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 선수를 처음 본 것은 김주희 선수와의 경기였습니다. 여고생 복서 김주희 선수한테 상당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었는데, 신문에서 트럭기사 출신으로 소개된 이인영 선수의 '여자 주먹은 백 대를 맞아도 끄떡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아무래도 깜찍하고 어린 김 선수를 응원했었는데, 김주희 선수도 상당히 잘 했지만 라운드가 지날수록 이인영 선수의 저돌적인 공격과 체력에 당하지 못 하더군요. 상당히 화끈했던 경기라 이후로도 이인영 선수 경기는 빼놓지 않고 시청했는데, 30대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체력이 좋고 튼튼한 파이터형 복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런 이 선수가 한 때는 알코올 중독으로 치과에서 마취가 안 될 정도의 몸이었다고 합니다. 같은 체육관의 중학생을 보면서 20대를 술로 보내지 않고 그 시간에 복싱을 했다면 얼마나 많이 기량이 늘었을까 후회하기도 하는데, 역시 한국에는 금연 캠페인보다는 금주 캠페인이 더 절실한 것 같기도 합니다. 가난한 농가에서 막내딸로 태어난 이인영 씨는 별 생각 없이 즐겁게 살다가 아버지의 죽음과 갑작스러운 큰 오빠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고 본격적으로 술에 빠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남의 집 대문이나 길거리에서 자기도 했고, 정신병원에 보내야 할까 고민하던 언니에 의해 방 안에 감금까지 당했을 정도의 중증 알코올 중독이었다고 합니다. 몇 십 킬로나 되는 콩 부대를 싣고 내리는 트럭 기사일을 하면서 약간은 나아지기는 했지만 일 할 때나 퇴근 후에도 술 없이는 버티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킴 메서 선수의 경기를 보고 복싱에 매료되어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체육관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싱을 하면서 금단 증상도 없이 알코올 중독을 극복하게 되었고, 복싱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도 그만둡니다. 단시간에 프로 테스트를 통과하고 네 경기 만에 한국 타이틀을 따내고, 계속 연기되는 세계 타이틀 매치를 기다리는 곳 까지 나옵니다. 등록된 여자 프로 선수가 20여명이고, 파이트머니는 몇 십 만원에, 사이즈가 맞는 국산 가슴 보호대도 없다는 열악한 현실에서 참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복싱과 경기에 관련된 내용도 있지만 많은 부분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남들한테 밝히기 꺼려질 만한 부분까지 정말 솔직하게 적혀 있습니다. 항상 동생을 위해 헌신한 언니들과 자식들을 위해 온갖 고생을 감내하셔던 어머니가 챔피언을 만든 것 같습니다. 지난 1차 방어전은 꽤 실망스러운 경기였는데, 더 열심히 해서 유명우, 장정구 선수 같은 위대한 복서로 기억되는 선수가 되면 좋겠군요. 그런데 복싱이 야만스러운 운동이라 창피하니 출신 학교 밝히지 말라는 후배의 편지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말 문제 있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