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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길
"정직한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길" 내용보기
황석영이라는 작가가 지금까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루한 것을 무척 싫어하며 내용의 사건 전개가 빠른 것을 좋아한다. 예전 현대 소설을 읽으면 방 배경 하나를 설명하는데도 몇 페이지가 소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다가는 중간에 졸지도 모른다. 세세한 설명은 사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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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이라는 작가가 지금까지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지루한 것을 무척 싫어하며 내용의 사건 전개가 빠른 것을 좋아한다. 예전 현대 소설을 읽으면 방 배경 하나를 설명하는데도 몇 페이지가 소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그런 책을 읽다가는 중간에 졸지도 모른다. 세세한 설명은 사실감을 극대화 시키는데 도움이 되지만 영상화에 익숙한 시각적 세대에게는 그렇게 받아드릴 만한 인내력이 부족하다. 그것을 황석영은 잘 잡아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의 소설은 본질은 그대로인데 시대가 변함에 따라 형식이 변해져 감을 볼 수 있다. 말이 약간 어려워 보일 수도 있는데 굳이 설명하자면 그는 소설을 쓸 때 추구하는 철학이나 목표하고자 하는 방향이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방법은 늘 달라진다. 그는 항상 같은 형식의 글쓰기를 고집하지 않는다. 철저히 독자 중심이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시대의 독자를 염두 해 두고 그들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글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젊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 바로 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소설은 영화로 치면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소설에서 이런 패턴을 보기는 처음이다. 물론 많은 소설들이 각 각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재를 펼치며 이야기하는 것은 많이 보이지만 결국 그들은 하나로 모여지는 귀납적 방법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하지만 강남몽은 이와는 다르다. 각 기 다른 주인공들이 인생의 한 과정에 만남은 한 번쯤 스쳐 지나가는 과정은 있지만 이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은 아주 생소한 소설류가 아닐까 싶다. 딱 지금 시대 사람들이 좋아하는 패턴이다. 거기서 한 번 황석영의 글 솜씨에 대해 놀라게 된다. 벌써 예순의 나이를 훌쩍 넘긴 상황에 이와 같은 신세대적 감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는 각 기 다른 다섯 개의 내용이 백화점 붕괴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놓고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 이야기를 뺀 앞의 네 가지 이야기는 강남이라는 지역이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를 잘 만난 운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급변하는 한국의 근현대화 상황 속에 외모, 권력, 잔머리, 힘 등을 사용하여 남들처럼 열심히 일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 모든 것을 얻는 부정하고 지저분한 이야기다 결국 과정이 없는 성공은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저자의 충고가 어려 있어 보인다. 시작은 박선녀란 여자부터 시작된다. 그는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나 외모 하나로 성공한 사례다. 돈을 위해서 요정에 출입하고 보다 더 큰 부를 잡기 위해 김진의 첩까지 되는 운명이다. 쉽게 돈을 벌었기 때문에 물질의 가치 중요성을 모르는 여자다. 소설은 이 여자와 직,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이야기는 시작되며 그녀는 이야기의 시작이자 귀결이 된다. 두 번째 편에 나오는 김진이란 인물은 현재 우리나라 주류라고 할 수 있는 계층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형성되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전형적인 기회주의 인물이며 굉장히 안일하고 자신과 이해득실을 따져 항상 유리한 쪽을 선택한다. 결국 그 안일함은 자신이 소유한 백화점과 함께 무너진다. 세 번째 인물인 심남수는 비노력형 인간으로 대표적 방임주의 인물로 나온다. 대학까지 나온 인텔리지만 당시 시대적 상황 상 백수로 허송세월을 보내다 한 순간 부를 잡게 된다. 정말 운이 좋은 인물이다. 나중엔 모은 돈을 갖고 일본 유학을 가 학위까지 받고 한국에서 교수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기만 아는 지식인이다. 네 번째 이야기 인물인 홍양태는 우리나라에 깡패들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고 그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왔는지를 알려주는 인물이다. 힘 하나 믿고 여기저기 휘둘리고 이용만 당하다 결국에는 오랜 세월 교도소만 들락날락 거리며 인생을 허비한 인물로 나온다. 결국에는 주변 자신을 따르던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혼자 남게 된다. 마지막 인물 정아는 바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명 현대 서민이란 인물들이 격동하는 근현대사 속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녀의 부모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결국 그녀는 이곳에서 마지막 승리자의 모습으로 나온다.

 

정아를 승리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녀가 앞의 네 명과는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난하고 힘겹게 산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받아드릴 줄 알고 그 속에서 노력과 자기희생을 통해 삶을 살아나간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대화의 피해자라 말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당한 아버지, 소설 내용상 그의 아버지는 사고를 당하고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은 동생, 그리고 그런 식구들을 봉양하기 위해 가장 밑바닥이라 부를 수 있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어머니, 정아는 그 가운데 결코 낙담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앞에 놓인 인생이란 길을 헤쳐 나간다. 여기서 비교되는 부분이 바로 박선녀다. 그녀는 가난을 벗어나고자 보다 쉬운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부를 얻었다. 결코 깨끗한 방법이 아니며, 그 돈은 약간 불결해 보인다. 박선녀와 정아가 함께 무너진 백화점 바닥에 갇혀 있을 때, 박선녀는 정아의 사연을 들으며 자신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정아는 정색하며 거부한다. 물론 정아는 그녀의 돈이 부정직해 보여 거부를 한 것은 아니다. 정황상 정아는 그녀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아는 박선녀가 알지 못하는 가치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경험에 대해 알 수 없듯 박선녀는 바로 그 점을 모르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 하나의 소중함을 말이다. 사실 이 거부는 정아가 아닌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이런 사회의 부정한 모든 것을 거부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저자는 이런 제안이 오더라도 결코 받아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정아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또 우리에게 그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읽던 책을 쉽게 놓을 수 없다. 이 부분이 작가의 뛰어난 점이기도 한데, 그는 첫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 하지 않는 채 두 번째로 들어간다. 그 때부터 독자들은 과연 박선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 하며 책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 궁금증은 차츰 다른 인물의 이야기가 들어감에 따라 조금씩 머리 한 구석으로 밀어놓게 되지만, 그러다 정아가 나타나는 부분에서 우리는 다시금 박선녀를 생각해 낸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한편으로 씀씀이가 헤프고 벼락부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그녀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왠지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그러다 정아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모든 돈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박선녀에 대해 다시금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곧 현재 상황에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결국 살아남지 못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약간의 동정심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죽었을 때, 왠지 모를 씁쓸한 마음이 들게 된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인간 본연의 따뜻한 품성에 대해 나타내고자 하는 듯 보인다. 없는 이들일수록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 저자는 가진 자들에게 너희도 그런 마음이 있느냐고 묻는 듯하다. 결국 정아는 살아남고 박선녀는 죽고 만다. 한편 정아가 결국 그 무너진 백화점 시멘트 더미 속에서 끝내 살아남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녀가 바로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으면 우리는 결국 좌절하고 말 것이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죽음까지 그리 허망하다 생각하면 우리는 쉽게 말해 살맛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작가는 그런 우리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그녀를 구출해 낸다. 결국 작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그려 내고 있다.

 

이 땅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모두 그런 꿈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게 살기 위해 무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에 있어 정직성은 중요하지는 않다. 어떻게 해서든 그 자리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이런 현상이 사회에 일반화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우리나라의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정직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은 어리석고 바보가 되는 세상이 바로 이 대한민국이란 땅이다. 그런 상황을 보면 처음 시작이 얼마나 중요함을 느낄 수 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난 이 대한민국에서 그 점을 고치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사회의 아주 깊은 곳까지 또 우리의 정신이 그것을 당연시 여기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런 어둡고 암울한 성공지상주의 현실 속에 희망을 말하려 애쓴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백화점이 한 순간 무너지듯 튼실하지 않은 기둥은 항상 위태하며 어느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력하지 않고 얻은 부와 성공은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물론 가진 그들은 쉽게 무너질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자신들의 뿌리는 이 땅에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가 끊어지면 전부가 다 말라 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기회에 편승해 권력 얻은 김진이란 인물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인물들을 보며 우리나라 사회 구조가 어떤지 볼 수 있다. 이 사회는 정치, 경제, 언론이 한데 어울려 하나를 뽑아내면 마치 감자 줄기처럼 쭉 뽑혀 나올 것 같다. 이렇게 다 들어내어 한꺼번에 고치면 좋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마치 머릿속에 박힌 총알을 잘못 빼면 목숨에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처럼 건드리기가 녹록치 않다. 그렇다면 누가 그 수술을 해야 할 것인가? 평생 머릿속에 아픔을 달고 살 것인가? 그 대수술을 할 수 있는 부류, 그들은 바로 우리다. 작가는 우리 같은 서민들이 그 어려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정아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정아의 부모가 광주로 갔을 때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의 권리를 조금씩 찾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부조리한 이 사회를 고치기 위해서는 힘을 하나로 합쳐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 마침내 정아가 무너진 백화점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 정의가 바로 설 것이며, 정직하게 일한 데로 성공할 수 있는, 그래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다.

 

강남은 상징적 의미이다. 실질적으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 근대화의 어두운 뒷모습이다. 한국은 근현대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빠르고 긴박하게 전개되며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여태 조국 근대화라는 이념으로 우리가 둘러보지 못한 부분도 많고 애써 외면한 부분도 많다. 이제 우리는 외형적으로 다른 나라 부럽지 않은 많은 발전은 이뤘다. 하지만 과연 내부는 어떠한가?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멈춰 서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며 쉼 호흡을 하고 다시 앞으로 나가기 위해 현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다가올 세대에게 실망과 낙심을 안겨줘서는 안 된다. 현재 고통 속에 힘겹게 하루를 살아나가는 서민이라는 사람들, 계속해서 그 연장선을 만들 것이냐? 대한민국은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다. 이런 사회에는 밝은 미래가 없다.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낡고 편협한 그런 모든 부정의를 청산하고 그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에 그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형성될 때 우리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의욕적으로 일하고 웃으며 행복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접는다.

l*****9 2010.07.14. 신고 공감 18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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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욕망으로 일그러진 강남의 형성사
"개발욕망으로 일그러진 강남의 형성사" 내용보기
<개밥바라기별>,<바리데기>등 이미 집에 소장하고 있는 작가 "황석영"의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몽>이 내가 그를 접한 첫 소설이었다. 딱히 청소년소설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장르문학만을 고집하던 외골수같은 성격이 가장 큰 영향을 준듯하다. <강남몽>을 선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상위 1%에게만 허락된 그 곳 강남, '한수이남개발계획'후 거대한 거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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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바리데기>등 이미 집에 소장하고 있는 작가 "황석영"의 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몽>이 내가 그를 접한 첫 소설이었다. 딱히 청소년소설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장르문학만을 고집하던 외골수같은 성격이 가장 큰 영향을 준듯하다. <강남몽>을 선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상위 1%에게만 허락된 그 곳 강남, '한수이남개발계획'후 거대한 거품으로 가득찬 강남의 형성사를 추적한다는 책의 소개글 덕분이었다. 서민에겐 "로또아니면 답없다"라는 광고문구처럼 감히 넘볼수 없는 그곳 강남, Fact에 기반을 둔 다큐소설이라는 뉴스의 글에서 지금의 거품에 가득찬 강남이 형성된 배경을 알수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1995년 강남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기점으로 개발욕망에 부풀어 부실공사가 만연했던 "강남의 꿈"을 파헤친다. 여기서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소재는 나에겐 좀 특별한 사건이었다. 친척누나가 그 사건의 피해자 였고, 장장 32시간만에 구출됐던 생존자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http://gilbut2.egloos.com/7639735) 그래서 였는지 책을 읽는데에 남다른 궁금증이 뒤따랐고, 부실공사로 얼룩진 "강남의 꿈"의 희생자라는걸 알게되었을땐 적잖은 분노마저 느끼게 됐었다. 5장에 등장하는 백화점 직원인 임정아의 시선이 친척 누나와 오버랩됐음은 틀림없었다.

 

 

강남의 형성사를 이룩한 4가지 부류들

첫번째, 삼풍백화점 '김진'회장처럼 일본군의 밀정으로 해방 후엔 미군 정보요원을 거치며 얻은 권력과 정보를 이용해 기업가로 변신한 타입이다. 김진이 백화점과 아파트를 지은 땅을 알아본다면 해방 후 미국이 접수한 알짜배기 땅을 부여받은 것이니, 국정 대세에 따라 처신를 잘한 부류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부제처럼 양심보단 실리를 추구한 그들의 욕심이 거품에 가득찬 강남을 만들게 된다. '사업 어때요? 공연히 실속없는 일에 세월 보내지 말구 우리 같이 돈 좀 벌어봅시다. 내가 미군 지투 연락관을 오랫동안 해봐서 잘 아는데, 군납건설이 아주 짭짤하더군. 미군이 주둔한 이래로 대한민국의 큰 공사는 전부 걔들 거야.' -p166

 

 

두번째, 부동산 개발업자인 '심남수'는 청와대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강남일대 땅을 떼기형식으로 사고 되파는 작업을 통해 땅값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대서울백서" 와 "한강교개발계획"등을 빌미로 땅값에 날개를 달게한 실질적인 핵심 인물들이 이 심남수와 같은 부동산 개발업자 들이다. '일단 맞춤한 땅을 계약하면 인감증명 효력기간이 삼개월이니까 그동안 땅문서를 돌리는 거야. 한 바퀴에 평당 오백원에서 천원 떼기만 해도 짭잘하지. 요지는 데도리해서 우리가 샀다가 경쟁을 붙여서 올려놓을 수도 있구 말야' -p220 

 

 

세번째, 부동산에 빠질수 없는 조폭세력이 있다. 대규모 이권다툼이나 사업주체와 주민들간의 이해가 대립하는경우 빠질수 없는 세력이 조폭이다. <강남몽>에서도 개발바람이 불어와 호텔과 상점등 이권다툼의 핵심이 되는 강남지역에 조폭들의 피비린내 나는 이권다툼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 핵심 인물이 '홍양태'이다. '호텔 업소와 오락장들은 성업중이었지만 강남에 건설되는 호텔의 이권을 선점하려는 조폭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p305  

 

 

네번째, 가난한 국밥집의 딸이었던 '박선녀', 참한 외모를 이용해 요정의 마담에서 귀한손님을 모시게 되고, 부동산에 손을 대어 룸살롱을 차리게 된다. 훗날 김진회장을 만나 그의 후처가 되면서 부유한 사모님의 생활을 누리게 된다. 1장에서 그려지는 소위 상류계층 사모님들의 투기성 투자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강남사모님'들의 면모를 지켜볼 수 있다. '알아서들 하세요. 용인 부근인데 머 도시계획에 도로가 뚫리는 땅이라나? 아직 소문이 안 났거든. 우리집 양반 말루는 육개월이면 쇼부가 난다든데. 하긴 두 덩어리니까 한쪽은 내가 양보할게.' -p19

 

 

이처럼 4분류의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고 돌아가며 지금의 강남을 형성해 놓았다. 실제 소설에서도 박선녀는 김진의 후처이며, 홍양태는 선녀의 룸살롱에 밀주를 대는 깡패였고, 심남수는 선녀의 투기를 도와주는 부동산 업자이다. 하지만 백화점이 붕괴하고 그 아래 박선녀가 깔리며, 저 멀리 홍양태는 카지노에서 돈을 날리고, 우정건설은 부도를 맞는다. 빠르게 성공한 속도의 제값을 치른걸까? 아니면 과욕이 불러온 큰 대가일까? 개발시대의 욕망과 투기, 음모와 배신이 만들어낸 거대한 거품의 강남이 견고히 보였던 백화점과 함께 무너져 내림은 앞만 보고 달려야 했던 시절의 부실했던 내면의 모습들과 치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박선녀의 죽음 옆엔 백화점 아동복 매장 임시직원인 임정아가 있다. 최하층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세워진 "강남의 꿈"앞에서 임정아만을 살린것은 과욕으로 채워진 귀족계층이 아닌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단계에 위치한 그들에게 희망을 부여하려는 것처럼 보여졌다. 정아처럼 땀의 가치를 알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서민계층들의 진실된 삶에서 희망을 찾고있는건 아닐까 생각한다.  

 

지루한감이 없지 않았던 책이지만, 좋은책이다 나쁜책이다를 떠나서 강남의 형성사를 알게된것 하나만으로도 꽤나 값진 시간이 된듯하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럭셔리한 삶이 대변되는 그곳, 어쩌면 등장인물들의 몰락처럼 한없이 덧없고 꿈같은 일로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누려보고싶은 사치스럽지만 간절한 꿈이라 생각한다. 물론 출처불분명한 돈으로라도 내 배를불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로또아니면 답이 없을만큼 노력에 비해 보상의 정도가 미비할지 모르지만, 허황된 욕망과 꿈을 쫒아 덧없는 삶을 사는것만큼의 어리석음을 가지진 말아야할 것이다. 



n******s 2010.07.25. 신고 공감 13 댓글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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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한국현대사를 아우르는 욕망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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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땅부자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쓰이는 말인줄은 모르겠으나 새로 개발이 나는 지역의 땅주인들을 아우르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그저 앞에 강남만 버리고 대입하면 일약 땅값 올라 부자되었다는 뜻이려니말이다.   자본주의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점차적으로 팽배해질대로 팽배하고 멀리 중국까지 찾을 필요없이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역시 해가 다르게 그 격차가 벌어져
"강남몽, 한국현대사를 아우르는 욕망의 꿈" 내용보기

강남땅부자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쓰이는 말인줄은 모르겠으나 새로 개발이 나는 지역의 땅주인들을 아우르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그저 앞에 강남만 버리고 대입하면 일약 땅값 올라 부자되었다는 뜻이려니말이다.

 

자본주의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점차적으로 팽배해질대로 팽배하고 멀리 중국까지 찾을 필요없이 우리사회의 빈부격차역시 해가 다르게 그 격차가 벌어져 간극의 형상을 띄고있는 처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성공을 쫓기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나간다.

 

너나할것 없이 부를 얻기위한 방법에 골몰한다. 부동산경기는 이미 지나갔다느니 돈을 벌 방법은 주식밖에 없다느니 궁여지책에 힘을 쏟는다.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의 애씀이 때론 힘겨워 애처롭고 때론 그 안에도 끼지 못하는 자신이 모자라보여 어깨가 늘어진다.

 

그런데 세상은 어째서 좋아지기보다는 점점더 악화되어 가는것인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근대사, 현대사를 내딴에는 주섬거려본다하는데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것이다.

 

흔히들 농담삼아 하던 말, 통일이 안되서 그래, 너같은 사람때문에 통일이 안되는거야. 라던 철지난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김구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우리나라는 달라졌을까? 민주주의가 좀더 빨리 자리를 잡고 빈부격차가 한쪽으로 쏠리는 경제발전은 없었을까? 그런데 김구선생님이 암살당한 배후는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자신의 입지가 불안한 이승만이 시킨 일이라고도 하고 공산권의 소행이라고도 하고 미국의 소행이라고도 했다. 어려서 들은 이야기들이 늘 여러갈래였다.

 

나는 왜 같은 동족끼리 이런 비극이 벌어졌는가부터해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것 투성이었다. 의문은 차지하고서라도 뭘 모르던 어찌할수도 없던 5공시절을 지나면서 어른이 되었을때 역시 그간의 사건뉴스, 지난 비리폭로등을 주워들기 바빴다. 그저 부자들을 위하 정책이 아니라 나라의 기반이 되는 서민경제를 위하는 정책을 펴주고 비리없는 정부를 꿈꿀뿐이었다. 왜냐면 내가 아는 것은 늘 부분적인 조각이었고 나는 숲 전체를 보지 못했으니까. 그저 그저 먹고사는데 지장만 없게만 해주십시오 나리. 하며 조아리던 조선시대 백성들과 다를 것이 무엇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일본의 강점기를 지나 일본으로부터는 놓여나 독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주권이 칠칠맞지 못하던 해방이후, 한국의 현대는 어떻게 지나왔는가. 이 거대한 물음을 강남몽이라는 욕망의 조각을 한데 아우르는 이야기가 집약하여 한 눈에 펼쳐보인다.

 

욕망의 붕괴

최고의 번화가, 최고의 부를 상징한다 할 수 있는 최고의 소비장소인 강남의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다. 무너지는 백화점속에 박선녀가 있다. 박선녀는 사고로 인해 천덕꾸러기가 되버린 아비의 병구환과 눈코뜰새 없이 바쁜 가겟일 뒤치닥거리에서 놓여날 일 없는 와중에 빼어난 미모로 하이틴 모델로 스카웃되었다가 인맥과 사업수완이 큰 조마담에게 발탁이 되어 유흥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맏딸의 책임과 궁핍한 생활에서 보다 성공하기를 꿈꾸는 박선녀는 부동산업계의 심남수, 전국조직계를 휘어잡던 홍양태, 중앙정보부에서 건달조직을 쥐락펴락하던 윤무혁과의 인연을 거쳐 욕망의 최대 실현자처럼 보이는 김 진을 만남으로써 일약 강남사모님으로 등극한다. 그리고 그 욕망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백화점붕괴에 함께 삼켜지게 되고 어둠속에서 살아남은 무너진 구조물 저 편의 어딘가있는 임정아와 차례로 인연을 맺는다.

 

박선녀와 인연을 내비치는 이 인물들의 일생들이 퍼즐조각처럼 아귀가 맞으며 현대의 한국사회가 어찌 이루어졌는가를 통틀어 면밀한 모습을 아우른다.

 

욕망의 출발

박선녀와는 환갑이 지난 나이에 만난 김진의 어린 만주 시절, 가족들은 살고자 만주로 떠났으나 오히려 살길은 막막하고 가진것 없어 중학이후 더 배우지도 못하던 김진이 일본의 밀정노릇을 하던 김창수의 눈에 들어 좋은 실적을 보이며 뛰어난 기량을 연마한다. 모든게 뒤집어졌을때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김 진은 그 기회를 잡고 성급히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흔적을 되도록 남기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다.

 

동족이 동족을 배신하는 모양새이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라를 송두리째 잃고 국권을 잃지 않았다면 즉, 왕권이 유지되었더라면 과연 한국이란 나라에 신분제도가 폐지되는 일이 있었을까하고. 폐지되더라도 그 시기가 근대화이후 현대로 접어들면서 바로 시작되었을리는 없으리라 본다. 불과 이 십여전까지만해도 상놈출신이니 양반의 자제라느니 왕족의 후손이라느니 하는 출신의 뿌리라기보다 성분을 앞세우는 모양새들을 기억하자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민초들의 기회를 얻는 삶이란 지금같지 않았을 터이다.

 

팍스 아메리카

미국의 제국주의의 일면은 그간 많은 영화나 드라마로도 남미나 아프리카등의 내전에 개입해 미국쪽에 유리한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면모를 알수 있었으나 한국의 자립과정에 어떤 깊숙한 관여를 했는지는 내가 보지 못한 문제일수도 있겠으나 좀체 드러나지 않았다.

 

소련과의 세력견제에 중점을 두었을뿐 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의 삶은 그리 중요치 않았다. 김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잡게 도와주는 일제세력이었던 이희철과 친숙했던 일본인 문관이 헤어지며 조선반도는 이제부터 일본과 미국의 지휘 아래 대륙을 견제할 최일선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떨어져 있어도 한몸입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반쪽이 된 한반도 남한에서 군정을 펼치던 미국의 정보기관인 224 CIC 파견대는 남한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도쿄[東京] 제441 CIC 파견대의 통제를 받다가 1946년 2월 13일 서울에 파견된 제224 CIC가 남한에 주둔하는 모든 CIC 파견대에 관한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같은 해 4월 제971 CIC 파견대로 교체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네이버 백과사전 참조)

 

6.25전쟁의 영웅이라 칭송받던 맥아더는 일본에서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그치게 만든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여전히 한국을 오지로 분류하여 한국파병들에게 오지특별수당을 지급하는 미국의 시선은 한국은 일본과 함께 묶어 관리하는 대상인뿐인 것이다. 그런 미국의 시각에서는 좌익세력의 견제장치로써가 중요했다.

 

p94. 조선에 대하여 오년간의 신탁통치안이 결정되자 임정계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탁운동이 치열해졌고 좌파는 반탁에서 찬탁으로 노선을 바꾸었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이해관계가 달랐던 이유도 있었다. 이차대전 이후 미국은 아시아에서 반식민지 해방운동의 주체세력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수적인 민족주의 세력이 우세한 곳에서는 반식민지 입장을 취하면서 독립에 찬성했지만 좌익이 우세한 곳에서는 신탁통치나 식민지 기득권틍을 내세워 과거의 사회체제를 유지 존속시키는 정책을 폈던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미국에 절대적으로 협조적이거나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는 정부가 필요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고 자주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했으나 나라가 나누어지는 것을 막으려 하는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같은 인사들을 제거한다. 미국에게 중요했던 것은 좌익세력의 청소였고 한반도에서의 자신들의 세력를 정당화시키는 일이었다. 

 

p113. 우리에게는 별로 시간이 없다. 코리아의 새 정부가 소련에 대한 교두보로서 세계의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공산주의도 민족주의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 제주를 궁지로 몰아넣어 좌익에 가담케한뒤 폭동의 시범지역으로 상황을 진전시키고 그 상황을 이용하자는 김진의 제안이 실행된다.

 

p114.

...이천오백여명의 제주 청년드를 닥치는 대로 체포 구금했고 그 과정에서 수십여명이 죽거나 부상당했다. 고문중에 죽은 청년들의 시신을 바다에 투기하려다 발각되어 민심이 더욱 들끓었다.

 

  이제 제주도민은 분노 때문에 또는 살기 위하여 산으로 오르지 않을 수 없었고 상황은 의도한 대로 폭발 직전까지 다가서고 있었다. 자발적이건 동네의 집단적 행동에 의해서이건 남조선 노동당 입당자는 거의 육만여명에 이르렀고 그 가족들까지 치면 도민의 팔십 퍼쎈트 지지를 확보했다고 추정되었다.

 

90년대 초, 제주를 배경으로 동족간의 상잔의 비극을 그렸던 박광수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를 통해 제주민들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이해하게되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최근 노근리사건의 전모를 그려낸 영화 작은연못이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가 아니라 왜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를 그런식으로 대했는지 재차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미국은 자신들의 용이함을 위해서 또 조선이란 나라가 일본에 지배를 받아 억울했던따위는 관심사항이 아니어서 일본의 행정인사들을 그대로 등용하고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일제점령기 일본세력이었던 많은 사람들은 서로서로를 보호하며 권력을 다져간다.

 

(일제시대때 매국노였다느니 그래서 그 재산을 압수해야한다느니 하는 안들이 무색해졌다. 그리고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알수 있었다)

 

김진은 그런 미국의 권력의 끈을 놓치않고 경험을 통해 철저히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조정하는 힘을 택한다. 그가 가진 인력과 연줄을 통해 건설업에 뛰어들면서도 그는 표면적인 건설건을 따내는 회사가 아니라 모든 건설에 빠지지 않는 전기부문을 독점한다. 그리고 군사정권, 새로운 정당의 정치자금고 관련된 주고받는 비리자금의 대목을 거쳐 그 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 말년에 이르러 젊은 미인과 결혼하는 이희철을 보며 마음의 허전함을 느끼고 그 즈음 박선녀를 만나게 된다.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시대의 이유를 거친 자들로, 김진을 비롯한 김진처럼 일본의 밀정이었다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오히려 차후 더욱 더 출세의 행보를 달리는 이희철, 김창수같은 인물도 있지만 이 대목에 젊은 날의 박정희가 나온다. 그는 어째서 유신정권을 원했을까? 단순히 권력에 대한 야욕이었을까? 내게 있어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의 내세울수 있는 빌미를 준 역사의 오류라 생각했던 박정희란 인물에 대한 관심이 처음으로 생겨났다

 

욕망의 구체적인 과정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나 재정은 허약했다. 정부는 정치자금과 비자금 마련의 수단으로 강남쪽 땅값을 올리고 올리 과정에서의 차액으로 자금을 모은다. 이른바 떼기. 

 

p220.

ㅡ떼기가 뭐예요?

ㅡ일단 맞춤한 땅을 계약하면 인감증명 효력기간이 삼개월이니까 그동안 땅문서를 돌리는 거야. 한 바퀴에 평당 오백원에서 천원 떼기만 해도 짭짤하지. 요지는 데도리해서 우리가 샀다가 경쟁을 붙여서 올려놓을 수도 있구 말야.

 

p221.

  ...인감증명 효력기간인 삼개월 동안에 중간매매자들을 거치면서 여러차례 떼기를 하고 나서 넘겼다.

 

  그렇게 해서 최사장은 손쉽게 요지의 땅을 매입해 땅값이 열배나 오르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고 박기섭은 최사장을 위하여 땅을 매입해주면서 조금씩 자신의 밑천도 늘려갔다. 기묘한 것은 어쨌든 그 기간에 손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서울시청 도시계획과장인 주인호에게 자금대고 강남 영동 지역 일대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옆에 땅이 올라가면 그 동서남북이 다 올라가는 이치에 당시는 어마든지 전매도 하고 가명도 쓸 수 있던 시대라 매입계약서에는 여러 주소와 이름이 사용되었다. 이후 청와대는 토지투기를 계획하여 자금을 불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주과장을 도우면서 토지투기에 관련된 사람들역시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이러니 어찌 대통령친척이라거나 친구라 가장한 사기가 끊이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토지투기의 일선에 있던 심남수는 돈판이 춤추듯 휘날리는 꿈판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일본으로 떠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때 심남수는 가정을 꾸리고 대학에 자리도 얻었다. 젊은날의 횡재로 안전한 중년기로 안착한 그는 백화점이 붕괴되는 소식을 듣고 그를 부동산업계로 이끌었던 박기섭이를 떠올리는데 박기섭은 여전히 과다한 과열중이었고 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고 일년 뒤에 과다한 부동산투자에 따른 부도로 속도의 제값을 치른다.

 

욕망의 조각들이 한 눈에 보이다

해방 이후 한국의 현대사에 정격유착과  토지투기를 통한 자금마련등의 부분이 있다면 또한 떼놓을 수 없는 것이 주먹이라 부르는 어두운 세력일 것이다. 이 어두운 세력은 과연 정부와는 별개의 독립된 세계였나?

 

심남수와 헤어진 뒤 심남수가 남겨준 밑천으로 박선녀는 신흥시가지의 관광호텔지하층을 통째로 세를 내어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연줄이자 동업자로 홍양태와 손을 잡지만 판이 바뀌어 속담에 무꾸리에 맛들이면 도깨비가 연이어 몰려든다는 표현을 떠올리며 그 싹을 아예 잘라버리기로 맘을 먹고 남산에서 근무하는 중정 수사관 윤무혁 실장의 도움을 받는다.

 

내가 미처 겪지 못했던 날들이었으나 억압된 분위기로 팽배했던 80년대 남산은 상징적으로 매우 두렵고 우울한 곳이라는 것을 수많은 매체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남산에서 근무하는 윤무혁이가 하는 일은 어두운 세계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홍양태와 강은촌이 주먹세계의 세대교체를 이루고 반목하는 사이사이 비자금조성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카지노와 슬롯머신의 이권을 취득하면서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대외적인 홍보용으로 검거하기를 되풀이한다.

 

욕망이 아니라 삶의 방편을 갈구하는 이들, 우리는 그들을 희망이라 부른다.

박선녀와 함께 씨멘트더미아래 깔려 갇힌 박선녀와 생면부지였지만 마지막을 함께 한 임정아는 성장배경은 박선녀와 그리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중학교에 들어가 빈부격차를 확연히 느끼고 집을 부끄러워하자 정아의 엄마 점순은 정아의 아빠 판수와 지금의 집을 장만하기까지의 어려운 고난에 대해 들려주며 부끄러워하지않는다. 또 점순은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나가고 중산층계급의 가정으로 파출부를 다니지만 그녀가 목격한 것은 부와 비례한 행복이 아니었슴을 딸에게도 일깨워준다. 그래서였을까? 정아는 박선녀가 좋은 집과 소아마비동생의 전동휠체어까지 다해주겠노라는 박선녀의 말에 솔깃해하기보다는 쉽게 얻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품으며 단호히 거절한다. 엄마앞에서 맹세한 나 정말 열심히 살거야.란 의지로 굳건한 모습이다.

 

강남의 꿈을 꾸는 틀어올리던 이들중에 '더불어' 라는 의미를 가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좀더, 더, 더를 원했고 그들의 욕망은 결국 바벨탑이 쓰러지듯 붕괴되어 버리고 만다.

 

정아의 부모인 점순과 판수의 성남지역에서의 고난스러운 삶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나 전태일평전등에서 일찌기 접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상황을 벗어나 그렇게된 이유에 대해 점순과 판수의 고된 세월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희망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들이 더 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 붕괴되어 버리는 욕망의 가장 밑바닥에 있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눈 먼 돈을 바라지않으며 정직함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갖는 희망이란 것은...

어쩌면 임정아가 박선녀만큼이나 집이 지긋지긋해서 보다 더 좋은 단계의 삶을 바랐을수도 있다. 그러기에 앞서 몸이 불편한 동생을 위해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자신이 꼭 열심히 이루고야 말리란 다짐이 먼저였다손 치더라도 혹시라도 임정아가 박선녀만큼이나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면 혹시 그녀도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서 좀더 빠른 방법을 택할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단순히 임정아가 박선녀만큼 약지 못해서 에둘러가는 길을 택한것이라 봐야할까?

 

이에 우리는 가치관형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점순이 목격한 잘산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비싼 돈을 들여 교육이란 투자를 들이는 아이들의 인성이, 가치관이 바르다고 할 수 없는것처럼, 남들 보기엔 빼어나보이던 아이에게 원하는 성적등수를 요구하는 엄마에게 그 등수를 올리고 비웃듯이 추락해버린 아이의 세상이 여전히 계속되는 통탄할 작금의 현 시점속에 묻고 싶었던 어디서부터 잘못 된것인가를 강남의 꿈에서 찾는다.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그럼에도 살아간다. 보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밟고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그 잘못된 모습을 들여다보고 반복하지 않을 길을 찾아 앞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강남몽과 황석영

남의 나라에 대해서는 찾아서도 본다만은 정작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해서는 부분부준 갈래 흩어져 동냥하던 모습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로를 찾는 마음이었던 것이 한눈에 아귀가 들어맞아 거대하게 펼쳐지며 들여다뵈지는 느낌이었다.

 

현대를 거론할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인 조정래의 전집들을 읽으며 분노에 떨고 개탄했던 것과는 또 다른 뻐근한 느낌은 황석영이란 작가의 크나큰 묵직함을 새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펜은 세월이 흐를수록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그 척도를 가늠할 수 없슴을 황석영의 강남몽을 통해 깊이깊이 느끼지 않을수 없슴이다.

 

이렇듯 한국사의 중요한 부분을 쉽고 재밌게 이해하고 알게 해준 황석영작가님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리뷰 총점 종이책
저마다의 처절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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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강남은 은마아파트에서 사셨던 큰집 주소일뿐... 성수대교에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후 TV서 보여지는 아수라장을 보면서 충격에 따른 감정의 동요는 있었지만 여전히 나와는 연관없는 일들. 이런 기억을 일깨워주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 책이 있었으니 <오늘의 거짓말/삼풍백화점>이었다.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5시 55분 서초구 서초동 1675-3번지.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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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강남은 은마아파트에서 사셨던 큰집 주소일뿐... 성수대교에 이어 삼풍백화점 붕괴후 TV서 보여지는 아수라장을 보면서 충격에 따른 감정의 동요는 있었지만 여전히 나와는 연관없는 일들. 이런 기억을 일깨워주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 책이 있었으니 <오늘의 거짓말/삼풍백화점>이었다.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오후 5시 55분 서초구 서초동 1675-3번지.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한 층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초에 지나지 않았다./오늘의 거짓말中 줄거리 발췌. 그날의 그시기의 절절한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상대로 내 감정이 서늘해진 느낌은 작가의 필력이었으리라. 강남몽 역시 관점과 풀어냄은 달랐지만 또다른 충격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른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한때 많이도 성행했고 주문처럼 되뇌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경우도 많이 봤다.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 할지라도 느낌과 쓰임새 상황따라 다르다고 꿈, 드림, 몽을 비교하면 왠지 몽은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선지 현실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강남몽을 통하여 강남형성사를 보게 되니 강남엄마 따라잡기 라는 드라마가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치를만한 배경에 놀라움뿐이다. 옹이가 많은 강남인지라 아니 강남몽인지라 튼튼한 강남, 굳건한 강남이 아닌가 싶다.

 

선녀가 등장하는 동화는 항상 꿈이자 환상이면서 왠지모를 기분좋음이다.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선녀는 선하면서 이쁜 용모를 연상시킨다. 그런 선녀가 이름이면서 그런 조건을 갖추었으니 이름하여 박선녀. 미인박명이란 말도 있고 좋은일엔 마가 낀다던가? 착하고 이쁜 사람에게 불우한 환경은 독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유혹에 빠지는게 아닌 스스로의 미모를 무기로 현실순응하는 삶에랴.

 

관심(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면에서 두각을 나타냄이 가장 빠른 방법. 남들 다가는 길은 멀고도 긴 시간을 요하자니 지름길이나 샛길로 가는 방법을 찾으면 손쉽다는 생각에 옳고 그름을 떠나 쉽사리 선택하는데...이러한 길을 선호하든 안했든 얽히게 되는 인생사. 그곳에 김진, 심남수, 홍양태가 있다.

 

삶은 살아남아야 됨을 일찌기 알아버린 김진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는 사람이지만 결코 후환이 될만한 일은 남기지 않는 사람. 과시욕이나 명예보다는 실리를 좇고 그 관리를 잘 하는 사람으로 동물적 본성이 늘 그로 하여금 기회를 붙들게 한다. 인생이 결정될 수 있는 시험에 친구를 대신 들여보내고 그 사이 장기내기를 하는 심남수는 그때부터 벌써 정석인 길과는 거리가 먼 사람. 그를 인도하는 운명의 신은 그가 평탄하고 안정된 길을 가는 대신 다른 길로 행로를 열어준다.

 

가정 환경이 불우할수록 더 겸손해지고 주제 파악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불평 불만에 못마땅함과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있다. 같은 사안이라도 나쁜 쪽으로 민감하게만 받아들이는 상황은 자라온 유년시절이 여유로움이 없기에 자연히 형성된 철학이자 인생이리라. 홍양태는 그렇게 멋진(?) 깡패이자 건달이다. 무협지조차도 읽어보지 못한 내게 참으로 불편하고도 끔찍한 패싸움들은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정치와 개입이 되고...

 

미모든 주먹이든 권모술수든 모두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죽기살기로 살길을 도모할때 가진 것 없으니 성실과 진실함만으로 자신의 삶을 일군 사람도 있다. 임정아와 그 부모님. 그런 부모님의 자식이니 근본부터 타고난 바른 사람인 임정아. 명품을 사들이고 자신의 월급보다 많은 돈을 쓰는 고객들을 대해도 그건 일일뿐 부럽다거나 허황된 꿈은 꾸지 않는다. 자신의 가족들의 소박한 삶을 꿈꿀 뿐이다. 노력해 얻는 값진 삶. 그 속에서의 행복찾기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인생상이지만 그러기엔 우리사회는 너무나 조급증들이 앞서다보니 바보같은 삶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강남. 그 강남은 저마다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삶을 일궈낸 곳이다. 저마다의 사연이 모아지다보니 옹이가 많다. 그 옹이가 많아서 강남이 튼튼하고 굳건한건가? 저마다의 욕망과 희망 거기다 현실이 버무려지니 강해진건가?  아직도 강남어데선가는 혹은 다른 지역 어느 곳에서 삼풍백화점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건 한 장의 단란한 가족 사진 속에서 빛나고 있는 미소일 수 없다. 저마다의 욕망이 번들거려도 모두가 살아있는 때가 행복했을 것인가? 그 욕망위에 모래성일지라도 이룬 뒤 사진 속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 더 행복하다 여길 것인가?  철옹성처럼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강남만이 알 것이다.

 

 

k******5 2010.07.31. 신고 공감 10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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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욕망은 그래서 더 유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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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참 좋아하는 작가였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항상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이런 작가를 동시대에 두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느낌까지 가졌었다는 기억이다. 그러다 언제였던가? 난 강은교 시인의 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한 것 들도 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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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참 좋아하는 작가였다.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항상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이런 작가를 동시대에 두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느낌까지 가졌었다는 기억이다. 그러다 언제였던가? 강은교 시인의 시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어떻게 보면 그보다 더한 것 들도 수없이 보아왔는데, 그러나 떠난다면 떠나게 내버려두고 난 침묵하리라 마음 먹었다. 아직도 미련은 남아 있기에, 이 책을 보면서 한마디 말쯤은 있을 줄 알고, 눈에 불을 켜고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소설인지, 역사서인지 잘 모르겠다. 하기사 작가 본인도 대하소설을 쓸까, 어쩔까 망설였다니 그럴 만도 하겠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해방 후 현대사는 소설 속의 인물들을 빌려 혹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려한 건 아닌지 오해(?)도 든다.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설 속 그들의 이름과 행적을 더듬으면 실제 누군가 금방 떠오른다.

 

1995 6월 어느 날 오후

그날따라 저녁에 회식이 잡혀 있다. 매일 계속되는 술에 속은 별로 좋지 않았지만, 저녁에 빠질 수는 없어서 동료와 함께 라면을 먹으러 갔던 것 같다. 라면을 먹다가 어느 순간, 할말을 잃고 TV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 백화점이 무너져?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이미 지난해 멀쩡하던 다리가 무너지는걸 보았기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강남에서 제일 좋다는 백화점, 부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던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것도 저녁준비를 위해 찬거리를 사러 나온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그때부터 우리는 인간이 흙더미 속에 고립되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회사일로 만나는 외국사람들이 다리얘기를 꼭 하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백화점 얘기까지 하게 될 것 같다. 이 곤혹스러움을 어떻게 피하나..

 

 

내가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던 그 시간..

김회장의 이른바 세컨드인 박선녀는 백화점 지하2층에 차를 대고, 지하1층 둘째 며느리가 운영하는 가게로 올라온다. 김회장과 아침부터 전화로 말다툼을 했지만, 본부인의 둘째 며느리 생일이 오늘인데 그냥 지나가기는 뭐해서 선물을 주려고 온 것이다. 그 순간 건물이 흔들리더니 천정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정신을 잃는다. 깨어보니 사방이 깜깜하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 갇혀있다. 움직일 수도 없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고, 어머니가 국밥 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집안의 장녀였던 박선녀, 여상 3학년이던 해 모델수업을 받다가 유흥업소로 빠진다. 업소 사장의 후원으로 룸싸롱 마담이 되고, 그때 알게 된 부동산업자 심남수의 도움으로 부동산투기라는 것도 해본다. 강남이 막 생기던 무렵 호텔지하에 나이트클럽을 차리고 주먹조직 홍양태의 비호를 받으며 돈을 모은다. 주먹들의 세력싸움에 가게가 넘어갈 위험에 처하자 중정 수사관의 도움으로 나이트클럽을 정리하고 룸카페를 차려 영업을 하던 중, 어느 날 김회장과 합석을 하게 되고, 이내 그의 후처로 들어 앉아 딸 진희까지 낳으며 부유한 생활을 즐기던 중, 운명의 날을 맞아 돌더미속에 깔려 있다.

 

 

박선녀가 지하1층으로 들어서던 그 시간..

대성백화점 김회장은 백화점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보고에 백화점 및 대성건설 관계자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있다. 어느 순간 건물이 붕괴되기 시작한다는 소식에 정신 없이 밖으로 뛰쳐 나온다. 굉음소리와 함께 건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뿌연 먼지만이 눈앞을 가린다.

 

우리는 말이지 천벌을 받아 마땅하군.

그렇지만, 현실이 너무 강력해서 하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거야.

언제는 텐노우(천황)를 위해서 했나요? 빨갱이 잡자구 한거지.

맞아, 그게 우리가 살길이야.  (92-93p)

10살 때 가족을 따라 만주로 이사간 은 일제의 밀정 노릇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서울로 온다. 서울에서 미군정청의 특무기관원으로 취직한 그는 해방 후 5.16 군사정권이 들어서기 까지 우리의 현대사에 드리워졌던 각종 정치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중앙정보부 창설 후 군을 떠난 김진은 건설업을 시작하고 군사정권과 결탁하여 큰돈을 번다. 강남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미군에게 불하 받은 강남 땅에 아파트와 백화점을 짓고, 그는 이 땅에서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득권 세력이 되어 있었다.

 

 

김회장이 멍하니 뿌연 먼지를 쳐다보고 있던 그 시간..

심교수는 자신의 건축사무소 에서 일을 하다가 백화점이 무너지는 뉴스를 듣는다. 그리고 십 수일이 지난 후 마지막 생존자인 점원소녀가 구출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박선녀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이미 그의 기억에선 잊혀져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다리가 놓이겠지. 길 가는데 땅이 있고 땅은 돈이 된다. 이게 부동산투자의 첫 번째 원칙이야. (207p)

군 제대 후 백수로 놀고 있던 심남수는 어느 날 통금에 걸려 유치장에서 부동산업자 박기섭을 만난다. 그는 박기섭과 함께 말죽거리 신화가 시작되던 시절부터, 정권이 벌인 부동산투기 남서울계획을 통하여, 그리고 특혜 분양한 한강아파트까지 관여하면서 막대한 돈을 번다. 특혜분양사건이 터지기 전 일본으로 건너간 심남수 10년 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교수로, 건축설계업자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다.

 

 

심남수가 사무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그 시간..

홍양태는 제주도 카지노에서 가지고 있던 돈을 다 털리고, 소파에서 잠시 쉬다가 백화점 붕괴 뉴스를 듣는다. 그는 무감각하게 서울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달라고 한다. 어쩔라구 카지노에 또 갔냐는 김현수말에 홍양태가 대답한다. 어이, 인자 두번 다시 오면 니가 내 형여…’

 

나가 현장에 나가 있을 팅께 니덜은 대으원이고 국회으원이고 사정없이 패부러. 이번 일이 잘되먼 오선배 칼침사건도 마무리가 될랑갑다. 글고 이건 경비에 써라. (292p)

고등학교 때 광주 충장로파에 들어가 그곳에서 잔뼈가 굵은 홍양태는 이십대 초반 동생들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온다. 북창동과 무교동 일대에 이미 터를 잡고 있던 호남주먹 선배들과 지내던 그는 광주 북구파의 강은촌과 경쟁을 하면서 호남주먹 패권시대를 연다. 이권과 사업을 쫓는 폭력조직이 된 그들은 조직간 싸움으로 교도소를 들락날락하며 강남으로 그 무대를 옮긴다. 그러나 유신시대가 끝난 후 삼청교육대에 다녀오면서 그들의 전성기도 끝난다. 그 후 그들은 정보부 수사관들의 관리를 받으며 정치사건에 휘말리고, 감옥과 사회를 오간다.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그들은 출소 후 모두가 스스로 재기해 보려고 하였지만 세월은 이미 그들 편이 아니었다.

 

 

홍양태가 제주도에서 전화를 걸던 그 시간..

아동복매장에서 근무하던 임정아는 오후 휴식시간 동료와 간식을 먹고 매장 카운터로 돌아왔을 때 갑자기 우르르 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바닥이 쿵 소리를 내더니, 위에서 뭔가 한꺼번에 덮치면서 그녀는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영순이가 딱지 임자고, 일순이가 딱지 산 놈이고 맨 꼬래비 이순이가 어디 남는 자리라도 없을까 무허가로 버텨볼라는 놈여. 하여튼 내가 출장소허고 좀 통헌께 어찌 싸게라도 구해보자구. (352p)

임정아의 엄마는 시골에서 단신으로 상경하여 구로공단 봉제공장에서 일하다가, 역시 건축공사장에서 미장일을 하던 청년과 만나 살림을 차린다. 그러다 광주대단지(성남) 사업소식을 듣고 광주로가 천막생활을 시작한다. 그 후 그곳에서 일어난 폭동사건을 한가운데서 겪고 고생 끝에 겨우 집을 마련한다. 그러던 중 정아 아빠는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자리에 눕고, 정아 엄마는 파출부 일을 다니면서 집안을 꾸리다, 정아가 백화점에 취직하자 앞으로의 희망에 가슴 부풀어 한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기회가 있으면 강남형성사에 대하여 한번 쓰고 싶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말한다. 강남이라.. 어떻게 보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강남의 개발은 해방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모순들이 다 그곳에 응축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그곳에서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자들은 누가 뭐래도 해방 후부터 이어져 내려온 이 사회의 절대적인 기득권층이다. 그래서, 그들은 강남을 통해서 다시 한번 그들만의 철옹성을 굳게 구축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하듯이, 개발독재의 산물로 이루어진 강남에서 다리가 무너져 내리고, 백화점이 붕괴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현대사가 겪어야 할 업보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말이지 천벌을 받아 마땅하군. 그들도 처음에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천벌을 받았어야 함에도, 아직까지 굳건히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이란 것을..

 

그러나, 세월은 그들에게 그것이 맞는 것 이었다고 말해주었다. 아니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작가는 아무 말이 없나 보다.



k*****1 2010.07.09. 신고 공감 9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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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백화점 속에서 사람은 태어난다
"무너진 백화점 속에서 사람은 태어난다" 내용보기
이 소설은 1995년 강남 상품백화점 붕괴사고를 모델로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오욕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들은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옴니버스 형태로 약간 다른 시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결국 각 장의 주인공들은 그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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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995년 강남 상품백화점 붕괴사고를 모델로 실재 인물을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오욕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들은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옴니버스 형태로 약간 다른 시대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결국 각 장의 주인공들은 그들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은 '인연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이런 형태의 구성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시도가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그런 인연의 끈 중간중간에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실제 인물들을 매우 그럴 듯하게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일제강점기 밀정 출신의 백화점 회장과 희대의 조직폭력배 두목을 박선녀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연결시키고, 역시 가공 인물인 약삭빠른 부동산업자를 통해 이제는 부도가 난 모 건설업체의 회장을 연결시키는 식으로..

  

작가 황석영 선생님 스스로가 '강남형성사'라는 부제를 다셨듯이, 이 작품은 강남이라는 금싸라기 땅의 형성과정을 기본 줄기로 깔고, 그 줄기 요소 요소에 주인들을 하나하나 배치시켜 작품 중 그들의 행보와 실제 강남개발을 '짜집기' 한 표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엮어낸다. 작품 중 박정희, 전두환 등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 들은 실존 인물의 실제 이름을 약간씩 변형시킴으로써, 소설을 읽어가며 그들이 실제로 누구인지를 독자로하여금 스스로 파악하게 하는 재미 또한 이 작품에서 놓칠 수 없었던 부분^^ 

 

 

백화점이 무너지다...

 

이야기의 처음은 작품 중 대성백화점이라 불리는 강남의 인기 백화점의 붕괴로부터 시작한다. (1995년 초여름, 상품백화점의 붕괴.. 나는 그 당시 회사 사무실에서 퇴근을 앞두고 책상을 정리하던 중 틀어놓은 TV를 통해 이 사실을 접했다) 주인공 박선녀는 백화점 회장 김진의 늙으막에 생긴 '세컨드'다. 그녀는 북창동을 거쳐 강남에서 룸싸롱 마담으로 경제성장기 작은 성공을 맛보다, 잘난 인물 덕에 회장의 눈에 들게 되고.. 세컨드로서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의  백화점에 자기 또래의 며느리 선물을 사러 들렸다 붕괴현장에 매몰되어 버린다.

 

그녀의 삶은 전후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 성장이라는 큰 '도그마'에 짓눌려 변화와 희생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한 나약한 존재(여성)의 격동적인 삶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일제강점기 만주로 가족들을 따라 이주한 김진은 우연한 기회에 일본군 수하의 밀정으로 일하게 되고, 곧 그의 '비열한 재능'을 인정받아  일본군 정규군으로서 반일세력의 동향을 정탐하고 이들을 잡아들이는 활동을 하게 된다. 일본이 패망한 후, 미군군정 시기 과거의 이력이 도움이 되어 다시 미군 정보부 요원으로 활약하면서.. 그는 부패와 혼란으로 점철된 격동기에 자신의 부와 명예를 착실히 거머쥐게 된다.

 

그의 삶은 '과거청산'이라는 과제가 가지는 중압감과 그 안에서 과거와 유착한 권력 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삶의 처연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 작품 전반 중 철저한 고증에 의한 역사적 사실의 흔적들이 가장 잘, 그리고 많이 배어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분하면서 상기되어 읽었던 부분.

 

 

길 가는 데 땅이 있다...

 

어느 부동산업자를 주인공으로 강남개발의 역사를, 다시 말해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정-관 중심의 '로비와 투기의 역사'를  그리고 있다.  재주부리는 곰과 돈 버는 중국인들이 누구였는지, 그 엄청난 개발사업의 막대한 이익에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 발자국' 크기만큼도 혜택도 받을 수 없었는지를 가공의 부동산중개업자의 눈을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개와 늑대의 시간...

 

우리나라 조직폭력 계보에서 큰 획을 긋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일대기를 통해  '성장의 그늘''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름만 들어도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다 아는 두명의 조직폭력배 두목의 한마디로 '무식하기 짝이 없는' 삶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충직한 권력의 개'로 길들여진 '어리석은 늑대''허무한 황야의 꿈'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황석영 선생님의 엄청난 내공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

 

 

여기 사람 있어요...

 

백화점 붕괴로 매몰되었다가 마지막으로 구출된 점원의 이야기.  그저 세상을 너무 믿었기에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부모 밑에서 여전히 세상에 대한 꿈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어리석지만 가장 '인간적인' 소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매몰 현장에서도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외친다. '여기 사람 있어요..'

 

 

작가 황석영 선생님은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1990년대 중반이 우리나라의 전환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형식적 민주주의의 달성과, 개발 독재의 종언과 자본주의의 정착이라는 두가지 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한다. 스스로의 기억 속에서도, 이러한 전환기의 반향은 사회 전반의 참 여러곳에서 나타났던것 같다. 대학의 학생운동, 대중음악, 문학 등 문화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의 변화 등...

 

이 작품 역시 그러한 변화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듯하다. 과거사를 등에 업고 더러운 욕망위에 세워진 백화점의 붕괴, 개발이익을 독식해 성장한 기업의 몰락, 어느새 높은 들의 충직한 개로서 역할을 하다 늙어 폐기처분되어버린 늑대, 돈과 화려함만을 쫓아 스스로를 높이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던 여인의 죽음 등은 이제 그러한 시대의 종언을 상징하는 일종의 메세지는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폐허의 땅에서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과는 다른, 이 작품의 주인공들 중 유일한, 진짜 '순수한 인간'은 목이 찢어져라 외치는 걸게다. '여기 사람 있어요..' 라고.

 



p***i 2010.09.07.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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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내 마음속 욕망의 백화점을 무너뜨려라
"[강남몽]내 마음속 욕망의 백화점을 무너뜨려라" 내용보기
나는, 지난 7월 28일 보궐선거때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서울 은평을 선거구'의 주민이다. 이번에, 우연히도 이 소설을 읽으며 동시에 이 지역 1번 후보가 내건 개발공약이 얼마나 어르신들에게 잘 먹히는지를 생생히 보게 되었다. 묘한 독서 경험이었다.   이 소설은 강남형성사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제재로 다루지만 실제로는 광복 이전까지 아우르며 현재 남한을 경제적 정치적으
"[강남몽]내 마음속 욕망의 백화점을 무너뜨려라" 내용보기

나는, 지난 7월 28일 보궐선거때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던 '서울 은평을 선거구'의 주민이다. 이번에, 우연히도 이 소설을 읽으며 동시에 이 지역 1번 후보가 내건 개발공약이 얼마나 어르신들에게 잘 먹히는지를 생생히 보게 되었다. 묘한 독서 경험이었다.

 

이 소설은 강남형성사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제재로 다루지만 실제로는 광복 이전까지 아우르며 현재 남한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집단들이 어떻게 부와 권력을 쥐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이야기로 풀어주고 있다. 거의 한국현대사 축약본처럼 보인다. 역사서 지루하다고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 장점이 거꾸로 이 소설에서 깊은 문학적 향기는 느끼기 어렵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소설의 각각의 장을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은 전부 강남개발과 관련있거나,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1장의 주인공인 박선녀는 백화점 회장의 첩으로 전형적인 강남사모님의 하루를 보내다가 붕괴 당일 백화점 지하에 갇혀 사망한다. 2장의 김진은 붕괴된 백화점 회장이다. 그의 일제시절부터의 삶을 따라 남한현대사의 정치, 경제적 모든 문제가 펼쳐지게 된다. 작가는 김구, 박정희 등 정치인은 실명으로, 그외 인물은 장영자는 장영숙,이러는 식으로 조금 바꿔서 등장시킨다. 그러기에 이 부분이 전체 소설 중에서 제일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계속해서 작가는 3장의 심남수를 통해서는 부동산 개발업자를, 4장 홍양태를 통해서는 정치권과 결탁, 혹은 정치권력에 이용당하는 폭력조직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박선녀나 홍양태나 임정아나 없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 잘 살기를 꿈꾼다는 출발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5장의 임정아이다. 매장 직원으로 일하던 그녀가 백화점 붕괴 후 건물잔해에 깔린 채 박선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부분을 통해 독자는 건강하고 정직한, 일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작가는 <바리데기>의 용두사미 결말과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살아남는 임정아를 통해 독자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광주대단지 사건을 온몸으로 겪은 그녀 부모의 삶을 통해 강남 등 도시개발 때 이득을 챙긴 무리뿐만 아니라 오히려 변두리로 밀려나간 사람들의 입장까지 소설에서 그려준 점이 좋았다. 이런 각각의 주요 인물들이 서로 다른 장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기도 하며 소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하나로 얽힌다. 결국, 남한의 잘못된 자본주의,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백화점과 인물들은 붕괴하고야 마는 것이다.

 

지금,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재보선도 끝났다. 선거 결과를 놓고, 예전의 나라면 겨우 1억 몇 천 만원하는 다세대주택 한 채 가졌으면서도 종부세 세금폭탄 맞을까 두려워서 여당을 찍거나, 무조건 여당 후보를 찍어야 나라가 안정된다는 주장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그저 뒷방 노인네로 몰아부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자연 다른 각도로 생각을 하게 된다. 비단 내가 사는 이 은평구 지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일반적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실제로 경험하여 갖게된 묘한 소외감과 피해의식, 박탈감과 선망에 대해서 말이다.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시고 베트남 사우디 강남 파출 다녀와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자식들을 교육시켰건만, 불과 몇십년 사이에 벌어진 경제격차를 다 목격하고 이를 감당해내야 하는 보통의 대한민국 어르신들, 바로 우리의 부모님들,,, 현재 강남과 대한민국 그외 지역의 경제력 차이는 거의 인도의 카스트처럼 계급으로 굳어져 버렸다. 그러기에, 오늘날 서울 강북의 낙후 주택가 지역의 어르신 유권자들은 재개발을 내세우는 1번 후보에게 표를 몰아 주시는 것이었다. 이 지역이 새로운 강남이 되길 바라는 '강남의 꿈'을 꾸며 말이다. 그러나, 그 아랫세대인 우리는 과연 그 꿈에서 지금 자유로운가?

 

저자는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몽자류 소설'을 언급하며 <강남몽>으로 소설을 작명한 이유를 밝혔다. 이런 몽자류 소설은 일단 작중인물이 스스로 경험해 보아야 하고, 그 다음에 그 꿈의 헛됨을 깨달아야 그 꿈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로 짜여있다. 내 생각에 저자는 '강남몽'이란 제목을 통해 강남개발의 주,조연 인물들에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인 우리들에게도 그 강남의 헛된 꿈에서 깨어나라는 언질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 소설속의 백화점 붕괴는, 마치 구약성서의 바벨탑의 붕괴 같은, 911 미국 뉴욕 무역센터 붕괴 같은, 마땅히 우리의 의식의 전환을 가져와야만 할 상징적인 사건이 되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붕괴 후 15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잘못된부의 집중을 비판하면서도 각자 본심은 이러한 부의 형성과정에 뒷북치며 참여해서라도 부자가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임정아처럼 부자의 호의를 당당히 거절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때묻은 인간이지 않은가. 

 

나도 부자로 잘 살고 싶다는 욕망, 이해는 한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 일인가? 강남으로 상징되는 남한의 현대사와 경제성장의 그늘에 대해 외면하고 '나 홀로 부자'의 꿈만 꾸는 것이? 대기업 소유의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말랑말랑 블링블링한 처세 실용서나 주워담아 와서 읽으며 연봉상승을 꾀하다 좌절하고, '이번에 로또 맞으면 강남 아파트를 사야지'하는 공상이나 하며 사는 것이? 개발 공약에 솔깃해서, 내 아파트값 오르기만 바라며 눈 질끈 감고 투표하고 사는 것이? 이것이 과연 옳은 삶인가? 

 

아,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우리가 당장 이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문제제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자, 비판하면서도 내 마음속에 세워두었던 '나의 강남의 꿈'으로 채워진 욕망의 백화점을 어서 무너뜨리자. 그리고 이제 거짓된 각자의 꿈에서 깨어나, 다함께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점을 독자에게 깨닫게 해 주기에 '이미 무너진 백화점'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 '아직도 무너지지 않은, 무너져야만 할 당신 욕망의 백화점'에 대한 소설일지도 모른다.

 



m******n 2010.07.31. 신고 공감 8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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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불패의 잔혹사-강남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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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강북에서만 살고 있는 우리 집도 강남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기회가 한번 있었다.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1970년대 말이었던가. 집안 친척을 통해 강남 쪽 아파트가 싸게 나왔다는 정보가 엄마한테 들어왔다는데, 하지만 엄마는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출을 많이 안고 들어가야 입주할 수 있었던 형편에다 빚 갚느라 몇 년 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던 우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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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강북에서만 살고 있는 우리 집도 강남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기회가 한번 있었다.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1970년대 말이었던가. 집안 친척을 통해 강남 쪽 아파트가 싸게 나왔다는 정보가 엄마한테 들어왔다는데, 하지만 엄마는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출을 많이 안고 들어가야 입주할 수 있었던 형편에다 빚 갚느라 몇 년 동안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던 우리 부모들은 많은 돈을 빚져가면서까지 강남 입성을 감행할 배짱이 없었던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그 선택으로 우리집은 강남과 멀어졌다. 이제는 강남 진입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버렸으니, 만약 그때 그 강남 아파트에 입주했다면 우리집 식구의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우리 집 부동산 자산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을 것이고, 나는 부의 상징처럼 돼 버린 8학군 학교 졸업장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강남이란 환경과 요즘 말로 스팩을 훈장처럼 과시하며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8학군과 주상복합아파트로 대변되는 강남의 삶은 20세기 후반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조선시대 무릉도원에 버금가는 꿈의 공간으로, 나아가 욕망하는 삶의 스타일로 군림하고 있다.


‘강남몽’은 서울특별시에서도 더욱 특별한 강남 형성사를 다루고 있는데, 작가가 무려 황석영이다. 황석영이 누구던가. 분단의 아픔에 월남전에, 산업화의 그늘에 광주에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지점마다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작품을 선보였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 그가  1995년 ‘강남,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이란 시공간을 중심축으로, 일제를 거치고 분단이 고착돼 가던 과정, 개발 독재 시절, 그리고 80년대를 거치면서 왜곡된 현대사의 비틀어진 욕망들이 어떻게 강남에 속속들이 투영됐는지 포착하고 형상화했다.

그의 눈에 비친 강남은 한갓 지역이 아니었다. 한국 현대사를 통시적, 공시적으로 한 씨줄과 날줄로 직조된, 대한민국의 왜곡된 역사와 천민 자본주의, 소비주의의 총체적인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삼풍의 붕괴는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던 부패하고 비도덕적인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진, 박선녀, 심남수, 홍양태, 그리고 임정아.


강남몽에서는 이들 다섯 인물의 삶이 교차로 서술되고 있다. 이들은 한 시대의 질곡을 관통하며 생존해냈다. 그러다 무너진 백화점을 매개로 직간접으로 서로 얽히게 되면서, 그들의 삶 역시나 커다란 전환을 맞게 된다. 이들 각각은 마냥 허구적인 인물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존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반민족적인 처신으로 외세와 결탁했던 인물 그리고 자본, 그런 자본에 기생해 불로소득을 추구했던 인물들, 관권으로 사욕을 채웠던 관리들, 자본과 정치 권력에 이용당하다 버려지는 조직 폭력배 이들은 이해관계를 통해 서로 인맥을 형성하면서, 기득권을 누리게 된다. 강남은 농사짓고 집짓고 사는 땅이 아닌 사고팔아 이문을 남기는 상품일 뿐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돈을 좇았고, 그것을 위해 '사람'과 '도덕'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움켜쥔 돈으로 말초적 쾌락과 욕망을 추구하며 내면과 삶은 피폐해졌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노동자의 딸로 역시 노동자가 된 인물, 이들 중 유일한 노동자이고, 앞으로도 노동자로 살아갈 인물이 임정아이다. 이들에겐 땅이 상품이 아니라 삶의 터전일 뿐이다. 그녀가 백화점 붕괴 현장 속에서 구출되고 살아남은 것은, 건강한 몸뚱아리 하나로 벌어먹고 사는 이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렇게  ‘강남몽’은 노동의 가치를 부정한 불로소득 위에 쌓아올려졌고, 그렇기에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사상누각이었다.


이 다섯 명 중 내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내가 여자라 그런지 박선녀와  임정아 이 둘이었다. 박선녀의 젊은 시절 가정형편은 임정아와 유사했다. 박선녀가 미모를 발판으로 유흥업에 뛰어들지 않고, 평범한 삶을 택했다면, 임정아처럼 일하면서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질 않았다. 강남은 박선녀에게 많은 돈을 안겨줬지만 결국 그녀는 백화점 건물에 매몰돼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런 그녀에게 한편으로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에서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작부 백화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산업화의 그늘에서 고향을 떠나 떠돌아야 했던 백화처럼 그녀 역시 고향을 떠나 부초처럼 떠돈 인물이었기 때문이리라.


‘강남몽’이 아니더라도, 하루 아침에 붕괴됐던 삼풍 백화점, 앙상한 철근과 뼈대를 드러냈던 삼풍백화점의 그 살풍경한 모습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십오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분노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이미 강남은 강력한 현실이라는 걸 경험하고 있으니까.

대학 동창 하나는 자식들에게 강남적 삶을 마련해주는데 전력을 다했다. 강남으로 이사해서 그곳 유치원을 다니게 하고, 강남 학연을 만들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요즘 강남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강남에서 자라서 비슷한 사고와 삶의 방식을 누린 상대나 며느리 사위감을 선호한다면서. 그렇게 그들은 강남적 삶을 재생산하고 대물림하려 든다. 강남은 진입이 자유롭지 못한 철옹성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돼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떤 이들에게 ‘강남’은 이렇게 진입하고 뿌리 내리고 싶은 꿈이고, 욕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현실의 또 다른 단면이다.


어떤 꿈을 꿀 것인가? 한 개인의 꿈과 욕망, 욕망을 충족하는 방식은 그나라의 역사와 사회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강남몽은 보여주고 있다. 역사와 사회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삶의 방식은 알게 모르게 개개인들의 꿈과 욕망을 지배하고 있다.

박선녀의 죽음을 다시 돌이켜봤다. 생의 마지막 순간, 박선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순간에 임정아에게 딸 진희를 만나달라고 한 것을 보면 딸만큼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그리고 구사일생 살아남은 임정아를 생각해봤다. 그녀는 어떻게 살아가고, 그녀는 어떤 꿈을 간직하고 무엇을 욕망하며 살아갈까.


삼풍의 붕괴는‘강남’으로 상징되는 불로 소득과 소비문화, 그리고 돈과 소비에 매몰돼 자아를 상실하고 부나비처럼 물욕을 좇는 사회에 대한 경종이다. 반면에 유일한 노동자 임정아의 생존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아무리 돈이 돈을 버는 시대라 해도 노동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공동체를 공동체답게 만드는 핵심라는 것을. 

작가 황석영은 '강남몽'의 자리에 자본에 압도당했던 노동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으로, 희망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나아가 비단 강남뿐 아니라 자본의 기세가 등등한 신자유주의시대에도 역시나 노동의 가치는 빛을 발하고 유효하지 않을까.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이제는 고속성장과 개발을 향해 질주하느라 외면했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강남몽'에서 깨어나 사람답게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자문하고 자답해 볼일이다.

e****0 2010.07.30. 신고 공감 8 댓글 24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 자본주의를 강남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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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물장수로 돈을 번 강남 사모님 '박선녀', 일제 정탐에서 시작해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기업가로 변신하였다가 백화점 붕괴로 몰락한 변신의 화신 '김진', 70년대 강남 개발 시기 부동산 투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심남수', 몸뚱이 하나 믿고 세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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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명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다.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물장수로 돈을 번 강남 사모님 '박선녀', 일제 정탐에서 시작해 미정보국 요원을 거쳐 기업가로 변신하였다가 백화점 붕괴로 몰락한 변신의 화신 '김진', 70년대 강남 개발 시기 부동산 투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심남수', 몸뚱이 하나 믿고 세상과 맞짱뜨는 뒷골목의 주인공 '홍양태' 등 한국 자본주의 형성사의 단면단면을 보여주는 개성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서울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판자촌 생활을 거쳐온 도시서민 '임판수' 부부와, 그의 딸로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다 붕괴 때 묻혔다가 구출되는 '임정아'의 시선을 통해 삶에 대한 뭉클한 감동을 던져주기도 한다.

 

서로 다른 다섯가지 이야기지만 그들은 강남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 존재로 등장한다. 박선녀는 김진의 세컨드이고 부동산을 통해 심남수와 연결되고 술집 마담시절 홍양태와도 관련을 맺고 있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백화점 점원 임정아와 박선녀는 무너진 백화점에서 같은 곳에 갇히는 묘한 인연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실존인물과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누구를 지칭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강남의 꿈은 결국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물질적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하나하나의 모습이 이웃과 독립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런 삶이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자본주의의 무한경쟁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퉁해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이웃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조용한 목소리가 숨어 있음을 느낀다. 주인공들의 물질적 성공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리는 허망한 것이라는 결론과 함께 백화점 붕괴사건에서 마지막 구출자가 '박선녀'가 아닌 알몸의 '임정아'라는 점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c******4 2010.08.12. 신고 공감 7 댓글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