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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연예인은 참 많다. 하지만 대개 현존하는 연예인이고
고전 영화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접하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 중에도 오드리 헵번만은 어릴적에 본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인해 인상에 깊이 남은 고전 영화 배우들 중 한 명이었다. '공주의 왕궁 탈출'이라는 소재는 어린이에게도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어린 여자아이의 꿈은 역시 공주 아니겠는가?) 그리고 20대에는 패션 공부를 하다가 '헵번 스타일'에 반해 다시금 오드리 헵번의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지방시의 블랙 드레스로 잘 알려진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은 패션계에서도 이미 고전이 된 영화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오드리 헵번이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널리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1. 어린아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판타지를 연기하는 배우 2. 세월이 흘러서도 빛이 바래지 않는 패션 감각 3. 말년에 몸을 아끼지 않고 임한 구호 활동 이 세 가지인 것 같다. 어린 나조차도 오드리 헵번의 영화를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동화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흔치않게 소녀가 아님에도 소녀처럼 보이는 매력이 있고, 말괄량이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기품있는 말괄량이 같은 이미지가 있다. 영화는 꿈과 행복을 주는 동화여야 한다는 믿음 아래 되도록이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시나리오를 피했다던 오드리는 어떤 내용이든 연기할 수 있어야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는 요즘 시점으로 보면 철부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런 오드리가 더 취향에 맞는다. 이 책을 보고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은,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된 그녀의 실제 삶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 속에는 결코 공주만은 아닌 배역도 존재했다. 쓰디쓴 실패와 혹평, 살인적인 스케줄 등 영화배우로서의 고충은 대충 상상하곤 있었지만 오드리의 촬영 중 사고와 부상, 가정 내 불화와 유산, 이혼 등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가녀린 몸으로 이 모든 일을 감당해낸 그녀가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오드리가 출연한 영화들의 비화를 읽고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은 물론 이미 본 영화까지도 다시 보고 싶어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의 일생에 관한 책이 있다면 그것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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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토록 쉽고 자연스럽게 영화 카메라에 사랑을 호소하는 눈빛을 만들던 두 눈은, 이제는 주인이 보고 싶은 것을 크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커다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화장도 안하지만, 화장 안 한 얼굴이 오히려 깨끗하고 가식없는 얼굴이 되었다. 오드리가 에티오피아의 더운 열기 속에서 자신에게 허락한 사치의 전부는 한 시간에 한 번 바르는 모이스처 크림이 전부였다(13)."
"자신의 영화를 보았던 사람들, 자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 자신의 이름만 아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역할을 그녀가 맡은 것이다(p.15)"
그녀가 199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로 아들에게 들려준 시는 워낙 유명해서 일부러 적을 필요조차 없다. 이 책 처음에 자리잡은 그 문구들이 이 책을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 넣는 게 아니라 조심히 다루게 한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는 시간을 좀 더 마음을 갖추고 대하게 한다. 어쩌면,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개인의 삶은 더 행복하고, 사회는 더 안정되며, 세계가 함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적 없다. 오히려, 그녀의 인생의 마지막 부분의 모습 덕분에 그녀의 영화들을 보게 되었고, 영화관련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틀어주는 그녀가 출연한 명장면들과 노래로 그녀가 배우로도 보였다. 그녀의 인생을 처음부터 보지 않아서 오히려 더 그녀의 생이 뉴스와 책들로 사소한 평가없이 사람에 대한 호감으로 있을 지 모른다.
이 책은 철저히 오드리 헵번에 대해서만 말한다. 그녀의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에 따라서 오드리 헵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다 떼어놓고 그저 그녀의 인생만 보면서 응시하다보면, '진짜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녀가 했던 말들, 했던 행동들에 대해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그저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생각하며 사는 법을 아는 배우라 그런지 그녀의 표현력 또한 멋지게 보인다.
24가지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불완전하기도 하고, 연약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가 살면서 향했던 하나의 지향점이 있었고, 결국엔 그녀의 삶이 한 인간에게, 여러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박수를 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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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히 서구적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동양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기는, 그녀의 외모에서는 신비감마저 느껴졌다. 아름다운 페이스가 그녀가 보인 전부였다면 아마도 우린 그녀를 한 명의 스타로서 기억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에는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나 지난 그녀에 관한 많은 자료가 존재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의 아들에게 남겼다는 시를 기억할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가꾸기 이전에 세상을 돌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했던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가 떠난 후에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워낙에 유명한 배우인 오드리 헵번에 대해 많은 이들은 잘 알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에 대해 묻는다면 그녀가 출연한 몇몇 영화 외에 언급할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사람은 드물 듯싶다.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그녀의 어찌 보면 불운했다고도 할 수 있는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유럽 대륙을 뒤흔든 전쟁으로 인해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려야만 했다. 한 명이 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웠을지도 모르나,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사랑을 표현하는 데엔 애석하게도 서툴렀다고 고백했다. 그랬기에 그녀가 아이를 갖기를 염원했고 안정적인 가정을 꿈꾸었던 것은 어린 시절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리와도 같았다. 마치 우리가 ‘엄마처럼 살진 않을거야!’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꿈꾸는 방향으로 전개되진 않는 법이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혼을, 그것도 두 차례나 경험했다. 배우로서의 명성은 그녀의 삶에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제공해주긴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명세가 언제나 든든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사랑은 수시로 들볶는 언론에 의해 흔들렸고, 때론 상대 남성의 자존심을 건드려 헤어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는 배우로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멜 페러와 자신의 갭을 극복하기 힘겨워했었다. 또한 배우와 어머니라는 이중 역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역시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번째 남편이었던 도티와의 결별은 어머니와 배우, 둘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두느냐의 문제가 빚어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았다. 독특한 마스크와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재기발랄함이 그녀의 전부는 아니었다. 말년에 그녀가 보여준 눈부신(!) 활약이야말로 그녀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 요소라고 난 감히 말한다. 어린 시절의 불운이 없었더라면 그녀가 그토록 유니세프 활동에 몰두했을까? 제 자신의 몸을 망치면서까지 그녀는 구호 활동에 헌신했다. 그때까지 고수해온 많은 원칙들이 그 시절 무너졌고, 그녀는 다시금 태어났다. 마치 불꽃이 꺼지기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살았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다. 그녀의 시대엔 보편적이었던 흑백 필름은 더 이상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되어버렸다. 엔터테인먼트는 대중문화를 생산해내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라면 무엇이건 뜯어고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물론 그녀도 대중의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스타였으며,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돈을 받는 일종의 상품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바람 앞 등불처럼 흔들리지 않았고,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베풂으로써 영원히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걸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그녀를 그리워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겉모습 못지 않게 마음도 아름다운, 그 아름다움을 혼자 간직하는 게 아닌 세상을 바꾸는 데에 내비친… 이야말로 오드리 헵번이 진정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