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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람을 만든다. 누구든 옛추억 몇가지쯤은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잊혀진 그 추억들은 어느 한 순간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나 나의 여린 감섬을 톡톡 두드린다. 아... 하는 말없는 탄성과 동시에 나는 어느새 과거로의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제는 돌아갈수 없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눈부시게 따뜻하지만 소박한 그 추억 속으로 말이다. 이 영화 리틀 DJ는 그런 영화다. 이제 그 빛나는 추억속으로 떠나보자.
신청엽서 하나 없는 라디오 방송프로그램의 PD 타마키. 그는 방송폐지후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15년전 어느날의 일이 시작된다. 어느 병원, 어린 시절의 타마키는 교통사고를 당해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이송된다. 그를 보고 한 남자아이가 놀라 말한다. 미이라다! 그 아이의 이름은 타로. 야구를 잘하던 아이. 동시에 뮤직익스프레스라는 방송을 들으며 라디오DJ를 꿈꾸던 아이. 능력있는(하지만 바쁜)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무럭무럭 잘 자라던 중학교 1학년 아이는 어느날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병원에 왔다. 여러 검사를 거쳐 그는 정확한 병명을 모른 채 기약없는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잘생긴 그 아이는 어느날 병원 한구석의 음악실을 발견한다. 그곳은 병원장의 공간, 멋진 오디오기기와 아주 많은 레코드판이 벽면을 가득 메운 곳이다. 그는 그곳에서 마이크에 대고 DJ 흉내를 내보고 그 모습을 병원장에 들키고 만다. 그는 병원장의 추천으로 그 병원의 사내방송 DJ로 데뷔한다. 좋아하는 음악도 틀고, 리퀘스트도 받고, 초대손님과 얘기도 나누는 명실상부한 DJ다. 아름다운 아이는 이제 리틀 DJ다. 그것때문일까, 아이의 건강은 좀 좋아지는 듯 하기도 하다. 음악은 병원내 식구들, 환자, 간호사, 의사들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기 시작한다. 병실의 지쳐버린 환자들은 그의 음악에서 힘을 얻는다. 순수한 목소리와 순수한 마음은 그들의 마음을 열고 서로간 미쳐 못한 화해와 공감의 문을 열었다. 그 리틀DJ의 음악은 곧 병원의 음악이 되었다.
그 아이 앞에 한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그는 바로 그 미이라였던 타마키. 웃음이 참 맑은, 한살 연상의 그 여자아이는 이제 어느정도 회복되어 리틀DJ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된다. 같이 음악들으며 그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간다. 한참 사춘기시절의 도무지 정체를 알수없는 셀렘, 떨림, 그 흔들림, 그 형용할 수 없는 샘솟는 예쁜 감정. 먼저 퇴원하게 된 여자아이는 다시 그 리틀 DJ에 병문안을 오고 그들은 함께 외출을 한다. 멋진 데이트. 라스트콘서트를 보고나서 그들은 빛나는 밤하늘의 오리온성좌를 보려했다. 하지만 잔뜩 낀 구름 때문에 그들은 길에서 그렇게 밤을 맞는다. 갑자기 내리는 비, 그들은 그 비를 맞으며 아침을 맞는다. 끝내 전하지 못한 편지를 주머니에 간직한 채 그는 눈부친 아침햇살에 비친 그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풀밭에 쓰러지고 만다.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온 그 아이는 건강이 매우 악화된 상태. 이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는 힘들고 막바지에 이르는 상황. 그는 그 스스로 화해를 시작한다. 고마운 어머니에 감사하고 서먹한 아버지와도 화해한다. 그의 사랑 그 여자아이에게게 사랑을 애써 고백한다. 키스. 그 여자아이의 마지막 리퀘스트를 받았다. '캔디즈'의 '연하의 남자'. 힘겨운 리틀 DJ. 다음날 틀기 위해 아버지는 싱글판을 사왔지만, 그 음악은 방송될 수 없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버린 그 아이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DJ였음을 늦은 방송으로 고백한다.
다시 현재. 그 여자아이는 이제 라디오방송국 DJ. 그 남자아이의 집에 찾아가 어머니께 인사하고 그 리틀 DJ의 방으로 간다. 그곳에 있는 여러 추억들을 돌아보던 그 DJ는 캔디즈의 연하의 남자 싱글을 발견하고, 옛날 그 남자 아이가 썼던 우편엽서의 리퀘스트를 보고 오열한다. 이제 방송국.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은 PD는 첫곡으로 그 리퀘스트를 선정했다. 15년전 그 남자아이가 그를 위해 보내려 했던 그 리퀘스트를 보내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백혈병이라는 병을 소재는 문학이든 영화이든 참 매력적임에 틀림없는가 보다. 예정된 죽음 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대개 사랑이며 화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마지막 모습들이 자아내는 것들이야 말로 진실 그 자체이기 마련이다. 소위 흔해빠진 소재이건만, 이 영화. 한 어린 아이의 죽음 앞에서 마음 한구석이 이리 아프면서도 끝나면서 이렇게 마음 저편에서 따뜻할 수 있다니, 참 놀라운 영화이다. 강렬한 햇살이 만들어내는 눈부신 영상은 세상을 떠나야 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해내는 듯하여 한편 가슴아프다. 주 배경이 되었던 병원의 풍경은 일본 특유의 옛스러움과 정갈한 분위기로 영화내내 편안함을 주었으며, 병원직원들의 코믹한 연기는 부자연스러움 속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 타로역을 맡은 1993년생 카미키 류노스케는 배용준을 닮은 매력적 미소를 끝내 잃지 않고 절제되고 멋진 연기를 잘 보여주었다. 그 미이라 후쿠다 마유코는 해맑은 웃음으로 어린 소년의 마음을 마구 흔드는 연기를 잘해주었다. 그밖에 라디오방송국 PD 나카타 토코에 등 많은 배우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이런 일본 영화가 좋다. 각자 그 나름대로의 삶이 잔잔히 녹아있는 영화.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는 그 아련한 연출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작지만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 그럼에도 절망 끝에 피는 희망의 꽃을 보여주는 가슴벅찬 영화. 세상은 이렇게 힘들겠지만, 사실 그렇게 슬퍼할 것도 아닐 것이라는 그렇게 담담한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해주는 영화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혹자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릴 것이며, 혹자는 병원생활을 떠올릴 것이며, 또는 더없이 아름다웠던 어린시절을 반추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추억은 아름답다. 그래서 이 영화가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