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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 코리안 러스트! 책에는 아직 사회생활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청년 2명이 나온다. 어머니가 자살로 죽은 지 5년만에 스스로를 해방시키기로 결정한 아이작, 아이작이 아버지(아이작은 아버지를 노인네로 호칭한다)의 돈을 훔쳐 가출하는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이작은 인근에 사는 포에게 자신과 같이 가기를 요청하고, 아이작과 특별한 혹은 특이한 친구관계이던 포는 어디 정도까지만 같이 가겠다고 하고선 길을 나선다. 폐쇄된 공장에서 비를 피하던 두 사람은 게이 부랑자들을 만나고, 먼저 이들을 피해 나갔던 아이작은 부랑자들에게 붙잡힌 포를 구하기 위해 쇠공(베어링)을 던져 한명을 죽인다. 이 살인사건을 둘러 싸고 벌어지는 상황들, 포,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 그레이스의 애인이자 경찰서장인 해리스, 재차 가출한 아이작, 아이작의 누나인 리, 노인네, 이들을 번갈아 들여다보는 것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포는 지방검사에게 기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악명높은 교도소에 미결구금된다. 변호사에게 아이작을 살인자로 진술할 것인지, 혹은 자신이 그 죄명을 덮어쓸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나, 결국 아이작을 보호한다. 그레이스는 생계를 염려해야하는 현실이나 아들 포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다. 오랜 기간 동안 남자친구이며 경찰서장인 해리스에게 무언의 도움을 구한다. 그레이스는 방탕한 남편 탓에 혼자 생계를 감당하며 아들 포를 양육, 그 가운데서도 대학 학사학위를 꿈꾸고 여성봉사자 모임에 나가기도 하며 ‘무엇보다 창가에서 키우던 토마토 모종을 땅에 옮겨 심는다.’ 아이작,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어머니의 자살에 깊은 상처를 ‘보존’한 채 다치고 병든 아버지를 5년간 돌본다. 천재적인 뛰어난 두뇌를 가진 아이작은, 어머니 사망 후 망설임없이 고향을 떠나 대학에 진학한 누나와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고향을 떠나지 못한다.어렸을 적 투수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버지에게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체격에 비해 어깨 힘이 강한 아이작은 부랑자를 죽이는 데 쇠공을 힘껏 던져 유감없이 어깨 힘을 사용한다. 가출한 아이작에게 세상은 끊임없이 적대적이며 공격적이다. 소설 말미에서 아이작은 선한 운전수들에게 2번 차를 얻어 타고서 마음이 변한다.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서장에게 자수를 하러 귀향한 것이다. 책은 미국 대륙의 쇠퇴한 철강산업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농경사회를 경험해보지도 못한 채 산업사회에서 출생하여 거대한 공장에서 생산해 내는 것들로 ‘먹고 살아 온’사람들에게 공장 폐쇄는 생존의 위협, 그 자체다. 중산층의 단란한 가정이 일자리를 잃고서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지, 제목 그대로 녹슬어 가는지 점진적 과정을 펼쳐 보인다. 충분한 자본과 구체적 미래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떠나야 하나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그려낸다. 경찰서장인 해리스는, 교도소에 미결구금된 포를 돕기 위해 살인사건 목격자인 부랑자 2명을 살해한다. 해리스는 그저 안이한 생활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포가 실형 선고를 받 게 그레이스를 자기에게 붙잡는 좋은 기회일 수 있었다. 해리스는 지방판사 파티커의 충고를 외면하고 결국 포를 돕는 길을 선택한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극적이고 인간적이며 부식된 사회에서의 아름다움을 보인다. 마치 그레이스가 피폐한 일상에서 토마토 모종을 땅에 심는 것과 같다. 책의 주제는 해리스가 지방판사 퍼타커와 만났을 때, 퍼타커가 해리스에게 준 충고의 말에서 드러난다. ‘이 나라가 망하고 있는 건 머리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코에 피어싱을 하는 아이들 때문이 아니야. 개인적으로는 그런 애들을 싫어하지만 그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 진짜 문제는 보통 시민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직업을 구할 수 없게 된다는 거야. 직업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 거라고’ 소설이 지닌 사회적 배경과 그 시점의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철강산업 붕괴로 나타난 미국 가정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어디에나 직업을 구하지 못해,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해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사회 소외계층으로, 하층민으로, 그리고 범죄로 내몰린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아이작이, 풋볼 선수로 촉망받던 포도, 대학진학과 나이 이른 결혼으로 집을 떠났던 리조차도 부모의 실업과 그 절망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소설은 경제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실업, 가정 붕괴로 좌절당하는 청년들, 그러면서도 희망과 인간미를 세심하게 그려내었다. 아메리칸 러스트, 곧 코리안 러스트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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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둠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들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드는 몇가지 생각들이 있다. "저 많은 양을 언제 다 읽어?"와 "저토록 많은 책장 속에 작가가 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가 바로 그것. 그래서 처음 500페이지에 달아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때에도 이 두가지 생각들을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두가지 의문 중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쪽이 어느 쪽인가에 따라 때로는 그 책을 미루어 두기도 하고, 때로는 당장 첫장을 펼쳐들기도 하곤 했다.
아메리칸 러스트는 그 중 "저 많은 양의 책을 언제 다 읽어"라는 생각을 먼저 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책을 받아들고 꽤 시간이 흘러서야 첫장을 펼쳐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고 덮었을때 이 책에 대한 느낌은 조금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오랜 시간 끝에 선택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오래남는 여운이 있있는 책이었다 ![]() 아메리칸 러스트.. 그 제목을 보여주듯 거대한, 그러나 녹슨 못 하나가 한 때는 자신의 일부였을지도 모를 잔해를 흩뿌리며 누워있는 모습의 표지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제는 녹슬어버린 하지만 한때는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몫을 해냈던 아메리카 어딘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메리칸 러스트는 한때 빛나는 위용을 자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쇠락해져가는 철강도시 부엘을 배경으로 그 도시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 사라져 잊혀져가는 곳. 그래서 자신의 몫을 해내기보다 현실을 유지하는 것에도 전전긍긍하는 녹슬어버린 못같은 부엘의 일부인 청년들의 이야기.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으로 빛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어버린 청년들의 녹슬어가는 현실에 대한 그런 이야기 말이다
![]() 녹슬어가는 도시 부엘에 살고 있던 아이작과 포라는 이름의 두 청년, 친구라는 이름으로 얽힌 이 두 사람은 부엘이라는 자신들의 고향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 못한채 그저 현실에 몸을 맡긴채 삶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그들에게 일대 사건이라 할만한 일이 일어나는데, 우연히 아이작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 희망이 없는 그곳에서 살인이라는 죄를 지은 아이작은 죄를 피하기 위해 도주를 하고, 아이작 대신 포는 그 죄를 뒤집어쓴채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죄라는 사건 앞에서 각자가 다른 선택으로 방향을 정한 친구들. 아메리칸 러스트는 무기력하게 인생전체를 시대의 흐름이라는 힘 앞에 내던진채 정신없이 쓸려다니며 스스로의 의지를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거대한 사건을 제시함으로서 자신의 의지를 통해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 사건을 통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지막 남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 시대의 흐름이란 개인이란 누군가가 거스르기에는 분명 너무도 강력하고 거대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는 그 시대의 흐름에 거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인생을 방치하기도 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의지와 꿈을 내던진 무기력한 행위라는 것을 미처 생각지도 못한채 말이다. 한때 부강했던 부엘의 사람들 역시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부와 안정을 맛보았던 시대를 지나 시대가 변해 철강산업이 쇠락해지고 따라서 마을도 쇠락하는 그 흐름, 그 흐름에 누구 하나 맞서지 않고 자신들의 운명을 맡겼던 것은, 그들이 무기력하고 의지박약인 인물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는 언제나 의지와 선택이라는 마지막 탈출구가 존재한다. 때로는 더한 지옥으로 떨어질지라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것. 아메리칸 러스트는 녹슨 한개의 거대한 못도 모두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전에는 마지막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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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은 결국 아버지 헨리 곁을 지키지 않고 떠난다. 그동안 결심하지 못하고 미루던 꿈이었다. 사춘기 때부터 거의 5년이나 걸린 결심이었다. 머나먼 타향, 트로이의 전쟁터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은 사실 전쟁터는 아니었다.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곳에 가서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살고자 했을 뿐이었다. 왜냐하면 대학생이 되어 있어야 할 나이였으니까. 이제는 몰락한 철강 산업의 언저리를 맴돌며 절망에 빠진 채 놓여 있는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누이 '리'처럼 말이다. 아이작은 포가 함께 떠나 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포는 아이작의 먼 여정에 동행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아이작이 부엘을 떠날 때까지만 따라갈 생각이었다. 의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할 일이 없어서였을까? 이 동행은 멀리 가지 못했다. 버려진 철강 공장의 차가운 잔해 속에서 끝나 버렸다. 포는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그 때 뒷편 어딘가 어두운 곳에서 날아온 차갑고 묵직한 베어링이 부랑인의 얼굴을 박살내버렸던 것이다. 이후 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니라 아이작이 죽인 것이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린치를 당하면서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단지 아이작이 자신보다 살아갈 가치가 더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작의 누이 리는 일찌감치 부엘을 떠났다. 엄마가 물에 빠져 자살하자 곧바로 떠났다. 혼자 남은 아버지는 아이작에 맡기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충동적인 결혼을 하였다. 고향을 떠난 뒤에도 항상 그녀를 괴롭힌 것은 뒤에 두고 온 것들이었다. 무엇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동생 아이작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때 사귀었던 포 때문이었다. 그녀는 동생 아이작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포에 대하여서는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났다. 그리고 가끔 들러는 부엘에서 아이작과 포에게 닥친 문제에 직면하였다.
그레이스는 전 남편의 무관심에 완전히 두 손 들었다. 그냥 포기했다. 자신에게는 아들 포가 있어서 남편을 포기할 수 있었다. 남편의 빈 자리에 버드 해리스가 들어와 앉았다. 말이 없는 편인 해리스가 가족에게 무관심한 남편인 버질보다는 훨씬 편했다. 더군다나 아들 포가 자라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방어벽이 되어 주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런데 해리스와의 관계가 식어갈 즈음 포가 살인죄로 기소되었다. 절망적이었다. 해리스에게 매달려야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그녀는 곧 체념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헨리 잉글리쉬는 왜 아이작을 무시하였을까. 왜 아이작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을까. 아직 자신이 다쳐서 휠체어 신세를 지기 전에는 혈기왕성했는데, 자신의 아들인 아이작은 덩치도 작고 나약하다고 여겨서였을까. 이제는 아무 쓸모없는 노인네가 되어 버린 헨리는 지난 과거에 매달려 있다. 아내의 자살은 그에게 이루 말할 수없는 충격이었다. 그는 아내가 묻혀 있는 땅을 떠날 수 없었다. 그런데 딸 리는 훌쩍 떠나버렸고, 이제 의지할 사람은 아이작 뿐이었다. 자신이 묶어 두었던 나약한 아들 아이작이 없으면 그는 살아갈 수없는 처지가 되었다.
버드 해리스. 현직 경찰 서장. 포의 엄마 그레이스와 연인사이. 이것으로 해리스와 포와 그레이스의 관계는 깨끗하게 결정지어진다. 해리스는 이제 지쳤다. 오십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는 사십 초반인 그레이스와의 관계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레이스의 아들인 포가 사고를 칠 때마다 뒷처리를 해왔다. 마치 친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는 그레이스를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포가 떠나면 그레이스도 자신의 삶에서 사라질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처럼 큰 사건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작은 처음에 아버지의 돈을 훔쳐 떠났다. 처음에는 포와 동행하였다가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는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듯 도시를 벗어났다. 낮에는 숲 속에서 자고 밤에는 나와서 걸었다. 석탄을 실은 기차를 몰래 타고 멀리 멀리까지 갔다. 그러나 결국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여정이었다. 그의 머릿 속에는 살인 누명을 쓸 포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여정 중에 만난 부랑자에게 돈을 모두 도둑 맞고 경찰에게 쫓기고,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고, 트럭을 얻어 타며 천신만고 끝에 부엘로 다시 돌아와 경찰 서장 해리스 앞에 앉아 사실을 털어 놓는다. 자신이 죽인 것이라고. 포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자 해리스는 아이작에게 아무 말도 하지말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괜찮다고.
우리의 오디세우스, 아이작은 먼 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다. 먼 옛날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겪고 바다에서 떠돌며 천고 끝에 고향으로, 페넬로페에게로 돌아온 것처럼. 그리고 <율리시스>에서 블룸이 몰리의 곁으로 돌아왔듯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왔다.
이 책 <아메리칸 러스트>를 읽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생각났다. 주인공들의 성격도 그렇고,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갈등요소들이 실타래처럼 풀려가는 과정이 <율리시스>의 그것들(이를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하나)과 흡사하였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그랬듯이 필립 마이어의 <아메리칸 러스트>도 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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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마이어, 처음 만나는 작가.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아메리칸 러스트>에 대한 여러 찬사들이 눈에 띈다. 이 한편의 소설로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하는 신예에, 헤밍웨이, 위리엄 포크너 같은 작가들가 비견되었다고 까지 하니,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작처음 만나는 작가라 유심히 만나본 프로필에서 이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철강산업의 붕괴의 시절을 보내고, 다양한 직업과 경험이 또 한번 관심을 가지게 했다.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는 지역은 그 산업이 무너질 경우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고 만다. 한때는 철강 산업으로 번성했고, 또 철강 산업으로 여러가지 꿈을 꾸었을 작은 도시 부엘의 사람들은, 제강소가 무너지자 밸리 전체가 붕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녹이 쓸고, 문을 닫은 제강소, 그리고 침체한 도시.
이 곳에 친구사이인 아이작과 포라는 두 청년이 있다. 그들의 삶도 즐거울 것이 하나도 없다. 둘은 다른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한번에 받고 있었다. 누나 리와 함께 마을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로 불리며, 예일대에 간 누나처럼 좋은 대학에 진학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던 아이작, 풋볼로 유명하던 포는 대학을 들어가 풋볼을 계속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작과 포의 삶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랐다. 오년 전 어머니의 죽음으로 부엘에 남아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게 된 아이작, 반면 누나 리는 이런 가족을 떠나 대학에서 공부를 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포 역시 바람을 피우며 떠난 아버지 버질이 없는 자리에서 류머티즘에 걸린 어머니 그레이스를 돌보며 대학에서 풋볼을 배운다는 꿈을 접은 채, 하루하루 그냥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암울한 현실을 느끼는 아이작은 아버지의 돈을 훔쳐 대학에서 공부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집을 떠나고, 포와 함께 떠나길 바란다. 포은 어머니 혼자 둘 수 없어 부엘에 머물겠다며 마을 입구까지만 함께 가주겠다고 하는데, 이 순간 그들을 인생을 흔들어버릴 사고가 생긴다. 우연히 만난 세 명의 부랑자, 그리고 포를 향해 칼을 겨누며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는 포, 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향해 날린 베어링으로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다. 자신을 꿈을 찾아가려던 아이작 그리고 그 친구를 배웅해주던 포는 한번의 실수로 살인자가 되버렸다. 그 이유가 어떻던 간에..
자신의 범행을 숨기려 다시 그 자리를 찾는 아이작과 포, 그 둘을 바라보는 사람이 해리스 서장이다. 해리스 서장은 포의 엄마인 그레이스와 사귀었던 그는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포이고, 친구 아이작을 끌여들였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아이작과 포를 둘러싼 리, 그레이스, 해리스, 버질.. 그들의 꿈 그러나 반대인 현실을 이야기 해나간다.
가족을 버리고 대학에 들어가 자신을 위해 삶을 살던 리는, 남동생의 친구의 포와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고, 자신이 십대였던 시절 밸리를 떠날 꺼라고 자신하며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기를 원했던 그레이스는 자신을 돌봐주던 해리스가 있음에도 자신을 버리고 갔던 남편 버질을 기다리고 있다. 돈은 없고 몸도 아프며 이제는 아들까지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같이 자신의 꿈과 다른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사람을 죽이게 된 아이작과 친구의 죄를 뒤집어쓰게 된 포..철강 산업의 몰락과 그로 인한 가난, 개인이 가지게 되는 상처를 잘 드러냈다. 절망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인물들이 친구,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찾게 될지, 생각하며 읽게 됐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 아이작, 포, 그레이스 등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고, 그들의 눈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의 구성이 조금은 복잡하지만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된 듯하다. 이 책은 영화화 될 것이라고 하니 영화 역시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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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읽고 있는, 또는 읽고자 하는 책을 서점 가판대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특히 그 작품이 본인 이외의 다른 독자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면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생긴다. 『아메리칸 러스트』는 현재 독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작가 필립 마이어는 독자의 기대에 100% 이상 충족시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 한때 매우 부유했지만 지금은 가난하고 음울한 도시가 『아메리칸 러스트』의 주된 배경이다. 스러져가는 도시 속 가정의 운명 역시 그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처참하고 비참해진 가정 안에는 '희망과 꿈' 따위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꿈'을 향해 이 도시를 떠나든지 아니면 '꿈'을 잊고 이 도시와 함께 죽어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도시와 함께 절망의 늪 속으로 차츰 침잠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비상한 두뇌로 수재였던 아이작은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병든 아버지를 간호한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고등학교 풋볼선수로 유명했던 절친한 포와 함께 떠나고 싶었던 아이작은 그를 설득하지만 포는 아이작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다. 위기에 처한 포를 구하기 위해 뜻하지 않게 아이작이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이다. 포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었고 그런 친구를 남기고 아이작은 마을을 떠나버리면서 본격적인 『아메리칸 러스트』가 시작된다.
실제로 쇠락해버린 철강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생생하고 사실적인 『아메리칸 러스트』를 멋지게 탄생시켰다. 부엘 이라는 도시의 흥망성쇠가 도시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고 엄청났다. 나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이 비단 외국인(미국인이 아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새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작가는 한두 명의 주인공 위주의 시점을 탈피하고 살인사건과 관련된 등장인물 모두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어 간다. 아이작의 아버지와 누나, 포의 어머니, 경찰서장은 그들만의 시선으로 자칫 놓치고 지나칠 수 있는 요소들을 재확인시켜줄 뿐만 아니라 작품의 폭과 깊이를 넓고 깊게 만들어준다. 자신의 첫 번째 작품으로 『아메리칸 러스트』를 내놓은 작가 필립 마이어에 대한 찬사가 단순히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의 차기작에 대한 나의 기대는 필연이 되었다.
절망 속의 나태하고 안일한 일상은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다. 아이작과 포 앞의 살인사건은 폭탄을 터트리게 만든 자그마한 불씨일 뿐 결코 시한폭탄이 아니다. 단지 평소 위험천만한 시한폭탄을 짊어지고 사는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폭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살인사건으로 인해 터져버린 폭탄은 오히려 아이작과 포를 성숙하게 만든다. 자신의 범죄를 밝히기 위해 부엘로 돌아가는 아이작과 감옥에서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하게 된 포는 아직 희망의 끈을 잡고 있음에 확실하다. 빛한줄기 새어 들어올 틈이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에 한줄기 빛을 보여준, 희망은 있다고 하는 필립 마이어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아메리칸 러스트』를 내려놓은 지금 나는 표지의 녹슨 못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못 위의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이 자리잡은 녹을 아이작과 포가 깨끗이 닦아내길 희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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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의 작가인 '필립 마이어'는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이런 생소한 작가들의 작품은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립 마이어'의 화려한 데뷔작인 '아메리칸 러스트'가 미국 문화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한 파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예의 작가가 이와같은 찬사를 받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 작품에 그의 다양한 삶의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때문일 것이다. ![]() 작가는 1974년생이며, 이 작품의 배경처럼 철강노동자 계층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그의 성장기에 철강도시의 몰락으로 성실하던 그 지역 사람들이 가난과 범죄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으며, 16살의 나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전거 수리공, 건설 인부, 구급 의료기사 등 을 하게 되고, 다시 20살에 작가가 되기 위해서 코넬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졸업후에는 전공과는 다른 월스트리트에서 금융파생상품 전문가로 변신하는 다양한 삶의 체험을 가지고 있다. 작가 소개글을 보면 어머니가 예술가였고, 아버지는 과학강사였다고 하니, 꼭 이러한 길을 걷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데, 이런 자신의 성장무대였던 철강도시의 몰락에 따른 그곳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자 소재, 주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작가 소개의 글이 길어지는 것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기때문이다. '아메리칸 러스트'는 1987년에 문을 닫고, 10 년후에는 일부 해체가 되는 펜실바니아 파예트 카운티의 부엘 마을이 배경이 된다. 몰락한 제철도시, 많은 사람들이 다른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 버리고, 떠나지 못한 사람들만이 남아있는 도시. 그렇기에 그곳은 실업에 의한 가난과 범죄에 노출된 도시로 변해 버린 곳이다. 이곳에 남겨진 20대가 갓 지난 두 청년. 아이작과 포. 그들은 서로 너무도 다른 외모와 성격, 그리고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두 젊은이가 우연히 겪게 되는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얼핏보면 '아이작'과 '포'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설의 구성이 말해주듯이 '아이작' 그리고 그의 누나인 '리' 아버지인 '해리' 엄마인 '메리' 또한, '포' 그리고 그의 어머니 '그레이스' 경찰서장 '해리스' 아버지인 '버질' 등이 모두 중심인물이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들 중심의 이야기가 각 장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인물묘사를 아주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여 써나가고 있다. 아이작은 상당한 지적능력을 가진 청년이지만 어머니의 자살과 누나인 리가 부엘을 떠남으로써 자신에게 맡겨진 병든 아버지를 질시하면서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집을 떠나자마자 그 도시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살인사건에 연루되게 되지만 과감하게 그 도시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 그런데 비해 고등학교 시절 잘 나가던 풋볼 선수였던 포는 대학진학을 하지 못하고 그 도시에 머물다가 아이작이 이 도시를 떠나는 날에 함께 있다가 뜻하지 못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 사건에 말려 들게 된다. 이런 이야기들이 어찌 보면 흔한 소재이지만, 이 작품은 그렇게 흔한 이야기로 펼쳐지지는 않는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 그리고 또한 결말은 어떻게 날 것인가 마지막 부분을 읽을때까지 긴장을 놓치 못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작의 지금까지의 쉽지 않았던 삶의 모습과 그가 진정으로 아버지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 그리고, 친구 포와의 관련 이야기, 그가 '집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 등을 이야기속에 담아 놓고 있다. 아이작, 포.... 그들은 둘 다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그들이 실패한 인생처럼 살아가게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리고, 아이작의 엄마가 자살하게 되는 이유는? 아이작의 누나인 리, 그리고 아버지 '해리', 포의 엄마 '그레이스', '그레이스'와 연관지어서 생각해야 하는 경찰서장 '해리스' 그들의 삶에 나타나는 많은 의미들. 그것은 그냥 지나쳐 버리고 읽을 그런 이야기가 아닌, 그 사람 사람마다의 깊은 삶의 모습들을 성찰해 보아야 될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모든 사람들은 아이작과 포가 살인사건에 얽힘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깨닫게 되는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그제서야 진실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몰락한 철강도시라는 것은 그저 소설의 배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문제가 철강도시의 몰락과 그 몰락으로 인하여 피폐해지고 잊혀져 가는 도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무더운 날씨 그리고 550 여장에 이르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한 순간의 긴장을 풀 수없는 그런 작품으로 '아메리칸 러스트'는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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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과 포의 마을은 철강 산업의 쇠퇴로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을 하였다. 잘나가던 풋볼 선수였던 포는 풋볼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음에도 트레일러에 남아 어머니와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고, 마치 그게 그의 실패한 인생인양 떠벌리기 좋아하는 마을 사람들 덕에 주먹을 쓰는 일이 더 잦아졌다. 힘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그는 마을의 골치꾼 같은 존재였다. 포의 친구 아이작은 마을, 아니 주 전체에서 가장 똑똑한 소년이었다. 아니 이제는 스무살이니 청년이라고 해야하나? 아이큐가 167로 누나인 리보다도 머리가 좋았으나, 노인네라 부르는 자신의 아버지 헨리를 간병하기 위해 지긋지긋한 마을에 남았다. 누나는 엄마가 자살하고 나자 바로 예일대로 날아가버리고 어린 스물세살의 나이에 엄청난 부자인 사이먼과 결혼해 안락한 삶을 누렸다.
아이작이 자신을 멸시하는 아버지의 곁에서 오년을 버티다, 이제는 드디어 떠나기로 결심하고 포를 찾아가 동행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들은 잠깐 노숙을 청하려던 곳에서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살인을 저지른건 아이작이었지만, 아이작이 살인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친구 포를 성폭행과 살인(포가 죽었을지 모를)에서 구하기 위한 방어적 행동이었다.
아이작과 포의 우정, 그 사이에는 아이작의 누나 리를 사랑하는 포의 마음도 작용하였다. 마을에서 가장 힘이 센 청년, 그리고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유약했던 소년. 둘의 어울리지 않은 우정은 부랑자 살인사건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현실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모로 보나 자리를 떠났던 아이작보다 포가 더 의심을 받을 상황이었고, 둘은 그 상황에 번뇌하다가 아이작이 먼저 마을을 떠나고야 말았다. 남겨진 포는 살인범으로 지목되어 감옥에 가게 되었고 말이다.
포와 아이작, 그리고 아이작의 누이 리,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 그리고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경찰서장 해리스, 아이작과 리의 아버지 헨리, 총 6부의 이야기동안 각각의 인물들의 이름이 챕터 제목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각각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무게감있는 이야기. 어둡고 가난한 현실 속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으나 철강산업의 붕괴와 더불어 부모의 자살, 혹은 가난으로 인한 좌절등을 맛봐야 했던 어린 소년들의 날개 접힌 꿈들..
"우리는 곧 이 곳에서 벗어날 거야." "모든 걸 제대로 해놓겠다고 맹세할게." "아쉽게도 하루 늦었어." 아이작은 리의 대답을 듣기 전에 현관문을 나서서 어둠 속으로 뻗은 길을 따라 자신의 길을 떠났다. 138p
과감히 자신의 미래를 위해 병든 아버지 수발과 사랑하고 유약한 어린 동생 따윈 놔두고 훨훨 날아갔던 누이 리, 그녀는 오년이나 그들을 그대로 방치했고, 오년 후에 그녀가 모든 것을 되돌리려 했을땐 정확히 하루가 늦어버렸다. 그리고, 리가 아이작을 불렀던 과거에 아이작이 명문대 입학의 꿈을 버렸던 건..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필요하다고 노인네가 인정하길 바랐기 때문이야. 235p
붕괴된 산업 뿐 아니라 가족 또한 행복한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 자살하거나 이혼하거나 그렇게 무너져간 가정들이 많았다. 포와 아이작의 가정들도 역시 그랬다. 그들의 가족 이야기가 미국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듯 흘러가고, 그 중심에 그들이 연루된 슬픈 살인사건이 자리하였다. 살인사건으로 감옥에 갈 수 밖에 없었던 포.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대로 아이작이 범인이라고 자백할 것인가? 너무나 무서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끔찍한 죄수들로 가득한 그 곳에.. 자신의 체중의 절반도 되지 않은 아이작이 들어오면 그대로 죽어버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 또한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교도소였다.
포는 아이작을 구했고, 아이작은 포를 구했다. 포와 아이작은 비긴 걸까. 아닌 걸까? 257p
포가 감옥에 갈줄 짐작할 수 있었으나 자수하지 않고..떠났던 아이작.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들의 살인은 사실 아이작의 죄라고만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나 또한 이 상황에 직면한다면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것 같았다. 리 역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자신의 애인과 동생 중에 누구를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큰 어려움이었으리라.
모두의 선택, 그리고 그 셋 이상의 다른 사람들의 선택..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그 사건을 위해 선택을 한다.
아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하고, 어른들은 자신들을 되돌아본다.
이제 그만 인정해, 발을 멈춰. 아니, 계속 걸어. 아이를 믿어봐. 아이가 뭔가를 알게 될 거야. 아이작은 계속해 걸어갔다. 더이상 어떤 집에서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 따윈 없어. 아이작은 생각했다. 여기엔 나뿐이야. 450p
집을 떠나 무수히 아이라는 자아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던 아이작은 드디어 아이의 부재를 깨닫고, 스스로 독립한다. 그리고, 감옥에 들어간 포 역시 어리석고 무절제했던 과거의 삶,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감옥에 들어 올 수 있었을 자기의 폭행 전과들을 떠올린다.
진실은 어떻게 밝혀질 것인가? 500page가 넘는 이 놀라운 장편 소설이 작가의 첫 데뷔작이라는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두꺼운 소설, 그리고 각각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내가 알고 있는 세상, 내가 겪은 세상 이야기가 아님에도 충분히 몰입도가 있고,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려운 삶에 완전히 동화되기란 어려웠지만, 그들이 택한 상황이었다면 누구나 살인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그런 무서운 감정마저 들게 만들었다. 끝으로 가면 갈수록,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그 작가의 생각의 깊에 다시한번 감탄하며.. 새로운 결말을 열어준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 놀라운 데뷔작 한편으로 필립 마이어는 2009년 가장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받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 벡, 윌리엄 포크너 등의 거장들과 나란히 비견되는 영예까지 안은 것이다. 또한 월터 살레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라니, 놀라운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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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러스트'는 진한 감동이 잔잔하게 전해지는 소설이다. 때론 가슴이 아릿하게 아파오는데, 그 슬픔이 생각보다 깊어서 눈물은 오히려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 상황을 헤쳐나오는 과정이 고행의 길과 비슷해서 힘겹게 느껴졌지만, 내내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다른 이들이 하기 힘든 결정을 선택하게 되고 책임을 지려는 모습에서, 자신들이 만든 틀에서 드디어 벗어나 마음껏 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된다. 어쩌면 내가 놓친 선택일지도 몰라서, 더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다.
쇠락한 철강 마을을 무대로 오랜 친구인 아이작과 포는 서로 전혀 다른 기질을 지니고 있지만 둘은 친구가 되었고 서로를 가장 신뢰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작은 천재로 불리며 아이비리그 대학에 들어가 더 이상 기댈 것이 없는 마을을 떠날 것이라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자살을 겪은 후,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며, 언젠가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누나처럼 마을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감수성 예민한 청년이다. 그에 반해 빌리 포는 마을 사람들의 희망이었던 유망한 고교 미식축구 선수였고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포는 사람들의 기대에 스스로 질식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엄마에게 기대어 트레일러에 살면서 무의미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드디어 떠나기로 결심한 아이작은 포에게 떠나는 마지막 길을 동행하기를 원하게 되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들른 곳에서 우연히 살인 사건에 휩싸이게 된다. 그후 살인 혐의자와 살인자가 되어 험하고 긴 시간들을 걷게 된다.
미국의 산업 붕괴에 그에 따른 폭풍 같은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친 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고 희망을 갖는다는 자체가 사치가 되어 버린 곳에서, 그래도 포와 빌리는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여섯 명의 주요 인물들의 시점에서 살인 사건에 휩싸인 포와 아이작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끊는 어머니의 시선, 그 어머니를 사랑하는 남자의 시선, 포와 아이작 둘 모두를 사랑하는 누나의 시선, 진심을 전하지 못한 채 아이작에게 짐이 되었다고 뒤늦은 후회와 안타까운 마음을 가진 아버지의 시선을 안타깝게 보여준다. 또한 졸지에 살인자가 되어버린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작의 시선, 친구대신 살인죄를 뒤집어 쓴 포의 시선이 교차되면서 다층적인 내면의 불안함과 연약함, 외면하고 싶은 마음, 회피하고 싶은 심정,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심리들을 두 명의 주인공들과 교차하면서 섬세하게 잘 표현해주고 있다.
주인공 외에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남자 경찰 서장 해리스이다. 그가 그녀를 위해 선택하는 모든 일들은 위험천만하게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중대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일에 대해 아무런 미련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충분히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두 청년을 위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매순간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때론 걷잡을 수 없이 평온했던 삶을 나락으로 끌고 내려가기도 한다. 바로 그때, 우리는 더 큰 선택을 해야만 한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서 힘든 결정을 내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작과 포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고 자신들을 돌아볼 시간들을 고통스럽게 겪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을 결정하게 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아가게 된다.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아이작과 포에게 진한 애정이 솟는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것도 사람이고 또한 그 반대로 가장 기대고 믿고 희망을 걸 수 있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아메리칸 러스트'는 때론 가슴 먹먹하게 또 때론 쓸쓸하고 서글프게 들려준다. 하지만 포와 아이작이 모든 시련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겪은 후, 모든 것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그들의 희망을 떠올리면 모든 것이 보상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몰락해버린 마을의 가난과 절망 속에서 두 청년의 겪게 되는 사건을 통해 적나라한 미국의 잔인한 현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 포기하고 살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암울하게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 청년의 시선으로 서글픈 희망을 품는 모습을 대비시켜 이야기의 깊이를 더 해 주는 멋진 소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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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화려한 타이틀과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코맥 매카시와 비견되는 영예를 얻은 이 "아메리칸 러스트"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워낙 이러한 타이틀이 붙은 책은 부담이 되고, 가독성도 떨어지는 편이라서 한편 내심 걱정되기도 하였다. 예상대로,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들기는 하였지만, 심리적 갈등과 내면의 복잡함이 지루한 느낌은 사라지게 하였다. 특히 이책이 각자 다른 입장을 가진 6명의 시선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지루함은 감해졌다. 6명의 각자 다른 주인공, 그리고 하나의 사건은 사건에 대한 다각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인간이 놓일수 있는 각각 다른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도는 마치 육각형의 각각 다른 모서리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공통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가장 힘겨운 갈등 상황속에 놓이는 천재소년 아이작 잉글리시는 새로운 꿈을 쫓아 몸이 불편한 아버지로부터 4000달러를 훔쳐 도망친다. 아이작은 유일한 친구인 빌리 포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제안하지만, 빌리는 더나지 않는다. 아이작의 가출을 마중하기 위해 걷던 중, 비를 피해 철강산업으로 한때 번성했던 부엘의 녹슨 폐제철소에 들리게 된 두 친구는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려 스웨던 노숙자를 살해하게 된다. 범인은 덩치가 큰 풋볼 선수인 빌리가 아니고, 빌리를 구하기 위해서 작고 왜소한 아이작이 던진 베어링이 결국 한남자의 죽음, 즉 살인사건으로 바뀌게 된다. 아이작은 이제 그가 꿈 꾸었던 처음의 목적이 아니라, 살인 사건으로 체포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을을 다시 떠나게 되고, 과거에도 말썽을 일으켰던 빌리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 사건은 결국 6명의 서로 다른 대립각을 세우게 되고, 심리적 갈등은 점점 심화되어 간다. 아이작은 비록 친구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살인으로 인해 친구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자신의 죄를 대신해서 빌리가 살인 용의자가 되도록 방치하고 도피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6명 중에서 가장 심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런 아이작은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과 측은하게 느껴졌다. 아이작을 대신해서 살인 용의자로 감옥에 가게된 빌리는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 잘 나가던 풋볼 선수였던 그는 무책임하고 반항적인 한심한 인물이다. 그는 천재 소년 아이작의 유일한 친구였고, 아이작의 누이 리의 남자 친구이기도 하다. 막가는데로 살던 빌리는 감옥에서 위험에 직면하면서 그동안 없었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게 되면서 점차 그의 내면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간다. 빌리는 마지막으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영웅적인 행동을 하게 디고, 진정하게 아름답게 남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빌리의 어머니인 그레이스 포는 부엘 밖의 삶을 꿈꾸었으나, 현실과 타협하여 트레이너속 생활을 아들 빌리와 함께 유지해 간다. 개인적으로 그녀는 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 속에서 살면서 망나니 남편 버질과 미련한 빌리가 장애라고 여긴다. 하지만, 반대로 빌리가 범인이 아니라 믿으면서 모성애를 발휘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의 잉ㄴ생을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에도 시달린다. 항상 자신의 꿈, 몽상이 현실이 되지 않는 한심하면서 불쌍한 여자였다. 아이작의 누나, 영리하게 상황을 이용하는 리는 그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철강업에 종사해서 열심히 살았지만, 사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어머니의 자살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생 아이작에게 맡기고 자신은 성공을 위해 떠나간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다. 그러나, 영리한 리는 이러한 죄책감까지도 막연한 미래로 보내 합리화시키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신분상승도, 옛애인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욕심이 많은 리는 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자 한다. 마지막 시선은 그레이스를 오랜동안 돌보아온 부엘 경찰서정 버드 해리스이다. 해리스는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지나, 빌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그레이스를 돕고 싶어하는 마음과 갈등한다. 이처럼 모든 사람들은 한가지 사건에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갈등한다. 작가는 두 청년이 우연히 저지른 살인 사건을 통해 이기적이면서도 가족애, 우정을 간직한 인간 내면을 극단적 선택상황에 놓이게 한다. 따라서, 6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공통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선택을 하게 된다. 작가 필립 마이어는 이러한 공통된 갈등 상황과 선택을 한때 번영했으나, 이제는 녹슨 철강산업에 던져 놓았다. 녹슨 폐공장들이 자연속으로 돌아가고 자연이 살아나는 부엘처럼, 인간의 이기적이며 허황된 굼에서 벗어나, 가족애, 우정,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인다. 영리한 작가의 깊이있는 통찰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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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의 흔적을 가득 안고서 나홀로 쓸쓸히 표지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녹슨 못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녹으로 대변되는 세상의 고된 풍파를 겪기전에는 저 못도 분명히 자신을 사용해줄 누군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어떤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두번 다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깊숙하게 녹이 슬어 버렸기에 그 희망은 점점 불안과 절망의 늪으로 가라 앉고 있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저 단순히 녹슨 못 하나만이 놓여있는 책의 표지만을 보았을 뿐인데도 이렇게나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말이다. 이토록 인상적인 표지는 나에게 어떤 애달픔에 관한 단상과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아 버리는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상당한 강렬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그러한 강렬한 첫 인상을 심어준 표지의 주인공은 바로 최용준이 번역을 맡아 국내에 출간된 필립 마이어의 데뷔작 [아메리칸 러스트]이다. 지난 2009년에 필립 마이어가 자신의 데뷔작인 [아메리칸 러스트]를 처음 발표하면서 마치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미국 문단은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코맥 매카시와 데니스 루헤인에 비견될 만한 신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존 스타인벡이 다시 살아서 돌아온 것만 같다는 호평을 들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 뛰어난 작가들과 비교되며 주목을 받고 문단의 열광과 찬사를 얻은 것일까? 그에 대한 의문과 기대를 함께 품으면서 작품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두뇌를 소유하고 있지만 소심한 성격과 다소 결핍된 사회성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가는 아이작 잉글리시와 예전에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훌륭한 풋볼 선수로서 활약을 했었지만 현재는 어머니와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는 다혈질 성격의 빌리 포는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빌리와 아이작은 우연히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고 위험에 빠진 빌리를 구하려던 아이작은 그만 사람을 죽이게 된다. 그렇게 살인 사건에 얽매이게된 두 친구를 중심으로 흡인력 넘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작은 철강 도시인 부엘을 배경으로 하는 필립 마이어의 [아메리칸 러스트]는 미국 철강 산업의 몰락과 한때는 번영을 누렸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져 버린 쇠락한 공업 도시와 그 안에서 가난과 절망에 허우적 거리고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한 자신들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적응해 나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속에서 작가의 담담한 시선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다.
앞에서는 이야기의 큰 뼈대를 구축하고 있는 살인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아이작과 빌리만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아이작의 누나 리와 빌리의 어머니인 그레이스, 그레이스에게 애정을 품고 그녀를 돌봐주는 경찰 서장 해리스와 불운의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해진 아이작의 아버지 헨리까지. 작가는 이들 여섯 명의 시점으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절박한 상황속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인 동요를 풍부하고 깊은 문장속에 담아내고 있다.
세상에 처음 공개된 작가의 데뷔작과 조우하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다. 필립 마이어는 바로 [아메리칸 러스트]를 통해서 그런 기대와 설렘을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한 데뷔작을 탄생시켰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깊은 절망으로 녹슬어 가는 주인공들의 어두운 내면과 그들이 겪어야만 하는 도덕이라는 이름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딜레마적 상황을 황량하지만 그것 마저도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문장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오랫동안 잊을 수 없는 데뷔작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될 필립 마이어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