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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중섭이 부인 남덕과 떨어져 지낼 때 부인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사흘에 한번꼴로 편지를 썼던 모양인데, 그 편지들 가득 사랑이 넘쳐난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너무나 외롭고 힘겨워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심정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람, 또는 활화산 같은 사랑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불태우며 그 사랑의 힘으로 예술혼에 불타는 사람. 이중섭은 후자였던 것 같다. 외로움이 아니라 사랑이 예술을 하게 하다니... 사실, 외로움과 사랑은 별개의 이름이 아닌 듯하다. 진정으로 외로운 자는 사랑을 절실히 갈구하는 자요, 그 외로움을 아는 자만이 끊임없는 사랑이 가능할 것이다.
(이중섭은 부인의 발가락을 가장 사랑스러워했던 것 같다. 발가락이 귀여워도 저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발가락에 끊임없이 뽀뽀을 보내고, 사랑을 표현한 이중섭의 모습을 보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인상깊은구절] 화공 대향의 가슴에 하늘이 베풀어 준 나만의 보배로운 아내, 나만의 슬기로운 아내, 참된 천사, 나의 남덕이여. 대향의 열렬하고 참된 애정을 받아 주시오. 당신은 어찌하여 그렇게 놀라웁소? 당신의 발가락에 몇 번이고 입맞추는 대향의 확실하고 생상한 기쁨은 당신 이외의 세상의 온갖 여신의 온갖 입술에, 온갖 아름다운 꽃잎에, 입맞추는 기쁨에 비교할 수도 없는 최대 최고의 기쁨이오. 대향은 다시 없이 휼륭한 당신으로 해서 참된 애정을 더욱더 높게 깊게 확실하게 더욱 더 생생하게 느끼고 있소. 귀여운 당신을 향항 열렬한 애정으로 나는 지금 가슴이 터질 것 같소. 제 정신이 아니오. 하루 종일 생생한 감격으로 꽉 차 있소.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기 때문에 자꾸만 걷잡지 못할 작품 제작욕과 표현욕에 불타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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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이름과 그림을 안다고 해서,그림까지 잘 안다고 말할수 있을까? 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고,소를 그린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소를 그린 이유에 대해,은박지에 그림을 그린 사실에 대해 깊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전시장에서,혹은 책을 통해서 보았던 이중섭의 소 그림들은 그저 강인함 혹은 야수파의 경향 등으로 이해하고 넘겼던 것 같다.그러다 올해 소의 그림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처음으로 화가의 모습이 소에서 보였다.어떻게 이제사 그 모습이 보였을까? 강렬한 색에 정신을 빼앗긴 탓에 그저 힘센 기상으로 소를 바라 보았는데,소의 눈이 왜 이렇게 슬프게 보이던지...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일 테지만. 해서 다시 찬찬히 화가의 그림들을 찾아 볼까 싶던 순간 개정판 소식을 알았다.그리고 알게 된 것은 개정판 이전의 책 조차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그림만 넘겨가며 본 것이 다였던 것이다.찬찬히 편지글을 읽어 본다.
편지글은 시종일관 한결 같다. 아내가 그립고,고맙고,사랑하고,아이들이 보고 싶고,함께 놀고 싶고... 아빠로서,남편으로서 행복을 함께 누릴수 없는 애틋함이 뚝뚝 묻어난다. 유명한 그림 외에는 사실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몰랐던 사실,화가의 그림은 눈물 날 만큼 행복하고 밝은 그림들로 가득하다.화가의 삶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굉장히 밝고 유쾌한 화가이자 그림을 그렸구나 싶겠지만,부정을 나누기 위한 몸부림에 그려진 그림이라 생각하면,밝아서 오히려 슬픈..그림이다 싶다.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 그림은 떨어져 살수 밖에 없었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동봉한 그림이였던 것.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가족과 함께 살았다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그림은 다른 형태로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해라도 되어 아이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절절하다.화가에게 그림이란 화가로서의 명성도 있었겠지만,슬픔을 이겨 내기 위한 것이였다.아이들을 향한 아비의 사랑의 전부였다. 슬프면서도 아름답고,밝고 ,따뜻한 그림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래서 일게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꽤 오랫동안 몰랐을 그림 '돌아오지 않는 강' 화가의 마지막 작품이란다. 신경쇠약에 거식증까지 걸려 있었으니,정신은 온전할 수 없었을 터.게다가 더이상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화가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그림을 그린 후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났으니. 어미를 기다리는 소년의 마음이란...꿈에서라도 만나길 바라지 않았을까?
보름달만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의 '달과 까마귀'가 생각났다.그런데 이제 '돌아오지 않는 강' 역시 그런 그림이 될 것 같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알고 보면 왠지 짠해 지는 그림들...화가의 그림들엔 이렇게 사연 많은 그림들이 많은 듯 하다.
나의 상냥한 사람이여 한가위 달을 혼자 쳐다보며 당신들을 가슴 하나 가득 품고 있소 /85
덧붙임...개정판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아내와 남편의 편지를 교차 편집했으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편지 옆에 소개된 그림들이,편지에 동봉된 그림인지에 대한 코멘트가 함께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글과 그림이 조금은 따로 놓는 느낌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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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직장 동료였고, 나와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하기도 했던 정인화 선생님의 둘째 아이 돌잔치가 있었다. 돌잡이로 무엇을 잡을까를 맞추면 책을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태원이에게 돌잡이로 뭘 집을까 묻고 응모권을 넣도록 맡겼더니 이 녀석이 '쌀'을 택해 넣었는데, 아무도 이걸 선택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잔치 주인공 녀석이 쌀을 집었고 단독 응모한 아들 녀석이 결국 당첨되어 받게 된 책이다. 이중섭과 관련된 일화를 EBS에서 드라마로 꾸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한 적이 있어서, 이걸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었는데, 가족을 그리워하며 쓸쓸히 정신병을 앓다 홀로 죽어간 그의 인생이 참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중섭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 두 아들을 향한 사랑, 그리고 사실 '소' 그림 말고는 잘 알지 못했던 그의 그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제목에 쓴 것과 같이, 이중섭이 이렇게 느끼할 줄은 몰랐다. 아내를 향해 보낸 수없는 사랑의 메시지와 뽀뽀, 그리움, 이에 뒤질세라 아내 역시 만만치 않은 느끼함을 보여주었고... 가난함과 6.25라는 커다란 역사의 파도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가족에 대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일상의 행복을 느끼면서 좋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의 심정을 상상하면 내 마음도 아파 온다. 다만, 책 뒷부분에 있는 이중섭의 생애에 대한 글의 내용을 조금 더 보강하고, 책의 앞 부분에 놓으면 이중섭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되는 편지들의 원본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이중섭의 편지 다음에 부인의 답장, 그에 이어지는 이중섭의 편지...이런 식으로 구성하면 독자들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값은 좀 비싸지만, 이중섭의 여러 그림들을 컬러로 접할 수 있어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물론 공짜로 받은 책이라서 더 이런 느낌일 수도 있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