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지지난 겨울, 아이가 눈을 눈이라고 하고, 비를 비라고 발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에게 이름을 부여받은 것들은 모두 세상의 시작과 같았다. 지금은 첫돌이면 초대장 돌리고, 이벤트 준비하고, 걸개사진 맞추고, 게다가 커다란 테디베어나 원숭이랑 어깨동무한 사진첩을 만들어야 뭔가 제대로 했다고 안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흔한 흑백사진 한 장 없는 지극히 가난했던 어린 날들과 비교하면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곰돌이 인형은 없었지만 우리집엔 집 지키는 곰만 한 개가 있었고, 소꿉장세트는 없었지만 빨간 벽돌로 고춧가루 만들고 배추로 둔갑한 버들잎으로 김치를 담그던 어린 날이 내겐 참 소중하다. 가끔은 바람에 쓸려 떨어진 송충이의 털을 몽땅 뽑아(그 많던 송충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고기반찬을 만들기도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마음 따뜻한 시절이었다. 그치만 그 시절은 확실히 나의 것이고, 딸의 어머니가 된 지금 나는 생각한다. "네게 뭘 주면 좋겠니?" 묻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는 뜸들이지도 않고 바로 대답한다. "우리, 지금 여행 가면 되겠다. 그치!" 이쯤 되면 아유. 말 못하던 젖먹이 때가 좋았다. 괜히 말을 꺼냈다. 주서담기 바빠진다. 대책 없는 엄마 아빠랑 살아주는 딸아이가 어른스럽게 "근데 돈이 없어서 안 되니까. 돼지 밥주자"고 스스로 마음을 접을 땐, 잠깐 멍해지기도 한다. 내가 아이에게 해준 말 중에 '사랑해'만큼 '근데 돈이 없다'는 말 또한 만만치 않게 썼던 모양이다. 진짜 그런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말은 아이에게 지가 제일 좋아라 하는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 사랑과 같은 급의 어휘로 등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박한 몇 개의 단어를 구사하던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버렸나, 사랑과 돈을 같은 테두리에 넣어놓다니. 아차 싶다. 저녁 상을 차리는데 뜬금없이 아이가 묻는다. "엄마, 엄마, 엄마는 내가 빨강이라도 날 사랑할 거야." 어라, 이건 또 무슨 장난인가 싶었지만(솔직히 빨갱이로 들렸다) 말이 예뻐서 "그럼, 엄마는 지원이가 파랑이라도 널 사랑할 거야." 대꾸해주었다. "그럼, 초록이라도." "그래, 그러니까 밥 먹자." 이때부터 아이의 눈동자가 주변을 한바퀴 뒤지는 게 보였다. 아차. 또 걸려들었구나 싶어 노래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하는데 이미 거미줄에 걸린 후다. 내가 냉장고라도, 테레비라도, 파리라도, 모기라도, (킥킥 웃으며) 똥이라도, 똥꼬라도... 아이의 목소리가 하이톤으로 높아진다. 깔깔대더라니 흥분한 모양이다. "엄마, 엄마, 응~~ 내가 바람이라도 날 사랑할 거야?" 진짜 큰일났다. 집안에 있는 것들을 다 훑었으니 이제 아이의 생각은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게 언제나 끝날까? "밥 한 번 먹을 때마다 대답해주지~~"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로 속도를 좀 늦춘다. "음~~ 놀이터라도." 왜 안 나오나 했다. 이제 놀이터 가자고 조르는 걸로 말놀이는 끝이 날 것이다. 근데 "음, 민들레라도" "음, 토끼풀이라도" 아이는 놀이터에 가는 대신 놀이터에 있는 것들을 곰곰 되짚는다. 속도를 늦춰서이기도 하지만 당장 눈앞에 안 보이니 바로바로 이름을 부르기가가 쉽지 않은지 음~음~ 하며 뜸을 좀 들인다. 이럴 때 "바퀴벌레다"처럼 뭔가 놀랄 만한 거리를 주면 대체로 아이는 생각을 잊어먹고 "어디어디~~" 하며 하던 놀이를 다른 것으로 대치한다. 그치만 "아, 한번 더 먹고." 이러다 지치겠지. 벌써 한 시간짼데 싶어 그냥 두어본다. 슬슬 짜증도 나고, 애아빠는 밖에서 도대체 뭐하는 거며(뭐하긴, 낚시줄 던지고 있겠지. 알면서) 약도 오르고 밥알도 거진 다 먹었고, 어쩐다 싶다. 그때 아이가 아하,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스타카토로 강조하며 발음한다. "오동나무라도." 오호라, 녀석이 나를 구워삶으려고 작정을 했다. 목련나무라도, 옥수수나무라도, 사과나무라도, 개나리나무라도, "히히, 개구리나무라도."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싶더니 다시 날개를 달았다. "오징어나무라도" 재미있어 죽겠다고 뒤로 자빠진다. "우럭이나무라도" "복어나무라도" "광어나무라도" 이제 못 말린다. 이미 녀석은 겨울나무를 지나 봄나무로 봄꽃을 지나 겨울 풍경으로 여름 산을 지나 가을 바다에 도착한 것이다. "내가 눈사람이라도 엄마는 날 사랑할 거야." 아이는 여행 대신 여행의 기억을 불러온다. '그래. 눈사람이랑 친구였던 적이 있었지.' 하고 지금을 기억하렴. 사진을 꺼내며 3시간 동안 수다떨다 곪아떨어진 아이의 이마를 더듬는다. 이 책의 매력은 이 네버엔딩의 말놀이를 유발하는 방식에 있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호기심은 적절한 비유를 찾았을 때 만족되지 못하고 더 불려지게 된다. 굴리고 굴리고 굴려도 말이 다 끝나지 않는 그 어디에 아이들의 세계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계속 반복되는 독백 '아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는 어쩌면 '순수'와는 다른 이런 말놀이의 진실에 있는 게 아닐까. 벗기고 벗기고 벗기다 보면 타락천사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무언가 보이지 않을까. 보고싶다는 행위의 결과로서 말이다. '내가 빨강이라도 날 사랑해'에서 시작된 것이 '오징어나무'가 되기까지를 경험하고 싶은 분, 또는 그 말놀이를 끝까지 들어줄 수 있는 분들이라면 구입해도 되지 싶다. |
| 세살 짜리 둘째 조카 채원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호기심 많은 아기곰과, 아기곰을 언제나 사랑하는 엄마곰의 이야기인데, 이것저것 황당한 질문을 해서 곤란하게 만드는 건 우리 리 조카랑 똑같아요. 그림에는 아기곰한테만 천이 붙여져 있는 게 톡특하구요... 조카는 책을 보면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기곰을 만지며 "아기곰, 아기곰" 하고 말하고, 엄마곰을 쓰다듬으며 "엄마곰, 엄마곰' 하고 말합니다. 손에 느껴지는 질감의 차이를 비교해보면서 무척 신기해하는 것같아요. 내용도 참 따뜻하고 그림도 서정적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내귀는 짝짝이>의 작가더라구요. 큰 조카가 그 책을 아주 재미있어 하거든요... |
| "엄마, 내가 앞집 채현이 같아도 지금처럼 나를 사랑할거야?" "엄마, 내가 옆집 철승이 같아도 지금처럼 나를 사랑할거야?" 채현이는 여자아이지만 남자아이처럼 생겼고, 철승이는 아주 덩치가 큰 아이이다.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되풀이하던 질문이다. 아이와 책을 펼치고 함께 읽다보니 아기곰이 우리 아이와 어쩌면 이렇게 꼭 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도 제 모습을 닮아서 인지 자꾸 아기곰을 어루만진다. 그리고는 "엄마, 이 아이곰 나랑 똑 같다. 그치? 그런데 엄마도 날 사랑해?"라고 묻는다. "그럼, 그렇고 말고, 땅만큼 하늘만큼." 아이와 함께 책을 보는 시간이 아주아주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 항상 늘 아이를 사랑 하지만 저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합니다.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이 같이 레스링을 한다거나 ,수염으로 보드라운 뺨을 비벼대는 정도 죠. 이 책은 비단 엄마 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엄마 대신 아빠로 고쳐불러 가며 읽어 주곤 합니다. 그러면 아빠라는 글자를 아는 아이는" 이건 엄마곰 이잖아. 에이 아빠는 엉터리" 라며 금새 반박을 해 오지만 곧 조용히 다시 듣는게 아마도 제딴에 싫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의 삽화가 꼭 엄마 곰 같지만은 않거든요. "아빠는 네가 줄다리기 에서 졌을때도 사랑해." 그리고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한게 아니야.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게 더 중요 한거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는게 중요한 거야. 하곤 합니다. 그리고, 네가 공부를 못해도, 무슨 잘못을 해도,,,,,,언제나 사랑하지. 요즘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 못하던 제가 아이를 안고 이렇게 말하면 어리둥절해 합니다.진짜 우리 아빠가 맞나? 하는 눈빛으로 동그란 눈을 하고서는 말이죠. 엄마로 고쳐 읽어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한사코 아빠곰 이라고 고집을 합니다.( 사실 아빠가 읽어 줄 만한 동화책을 굳이 구별해서 보려하진 않지만,,,,,,) 막상 읽어 주려 해도 아빠가 등장하는 책은 많지가 않더군요. 앞으로는 그런 책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 합니다. 아기곰 스노이와 엄마 곰 과의 대화를 보며 '이런,,,, 북극곰이 사람보다 낫네.' 하는 생각에 가슴이 뜨끔 해지기도 합니다. 앞으론 아이와 같이 이야기 하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해야 한다는 마음 속의 다짐을 하게 해 주는 책 이었습니다. 다른 아빠들도 이 책을 아이와 같이 읽어보면 좋겠구나! 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
| 어느날 인가 부터 아이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질문을 계속 던져댑니다. "그냥 사랑하지"," 엄마 아들이니까" 하는 대답들이 영 성에 차지 않았는가 봅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얘가 이해할까? 참 많이 고민 했었습니다.다섯살 배기 어린 아이도 이처럼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간절히 확인 하고자 합니다. 무심코 던지는 질문이 아닌듯 싶어서 늘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죠. 사랑이란 것이 물건이 아니어서 크기를 보여줄 수도, 존재를 증명해 주기도 참 애매합니다.그냥 느끼는 것일 테니까요. 아이가 하던 질문과 비슷한 제목의 책이 나와서 참 반가운 마음으로 준비를 해 두었어요. 그러다 또 그 질문을 하길래 바로 책을 꺼내서 읽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똑똑한 아기곰 스노이도 엄마곰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집니다. 그때마다 엄마곰은 최선을 다해서 대답해 주죠. 물고기를 잡는 법도, 눈이 어디서 오는 지도 다 알게 되지만 있지만 정작, 스노이가 정말로 궁금한건 엄마곰이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느냐에 관한 거였죠.엄마곰은 스노이를 안고 정말정말 사랑한다고 고백해 줍니다. 스노이의 얼굴이 행복해 보입니다. 이미 스노이는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었어요. 단지 엄마의 음성으로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봐요. 책을 읽고 나서 저와 아이는 진하게 한번더 꼬옥 끌어안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가슴속의 사랑을 더 가까이 전달해 주고픈 마음에서요.스노이와 엄마곰처럼,,,,,, |
|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자신의 아기들만큼은 정말 끔찍하게 사랑하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북극곰 스노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지요 엄마 아빠 한테 무엇이든 스폰지 처럼 받아 들이는 똑똑한 스노이는 맛있는 물고기 잡는 법, 빙산에서 미끄럼 타는 법, 해님과 달님도 한번만 배우면 무엇이든 잘 아는 똑똑이거근요 아기곰 스노이가 엄마에게 질문하는 것 좀 보실래요 엄마 나 사랑해요? 그애요 모든 부모님의 대답은 아마 항상 그야 물론이지! 일 꺼예요 사랑은 이유가 없고 질문이 필요없는 감정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나 자식에 대한 사랑 만큼은 누구나 같을 것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