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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든 살이 되던 해인 2009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인빅터스 Invictus>는 세상을 보는 눈길을 크게 넓혀주는 영화다. 게다가 보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작품이다.
검둥이를 깔보고 침 뱉던 흰둥이들에 맞서 싸우다 감옥에서 27년을 보내다 1990년 2월에 나오고, 1994년에 검둥이로서 처음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뽑힌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를 담았으니, 그와 비슷한 삶을 살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나기도 한다.
언젠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영화도 나오겠지. 우리나라 감독이 만들든, 다른 나라 감독이 만들든... 그 영화들은 이 영화만큼이나 가슴을 적셔줄 수 있을까? 사뭇 궁금해진다.
2. 공차기를 하는 검둥이 아이들은 꾀죄죄한 옷에 그냥 둥근 모습만 갖춘 공을 떨어진 신발로 찬다. 길을 가운데 두고, 럭비를 하는 흰둥이들은 말쑥한 옷차림에 제대로 갖춘 운동장에서 뛴다.
가운데 길로 사이렌을 울리며 차가 내달리는데,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가 큰집에서 나오는 날이다. 검둥이들은 모두 외친다. "만델라, 만델라..." 그런데 흰둥이 어른들은 다르다. "나라가 이젠 망하려나 보다..."
아마 국민의 정부가 들어설 때 김대중 대통령을 찍지 않은 경상도 늙은이들도 그렇게 말했다. "나라 꼴이 우예 될라꼬 빨갱이가 대통령이 다 되었뿐노. 인자 우리나라도 망할 끼야.."
나라를 망친 건,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제 뱃속만 채우고 겉치레만 했던 그 늙은이들이 찍은 사람들이다. 거덜난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느라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은 엄청 애를 썼다.
3.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서자 임기가 남은 여러 단체장들도 짐을 싸야만 했다.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온갖 험한 말로, 그래도 안 되면 뒤를 캐면서 힘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검둥이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흰둥이들은 모두 자리를 내놓고 집에 가야 한다. 그런데 만델라는 같이 일하자고 했다. "새 정부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으면 떠나세요. 그러나 말이나 살갗 때문에, 앞의 정부에서 일했기 때문에 그만두지는 마시오..."
오히려 흰둥이들을 미워하는 검둥이들한테 말한다. "여러분, 손에 들린 총과 칼을 바다에 버리십시오...흰둥이들이 가진 것을 빼앗으면 그들을 잃게 돼요"
우리나라의 누구와 너무 다르다. 앞에서는 좋은 말을 하지만, 뒤에서는 고발이나 하는 무리와 다르다. 뒤통수만 치거나 모르쇠로 버티는 치사한 무리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4. 이제껏 남아공의 검둥이들은 제 나라 흰둥이들이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하면 다른 나라가 이기기를 바랬다. 제 나라 흰둥이들보다는 오히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낫다는 것이다. 그만큼 미워한 것이리라.
흰둥이들과 검둥이들의 마음을 엮어 '한 나라, 한 팀'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만델라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럭비다. 1995년에 월드컵 럭비대회가 남아공에서 열리는데, 럭비 시합을 보면서 온 나라 사람들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 속셈이다.
잘 하지 못하는 럭비 대표팀 '스프링복스'의 주장인 흰둥이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한테 만델라는 넌지시 말한다. "잘 해봐..." (한 번 우승해봐! 그래야 우리나라가 좋아져...) 팀에 검둥이라곤 체스터밖에 없고 다들 흰둥이지만, 온 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팀이 되길 바란다.
꼴찌만 하던 팀이 히딩크같은 감독도 없는데 월드컵에서 4강이 아니라 으뜸이 될 수가 있을까? 게다가 검둥이 대통령의 바람을 흰둥이들이 잘 따라줄까? '지지 않는, 진 적이 없는'을 뜻하는 라틴말 '인빅터스'는 만델라한테 맞는 말이지, 럭비팀에게 맞을까?
5. 조금은 억지스런 대목도 보인다. 잠도 자지 않는 빡빡한 일정에 혀를 내두르는 흰둥이 경호원한테 검둥이 경호원이 말한다. "마디바(만델라)가 하면 우리도 할 수 있어..." 일흔일곱 살의 나이에 대통령이 된 만델라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너무 띄울려고 한 것은 아닐는지...
럭비팀이 아내들과 손잡고 만델라 대통령이 갇혀 있었던 감옥으로 구경가서 깨우친다는 모습도 낯설다. 경찰차 곁에서 라디오를 들으려고 얼쩡거리는 검둥이 아이의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는데...
"용서는 우리가 간직한 무기지. 두려움을 없애줍니다. 이젠 다 용서해야 해요" 하며, 나쁜 짓을 했던 흰둥이를 껴앉고 힘들게 살아왔던 검둥이들을 달래주는 만델라 대통령을 맡은 모건 프리먼이 돋보인다. 생김새도 조금 닮았지만 사나운 사람들을 부드럽게 가라앉히는 힘을 보여준다.
영화 디브이디는 나온지 오래되지 않은 덕분에 괜찮다. 화면이나 소리도. 맷 데이먼이 어떻게 럭비를 연습해서 영화를 찍었는지 감독과 배우들이 나와서 이야기 하는 게 좋다. 그런데 보너스가 짧다. 조금 길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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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의 모든 영화 인생이 느낌표로 오는 배우이자 감독이다. 서부극에서의 조용함과 긴장감이 그가 감독으로 보여주는 영상에서 조용함과 화해로 가득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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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를 보내면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Invictus>를 봤습니다.
영화이야기
27년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1994년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발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 럭비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흑인들이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죠. 만델라는 럭비를 통해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대통령 집무실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1995년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부탁하죠. 당시 전력으로는 국민 어느 누구도 믿지 않았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프링복스는 온 국민에게 기적 같은 우승을 선사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답니다.
명장면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장면
만델라가 대통령 경호실의 부족 인원을 4명의 백인 경호원으로 충원하자 경호책임자인 제이슨 차발라라가 대통령께 확인하러 갑니다. 물론 지극히 불편한 기색이 얼굴과 말투에 확 드러납니다. 그때 만델라가 제이슨을 설득하면 장면이죠.
만델라는 경호실은 국가의 얼굴이며 다인종국가의 화합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제이슨은 얼마 전까지해도 흑인들을 죽이려했던 백인들과의 화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만델라는 "용서 또한 거기서 시작된다"라고 제이슨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용서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공포를 사라지게 한다네. 그래서 용서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네"라는 말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라는 제이슨의 답을 이끌어 내더군요.
두번째 장면
만델라가 남아국의 국가대표 럭비팀 '스프링 복스'의 주장 피나르를 자신의 티타임에 초대해서 두 사람 나누는 대화 장면입니다.
피나르는 스프링 복스를 이끄는 주장이죠. 만델라는 남아공의 새 대통령이고요. 만델라는 꺼낸 이야기의 주제는 리더십입니다. 만델라가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말해보게, 리더십에 대한 자네의 철학은 뭔가? 자네 팀이 최선을 다하도록 어떻게 자극하나?" "예를들면, 저는 항상 모범이 되어 팀을 이끌려고 합니다."
"그렇지, 그건 정확히 옳은 말이야. 하지만 팀원들을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건 정말고 어려운 일이지. 영감을 불어넣은 것인데 말이야. 우린 어떻게 스스로 자극을 줘서 위대함에 이르게 할 수있을까?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말일세. 우린 어떻게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을 수 있겠나? 난 종종 타인이 해낸 일을 가지고 생각해본다네. 로벤 섬(만델라가 27년간 수감되었던)에서 나는 한 편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네.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깨져버렸을때 난 그 말때문에 견딜수 있었다네."
이 말을 들은 피나르는 팀원들을 이끌고 로벤섬, 만델라가 수감했던 그 감옥을 방문하게 되죠. 만델라가 영감을 받은 그 시. 그 시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인빅터스라는 시죠. 아래 쪽에 따로 소개해 놓았습니다.
리더의 조건
리더의 조건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기적>에서 찾은 조건은 세가진데요. 명장면을 소개하면서 다 나왔던 것들입니다. 첫째, 모범적인 삶이죠, 둘째,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이고요, 셋째는 능력이상의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영화 자체는 우리에게 낯선 럭비를 다루고 있지만 실화의 감동은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삶,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 영감을 불어넣는 능력을 가진 리더가 절실히 요구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시간이 걸린다해도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자유롭게 꿈을 실현하고 자존감을 세워갈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려면 만델라같은 리더들이 나와야겠지요? 도대체 얼마나 꿈꾸어야 이런 기적이 이뤄질까요? 회의적이되기도 합니다만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에서 희망을 가져봅니다.
영화의 원제목인 라틴어 Invictus는 '불굴의, 굴하지 않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요, 앞서 언급했듯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詩)이기도 합니다.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는 12세때 결핵을 앓고 10대 후반에 왼다리를 절단하는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그 병상에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나는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이라고 노래한 마지막 시구는 유명하죠.
이제 그의 시에서 제가 영감을 받을 차례인 것같습니다.
Invictus
William Ernest Henley (1819-1903)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In the fell clutch of circumstance
Beyond this place of wrath and tears
It matters not how strait the g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