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0)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1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황량한 사막,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의 매혹
"황량한 사막,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의 매혹" 내용보기
“단도처럼 튀어나오는 격한 증오”, “다이아몬드 같은 증오”에 휩싸이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새로운 갈망의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대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들일까? 이러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사막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낯설다.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사막풍경과 이슬람의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뒤엉킨 도시, 생의
"황량한 사막,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의 매혹" 내용보기

“단도처럼 튀어나오는 격한 증오”, “다이아몬드 같은 증오”에 휩싸이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새로운 갈망의 대상을 끊임없이 쫓아대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들일까? 이러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사막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낯설다.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의 사막풍경과 이슬람의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뒤엉킨 도시, 생의 열기로 가득하지만 죽은 자들의 광장이라 불리는‘자마 알프나’의 어수선한 노점시장이 보인다.

 

첫 문장부터 내 머리는 소설과 겉돌기 시작한다. 너무 민감해서,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감상적이어서, 게다가 자의식이 유별나게 불거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대체 감정의 선을 따라잡지 못하고, 아니 공감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하여야 할까. 사막여행의 현지 가이드인‘승’이란 남성이 배출하는 메마르고 황폐함만이 느껴지는 감정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쾌감, 저항감 이었을까.

아랍인, 베르베르인이 얽혀 사는 사막지대의 한 뒷골목에 한국인 소녀‘보라’가 헤나로 타투를 그리며 관광객을 호객하고 있는 장면 또한 그리 용이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감성이 융화하고 교감하지 못한다. 내심 이렇듯 작품 초반에 소설을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이들이 대체 왜 사막의 도시에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었으니 말이다.

 

결국 전 재산과 아내까지 믿었던 친구 'K'에게 빼앗기고, 감당할 수 없는 채무의 그늘과 복수의 증오를 안고 허겁지겁 도망쳐 그네들을 쫓아 나선 곳이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지역, 황폐한 사막이라는 구절에 이르러서야 사하라 사막의 삭막하고 후텁지근한 모래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역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파생하는 감정의 찌꺼기들, 그리고 그런 시간의 흐름이 바로 인생이고, 그러면서 마주치는 삶의 편린들이 방향을 바꾸게도 하고, 씻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앙금이 가라앉기도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들.

 

“극한의 황량함에 조응하는 폐허를 가슴에 감추고 있는 사람만이 그 지독한 사막 자체를 견뎌낼 수 있다.”는‘승’의 생각은 그자신의 반영일 뿐이다. 소설에서 사막은 이처럼 메마르고 건조한 황폐함이기도 하지만, “사막이 제 안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다 알 수 없어서 사랑”하는 인간도 등장한다. 모래에 갇혀 2000여년을 잠들어 온 고대 유물에 대한 욕망, 어떤 것에 사로잡히고 그것들을 소유하는 첫 순간의 느낌을 찾아 헤매는 사람. 운명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그 느낌의 촉발을 위해 사막에 머무는 사람이 있다. 이렇듯 황폐한 내면의 조응이든, 탐욕이든 사막은 사랑에 빠지게 하고 중독 시키는 기호로 통한다.

 

“누군가에게 제대로 버림받은 것들은 초라해지고 누추하며 하찮아진다. 운명이 누락시킨 자가 되어 버린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얘기인가! 거울을 보듯 서로에게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는 아비와 딸(승과 보라)의 상처가 사막의 풍경과 어우러져 버림받고 방황하는 이의 고통으로 짓무른 가슴을 드러내 보인다. 또한 최후의 선택, 새로운 갈망의 대상을 끝없이 쫓는 눈먼 매혹, 아름다움에의 맹목이 도달하는 궁극의 허무함에 이르기도 한다.

 

소설의 종반에 이르면 고가의 도기(陶器)를 둘러싼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욕망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간들의 적나라한 본성, 그리고 뒤늦은 삶의 각성을 보여준다. 지독한 현세성을 보여주는 바바의 아버지 무스타파, 아름다움이란 존재 자체라는 로랑, 여기에 승과 보라에서 삶의 미로를 읽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들의 초상을 보게 된다.

 

돌아가고 싶은데 장소가 아니고 시간이 된 사람들, 제 삶에서 도망치려 안달하는 우리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인생이란 결국 모두 제 마음이 만들어 낸 길을 가고 있을 뿐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죽음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일까?... 사실 이 소설은 느닷없는 질문처럼 무방비 상태에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하다. 내 마음이 허공에 슬쩍 떠 있던 것도 아닌데, 소설이 나를 스르르 주저앉힌 걸 보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아름다움의 매혹이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가본 적도 없는 사막의 허영, 그 황량한 풍경을 대고 카메라를 눌러대는 감정의 과잉들이 괜스레 싫어진다...

리뷰 총점 종이책
아프리카의 별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아프리카라는 지명만큼이나 초반 이야기는 매우 낯설고 이국적이었다.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것일까 한참동안 머리를 써야할만큼... 그러다 중반을 넘어가며 우리네와 똑같은 인생사구나 이해하게 되었고 마지막엔 탐욕과 욕심이 빛어낸 슬픔으로 나름의 결론을 지었다.   아열대성 기후를 연상시키는 여름한가운데서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과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을 연상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아프리카라는 지명만큼이나 초반 이야기는 매우 낯설고 이국적이었다.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것일까 한참동안 머리를 써야할만큼... 그러다 중반을 넘어가며 우리네와 똑같은 인생사구나 이해하게 되었고 마지막엔 탐욕과 욕심이 빛어낸 슬픔으로 나름의 결론을 지었다.

 

아열대성 기후를 연상시키는 여름한가운데서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과 메마르고 건조한 사막을 연상하며 난 결코 행복하지않은 사람들의 삶에빠져 뜨거움과 건조함을 교류된 감정속에 며칠을 보냈다. 마지막에선 보통의 사람들과 그닥 다를것없는 똑같은 삶이라 결론내렸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기전까지만해도 책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특별했다.

 

결코 평범하다라고 말할수 없는 느낌들이 짙게 깔려 얼마만큼 더운지 얼마나 건조하고 얼마나 다른지 가늠하지못할만큼 이국적이었다. 아마도 그건, 이야기의 흐름보단 작가의 의도된 책의 구조와 감성들이었던듯하다.

 

아프리카의 북서단 유럽과 사하라 사막과 인접한 모로코에  딸 보라와 함께 찾아든 한국인 남자 승은 관광가이드일을 하며 자신의 재산과 아내를 빼앗아간 친구 k를 찾아헤맨다. 그리고 딸 보라는 모로코행 비행기 타기전의 시간을 동경하며 죽은자들의 광장인 자마알프니에서 헤나타투로 푼돈을 챙긴다.

 

그들과 별도의 또다른 등장인물은 사하라북쪽에 가장 아름다운 비밀의 정원을 소유한 프랑스 디자이너 로랑과, 골동품 중개업자 무스타파 그리고 보라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소년 바바였다.

 

그들이 얽고 얽히는 관계속에 아프리카 곳곳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는가하면 여러 굴곡진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아랍인과 베르베르인의 공간속에 뛰어든 두 한국인의 모습엔 어둡고 습한 내면의 모습과 메말라 버릴대로 메말라 버린듯 극한의 감정속에 감추어진 사랑과 욕망이 너울댄다.

   

아내를 빼앗기고 전재산을 몰수당한 완벽한 사기극의 피해자인 승은 감당할수 없는 채무를 피해 복수의 칼날을 지닌채 K와 아내를 쫓아 만리타향 아프리카까지 건너왔다. 그리곤 만나면 어찌하겠다는 작정도 없이 무조건 쫓아야만하는 임무가 주어진듯 온몸으로 그들의 행적을 쫓는다. 그래서 선택한 가이드일이었고 돈을 쫓는 또다른 모습으론 무스타파와 로랑과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거기에 아름다움을 쫓아 무차별 욕망과 극한의 욕심을 부리는이가 프랑스 디자이너 로랑이었다. 아름답지 않은것을 혐오하는 그는 아름다움의 욕망에 사로잡혀 끝없는 욕심을 부린결과 " 아름다움이 그를 죽인다" 라는  이름모를 무속인의 예언대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한다.

 

아들과 아버지, 딸과 아빠, 동업자와 경쟁자, 고객과 공급자등 복잡하게 얽키고 설키는 인간관계속에 밝혀지는 욕망들과 끝없는 욕심들은 결국 유일하게 순수했던 바바로 하여금 사하라사막을 걷게 만들었다. 기묘하고 굉장해보이던 물건의 비밀만큼이나 비밀스런 삶을 추구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베일에 쌓여있던 아프리카라는 공간속 모습이 까발려지듯 하나하나 허물을 벗고있었다.    

d****0 2010.08.04. 신고 공감 1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봄의 한가운데서 사막의 레퀴엠을 외치다
"봄의 한가운데서 사막의 레퀴엠을 외치다" 내용보기
<꽃보다 할배>의 신구 할배가 리스본에 못 가게 돼 아쉬워한다. 사실 뭘 알아야 가고도 싶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소득수준이 높은 지인들도 대체로 돈자랑은 쉬이 하면서도 외국여행이나 심지어 국내여행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어릴 때부터 비록 해외는 아니지만 여행광이신 우리 아빠는 태국 여행 한번에 여행사를 통한 단체 외국관광에 완전 질리신 상태
"봄의 한가운데서 사막의 레퀴엠을 외치다" 내용보기

<꽃보다 할배>의 신구 할배가 리스본에 못 가게 돼 아쉬워한다. 사실 뭘 알아야 가고도 싶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소득수준이 높은 지인들도 대체로 돈자랑은 쉬이 하면서도 외국여행이나 심지어 국내여행 다녀왔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어릴 때부터 비록 해외는 아니지만 여행광이신 우리 아빠는 태국 여행 한번에 여행사를 통한 단체 외국관광에 완전 질리신 상태로, 고급 여행자나 꿈꾸는 인도, 네팔, 아프리카 국가들로 여행하고 싶어하신다. 리스본, 모로코를 욕심내는 귀요미 할배라니, 세상에 진짜 좋아져버렸다. 대다수 여행 프로그램의 포맷이 그렇긴 하지만 이번 스페인 편에서 강하게 느낀 건 가우디 건축물 처음부터 다 훑어줄 때 관광청 홍보물 같은 느낌. 배낭여행의 묘미는 아무리 계획해도 어딘가 덜컹거릴 수밖에 없는 의외성 혹은 예외성에 있는데 두 번의 전작에서는 버스나 기차 이동만 하면 옛날 생각나서 어쩔 줄 몰랐었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관광지나 이동은 지루하게 느껴지고 자꾸만 언제 숙소에 들어가서 술 마시고 얘기 나누나 기다려진다. 제작진의 몰아가는 자막 센스는 진짜 최고고, 정말이지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는 이서진의 '툴툴대며 할 거 다 해주는' 완벽한 이미지에 대해 생각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이상하게 스페인을 보고 있는데 자꾸 아프리카 생각이 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지만 욕심낸 적은 없다. 잘 모르기 때문이고, 적을 두기 힘들어서 그리고 가보고 싶은 다른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근데 할배들이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세비야에서 헤매는데 나는 괜히 슬퍼지고 찡해지면서, 어째서 아프리카의 별이 떠오르냐고. 다른 방법이 없어 책을 찾아 읽었다. 강렬하고 몽환적이지만 그건 내가 있는 곳과는 너무 달라서 느끼는 정취라고만 여겼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곳이 아무리 평화로워도 늘 저곳을 꿈꾸는 사람이니까. 언젠가 너무 쓸쓸해서 이런 문장을 쓰다 말았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은 게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붉다는 것이 뜻하는 건 열정과 정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로 시작하는 쓰다 만 리뷰를 불러오고, 손본다. 여름을 앞두고 있고 어떤 얼룩을 지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일단 적어두자.

 

승과 보라와 바바의 나이가 짐작되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밤과 낮, 아프리카와 이곳의 거리만큼 아득하다. 어떤 상처가 어떤 상처를 감싸고 보듬을 수 있는지 모른다. 서툰 감각이 스위치를 켜자 온몸으로 모래바람이 부딪쳐 서걱거린다. 부녀는 더 물러설 곳 없어 그곳으로 도망쳤는데 나는 아무 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는 그곳이 차라리 부럽다. 사막도 있고 별도 있는데 만족을 모르는 이들이 두렵다. 아빠를 피해 나온 바바가 달콤한 과일주스를 팔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헤나를 새겨주는 보라도 있고, 가이드 겸 기념품을 판매하는 승도 있다. 그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다만 애처로울 뿐이다. 이 서걱거리는 모래바람의 자마 알프나(죽은 자들의 광장-마라케시의 중심지에 있는 큰 광장으로 '축제광장'으로도 불린다. 예전엔 공개 처형장으로 쓰였던 곳)에서 도피 겸 도망으로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얘기를 읽으면 끝없는 바닥에 구멍이라도 난 듯 한없이 침잠한다. 마라케시는 모로코. 모로코는 아프리카. 모나코는 유럽. 지식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나는 마라케시를 세계무역기구(WTO)설립을 위한 마라케시협정으로 배웠다. 이제 론리플래닛에 나오는 거대 관광도시지만 아프리카 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나는 무심한 정보의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맞추며 기어이 사막으로 간다.

 

속세를 떠나 사막을 향한다고 눈물이 마를 리 없건만, 원주민이 되고 싶은 이방인들은 변함없이 사막으로 기어들어간다. 몰린다. 승과 보라도 그 중에 둘, 이방인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이방인이다. 승은 추적하는 자인가 추적 당하는 자인가. 엄마가 없는 보라는 사막으로 올 때 아빠에게 묻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다고 그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식된 문이라도 좋겠다. 실제 사막은 관광객들로 우글거린다. 그들에게 사막은 잠시 쉬었다갈 뿐인 잘 닦인 미래에 불과한데, 다 알면서도 푸른 사막과 작열하는 태양은, 그리하여 붉은 아프리카는, 열망과 외로움에 상처를 녹여 만든 푸르다 못해 붉은 별은 왜 이다지도 애잔한가. 정반대로 존재하는 것들의 공존과 조화, 드넓고 푸른 자연, 터질 듯한 황금 사막, 환희가 희생과 융합되는 곳. 아프리카는 상상하는 대로 와서 안긴다. 사막에도 겨울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여름, 처음으로 가보지 못한 신비의 대륙 아프리카로 화살을 쏴보았다.



s*****d 2014.03.31.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해가 진 후의 아잔 소리 같은...
"해가 진 후의 아잔 소리 같은..." 내용보기
길을 떠나면 길위에 선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 사연이 있는 사람도 있고, 낭만을 가지고 떠나 온 사람도 있고... 지난 여름 3달의 기간동안 난 길위에 있었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길위의 삶이 싫어졌다. 하지만, 돌아와 머무는 삶은 나를 다시 길위로 내쫓고만 있다. 이또한 중독이며, 길위의 삶도 중독, 사막을 만난 사람또한 사막에 중독이 된다.   자신을
"해가 진 후의 아잔 소리 같은..." 내용보기


길을 떠나면 길위에 선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
사연이 있는 사람도 있고, 낭만을 가지고 떠나 온 사람도 있고...
지난 여름 3달의 기간동안 난 길위에 있었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길위의 삶이 싫어졌다.
하지만, 돌아와 머무는 삶은 나를 다시 길위로 내쫓고만 있다.
이또한 중독이며, 길위의 삶도 중독,
사막을 만난 사람또한 사막에 중독이 된다.

 

자신을 버린 아내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K를 찾기 위해 딸과 함께 무작정 떠나온 아프리카 - 그곳에서 "승"은 여행객들을 사막으로 안내 하는 일을 하며 산다.
사막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왔으나, 도시의 삶을 버리지못하는 관광객들과

광장의 뜨거운 햇볕과 사막의 모래바람도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승"과 딸 "보라"는 사막의 모래 폭풍처럼 사라져도 흔적이 남지 않는 존재 로 살아간다.

 
자신을 버림 받은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딸을 보면 고통이 커져 자신 또한 딸을 버림 받은 존재로 만들어버린 승.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가장 편안한 곳이라 생각하게 된다.

 

정미경의 『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를 읽고, 내내 기다렸던 한국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현못할 쓸쓸한 기분을 이해해준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작품에선 그런 쓸쓸함이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감정은 사막의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느낌이다. 『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만큼의 글을 그녀에게서 기대했기에, 긴호흡의 그녀 글에선 감당을 못하는것인가 자문해본다.

그래도 기대의 끈은 놓지못하고 [관심작가알림 신청]을 꾸욱 눌러본다.

 

 


 

v****e 2010.12.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프리카의 별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정미경 선생님의 글을 2008 오늘의 작가 수상작이란 책에서 단편으로 처음 읽었습니다. 그전에는 정미경이란 이름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구요. 하지만 그 한 편으로 뭐랄까, 딱 하고 머릿속에 각인되었죠. 여러 면에서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글이었으니까요. 살짝 냉소적이지만 자못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문장이었달까?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책을 읽는 리듬과 딱 맞아 떨어지는 문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정미경 선생님의 글을 2008 오늘의 작가 수상작이란 책에서 단편으로 처음 읽었습니다. 그전에는 정미경이란 이름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구요. 하지만 그 한 편으로 뭐랄까, 딱 하고 머릿속에 각인되었죠. 여러 면에서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글이었으니까요. 살짝 냉소적이지만 자못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문장이었달까? 일단 기본적으로 제가 책을 읽는 리듬과 딱 맞아 떨어지는 문장 호흡이어서 읽는 데 엄청 편했습니다.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호흡으로 읽히는 문장이 그리 흔치는 않고 이런 경우는 설혹, 졸면서 글를 읽어도 입안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드는 거니까요. 대단히 좋은 문장을 가진 선생님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박완서 선생님의 문장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아무튼 단편 하나로 어떤 작가를 머릿속에 세겨두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어서 적이 흡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예쁜 책표지와 더불어 인상적인 표제를 보고 어, 맞다, 하고 정미경이란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표지와 표제를 보고, 그다음에 작가 이름으로 정미경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그냥 예쁘구나, 하고 지나갔을 확률이 99.99%이지만 어쨌거나 정미경 선생님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중요했죠. 그래서 읽게되었습니다.

 

      역시 좋은 문장이었습니다. 문장만으로 작가 선생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도 좋을 만큼 확실한 문장이었죠. 편한 호흡에 읽기 쉬운 문장, 여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뭐랄까, 도도함 같은 게 있고 한편으로 느긋한 여유와 깔끔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문장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잘 정돈된 리듬감과 호흡을 지닌 문장을 구사하는 고수가 그리 많지는 않은 터라 개인적으로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구나 하고 아주 흡족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문제가 없지는 않더군요. 스토리를 끌어가는 힘이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소설이었습니다. 제 아무리 잘 정돈된 좋은 문장의 나열이라도 그것만으로 장편이란 지면을 메우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체 280쪽의 중반에 이르자 결국 저는 지치고 말았으니까요. 오로지 문장의 힘 하나만으로 중반까지나 읽을 수 있었다는 자체가 놀라웠을 정도로 아무런 내용이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그랬죠. 아주 지루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이야기가 없는 소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선생님의 작품에서 그런 면을 느끼니, 정말이지 우리나라 여류 작가들은 서사를 만드는 재주를 누군가에게 강제로 빼앗긴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어찌 이렇게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없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모든 여류 작가의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타율로 보면 일 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니 프로로서는 거의 2군 마운드에도 서기 힘든 실력들이라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읽고나면 아, 좋은 구성에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어찌어찌 끝은 냈네 그랴, 하는 느낌이 드는 거니까요.

      그리고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선생님의 문장에서도 결함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뭐랄까, 너무 계속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달까? 절묘한 문학적인 묘사나 비유 같은데서 오는 깨알 같은 재미가 전혀 없었달까, 그랬습니다. 단편 호흡으로 보면 좋은데 장편 호흡으로 보면 좀 무미건조한 느낌? 그런 문체는 과연 이야기가 작렬해주어야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터인데 이야기도 없고 깨알 같은 재미없었으니 지루하지 않는 도리가 없었던 거죠.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포기할 수 없는 문장가이시므로 장편을 한 권 정도 더 보고나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을 좀 해봐야 겠습니다.

 

 

      문학동네가 좀 맛이 가는 듯 싶습니다. <휴먼 스테인>을 구입했을 때 책이 너덜너덜한 제본이어서 교환했는데 그게 두 번이나 그랬습니다. 저는 본래 그런 것에는 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 아닌지라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그것도 한두 번 실수라는 생각이 들때나 그런 거죠. 은희경 쌤의 <그것은 꿈이었을까> 역시 제본이 책등보다 두께가 더 두꺼운 엉터리라서 뒷장에 풀이 붙은 부분이 하나씩 낱장으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이번에는 말이죠, 제가 책을 읽은 이래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240쪽부터 260쪽에 이르기까지 인쇄가 한쪽에만 되어있는 겁니다. 아놔. 일부러 그렇게 하라도 못하겠다. 당연히 무려 20쪽이 넘는 분량에 걸쳐 그래놓았으니 뭔 내용인지 알 도리가 없죠. 내용이 밀린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거니까요. 나 원, 어처구니가 없어서.  

      출판사의 관리자가 바뀌었나, 뭐 이런 아마추어 같은 제작 사고의 연타을 치시는지, 예전에는 없던 번역 문제도 자꾸 지적당하고 말이죠. 정신들 좀 바짝 차리고 일들 하셔야겠어요. 우리 회사 같았으면 다 죽었다고 봐야지.  

 

http://vitojung.blog.me/



b******k 2010.08.2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이름을 기억하는 건 존재를 마음에 담는 것
"이름을 기억하는 건 존재를 마음에 담는 것" 내용보기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존재를 마음에 담는 것   -정미경(鄭美景, 1960~2017)내가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문학 계간지 『세계의 문학』(2015년 폐간) 제26회“오늘의 작가상”에 『장미빛 인생』이 당선되면서다. 『장미빛 인생』은 이미지 속에 사는 인물들, 즉 '15초의 인생'을 사는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내’가 관찰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
"이름을 기억하는 건 존재를 마음에 담는 것" 내용보기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존재를 마음에 담는 것

 

-정미경(鄭美景, 1960~2017)

내가 그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문학 계간지 세계의 문학(2015년 폐간) 26오늘의 작가상장미빛 인생이 당선되면서다. 장미빛 인생은 이미지 속에 사는 인물들, '15초의 인생'을 사는 광고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가 관찰한 세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시뮬라시옹(가상 셰계simulation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에서 나온 개념)의 세계다. 시뮬라시옹의 세계는 주로 대중 매체가 만들어 내어 시청자에게 각인시킴을 통해 작용한다. 이미지가 실체인 세계는 존재를 상실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조작된 환상'을 보여주는 인물이거나, 혹은 그 '조작된 환상' 속에 살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이다. ''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입는 건 청바지가 아니라 리바이스의 자유로움이며, 들이마시는 건 담배가 아니라 말보로의 마초 이미지다"이다.

    

2004년 정미경은 6편의 중단편을 모은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출간한다. 이 작품 역시 화려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시뮬라시옹의 시대에 걸맞은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집은 모든 이야기에서 죽음/상실을 만날 수 있다. 사랑에 빠져 나를 죽이고, 연인과의 추억을 잃고, 남편의 일기장을 엿보며 신뢰가 무너지고, 예고 없이 전해지는 지인들의 부고가 알려주는 갑작스러운 사라짐. “모든 게 좋아. 너의 모든 것. 아아, 인생을 일천 번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남편의 유물을 정리하다가, 내가 아닌 다른 이를 향한 이런 남편의 일기를 맞닥뜨리면, 그의 육체적 부재로 인한 슬픔에 더해 아내를 심리적 상실의 낭떠러지로 내몰게 되는 것일까. “술과 담배가 사람에게 유익한 건 아니다. 다만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목발이 필요하듯, 영혼이 아픈 어느 순간에 술과 담배가 목발이 되어 줄 때가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의 어느 한때, 근원적인 허무주의자인 내게 술과 담배는 나의 목발이 되어 주었다

 

2005년 정미경은 장편소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를 발표한다. 이 소설은 386세대의 순수와 탐욕을 교차하여 그린다. 그들의 사랑은 죄다 서로 어긋나 있고, 욕망에 가려져있다. 재규어를 몰고 속도계가 180을 넘어가는 한밤중의 폭주를 즐기던 중호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붙어 살해당할지 모르는 위협의 순간에도, “리니엔쿠라는 사람이 말했어요. 나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정말 심금을 울리는 말이잖아요?”라고 지껄인다. 소설 속 또 하나의 인물 한석은 이중인격의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머리로는 혁명을, 입술엔 와인을, 가슴속엔 천박한 권력욕의 풍선을 품고 있고쉬 카비에( Gauche Cavier : '캐비어를 먹는 좌파', 부유하지만 좌파인 사람들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 겉으론 민주투쟁의 아이콘인양 행동하지만 내면은 철저히 돈을 탐하는 위선적인 인물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그들의 욕망은 결국 파국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소설의 결론은 다르다. 우리 역사가 그랬듯이, 우리의 지금의 삶이 그렇듯이 이 세상은 그리 권선징악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 작품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연애의 한 장면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 게 필요할까. “두 개의 낯설고 오만한 세계가 섞일 때 저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신생의 별처럼 탄생했다. 낮과 밤이 살을 섞는 일몰의 시간, 혹은 여름과 가을이 서로 섞이는 그 형이상학적인 시간처럼.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그 두 세계가 부딪치는 순간의 광휘에 먼저 매혹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한 해 동안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 중 가장 주목 받은 작품을 엄선하여 싣는 이상문학상남들은 절대 할 수 없는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소설을 쓴다는 그녀 정미경을 빠뜨릴 수는 없었다. 302006 이상문학상 대상작은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에 돌아갔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은밀한 성찰의 기획을 여로의 구조를 통해 서사화하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을 경계 지을 수 없는 북구의 황량한 풍경을 배경으로 기억과 욕망을 소재 삼아, 이 소설이 도달하고 있는 참 주제는 사랑에 대한 미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나락으로 빠져든 인간의 비극적 파멸입니다.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소설적 주제의 진정성은 기법적 성과와 함께 이야기의 무게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소설적 완결성과 그 미학에 주력해 온 이 작가의 글쓰기가 이상문학상 대상의 수상으로 더욱 빛나길 바랍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공한 영화감독인 는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것을 맞아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옛 친구 P를 만나기로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P를 보며 그 빼어남과 명석함에 열등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P와 같은 대학 의대에 진학할 만큼 자신을 독려한 원동력이었다. P는 논문심사장에서 파격적인 내용을 발표하곤 미국으로 건너가 상류층만 이용한다는 병원에서 외과의로 이름을 날리다가 돌연 노르웨이로 옮겨가 면역학 연구의로 일한다. P의 성과 앞에 위축됐던 나는, P와 달리 영화감독의 길을 택하여 성공하고, 자신이 이룬 성취감을 뽐내고자 P가 있는 백야의 노르웨이로 간다. 알량한 자기 과시를 통해 P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한 걸음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 P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라 생각하고 동경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 해온 나의 눈앞에 있는 그는 더 이상 범접키 힘든 우상이 아닌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기괴한 인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소설은 천재의 몰락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통해 선망과 경쟁의 대상으로서 자아의 욕망이 대리 투사된 자신의 거울상인 대상의 해체로 인한 자기 환멸의 허망한 반응과 내적 붕괴감을 뛰어난 서사기법을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 즉 이 소설은 인간 존재의 허무, 그 황량함에 대한 고백이다.”

 

정미경은,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밤이여, 나뉘어라외에도 2008년 이효석문학상 추천 우수작인 타인의 삶, 2008년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 프랑스식 세탁소, 번지점프를 하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장편소설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등의 작품을 꾸준히 쓰며 자신의 소설 세계를 넓히고 다듬고 견고히 만들어 갔다. 그리고.... 2017118일 향년 57, 암으로 투병 중이던 그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급성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그리고 고인의 1주기에 맞춰 소설집으로 묶이지 않았던 근작소설 5편과 고인의 동료인 소설가 정지아, 정이현, 그리고 유족 김병종 화백이 그리움을 담아 써내려간 추모 산문 3편을 함께 묶은 유고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가 출간되었다. 16회 황순원문학상 최종후보작이기도 한 표제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작과비평2016년 여름호에 발표했던 단편소설로, 작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또한 이번 유고소설집의 문을 여는 작품 욕망의 끈을 붙들고 추락하는 남자와 추락할 것을 알기에 욕망하지 않으려는 여자의 쓸쓸한 삶을 정교한 언어로 직조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17회 이효석문학상 후보작으로 오르기도 했다. 평론가 백지연은 작가 정미경을 삶의 세부를 치밀하고 견고하게 새겨넣는작가라고 했으며, 유고집에 실린 추모 산문에서 동료 정지아는 이데올로기를 현실의 삶으로 끌어들여 생생한 피와 살을 부여할 줄 아는 작가라고 그를 기억했다. 동료 소설가 정이현은 정미경의 소설이 어떤 수식에도 갇히지 않기를, 보다 멀리 날아가 다층적으로 읽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썼다. 유고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 또한 자본주의의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독을 촘촘하게 파고들어 존엄한 삶의 방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우리 앞에 남긴다. 그리고 정미경은 말한다. “미워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들을 빼면 삶에서 뭐가 남을까.”

 

난 한 사람을 애도하고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첫 번째 행위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라고 본다. 관계의 시작도 그 관계의 지속도 결국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닐까. 소설가 정미경의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는 늘 그렇듯이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녀를 독자로서 만나 십여 년을 그녀가 보여준 세계에 기꺼이 동참하여, 그녀가 던진 질문들을 통해 이 시대를 보는 새로운 시선 중의 하나를 배웠던 내게 한번은 그녀의 죽음 이후 그를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의 유고집을 받아들고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몸서리치게 그리워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YES마니아 : 로얄 m*****8 2018.04.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가보지도 않은 아프리카 땅이 그리워라.
"가보지도 않은 아프리카 땅이 그리워라." 내용보기
오래 기다렸다, 정미경 작가의 새 작품을 읽어볼 날.     사막 사람들의 조근조근한 이야기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렸다. 아프리카 여행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정미경 작가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아프리카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별>을 읽으면 두고온 그 땅이 몹시 그리워질거다.       어떤 사람은 사막에 도착한 즉시,
"가보지도 않은 아프리카 땅이 그리워라." 내용보기

오래 기다렸다, 정미경 작가의 새 작품을 읽어볼 날.

 

 

사막 사람들의 조근조근한 이야기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렸다.

아프리카 여행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정미경 작가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아프리카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별>을 읽으면 두고온 그 땅이 몹시 그리워질거다.

 

 

 

어떤 사람은 사막에 도착한 즉시, 늦어도 그 이튿날이면

사막과 사랑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자기 안에 사막을 갖고 있는 자들이다.

삶에서 독한 황폐를 겪어본 자라면 단 한 번의 만남으로도 중독에 이르게 된다.(p.18)

 

사막은 은유를 헤아릴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사막엔 칼로 자른 듯 선명한 두 개의 세계 외엔 없다.

빛과 어두움.

그러니, 운명의 모호함에 질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중독될 수밖에 없는 거지.(p.23)

 

기이하고도 황량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사람들은 정신이 없다.

저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달플지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저렇게 함부로 렌즈를 들이대진 못할 텐데.

여행자의 윤리란 여기까지겠지.

너의 고통은 너의 몫.

나는 네게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겠다.(p.72)

 

여행자들은 제각기 다른 사막을 원한다.

어떤 사람은 더 뜨겁고 더 완전한 고립 속에 놓일 수 있는,

가장 깊숙한 장소로 데려다달라고 말한다.

대체로 혼자 오는 사람들이다.

까끌거리는 모래가 혀에 닿으면 불평하는 대신 꼭꼭 씹어 삼키는 이들이다.

어떤 사람과는 단둘이 천오백 킬로를 달려 들어가본 적도 있다.

꼭 사흘을 머물렀다.

하도 적적하여서 마른 가지 하나를 주워 모래에 꽂고 손수건을 묶어놓았다.

너무도 고요해서 귓구멍 속이 먹먹해지면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하곤 했다.

그 시간이 승 역시 나쁘지 않았다.(p.103)

 

 

 

강렬한 유혹의 땅으로 가고 싶어라~!!!

6****u 2010.12.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마음에 사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음에 사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용보기
"아름다움이 그를 죽일 거야."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참혹한 전설을 품고 있다.    친구라 믿었던 K에게 사기를 당해 엄청난 빚을 지게 되고 또한 아내까지 빼았겨 버린 '승'. 그런 그는 K와 아내를 찾기 위해 딸을 데리고 무작적 아프리카로 오게 된다. 여행 가이드를 하며 K를 찾는 그와 아프리카 집에 홀로 남아 시장에서 헤나 문신을 하며 홀로 살아가는 딸 '보라'. 그
"마음에 사막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내용보기

"아름다움이 그를 죽일 거야."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참혹한 전설을 품고 있다.

 

 친구라 믿었던 K에게 사기를 당해 엄청난 빚을 지게 되고 또한 아내까지 빼았겨 버린 '승'. 그런 그는 K와 아내를 찾기 위해 딸을 데리고 무작적 아프리카로 오게 된다. 여행 가이드를 하며 K를 찾는 그와 아프리카 집에 홀로 남아 시장에서 헤나 문신을 하며 홀로 살아가는 딸 '보라'. 그리고 보라를 좋아하는 친구 '바바', 미술품이나 골동품 등 아름다운 것을 수집하는 유명한 디자이너 '로랑', 돈만 밝히는 '바바'의 아버지 '무스타파'의 이야기이다.

 

 제목인 '아프리카의 별'은 영국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의 별칭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으로 표현되는 물질은 아프리카라는 가보지 못한 머나먼 곳이라도 너무나 커다란 욕심은 파멸로 이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h*******e 2010.11.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메마름, 빛과 어둠, 사막에서 찾는 '무엇'에 대하여
"메마름, 빛과 어둠, 사막에서 찾는 '무엇'에 대하여" 내용보기
사막은 은유를 헤아릴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사만엔 칼로 자른 듯 선명한 두 개의 세계 외엔 없다. 빛과 어두움. 그러니, 운명의 모호함에 질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중독될 수밖에 없는 거지. - 23p     승, 보라, 바바, 로랑은 각자의 운명에서 지그재그로 만난다. 운명과 욕망, 알 수 없는 이끌림 사이에서 서로의 삶을 걷고 있다. 누군가를 '찾기' 위해 사는 승, 그 '찾음' 때문에
"메마름, 빛과 어둠, 사막에서 찾는 '무엇'에 대하여" 내용보기
사막은 은유를 헤아릴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사만엔 칼로 자른 듯 선명한 두 개의 세계 외엔 없다. 빛과 어두움. 그러니, 운명의 모호함에 질린 사람이라면 누구든 중독될 수밖에 없는 거지. - 23p

 

 

승, 보라, 바바, 로랑은 각자의 운명에서 지그재그로 만난다. 운명과 욕망, 알 수 없는 이끌림 사이에서 서로의 삶을 걷고 있다. 누군가를 '찾기' 위해 사는 승, 그 '찾음' 때문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는 보라, 아름다운 보라를 곁에 두기 위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찾는' 바바,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기 위해 '찾아' 다니는 로랑. 그들은 빛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생존하고 있다.

 

 

불가능할 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 149p

 

 

자신이 찾는 것을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승'과 '로랑'. 그 사이에 끼인 두 아이 '보라'와 '바바'. 아름다움을 찾다고 죽음에 이르는 '로랑'과 그 아름다운 욕망을 돈으로 바꾸고, 그 돈으로 아내와 친구를 찾는 '승'. 그들이 찾는 것은 결국, 그들의 삶이 되어 버린다. 삶을 좀먹는 '찾음' 속에서 존재 이유가 '찾는 것'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 멈출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 한 가지를 위해 달리지만, 그것이 그만큼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도 모르는 상황.

 

인간은 결국 원하는 걸 갖기 위해, 그걸 선택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갖은 핑계를 만들어내곤 하지. 우선 자기부터 설득해야 하니까. - 218p

 

결국, 로랑은 로랑대로 승은 승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사막을 헤매는 것도 돈을 쏟아 붓는 것도, 딸을 방치하는 것도 합리화한다. 불법 거래도 혈육의 아픔도 원하는 하나 때문에 다 합리화 되는 것이다. 사막이 감추고 있는 것들은, 그들의 욕망만이 아니다. 그들이 제대로 봐야 하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감정마저 감춰버린다. 그들이 진정 '찾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에게 없는 것. '위로'. 일상을 순식간에 파괴해버린 무엇은 위로 하나 남기지 않고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 '위로',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해줄 수 있는 '위로'를 찾기 위해 사막을 헤매는 그들.

'보라', '바바'도 위로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엄마를 잃은 아이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아프리카로 흘러왔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하고, 혼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빠. 그 곁에는 '바바'가 있다. 아빠의 매질과 너무 어릴 때부터 알아버린 '노동'. 그 고통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온 '보라'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어떤 물건 때문에 알게 된 보라, 바바, 로랑. 로랑은 그 물건을 감추는 수단으로 바바를 택하고, 그 대가로 로랑의 정원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된 보라와 바바. 보라와 바바는 길바닥 삶과 다른 그의 삶의 배경에 놀라워하지만, 결국 아름다움을 탐하다 죽어버린 로랑에게 연민을 갖는다. 

 

 

신문 기삿거리가 될 만큼 외로운 사람이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와 있는 동안 좀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었을 텐데. 사소하지만 나누는 순간엔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 252p

 

이런 보라의 독백은,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하는 듯 가슴이 아리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어본 것이 언제인지. 외로움 안에 갇히면서, 사막에 홀로 갇힌 듯 외로워진 보라. 그런 보라가 누군가의 손목을 붙잡고 어설픈 타투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자신을 위로하는 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물건 때문에 보라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바바. 바바는 그 추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짊어지고 사막으로 향한다.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보라가 사라지는 것은 바바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고, 바바는 보라를 찾아 헤매고 싶지는 않다. 곁에 두고,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의 시간을 함께 채우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이렇게 그의 갈망과 나의 갈망이 부딪치는 순간이 있구나. 장소가 아니라 시간이라고 말하지만, 그 시간이란 어떤 장소 속에서의 기억을 말하는 것이겠지. - 233p

 

바바의 독백은 보라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보여주지만, 승과 로랑의 '찾음'에 대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부를 얻고 싶었던 승의 갈망, 승을 유혹해 부를 얻고자 했던 친구의 갈망, 승을 버리고 친구와 떠나고 싶었던 아내의 갈망, 애인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로랑의 갈망, 엄마를 찾고 원래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보라의 갈망. 그 갈망 속에는 시간, 시간 속의 장소가 있다. 잊혀지지 않는 고통. 그 고통은 사막의 빛과 어둠만큼이나 극명하다.

그들이 '찾기' 위해 '쫓았던 것들'. 사막의 신기루처럼 스르르 사라지는 것들. 그들의 욕망은 결국, 사막을 이기지 못했다. 사막의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욕망들은 결국 잡히지 않은 채 사라졌다. 승이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찾아다닌 것은 허상이었을지 모른다. 살아남기 위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보라의 기다림은 바바와 함께 사라지고, 아무리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로랑의 욕망은 숙명처럼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삶에서 독한 황폐를 겪은 그들은, 각자의 사막에 중독되어 사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e 2010.11.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모호한 이들의 삶의 한 켠에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억울함이 한 가득... 아프리카의 별
"모호한 이들의 삶의 한 켠에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억울함이 한 가득...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 글쎄 메디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천 년이 넘었다는 메디나는 삶의 모든 국면이 뒤엉켜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피요한 것들을 그때마다 하나씩 채워넣으며 만들어진 곳.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족의 공간. 부정형의 건축과 측량이 불가한 골목길과 파악이 불가능한 인구가 뒤엉켜 사는 곳... 은하수처럼 많은 상점들과 그 틈에 또 사람들이 깃들
"모호한 이들의 삶의 한 켠에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억울함이 한 가득... 아프리카의 별" 내용보기

  “... 글쎄 메디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천 년이 넘었다는 메디나는 삶의 모든 국면이 뒤엉켜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피요한 것들을 그때마다 하나씩 채워넣으며 만들어진 곳.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족의 공간. 부정형의 건축과 측량이 불가한 골목길과 파악이 불가능한 인구가 뒤엉켜 사는 곳... 은하수처럼 많은 상점들과 그 틈에 또 사람들이 깃들어 사는 집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다. 여기 사람과 여행자들과 또 그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모호한 존재들로 골목은 늘 북적인다. 세상의 다른 어떤 지역과도 닮지 않은, 메디나는 그냥 메디나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그 낯선 땅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낯선 땅에서 슬쩍 얹혀서 살아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모호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승과 그의 딸 보라,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바로 거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막에 대한 동경은 사막 가이드를 하는 승을 통하여, 노린내 강한 어느 이슬람 시장의 풍경에 대한 동경은 승의 딸 보라를 통하여 사라지고 만다.


  오래전 한 잡지의 어시스턴트를 보조하면서 사막을 여행했다는 어느 여행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로 고비 사막을 꼽았던 여행가는 별을 이불 삼아서 보냈던 자신의 하룻밤, 자신이 땅에 등 붙이고 있다는 사실 조차 잊게 만들던 그 하룻밤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대학생이던 나 또한 한동안 그 여행가가 보냈던 고비 사막에서의 하룻밤을 덩달아 소원했다.


  “... 메르주가에 오면 사람들은 별빛 아래서 약간은 이상해진다. 완전히 어두워지면 이곳은 별들의 우주이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별들은 강한 인력으로 사람을 허공으로 둥실 들어 올린다. 가차없이 쏟아져내리는 별빛의 폭포 아래서 누구는 살짝 미치기도 하고 간혹 울기도 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놓거나 남의 인생에 개입하기도 한다. 이유 없이 다투거나 급작스레 친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설 속의 사막은 이십여 년 전 내가 동경했던 사막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사막을 가이드 하는 소설 속의 승은 여행자가 아니라 이곳에서 생활인일 뿐이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친구 K와 함께 도망친 자신의 아내를 찾아서, 그들로 인해 지게 된 채무를 피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십대의 딸 보라와 함께 도망을 쳤고, 그 도망은 다시 끝나지 않을 추적이 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이제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있는 보라는 아랍 소년 바바를 바라보며 어른이 되어 가고, 바바는 보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자신감을 갖춘다. 승은 그곳 사막에서 발견되는 골동품들을 통하여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고, 여행객들은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곳 그러나 승은 돌아갈 수 없는 그곳이 있어 사막에서도 외롭다기 보다는 떠들썩할 뿐이다.


  “... 막막한 슬픔이 갈비뼈 사이에 차오른다. 젖은 가죽 같은 슬픔. 악취나는 슬픔. 피와 살점을 삭히는 슬픔... 사는 일이란 땀에 전 갈색 등짝, 차가운 무교병, 저녁마다 쓸어내야 하는 모래, 모르는 사람의 손목을 붙들고 그리는 타투, 쇠공을 거짓으로 삼키는 일 따위를 사방연속무늬처럼 새겨놓은 모자이크 같은 건지도...”


  몽환적인 사막 위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모호한 이들의 삶의 한 켠에는 슬픔이라기 보다는 억울함에 가까운 감정들이 더욱 짙다. 시장 깊은 곳,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두상과 옷을 만드는 백인 로랑이 어떤 미스터리함을 끄집어내려 했지만 이 또한 명확하게 맥을 짚고 있지는 못하다. 이국의 풍경만으로도 근사한데 거기에 자꾸 미스터리를 덧입히려 했다는 느낌이랄까. 책을 들어 털면 금방이라도 모래가 흘러내릴 것 같은 서걱거림은 그 사막의 묘사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쩌면 근사하게 메말라 있는 사막이 인간 감정의 질척거림으로 오염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0.10.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