말 아이슬란드는 특별한 곳임에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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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스 프로그램에서 위치와 지형을 찾고 자동차로 길을 달리는 상상을 보태가며 읽어보니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듯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여행기록이다. 보기만해도 힘든 여행을 같이 한듯한 느낌이 든다. 꼼꼼하게 기록한 지명이 지도 찾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서부피오르 지역과 내륙 트래킹은 위치 찾기가 힘들었지만 그림세이 섬은 위성사진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다만 온전한 자신의 생각과 기분보다는 너무 많은 인용글과 책과 영화를 시도때도 없이 나열하여 자칫 머리를 무겁게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