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잘 읽히지 않을 때, 뭔가 읽고는 싶지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은 별로 끌리지 않을 때, 이렇게 계속 책을 읽지 않다가는 틀림없이 이대로 책을 놓아버릴 것만 같을 때. 그런 때는 역시 스릴러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스릴러 중에서도 재미 면에서 실패할 확률이 적은 작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래서 저는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딱 위에 열거한 상태들의 한가운데 있었거든요. 지금까지 읽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들은 아주 재미있거나, 혹은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였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골랐다-라고 하니, 무슨 상품을 설명하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어쨌거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시리즈의 양이 너무 방대해서 그 동안은 이벤트로 받았거나 최근에 출간된 작품들 위주로 읽었었어요. 그러면서도 꾸준히, 야곰야곰 모아 쟁여두었던 작품들 중 드디어 시리즈의 처음, [블랙 에코]입니다. 작품 안에서는 ‘검은 메아리’로 번역되어 표현되어 있어요. 15세기 환상 화가 히에로니머스 보슈의 이름을 딴 형사 해리 보슈. 그가 열한 살이 되던 해 창녀였던 그의 어머니가 거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는 비극적인 과거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혹시나 시리즈의 처음인 [블랙 에코]에서 그의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궁금증이 풀리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 했지만 그의 개인사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잘 드러나 있지 않네요. 대신 그가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겨우 거치고, 베트남 전쟁에 입대했던 시기를 기반으로 전쟁에서 땅굴쥐-미로 같은 땅굴에 폭탄을 설치하는 역할-의 임무를 수행했던 과거가 다시 그를 어두운 땅굴 속으로 초대하는 이야기입니다.
LA 경찰국의 스타 경찰이었지만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성격 탓에 범인을 검거하고도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보슈. 늘 출동할 준비를 갖추고 잠드는 그에게 약물중독자라고 여겨지는 시신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옵니다. 현장에 출동해 그의 얼굴을 확인한 보슈는 시신의 인물이 자신과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함께 했던 메도우스라는 걸 깨닫죠. 다른 사람들은 보통의 약물중독사건이라 여기며 빨리 해결하려 몇 가지 사항으로 꺼림칙함을 느낀 보슈는 메도우스가 1년 전 벌어졌던 은행강도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냅니다. 그 일로 FBI에 찾아갔지만 FBI는 오히려 그를 압박하며 내사과까지 동원해 그를 막으려고 해요. 하지만 한 성격 하는 보슈인만큼 결국 FBI의 승인 아래 수사를 계속하며 자신만의 타고난 감각으로 이 사건 뒤에 숨겨진 더 커다란 음모를 알아내게 됩니다.
일단 엄청 두꺼워요. 하지만 숨겨진 수수께끼를 파고들어가는 이야기도 재미있고 범인에게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느낌에 역시 어느 정도의 재미는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를 할 줄 모르기도 하고 하기 싫어하는 보슈의 강단있는 성격도 잘 드러나 있고, 한 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흐름도 괜찮지만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왜 이런 작품들에는 꼭 어여쁜 여성들이 등장하는 거랍니까. 시리즈의 뒷부분부터 읽었던 저로서는 그게 늘 의문점이었는데 [블랙 에코]를 읽고 난 지금은 보슈의 외로움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게 아니었을까, 살짝 그런 생각도 듭니다. FBI 요원 엘리노어 위시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인가를 가늠하면서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을 갈구하는 보슈의 모습에서 역시 불우한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결말 부분이 가슴이 조금 짠해졌네요.
사실 지금까지 읽었던 <해리 보슈 시리즈> 들과 비교한다면 약간 밋밋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요렇게 시작부터 차츰차츰 따라가는 느낌도 괜찮네요. 조금씩 순서를 지켜서 해리보슈 시리즈를 완독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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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최고네 어쩌네 하면서 리뷰는 적지 못했던 코넬리 아저씨의 작품들. 그 중 “블랙 에코”를 선두로 리뷰를 시작한다.(시인은 별 외) 1992년 선보인 코넬리 아저씨의 첫 작품인 “블랙 에코”는 무려 17편이나 시리즈로 집필된 “해리 보슈”시리즈의 서막이다. 사실 나는 제목 별로 미리 사둔 책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지만, 처음으로 코넬리 아저씨 책을 읽으시려고 준비중인 분들께는 반드시 1편 “블랙 에코”부터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당연하듯 1권은 등장인물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부가적인 설명 등이 서술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초점 자체가 해리 보슈의 과거에 맞춰져 있어 지루하거나 불필요하게 긴 주석을 달지는 않는다. “블랙 에코”에서 발생한 범죄가 보슈의 과거와 연관되어 자연스럽게 실타래가 풀리기 때문이다. 코넬리 아저씨 작품은 각각의 작품에서, 주인공은 “해리 보슈”로 동일하지만 별개의 범죄를 토대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상위버전의 책을 먼저 읽어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 편에서 등장하고, 수사를 겪으면서 혹은 사랑을 나누면서 발생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독성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선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유한다. 해리 보슈는 히에로니무스 보쉬(보슈는 번역본 이름) (Hieronymus Bosch) 라는 예술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왜 하필 이 사람일까? 보쉬는 “악마의 창조가”로 불리 우는 초현실주의 예술가였다. 그는 종교적인 주제를 그림으로 나타낸 화가였지만 속세의 악에 이끌려 결국 타락하는 인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과연 소설 속 해리 보슈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결국 보슈는 악마처럼 타락해 버리는 보쉬의 작품 속 인간들을 대변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의 타락을 화폭에 나타낸 보쉬 자체를. 타락 과 범죄를 연관 지어 그들을 벌하는 현대판 보쉬를 재 탄생 시킨 걸까? 물론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Hieronymus Bosch - 쾌락의 정원>
보슈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하지만 너무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이 실제 경찰청 간부들과의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 현장을 뛰는 형사, 거기에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형사는 경찰청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내부적인 수사 왜곡 등을 자행하는 관리자들과 계속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 분명하게 말하지만 경찰청 부국장과 형사과 과장, 내사과 형사들과의 충돌은 해리 보슈 시리즈의 큰 재미 중에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다. - 과거의 트라우마, 그리고 정의롭지만 당돌하고 외로운 주인공. 이것은 어찌 보면 너무 흔한 레파토리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범죄스릴러 주인공으로 이보다 더 매력적으로 독자에게 어필하긴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보슈가 후자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악과 타협하지 않는 정의의 사도니까! 해리 보슈는 창녀의 아들로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살해를 당하고 (이는 4권 “라스트 코요테”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여러 입양가족들을 떠돌다 월남전에 파병된다. 월남전에선 땅굴 수색꾼인 땅굴쥐 역할을 맡았고, 파병 대부분의 시간을 땅굴 속에서 매복하며 지낸다. 암흑 속에서 겪었던 공포와 동료들의 죽음은 보슈에게 끊임없는 악몽을 선사하며 트라우마로 잠식한다. 제대 후 자신의 군 경험을 바탕으로 강경하고 동물 같은 감각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경찰이 되지만, 트라우마는 벗어날 수 없는 족쇄이기도 하다. “블랙 에코”는 한 때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월남전 파병 군인들의 문제를 기반으로 한다. “블랙 에코”는 보슈와 같은 땅굴쥐 출신의 동료가 시체로 발견되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전쟁을 통해 마약 중독자가 되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파병용사들을 대변한다. 마약은 전쟁 중 사람을 미치지 않고 공포에 물들지 않게 지켜주었던 하나의 방편 이었다. 보슈는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많은 병사들이 마약을 통해 하루하루를 버텨나갔고, 시체로 발견된 동료 역시 마약에 중독된 친구였다. 제대 후에도 마약에 손대고,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범죄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던 파병 군인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폐해. 그것은 죽음과 상처의 아픔 말고도 마약중독, 사회 부적응 등을 유발한다. 당시 미국에서 월남전 파병 병사들이 본국에 귀국해 받았던 처우와 닥친 상황이 실제 저랬다고 하니.. 덕분에 수 많은 범죄자들이 탄생하기도 했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견뎌내며, 타협과 포기를 모르는 남자.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남자. 하지만 사랑에 목말라하고,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남자. 초현실주의의 작가와 같은 이름을 쓰며 타락한 사람들에게 정의의 망치를 휘두르는 심판자. “해리 보슈”시리즈의 1권. 그것은 17권이라는 대 서사에 대한 기틀이며 해리 보슈에 대해 기반을 잡을 수 있는 필수항목이라 해야 하겠다. 게다가 1권에서는 보슈의 아내가 될 위시요원과 매번 충돌을 일으키는 어빙 국장, 보슈의 파트너인 애드거 등 앞으로 긴 여정을 떠날 등장인물들의 묘사도 이루어지므로 반드시 읽어야 한다. 과거의 상처와 트라우마로 뒤덮인 보슈의 내면. 그리고 그를 이겨내기 위한 노력과 포기를 모르는 사명감. 더하기 사랑까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담아내고 이 모든것을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풀어나가는 코넬리 아저씨의 필력. 진땀을 빼는 범인 추격과 반전을 거듭하는 기가 막힌 스토리텔링. 이제 빠져들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다 함께 검고 커다란 땅굴로 들어가자. 검은 메아리의 아우성을 들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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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난 그나 그의 엄마가 왜 히에로니무스 보슈랑 연결된 이름을 주었는지, 작품속 짧은 설명이 고팠다. 어쩌면, 마이클 코넬리의 호기심만큼이나 작가에 대한 나의 호기심도 강했는지 모르겠다.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읽고 쓴 리뷰에도, 마치 제프리 디버의 작품 마냥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지만 재빠르기보단 늙은 로키 발보아의 주먹처럼 둔중하고 깊은 충격을 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의 책은 빠르게 읽을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도 물어보는 그에게 그의 작품은 한장 한장 '음, 그렇군' (페이지 넘기고) '음, 그렇군'이렇게 넘어간다고 말했는데, 그러기에 그가 한 권에서 다하지 못한 말들이 마치 행간의 암시마냥 숨어있는터라 더 궁금했다. ![]() (첫번째 곡이 'Lullaby'이다) |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해리 보슈라는 또 다른 코요테같은 외로운 형사를 탄생시켰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을 통해 다른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갖고 있는 마약중독자와 정부 조직의 부패, 그리고 사회의 하층민의 그렇게 살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을 그리고 있다.
블랙 에코는 베트남 전쟁 중 베트남 사람들들이 파 놓은 수많은 땅굴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이 벗어나지 못하는 범죄에 대한 검은 메아리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겁내지만 한번 들어가거나 또는 그 안에 갇히면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되는. 한 남자가 배수구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마약중독자여서 마약 과다 투여로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해리 보슈는 그가 타살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가 자신과 같이 베트남에서 땅굴쥐로 있던 동료였음을 알아본다. 이것은 범인들에게는 머피의 법칙의 시작이었고, 해리에게는 의심스러운 우연의 시작이었다.
인형사 사건으로 총기 사용 남용의 징계를 받고 헐리우드 경찰서로 좌천된 잘 나가던 보슈와 경찰 일보다는 집 파는 일에 더 매달리는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파트너. 죽은 메도우스에 대한 전쟁 당시의 죄책감이 있었던 해리는 FBI를 협박해서 공조수사를 하게 만들고 그가 가담한 은행털이 사건에 매달린다. 그런데 다시 그를 어떻게든 경찰에서 쫓아내려고 내사과 직원들이 쫗아다니고 FBI 요원 위시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해리는 목격자를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게 만들고 그들까지 살해 위협을 받기에 이른다. 도대체 범인들은 누구길래 땅을 파서 은행을 털 생각을 한 것인지 해리는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베트남. 미국인은 이 전쟁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패배한 전쟁이었고, 무고한 희생을 치르고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켰으니까. 그들은 베트남에서 모두 미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사회에 그 분노를 분출했다. 그들은 베트남에서는 조국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군인이었지만 사회에서는 범죄자요, 낙오자였다. 이런 작품을 접하게 되면 어떤 전쟁도 인간에게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지난 전쟁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
인간이 발전한다는 것, 부강해 진다는 것, 막강해진다는 것이 미국처럼 된다는 뜻이라면 나는 그 길을 절대로 말리고 싶다. 어느 사회나 모순은 있고 부조리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회 불안과 힘의 과시를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자신의 국민을 애국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시키고 그들은 높은 자리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제거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인 것이다. 그들은 베트남 전쟁 때의 땅굴의 블랙 에코가 아닌 자신들의 나라가 땅굴처럼 되어 점점 검은 메아리만이 나돌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한낱 좌천된 경찰이 죄 없이 죽임을 당한 한 소년의 목숨 값을 받아 내려는 몸부림이 처량하게만 느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탄탄한 구성과 극적 반전은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십여년 전에 읽었을 때 내가 간과했던 것들을 좀 더 음미하며 볼 수 있어 두번째 읽는데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 죄 없이 죽은 자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해리 보슈의 말은 경찰이 왜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지 그 이유를 알려주는 말임과 동시에 해리 보슈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준다. 그에게는 그만의 원칙이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경찰, 나아가서는 해리 보슈의 존재 이유를 밝히는 것 아닐까. 잘못된 일을 바로 잡을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잘못을 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은 해야 한다는.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를 보고 있다. 해리 보슈의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도 동시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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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슈는 출입문 앞의 복도에 그 그림을 걸어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가끔 걸음을 멈추고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특히 피곤한 날 그럴 때가 많았다. 그 그림은 볼 떄마다 항상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 그림을 보면서 엘리노어 위시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림 속의 어둠, 황량한 고독, 혼자 앉아서 그림자를 향해 얼굴을 돌린 남자, 내가 바로 저 남자야. 해리 보슈는 그림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해리 보슈를 볼 때 그 남자를 떠올린다. 쓸쓸한 그 등이 깊은 밤 잠못 이루게 한다. |
마이클 코넬리 책을 읽다가 한 생각인지 다른 책을 읽다가 한 생각인지 잘 모르겠는데, 누군가를 죽인 사람을 꼭 찾아야 할까 싶었다. 내가 하는 일도 아닌데 그 일이 귀찮게 느껴진 것이다. 이번에도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람을 죽인 사람을 잡지 않으면 이 세상은 아주 무서워지겠지.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기 때문에 사람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도 참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마음으로 느끼는 부담이 아주 커서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것이다. 보통 사람은 그렇지만 그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더 그렇지 않을까. 적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테니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어떨까. 어쩔 수 없었다 해도 사람을 죽였다는 부담은 크지 않을까. 베트남 전쟁에 대한 게 조금 나와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그곳에 우리나라 사람도 갔다 왔구나.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압력을 넣어서 그렇게 됐을 수도 있고,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잘 모르는데 이런 말을. |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쉬 시리즈 첫 이야기다. 해리가 탄생하게 된 시작이기도 하다. LA경찰국의 스타였으나 윗사람들과의 협력적인 타협을 하지못하는 성격을 가진 해리는 인형사라고 불리는 사건 때문에 (나중에 '실종'이라는 책에서도 연관이 된다) 할리우드 경찰서로 좌천이 된다.
어느날 그에게 굴에서 발견된 시체가 있다는 연락이 오고 파트너는 그냥 일반적인 마약사건으로 생각하고 덮어버리려고 하지만 해리는 그의 문신에서 자기와 같은 문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베트남에서 같이 땅굴에 폭탄을 설치하는 군인, 흔히 '땅굴쥐'라고 부르는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같은 동료였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 사건이 자살이나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혼자만의 수사를 계속하는데 그의 집에서 전당표 표를 발견하고 그가 1년전 은행강도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사건을 맡았던 fbi를 찾아간다.
이미 종결된 사건을 다시 엎으려고 하는 그에게 위협이 가해지지만 결국 그의 원대로 우여곡절끝에 화해 아닌 화해로 fbi의 여자요원과 함께 공조성격을 띈 사건해결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굴에서 시체를 버리는 것을 본 꼬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심문을 하지만 그 아이는 결국 나중에 죽은채로 발견이 되고 해리는 베트남에서 땅굴쥐들이 모여 다른 안전금고를 털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예전 사이공 시절 경찰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의 권력으로 단기 근무자들을 이용해 미국으로 마약을 팔아 넘겼던 것이고 이후 베트남으로 바뀌고 나니 갈 곳이 없어진 그들은 모아둔 돈을 다이아몬드로 바꾸어 미국으로 이민을 온 것이다. 고위 간부들의 다이아몬드 중 하나가 1년전에 털린 은행 금고에 있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가 이제 그 땅굴쥐들이 털려는 안전금고에 있는 것이다.
해리는 잠복을 통해 그들을 잡고자 하지만 해리를 부패경찰로 보고 미행을 하던 내사과 경찰이 오히려 자신들의 업적을 세워보겠다고 설치다가 땅굴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해리는 그들을 잡으러 그들이 파놓은 땅굴로 향한다.
꽤 치밀한 구성의 이야기였고 재미도 있었고 지루한 감은 전혀 찾을수 조차 없지만 반전 아닌 반전으로 인해 막판에 김이 조금은 빠져버렸다. 작가의 설정 덕분에 조금은 더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되긴 했지만 그의 설정이 이야기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비리와 부패가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
해리 보슈와 나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엇, "블랙 에코"가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잖아. 룰루랄라, 읽어야지, 가 아니었다. 마이클 코넬리의 다른 책 "시인"을 읽은 후 그 후속작을 읽으려고 "시인의 계곡", "허수아비"를 구비해 둔 후 "시인의 계곡"을 읽으려는데 여기에 관련된 사건보다 앞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블러드 워크"를 읽어야 하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시인의 계곡"에 해리 보슈가 등장하기에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인가가 궁금했다. 그래서 '블러드 워크'보다 먼저 이 책 "블랙 에코"부터 읽게 된 것이다. 이 첫 만남으로 인해 나는 해리 보슈와 꾸준히 만남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가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이든간에 피해자의 편에서 자신의 안위 따위는 내팽개쳐둔 채 사건을 해결해가는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다.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 싶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해리 보슈의 이력이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블랙 에코"는 해리 보슈가 없었다면 결코 탄생될 수 없는 책이다. 한 사람에 의해 계획된 사건, 모든 증거들은 해리 보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부르고 있었다.(해리가 범인은 아니다.) 메도우스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거대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휩쓸리게 된다. 하지만 FBI와 함께 수사하게 되어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고 퍼즐 하나, 하나를 맞춰나간다. 이런 해리의 모습은 꽤나 듬직하다. 독자들도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것을 잊지 않는 매력까지, 정말 멋진 녀석이다.
사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우울하다. 어떤 사건인지 그 내막을 파악하기가 좀처럼 힘들 뿐더러, 최정상의 자리에 있다 좌천된 해리이기에 그가 사건에 임하는 모습은 당당하지 않다. 그렇다고 주눅들어 있지는 않지만 해리가 하는 행동에 가로막는 녀석들이 많다. 일단 내사과 직원들인 루이스와 클락, 그리고 그의 직속상관. 내사과 직원들은 워낙 멍청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이유가 유쾌함을 던져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해리가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는 단서가 되어주기도 하기에 이 사람들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들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 안다면 독자들도 조금은 가슴이 아플 것이다. 해리를 견제한 이유만으로는 너무나 끔찍한 일을 겪지만 다 자업자득인 셈이다. 너무 멍청해서, 사건의 큰 줄기를 보지 못하고 해리만 바라본 탓으로 그렇게 되었으니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과 다르게 이런 장르의 소설은 "네가 범인이지" 등의 이야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의가 감춰질 수 밖에 없기도 하고 그 정의에 대항에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게 되기도 한다. 해리 보슈 시리즈가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의 증거를 따라 끝까지 가다보면 대면하게 되는 진실에 해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것에 따라 때론 슬퍼지고 때론 울분을 느끼기도 하지만 해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그만 복수라도 하니 그것으로 독자들의 가슴이 후련해진다. 힘 없는 아이를 위해 해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메도우스의 죽음에도 그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쏟아냈다. 이제 그의 앞 길에 방해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으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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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의 92년 작품 <블랙 에코>는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자 작가의 데뷔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LA 경찰국 강력반 형사인 '해리 보슈'를 창조한다.
해리 보슈라는 이름은 환상적인 작품으로 유명했던 15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머스 보슈'에서 따온 것이다. 히에로니머스 보슈의 기괴한 그림 만큼 해리 보슈의 인생도 어두움의 연속이었다.
보슈의 어머니는 헐리우드의 매춘부였고 보슈가 11살때 거리에서 살해당했다. 보슈에게는 형제도 없고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11살 이후로 보슈는 청소년 보호소와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생활하다가 16살때 군에 입대해서 베트남으로 떠난다.
베트남에서 보슈는 베트콩의 주 이동로인 땅굴에 침투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땅굴을 폭탄으로 파괴하는 병사들을 '땅굴쥐'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보슈도 그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10대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전쟁은 보슈의 내면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군인에서 형사로 변신한 해리 보슈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에 보슈는 LA로 돌아와서 경찰이 된다. 군대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보슈는 고속으로 승진한다. 순찰경관에서 형사로, 거기서 다시 본청 강력계의 엘리트 형사로 올라가는데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8년 동안 뛰어난 수사능력과 특유의 집요함으로 수많은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보슈의 활약이 책으로 출간되고 TV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속승진을 거듭할 수는 없는 법. 보슈는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도중 무장하지 않은 범인을 총으로 쏴서 죽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는 몰락이었다. 그동안 보슈를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던 상관들은 그를 본청 강력계에서 쫓아내고 헐리우드 경찰서 살인전담반으로 보내버린다. 보슈로서는 모욕적인 좌천을 당한 것이다.
범죄소설의 주인공이 그렇듯이 보슈도 주위와 타협을 할 줄 모른다. 형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경찰청의 가족이라기 보다는 아웃사이더라는 인상이 강하다. 체제안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진실을 위해서는 경찰청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경찰청의 입장에서 보슈는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블랙 에코>의 시간적 배경은 보슈가 베트남에서 돌아온지 20년이 지난 후다. 베트남의 땅굴을 누비고 다녔던 청년은 어느새 흰머리가 드문드문 생겨나는 마흔살의 아저씨가 되었다. 결혼도 안했기 때문에 처자식도 없다. 한때 LA의 스타 형사였지만 이제는 작은 경찰서로 쫓겨나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신세다. 가끔씩 떠오르는 베트남의 악몽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릴 때도 있다.
작은 경찰서에서도 어김없이 사건은 발생한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에 보슈는 호출을 받고 출동한다. 댐 근처의 굴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현장으로 나간 보슈는 피해자가 베트남에서 자기와 함께 근무했던 전우 메도우스라는 것을 알아낸다. 전쟁의 후유증인지 메도우스는 약물중독자로 변해있고 사망원인도 마약인것 같다. 하지만 보슈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이 살인사건이고 배후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살인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작품의 제목을 번역하면 '검은 메아리'가 된다. 그것은 베트남의 땅굴을 가리키는 말이다. 땅굴 속으로 들어갈때, 군인들은 파란 세상에서 암흑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하곤 했다. 땅굴의 시커먼 입구는 지옥으로 들어가는 아가리처럼 보인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오직 죽음 뿐이다. 그런데도 보슈와 동료들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땅굴 속은 증기탕만큼 덥고 개미굴처럼 복잡하다. 축축한 화장실 냄새가 진동한다. 그 안을 걷다보면 잔인하게 살해되서 벽에 걸려있는 동료의 시체를 발견할 수도 있고 죽창 함정에 빠져서 죽은 시체를 찾기도 한다. 젊은 보슈는 그때마다 그 옆에서 소리죽여 흐느낀다. 얼굴에는 땀 대신 눈물이 흐르고 흐느끼는 소리는 어둠 속에서 사방으로 메아리친다.
시체가 널려있는 땅굴 속의 풍경은 히에로니머스 보슈가 그린 지옥도를 현실로 옮겨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경험한 보슈가 전쟁이 끝난 후에 죽음과 맞서는 형사가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거기에는 어린시절 살해당한 어머니의 기억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한직으로 밀려난 한물간 형사 취급을 받지만, 보슈는 살인사건을 접하면 순수한 분노를 느낀다. 그 분노가 만들어내는 힘이 살인범을 찾아다니게 만드는 것이다. 보슈에게 있어서 악에 맞서 싸우는 것은 베트남의 악몽을 씻어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
마이클 코넬리 선생님의 데뷔작입니다. 장르는 당연히 범죄 스릴러이고요, 재미있습니다.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훌륭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코넬리 선생님의 작품을 이제까지 총 여섯 권을 보았는데 이 작품이 공동 2위 혹은 살짝 미끄러진 3위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1위 허수아비. 2위 시인. 3위 블랙 에코.
코넬리 선생님의 데뷔작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해리 보슈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실은 코넬리 선생님의 주축 캐릭터는 해리 보슈인 셈이지요. 제프리 디버 선생님으로 치자면 그가 링컨 라임인 셈입니다. 그런데 저는 보슈, 보슈 그러니까 집에 있는 전동 드릴이 자꾸 떠올라서 말이죠. 뭔가 전동적으로 터프한 남아가 연상되곤 하는데 어쨌거나 이 아저씨, 나름대로 한 페이소스 해주시는 인물입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과 베트남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경찰로서의 능력은 탁월하나, 너무 강직한 성격 때문에 조직 사회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 등장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기 보다 조직의 정치적 성향을 못참아 하는 성격이라는 편이라는 게 옳겠네요. 소위, 유도리라는 게 좀 없는 성격이랄까? 게다가 살짝 독고다이인 면이 없진 않으나 그렇다고 마초맨은 아닙니다. 하여튼 뭔가 은근히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인데요, 아마도 그게 코넬리 선생님이 의도했던 바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타입은 그냥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형사물입니다. 범죄 스릴러이다 보니 당연히 쫓고 쫓기는 플롯이 기반이고요, 후반부에 엎치락 뒷치락의 반전이 등장하는, 아주 기본적인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어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즐기기 위해 읽는다기 보다 코넬리 선생님 특유의 치밀한 전개를 읽는 맛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사실 범죄 스릴러물이라고 하면 거의 전적으로 작가 선생님의 필력에 의존해야 하는 게 사실이긴 합니다. 스토리나 플롯은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니까요. 그런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를 얼마나 치밀하고 재미있게 구성해서 흡인력있게 우리한테 들려주느냐, 하는 점에서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판가름이 난다고나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기실, 실력으로 일정 궤도에 오른 작가의 작품은 일단, 적어도 기본은 찍는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유니크한 아이디어나 소재로 승부를 보는 작품은 그 다음 작품에도 반드시 그런 정도의 소재를 득템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렇기에 다소 기복이 심할 수 있는 위험 확률이 높은 반면, 어떤 소재나 이야기라도 그것을 재미있게 구성해서 전달할 수 있는 필력을 가진 작가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균일한 작품을 선보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넬리 선생님 역시 어느 정도는 그 범주에 속해있으시고요. 저는 그 점이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작가의 작품이 모두 재미있을 수는 당연히 없고, 그보다는 이거 대단히 실망인데? 하는 작품이 드물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지요. 그런 게 몇 개 있어주면 그냥 손을 떼게 댄달까? 뭐 그런데, 어느 정도 균일한 수준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주면 그런 와중에 간간히 등장하는 매그넘 오퍼스를 건지는 맛이라는 게 또 존재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경우, 콜렉션을 해볼 만한 거죠. 그래서 코넬리 선생님의 작품도 어느 정도 컬렉션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코넬리 선생님의 작품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독자분 들이야 어차피, 시리즈 콜렉션에 운명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고-왜냐하면 책꽂이에 꽂다보면 그게, 계속 꽂아야 하는 뭔가가 있거든요.- 아직 코넬리 선생님의 매력을 못 느껴보신 독자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꽤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해리 보슈 시리즈가 이 작품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발간될 예정인가 보더라고요. 그러니 순서대로 읽어나가시면 또,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캐릭터의 성장감이랄까? 뭐 그런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 작품을 읽고 코넬리의 필력이 마음에 드신다면 다른 작품들도 더 재미있거나 혹은 조금 떨어지거나 하는 수준에서 큰 파고가 없으니 괜찮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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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앤서니, 마카비티, 셰이머스, 네로 울프, 베리 상 등 수많은 추리 문학상을 휩쓸며 작품성 또한 인정받고 있는 보기 드문 스릴러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의 전설적인 데뷔작이자 2010년 현재까지 16편이 발표되며 최고의 히트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제1편 [블랙 에코]가 출간되었다.
1992년 발표된 [블랙 에코]는 그해 에드거 상을 수상했고 현재까지 현대 크라임 스릴러의 새로운 고전으로 불려온 걸작이다. 국내에는 1996년에 한차례 출간된 적이 있지만, 구하기 힘든 상태였는데 새롭게 출간된다는 이야기에 최근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 된 상태라 단번에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 나온 '해리 보슈' 시리즈보다는 약간 호흡이 긴 듯 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해리 보슈' 시리즈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해리 보슈'의 스타일이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시리즈의 전형성이 잘 드러나 있다.
그나마 최근 시리즈와의 차별된 점이 있다면 버로 주인공인 '해리 보슈'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처음이다 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 책 속에는 주인공 '해리 보슈'란 인물의 과거, 베트남전이란 측면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란 인물의 성격을 만든 다양한 사건들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조금은 어두우면서 또 그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거기에 서로 다른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개성 또한 잘 살아있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여전히 심금을 울린다. 독자들의 머리를 후려치는 반전은 없지만, 각각의 이야기에서 울려퍼지는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책 [블랙 에코]는 전체적으로 2가지의 서로 다른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나는 사건과 '해리 보슈'이고 또 하나는 '경찰국'이란 조직과 '해리 보슈'이다. 어떻게 보면 전체적으로 인물들과의 갈등이 이 책의 주요 얼개이기도 한데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단순하면서도 또 복잡하다. 그것은 마치 우리 인간세상에 대한 보편적이면서도 다양성에 대한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의 색다른 견해일 수도 있다. 그것은 주인공 '해리 보슈'가 흑백의 이중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라기 보다 회색의 중성적인 매력을 듬뿍 뿜어내고 있다는 데 어느 정도 기인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탁월한 실력과 집념 덕분에 스타 형사가 된 '해리 보슈'는 그 점 때문에 또 조직에서 내쳐진다. 그러나 '해리 보슈'는 우직하면서도 진지하게 그 점을 받아들인다. 세상은 원래 부당하고, 진실은 그 누구도 구원하지 못하며, 악은 결코 몰아낼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뼛속 깊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세상, 그리고 범죄라는 악에 강렬히 대항하는 '해리 보슈'의 행위는 그의 기본적 인생관과 대비시켜 볼 때 확실히 상반된다. 바로 이 점이 '해리 보슈'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그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다음 이야기가 하루 빨리 출간되기를 바라마지 않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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