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들과 DVD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아이들은 몇 번을 봐도 지치지 않는데 비해 나는 한두 번이면 나가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있는 ‘아이스 에이지’나 ‘아이언 자이언트’, ‘오즈의 마법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환타지아 2000’, ‘프린스 앤 프린세스’, ‘피터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그리고 가장 최근에 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장 목록 중 우리 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다는 것이다. ‘로보트 태권V’나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을 사 줄까 생각해 봤지만 좀 옛날 작품이라서 최근작인 ‘오세암’과 ‘망치’를 두고 고민을 했다. 큰애나 작은애나 당연히 둘 다 극장에서 보았고 신나는 ‘망치’를 선호했는데 큰애의 마음을 돌려 ‘오세암’을 사기로 했다. ‘망치’는 재미는 있었지만 비슷한 이를테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비해 주제의 깊이나 그림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듯이 ‘오세암’은 세계 어느 작품과 비교해도 애니메이션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그림과 색이 뒤지지 않는, 뛰어난 작품이다. 다만 매우 잔잔한 이야기가 아이들이 좀 지루해할 수 있다는 점이 오래 망설여야만 했던 이유이다. 마침 옆에서 큰애가 재미있는데 왜 지루하다고 하냐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다행이고 ^^. ‘오세암’은 상당히 공을 들인 애니메이션이다. 그림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고, 약간 째진 눈을 한 길손이와 감이의 모습은 우리가 많이 본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달라 한 편으로는 낯설고 한 편으로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 특히 ‘오세암’에서 빛나는 장면들은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재현한 가을, 겨울 등의 설악산 풍경이다. 아마도 보는 사람을 매혹시킬 만큼 아름다운 수채화풍의 그림은, 이 작품에 대해 쏟아진 찬사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하고 또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러나 ‘오세암’은 아쉽다. 아이들이 반하기에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단조롭고 밋밋하다. 물론 모험이나 환상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아닌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자꾸 보고 싶어 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것이 영화제에서의 호평과 우리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면서도 흥행에 실패한 원인으로, 한 마디로 ‘오세암’은 우리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영화이다. 아! 그리고 오세암의 DVD를 넣는 종이상자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하고 싶다. 색이라던가 그림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좋지만 기능성면에서는 꽝이다. DVD를 넣고 빼기가 상당히 불편해서야 좋은 그림이 무슨 소용일까? 차라리 보통의 케이스였더라면 더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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