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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적 사고를 위한... 과학은 인문쪽 학문과는 가장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으로 이해되어 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물론 최근에 와서 과학에 대한 윤리적 접근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주류적 관점이라기보다는 인문계통에서 지적한 과학의 비윤리성에 대한 논란 위에서 성립된 것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극단적으로 인문학적인 철학과, 극단적으로 이공계적인 과학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형 사유'는 당당하게 '과학적 사고를 위한' 이라는 부제를 앞에 붙여 놓았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왜 과학적 사고를 위해 철학형 사유가 필요한 것일까에 대한 해답을 알아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철학서의 목적성 철학이 생겨난 이유는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이 노동으로서 알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대한 탐구가 바로 철학이다. 그렇다면 철학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것은 선인들이 지금까지 이루어온 사유들의 기록이다. 그리고 후대인은 철학서를 읽으며 선대인이 오랜 시간동안 축적해 온 지식을 조금 더 빠른 시간 안에 접하게 된다. 그것이 철학서의 목적성이다. 시간은 누적되고, 시간에 얽혀든 사유 또한 무게를 더해간다. 그렇게 인류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끊임없이 사유하고, 그 사유의 기록이 바로 철학서인 것이다. #3. 세미철학서의 한계 그러나 대부분의 세미철학서들은 과거의 사유를 담는다기보다는 철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잡다한 사유들을 담는데 지면을 할애한다. 물론 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거나 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입장에서야 어려운 이야기를(심지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도 않아 보이는) 늘어놓는 사상서가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책이 바로 '세미철학서'이다. 물론 이런 세미철학서는 철학입문서로서 꽤 유용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거의 흥미위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으로 분류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철학형 사유'는 좀 독특한 책이다. 과거의 사유도, 현재의 사유도 아닌. 철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진리를 위해 사용하는 기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자신의 목적성을 삼는다. #4.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 과학에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굳이 두 개 정도로 나누어 보자면 공리적 접근과 실증적 접근이 존재할 것이다. 실증적 접근은 실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입증하는 것으로서 완벽한 결과물을 제시하지만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공리적 접근은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이론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것은 실험이 불가능한 과학적 영역을 확장시키는데 사용되며, 동시에 실험이 불가능한 철학적(형이상학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리적 사유의 종류와 성질 그리고 대표적인 예를 설명해 놓은 것이 바로 '철학형 사유'이다. 그렇기에 '철학형 사유'라는 작품의 장르 구분을 정확히 하자면, 세미 철학서라기보다는 논리에 관련된 인문서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5. 과학과 철학의 공통점 과학과 철학은 근원적인 존재에서 어느 정도 공통적을 가지는 것을 보인다. 그것은 과학과 철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적 목적을 파악하는 것에서 나타나는데, 실제로 지금과 같이 과학과 철합이 어떤 대립적 위치에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다. 기존의 과학과 철학은 한 사람에 의해 연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피타고라스나 플라톤, 조금 더 현대적인 인물로는 라이프니츠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것은 과학과 철학이 본질적으로 '사유'라는 개념 위에 세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학이든 철학이든 이론이 성립되기 이전에는 사유라는 과정을 통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추측적 유추나 경험적 사실과는 분명히 다른 성질을 가지는 것인데, 이론과 논거라는 바탕 위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사고는 필연적으로 비판적인 성질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두 학문 모두 궁극적으로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뿐더러, 완벽함을 추구하는 불완벽함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은 이 두 학문이 근본적으로는 완벽하게 일치할 수 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사유의 과정에 한정시킨다면 결국 과학과 철학은 논증과 논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고, 이들은 최후의 '진리'의 완성을 위한 비판적 사고를 지닐 수 밖에 없다. #6. 누구를 위해 이 책은 쓰여졌는가 문제는 책 자체의 문체가 잘해봐야 고등학생 수준의 것이라는 것이다. '~는 귀납추리의 과정이에요' 는 아무리 봐도 청소년 서적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니 사실상 '철학형 사유'는 세미 철학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논리학에 관련된 인문서도 아니고, 심지어 청소년 서적도 아니다. 게다가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 지 더욱 헷갈리게 하는 것은, 목표가 된 독자층과 내용이 만드는 괴리감이다. 솔직히 말해서 중고등학생이 읽고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철학적 담론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 쪽을 전공할 이과학생이 읽기에는(그런 이들은 대부분 인문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인문 쪽을 전공할 문과학생이 읽기에는 너무 쌩뚱맞달까. #7. 뭐... 나름 괜찮다. 물론 '철학형 사유' 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고, 실제로 꽤 빠른 시간 동안 독파할 수 있기도 했고.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위에도 언급한 것처럼 흥미위주 일 수 밖에 없다. 진지하게 철학적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고는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라는 소개에 불과하니까.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 대한, 세상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아, 그런 방법이 있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허무함이 느껴졌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