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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원하는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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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것은 덧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곳에 가서 항상 깨닫는 건 그 곳 사람들한테는 여기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고 우리에게 이국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세상의 모든 장소가 그렇다.... 이국적이라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판타지나 결핍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그 곳이 낯선 곳이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조금만 오래 있어 보면-한 몇 달이든, 1년만이라도 있어 보면- 그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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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것은 덧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곳에 가서 항상 깨닫는 건 그 곳 사람들한테는 여기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고 우리에게 이국적인 것이라고 여기는 세상의 모든 장소가 그렇다.... 이국적이라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판타지나 결핍을 던지는 것일 뿐이다. 그 곳이 낯선 곳이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조금만 오래 있어 보면-한 몇 달이든, 1년만이라도 있어 보면- 그 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자 배워야 할 커다란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영화평론가 심영섭은 얼마 전 방송에서 이야기 했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러한 체험과 생각들을 이 책 여기저기에 피력해 두었고 그 감회를 써 내려간다.

 

나 역시 지난 달 말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역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내가 느끼는 관광지의 경주’와 ‘생활로서의 터전인 그들의 경주’는 늘 일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도를 펴고 목적지를 정하고 설레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 시점에도 그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어쩌면 무심해 보이는 얼굴로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째 새로운 일상이라는 말이 지독한 모순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너무나도 찬란한 슬픔’이 ‘침묵의 웅변’을 하는 시간, ‘새로운 일상.’

(중략) 삶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영역도 있다.>

 

이 책은 저자의 미국체험기나 건축여행기 혹은 요리와 사진을 만나 보게 하는 감각적이고 비교적 동화되기 쉬운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자신의 일상의 낯설음과 거리 두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이야기가 끊기기도 하고 한 번 읽었던 문장을 되돌려 다시 읽어야만 하는 수고를 감행하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이 딱딱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여행기 혹은 에세이를 쉬 만나지 못한 까닭이다. 마라톤을 하는 이유가 ‘장거리 달리기는 보다 정신적인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달리기의 그런 측면을 좋아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목표나 결승점에 연연하거나 근사한 여행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기는 데 연연하지 않는 이 쿨함과 섬세한 감성이라니! 그리고 자신의 그런 결점까지도 늘 잘 알고 있다.

 

어떠한 경계를 알고 있으면서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경험을 이 책에서 아주 여러 번 하게 되고 그래서 마치 내가 그 장소에 있었던 것 같은 기시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늘상 많은 여행 서적으로 접했거나 기사로 접했던 장소에 대해서 색다른 재미를 안겨 주는 책이기도 하다.

 

거기에 저자는 요리도 잘 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요리에 대한 철학까지 갖추고 있다. 낮술의 묘미를 알고 있고, 일요일 늦은 오후의 서점에서 자신만의 자리에 앉아 책 읽기를 좋아하며, 자신만의 장소에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저자의 태도나 늘상 만나게 되는-어쩌다 우연히, 혹은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알게 되는-사람과의 관계에서 저자가 느꼈던 감정들을 독자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간접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분명 매력이 있다.

 

1부의 <헤드윅과 어이없는 교통사고> 편을 주의해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부제로 스트레스란 말이 들어가 있는데 이 장이 이 책의 전체를 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모든 일상이나 일들은 사실 거미줄보다 더 촘촘하고 치밀한 그물망으로 얽혀 있어서 사실 스스로가 결정하고 있는 어떤 일들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이 장에서 치밀한 문체로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본인은 누군가의 멘토가 되었던 경험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고 술회하는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이 책을 만난 독자에겐 ‘모두가 느끼는 일상’이 실은 지극히 작은 어떤 균열이나 불협화음으로 인해 거꾸로 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기에 놀랍고 지극히 자연스럽다.

 

전에 살았던 곳과 현재 내가 살았던 곳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저자가 확실한-상대가 만족할 만한 답들-결론을 들려 줄 수 없는 것은 아마도 모두가 느끼는 것들 속에서도 분명 자신만이 느끼는 ‘독특한 슬픔이나 공포’ 같은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늘 공으로 무엇인가를 들으려 한다. 그리고 어떤 거대한 업적을 이룬 이나 명성이 있는 이의 의견에 쉽게 공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의 책을 읽고 나면 꼭 그 방식만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도 가져볼 수 있다.

 

내가 느끼는 이 책을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그들이 원하는 답은 들려 줄 만큼 신물나게 들려 줬었쟎아요.

누구의 마음에 드는 답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 이끄는 그러한 일상을 살아가세요! 라고....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일상이 단단하게 뭉쳐지면 우린 그 동력으로 다음 날들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m*****a 2010.08.06. 신고 공감 10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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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a D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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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슬픈 책이다. 언뜻 보기엔 이국이 생활의 터전이고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공학과 예술을 겸비한 직업인인데다 홀로 즐기는 외국생활이라는 것이 두려움 한 스푼에 그래도 무심히 즐기기에 딱 좋은 동경의 이미지를 두루 갖추고 있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다른 사람의 이국생활은 그렇게도 멋져 보인다. 그런 저자가 5년여 밥벌이이자 터전이었던 아니...언젠가는 이룰 자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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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슬픈 책이다. 언뜻 보기엔 이국이 생활의 터전이고 건축과 디자인이라는 공학과 예술을 겸비한 직업인인데다 홀로 즐기는 외국생활이라는 것이 두려움 한 스푼에 그래도 무심히 즐기기에 딱 좋은 동경의 이미지를 두루 갖추고 있다. 거리를 두고 멀리서 보면 다른 사람의 이국생활은 그렇게도 멋져 보인다. 그런 저자가 5년여 밥벌이이자 터전이었던 아니...언젠가는 이룰 자신의 꿈의 발판이 될지도 모를 그곳에서 당한 정리해고는 더 이상 일상의 구심점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비자 만기 60여일내에 떠나줘야 하는 비참한 현실에 놓인다.

건설과 건축은 나와도 무척 관계가 깊은 분야이다. 주변이 그런 사람들로 널려 있고 저자가 회사에서 지겹게도 했던 일이 CAD monkey, 일명 도면 직접 치는 일이 아닌 남이 해놓은 거 복사하고 여기 저기로 이동해서 붙여넣기하는 그런 일만 했던 동생도 있다. 연일 이어지는 야간작업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상에 육체적 피로는 물론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회의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분야는 정치 경제에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분야라서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폭풍속에서 저자는 그 일상이 이제껏 자기에게 웃어주고 친근하던 세상이 아니었음을 씁쓸하게 느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그런 일 당하면 기가 막힌데 회사 서버 접속을 당차게 끊어버리는 해고통지라니.. 그의 가족이었다면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을 함께 했을 것이다. 

 

저자의 일상 들여다보기에서는 약간 혼돈스러웠다. 딱히 지정해놓은 장소의 부재가 그렇고 마음속 넋두리를 연일 이어지는 홀로 드링킹하는 일로 갈무리하는 습관은 대책이 없다. 그러면서도 요리는 무척 전문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페이지에 레시피가 등장하는 바람에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요리하기는 어둡게 내려앉은 무거운 생각들을 정리하기엔 무척 좋은 방법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썰고 깎으면서 생각이 정화되는 일이기도 해서 나도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창의성과 몰입도가 들어가는 동안 정성의 강도가 높아지고 결과물에 만족하다보면 먹지 않고도 위안을 받는다.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나 도시락싸기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외국생활에 얼마나 그런 일들이 필수적인지 공감하는 바 크다. 음식문화가 정크푸드 일색이니 건강과 깔끔한 정신유지를 위해서도 도시락은 적극 권장한다. 물론 점심시간동안의 동료들과의 친교가 문제될 수 있겠지만, 꽤나 익숙한 영어일텐데도 가급적 피하고 싶고 홀로 지내는 일에 편안함을 느끼는 그 맘도 모조리 다 이해가 되고 말았다. 한편으론 그들앞에서 틀린 영어를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상당히 괴롭히는 스타일인 점도 공감된다.

 

언어가 주는 편의성이 때로는 사람을 아주 외롭게 만든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우리와는 다르게 정서적으로 그들은 미련이 없다. 만나는 일, 헤어지는 일, 관계를 깨는 일등 의례적인 인사는 물론이거니와 감사함과 미안함의 표현과 표시가 몸에 배어 그냥 의식화된 일이라는 걸 눈치채길 바란다. 진짜 미안해야 할 일에는 절대 미안하다고 안한다. 이기적인 입장으로 확실히 돌아서고 상대가 이방인인 경우에는 그들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된다.

외국생활하면서 복잡한 일은 되도록 안만들고 원칙을 지켜가며 일상을 진행하는데 간혹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얼마나 경직된 사회에서 내가 발붙이고 사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내 일상을 지켜주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원칙과 법이다보니 아주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 나도 그렇게 환경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국에서의 자신의 일, 일상, 여행등을 멀리서 바라보듯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에 슬픔이 묻어있다. 즐거운 일도 슬프게 보이고 죽어라 일했다는 직장생활도, 고국의 부모님께 쿠키 200개 직접 구워가는 모습도 슬펐다. 금의환향 못하는 장수 유학생들이나 외국생활자들의 모습이 떠올라 혹은 나와 같은 정착자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본의 아니게 슬펐다.   

 

 

 

 

 

              



b*******e 2011.01.25. 신고 공감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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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혼자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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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책 소개글이 무척 근사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한국과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5년정도를 근무하다가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한, 한 남자의 미국생활..그의 일상이 조근조근 담겨있다.사실 생각보다 읽는 내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삶의 공허함이 마음 한구석 가득히 퍼져오는듯해서..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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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日常) -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책 소개글이 무척 근사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한국과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건축회사에서 5년정도를 근무하다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한, 한 남자의 미국생활..그의 일상이 조근조근 담겨있다.
사실 생각보다 읽는 내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삶의 공허함이 마음 한구석 가득히 퍼져오는듯해서..
물론 아주 상쾌하고 재치발랄할거라고 생각한건 아니지만,
난 그냥 치열한 인생의 한가운데서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상처받고 지친 내 마음을,나만 그런게 아니구나..이 책으로 위로받고 싶었다.
그러나 되려 지독한 고독감이 독한 감기 바이러스를 옮은것처럼 감염된듯.

 

그의 의도적인 '혼자되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늘 긴장하게 되는 익숙치 않은 환경에서는 더욱더 그랬을지도.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적절하게 거리를 지키는 편이
관계를 더 좋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그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감하는 바이다.
그의 말처럼 모든 것을 보여주고 또 보는 것은 때로는 괴로우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처럼 혼자서 무엇인가를 해보려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들은 무엇인가 혼자 하는 사람에 대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즐거움을 찾는 일이라면 더 그런 경향이 심하다.
그러나 아주 절박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면 혼자서라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게 무엇이든 정말 혼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면
같이할 사람이 있고 없는지의 여부는 한없이 사소해져버린다.
하고 싶으면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거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붙이려는 건,
사실 그 무엇보다 사람을 더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p83)

 

정말 와닿는 구절이다.
해보기 전에는 혼자서는 그렇게도 꺼려지던 것이 정작 해보면 별게 아닌게 되는거.
저자는 혼자서도 참 일정한 일상을 유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목요일의 장보기,토요일의 조조 영화보기와 오후 낮잠 후의 긴긴 요리시간,
일요일 늦은 오후의 서점 나들이,그리고 매년 늦여름 바다를 찾아가는 일등..
나도 일정한 나만의 라이프 룰을 가지고 싶어서 여러차례 시도는 해봤는데,
유지하는게 쉽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요리는 취미가 없지만 초콜릿칩 쿠키는 한번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다.

 

뭐 여하튼..
나로서는 공감도 가면서 지루하기도 하고..
마음 비우기보단 마음 복잡해지는 책이었다.



g*****k 2010.08.08. 신고 공감 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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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상 속에 어느새 내가 들어가 있다.
"그의 일상 속에 어느새 내가 들어가 있다." 내용보기
나의 일상은 어떻게 지나가고 있을까. ‘그’처럼 이렇게 세세하면서 웃음도 배어나오게 나의 일상을 묘사할 수 있을까.   유학을 가고, 유학 간 나라에서 직장을 구하고, 언젠가는 반복적인 복사(copy)와 풀 붙이기 작업에서 벗어나 도면을 그리고 복사와 풀붙이기를 명령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리라는 소박한 꿈까지 꾸었던 ‘그’다. 그런 ‘그’에게 그 나라가 마지막으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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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은 어떻게 지나가고 있을까.

‘그’처럼 이렇게 세세하면서 웃음도 배어나오게 나의 일상을 묘사할 수 있을까.

 

유학을 가고, 유학 간 나라에서 직장을 구하고, 언젠가는 반복적인 복사(copy)와 풀 붙이기 작업에서 벗어나 도면을 그리고 복사와 풀붙이기를 명령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리라는 소박한 꿈까지 꾸었던 ‘그’다. 그런 ‘그’에게 그 나라가 마지막으로 선물한 것은 8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아직도 낯선 단어.

정.리.해.고.

기계도 아닌 인간의 조직 사이에도 단칼로 단절을 전해줄 수 있는 죽어도 듣기 싫을 단어, 정.리.해.고.를 그가 당했다. 거기서부터 그가 입을 연다. 마치 지난 8년 동안 하고픈 말을 꾹꾹 눌러 담아 참아왔다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봇물처럼 쏟아낸다. 남성 특유의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읊는 것 같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순간의 장면들을 직업이 건축가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건축가가 글을 못쓴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 그런 생각도 한 적은 없지만 어느새 내 머리 한 켠에 치우친 편견에서는 그러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의 생각들이 떠오른 것이겠지) 수려한 문장으로 쏟아내는데 그것들을 주워 담느라 책이 너덜해질 정도였다. 줄을 긋고, 책장 모서리를 접고, 심지어 노트에 받아 적기까지 했는데도 더 담아두고 싶은 문장이 많다.

 

  그의 주절거림엔 화려한 사건도 없고 멋진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도 없는데,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관음증 환자처럼 그의 지루한 일상이 그의 손을 거치며 뭔가 고급스런 일상으로 변신하는 것을 자꾸만 엿보고 싶어져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중간 중간에 그 일상들을 증명하듯 박혀있는 그의 사진들이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책읽기를 다시 타이트하게 조아주기도 한다. 사진 역시 멋진 구도에 화려한 장면이 담겨 있지 않은데도 사진 속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 그가 혹시나 과장하진 않았을까, 그 증거가 저 사진 어딘가에 있진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마치 확인하려 들듯이 사진을 자세히 쳐다본다. 그러나 절대 그 허점을 찾아내고자 보는 사진은 아니다. 책 읽기의 숨쉬기 공간이다. 공간으로 여겨지고 마음껏 쉬었다 가는 것일 뿐이다.

 

  그는 경계에 서 있다. 취직과 해고, 입국과 출국, 이방인과 현지인, 미국인과 한국인. 긴 시간도 그를 미국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넓은 땅만큼이나 간격을 두었던 인간 사이의 거리를 그는 소외나 외로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혼자를 즐기고 적당히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나는 그가 외로워 보인다. 평범함이 서글프다는 그에게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외로움에 배어난 글에서 쿠키 냄새와 맥주 냄새를 맡는다.

 

그 천만명 가운데 한 명인 것처럼 도시라는 그림의 작은 점 하나로 존재하기 위해 갈 뿐이었다. (159p)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살 수 밖에 없고, 그 덕분에 감정적인 거리마저 유지하고 살 수 있을 만큼 넓고 넓은 땅. (200p)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재미없게 주절거리지 않아서 몇 번이고 쿡쿡 댔다. 왠지 매사에 진지하고 별로 말도 없고 혼자 있기도 즐겨하는 그런 스타일이면 재미도 없을 것 같은데 글에서 뱉는 유머들은 그에게 품었던 이럴 것이다, 하는 개인적 잣대를 허물게 만든다.

 

...나는 곧 기내 화장실 변기를 부여잡고 두레박의 도움 없이도 위액을 부지런히 길어 올렸다. 결국 나는 승무원에게 부탁해서 비행기가 땅에 바퀴를 디디자마자 가장 먼저 내린 승객이 되었고, 같이 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친구들은 그 사실과 내가 입었던 보라색과 녹색 팬티를 가지고 두고두고 놀려댔다. 남자 팬티에 법으로 금지된 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피무늬도 인기인 마당에 왜 보라색과 녹색이 딱히 놀림감이 되어야 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내가 자기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여행을 즐긴 데 대한 못마땅한 감정을 둘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팬티에 무슨 죄가 있다고.(181p)

 

  정리해고로 인해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미국과 함께 했던 소소한 기억들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놓으며 결국 미국땅을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끝을 맺는다. 물론 그는 지금 여기 한국에 들어 온지 4년 정도 되었다고 하니 잊혔을 기억들도 많을텐데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있으면 너무도 세세하게 기억하고 표현해주고 있어서 내가 ‘그’가 되어 ‘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고 술을 먹는 것 같다.

아, 하고픈 이야기가 나도 참 많았는데, 집중해서 쓰지 못해서인지 정리도 잘 안되어 아쉽다.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들은 어느새 다 날아가 버리고, 쓰다가 끊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니 필feel이 끊겨버렸다. 지금도 마음이 급하니까 정리가 안되고 뒤죽박죽이다. 소장해두었다가 재미있었던 문장들, 가슴에 파고들었던 문장들을 다시 옮겨볼까 한다. 참, 아쉬웠던 점은 문장이 대체로 너무 길었다는 것. 글 쓰는 이가 쉬고자 하는 지점에서 내가 호흡하며 그 긴 문장을 읽어내는지 확신이 어렵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쓴 의도대로 100%느끼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긴 문장이 앞부분의 시작점을 잊어버리게 만들어 다시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 적이 많아서 조금 불편할 때도 있었다. 어쨌던 그의 글 특징을 기념하여 가장 긴 문장을 적어보고자 한다. 내가 이제까지 책을 읽어본 것 중 가장 긴 문장을 이 책에서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이 문장을 끝으로 책을 덮고 잘 보이는 곳에 살포시 꽂아 놓는다.

 

뭔가 먼저였는지 누가 시비를 걸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이렇게 보러 온, 그래서 보고 있는 건물 앞에서 엽서를 쓰고 있을 때에는 현실에 조금 더 가깝지만, 5분 안쪽으로 다가올 버스에 막 발을 올려놓으면 바로 기억으로 화하기 시작하는, 이 상태에서는 기억이고 현실이고 모두 깔끌까끌해서 서로 그렇게 몸을 비벼대다가 많이 아프지는 않아도 짜증나는 자질구레한 찰과상을 서로에게 입히는 그런 상태에서의, 시간이 지날수록 벌써 존재하는 기억들에 둘러쌓여 원래의 그것과는 어쩌면 전혀 다른 것처럼 내 의식 속에 남게 될 것이 뻔한, 기억의 켜 가장 안쪽에 존재하는 기억.(190p)



YES마니아 : 로얄 g********s 2010.07.31. 신고 공감 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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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과 내용의 매치는 조금 부족했지만 내용은 꽤 맘에 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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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일상이 지나간다 지나쳐 버려도 무색할 사소한 것들에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반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외하듯이 이성적이지도 않은 문체가 마음에 든다.   사실 저자의 어찌보면 지루 한 듯한 문체 때문인 것인지 피곤에 젖어 실눈뜨고 억지억지 한장한장을 넘긴 본인의 탓인지 모르겠다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한 무덤덤한 말투가 책에 젖어 들기엔 더 좋았
"소제목과 내용의 매치는 조금 부족했지만 내용은 꽤 맘에 들었던" 내용보기

제목 그대로 일상이 지나간다

지나쳐 버려도 무색할 사소한 것들에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반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외하듯이 이성적이지도 않은 문체가 마음에 든다.

 

사실 저자의 어찌보면 지루 한 듯한 문체 때문인 것인지

피곤에 젖어 실눈뜨고 억지억지 한장한장을 넘긴 본인의 탓인지 모르겠다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한 무덤덤한 말투가

책에 젖어 들기엔 더 좋았던게 아닌가 싶다.

 

버스에서

정신없이 잠이 들거나

무언가에 집중을 하다보면

정류장에 대해 인식을 못할때가 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러다가도 인식이 되는 것처럼

그렇게 지닌 작가의 일상들이었다.

 

 

사람은 무섭게 적응하고,

그렇게 무섭게 적응하고 나면 어디에서나 삶의 무게는 비슷해진다_122p

 

여기서 나는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공간에 구애받던 나는

어디로든지 벗어나면 지금 속박되어 있는 것들로 부터 벗어날 수 있을거란

착각을 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고 그게 늘 새로운 것일 수 만은 없는데도

늘 새로운 것일 줄만 알았던 그 멍청함이란...

 

뱀이 허물을 스르륵 벗어놓고 자기 것도 아니라는 양 시치미를 떼며 슬금슬금

사라지듯, 그러나 나는 그 막 벗어 아직 따끈따끈할 허물까지 입에 물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마치 이 땅에 몸담은 적도 없었던 것처럼.그렇게_295p

 

그 땅에 불어닥친 불경기의 태풍에 정리해고라는 폭우를 쎄게 얻어 맞은 작가는

그렇게 본의 아니게 쫓기듯이 돌아오게 되었다.

저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었다라는 저 말이

내 가슴에 쓸려서 왜이리도 따끔거렸는지

가슴아픈 상황들이 벌어지면 내가 저렇게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질때가

종종있었기에 다른 어떤 말보다 따끔거렸으리라.

 

일상속에 뭔가 특별함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기대만큼 실망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특별함이 그렇게 느껴지는 책은 아니기에

그래도 나는 오히려 그러한 점들이

책으로만 집중되지 않고 나에게 되물어 오는 듯한 글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간간히 보여주는 작가의 놀라울 정도의 요리 솜씨도 눈요기가 되었고

 

 

 



z******k 2010.07.31.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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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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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사진이랑... 가만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 사람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책 밖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듯 하다.   미국에서의 직장생활과 그것을 반강제적으로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되돌아보는(?) 그의  일상이였으니... 아무래도 유쾌한 마음일 수는 없었겠다.   도입부의 이야기들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비록 거긴 미국이고, 여긴 한국이지만...어차피 사람 사
"[일상을 지나가다]" 내용보기

책이랑 사진이랑... 가만가만히 보고 있자니

한 사람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책 밖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듯 하다.

 

미국에서의 직장생활과 그것을 반강제적으로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시 되돌아보는(?) 그의  일상이였으니... 아무래도 유쾌한 마음일 수는 없었겠다.

 

도입부의 이야기들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비록 거긴 미국이고, 여긴 한국이지만...어차피 사람 사는 곳, 특히 직장에서의 관계, 혹은 처지..뭐 그런 것들은 거기나 여기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니겠지...하는 뭐 그런 생각들. 한 마디로 나와 비슷한 생각들

 

딱 고만큼은 좋았으나...

 

그 이후 비자만기 60일동안 가보고 싶지 못했던 미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 행위와, 그가 이야기하는 은근 식탐(?)은 많이 지루하게 이어지다가...(미국은 원래 관심이 없는 나라였고, 나는 음식 이야기 나오는 책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더이상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와 계획을 세우더라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는 그의 계획(?)에 막~ 공감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베토벤님께서 리뷰 말미에, 나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셨던 책.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성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생활자면서 생활여행자인 그의 이야기와 근본적으로 닮아 있을 수도 있겠으나...

한쪽은 그래도 여건이나 모든 면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졌고,

또 한쪽은 그 소유마저 불편한듯 하니...

 

 

서로 닮은 책이긴 하지만, 읽고 났을 때의 여운과 내 삶의 지침이 되는 책은 이 책이 아니라 유성용의 책들이 될듯 싶다.

 

 

베토벤님,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c******m 2010.08.06. 신고 공감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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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나의 일상들
"그냥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나의 일상들" 내용보기
일전에 이 작가가 번역한 책을 읽고 혹평을 한 적이 있다. 당췌 작가가 글을 잘 못 적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언어와 번역한 언어에서 의미나 표현이 와닿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대답은 후자인듯 하다. 언어에는 항상 그런 어려움이 따르는 법.   작가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조금은 시니컬하고 자신은 아주 사랑하
"그냥은 지나치고 싶지 않은 나의 일상들" 내용보기

일전에 이 작가가 번역한 책을 읽고 혹평을 한 적이 있다.

당췌 작가가 글을 잘 못 적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언어와 번역한 언어에서 의미나 표현이 와닿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아마도 대답은 후자인듯 하다.

언어에는 항상 그런 어려움이 따르는 법.

 

작가가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조금은 시니컬하고 자신은 아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가벼운 사람들과의 인연은 꺼리는 어딘가는 강하지만 어디에서는 소심한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실, 평범이라고 하기엔 세상엔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특이한 사람들 밖에 없기에 평범을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런 작가가 8년간 자신의 '일상'이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던 시간들을 정리하고 이젠 '과거'로 보내는 과정의 일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었다.

간간히 작가가 살았었던 미국에서의 풍경과 소소한 일상이 묻어나는 소품들을 찍은 사진도 작가의 힘들었지만 소중했던 과거를 편안한 문체로 설명하는 그 모습을 반영하듯 실려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소개해 주는 레시피도 언젠가는 나도 써먹어 봐야겠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인연과 일상에 대한 생각이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아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들 처럼 모임의 리더를 맡아서 활기찬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닌..그저 고요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조그만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어쩌면 딱히 즐거울 것도 딱히 괴로울 것도 굳이 따지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삶 말이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원래 책에서는 작가의 의도따위는 out of 안중이고 독자의 생각에 따라 책은 천가지 넘게의 의미도 만들어지는 법이니까 쿡쿡-

 

뭐-.

나처럼 특출나지 않은 그리고 대단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충분히 감동적이고 편안한 내용이었고 작가가 참으로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팬'이 되질 않을..그런 독자의 리뷰였다.



b***1 2010.07.28.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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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순간포착 - 일상을 지나가다
"담담한 순간포착 - 일상을 지나가다" 내용보기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전자도서관 어플로 무심코 빌린 책이 내내 가슴에 나마 구매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일상을 지나가다>는 저자가 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덤덤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일기이다.   처음에는 '이런 책이 있을 수 있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미국생활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도리어 깨는 그런 책이었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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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전자도서관 어플로 무심코 빌린 책이 내내 가슴에 나마 구매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된 일상을 지나가다는 저자가 미국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덤덤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일기이다.

 

처음에는 '이런 책이 있을 수 있어?'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미국생활에 대한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도리어 깨는 그런 책이었다. 미국인 동료,주변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지쳐서 혼자 산책을 하고 또, 주말에는 어울리는 것이 아닌 홀로 집에서 요리를 하는 그가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회사에서 미국계 직원과 소통을 시도하게 되면서 외국에서 산다는것은 1시간만 영어만 들어도 머리 아픈 나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 두통과 함께 찾아왔다. 그리고 이 책이 떠올랐다. 저자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책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로맨틱 크라운에서 본 톰 행크스의 갑작스런 회사퇴출은 솔직히 영화속이라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저자는 미국에서 다니던 회사에 갑자기 정리해고가 되고 만다. 그래서 메일로도 정리해고를 이야기 한다더니, 그말이 현실이라는 실체감을 안겨주었다.

 

 

 
 

당분간은 아무때나 자고 깰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었다. -p13

 나라면 분명 그 회사에 대해서 인재를 못알아봤다면서 노발대발 했을 것이다. 분명 집에 와서도 속이 상해 잠도 못들고 왔다갔다 거리다 지쳐서 잠이 들텐데 저자는 담담하게 정들었을 지도 모를 회사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이별에 대처하는 그만의 자세인 것 마냥, 감정보다는 이성에 가까울지 모를 태도에 그도 미국식 사고를 가지게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그렇게 도시락으로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건 여러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서 어울릴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혼자 점심 먹기를 즐겼다. 말단으로 일을 하다보면 어떨 때에는 정말 앉아서 내 일을 하는 시간보다 이 사람 저 사람과 이야기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내뱉을 수 있는 우리말이 아닌, 강박관념이 있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틀리고 싶어 하지 않는 남의 나라 말로를 하는 시간이 더 많고, 그렇게 여러 시간을 보내다보면 점심시간에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스위치를 내려놓고 혼자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진다. -p52

미국계 직원이랑 같이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가 쏟아내는 것은 다름아닌 영어였다. 조금이라도 한글이 섞여있다면 모를텐데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안될, 그래도 못알아듣는 단어투성이인 영어를 몇시간 동안 듣고 있자니 머리에서 지진이 나는 듯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산 저자는 길거리에서도 라디오에서도 텔레비젼에서도 오로지 알파벳과 영어로 쏟아내는 목소리들만 들었을 것이다. 밖에 나가면 친하지 않은 회사사람도 친하게 되는 법인데 미국에서 한국사람과 김치가 반가웠다는 그를 보면서 괴롭고 많이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2차원적인 인간이었고 사고 수준을

3차원으로 끌어올려야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결국 2.5차원에서 머물 뿐이었다. -p142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상향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의 재능에 버금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재능이 있다고 해서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말은 아니기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했다. 3차원으로 만들려 노력했지만 도달한 곳은 2.5차원이었다. 하지만 더 높은 이상향인 5차원을 꿈꾼다면 4.5차원이나 3.5차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다해봤다고 생각하기에 쉬운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취미로 주말에 서점에 가서 책을 가져다 카페에서 하루종일 읽으면서 보내기도 하고 집에 박혀서 쿠키를 굽기도 했다. 그것은 취미라는 의미와 함께 그가 홀로 지내는 타국생활을 이기게 해준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등장하는 그가 마신다는 가장 저렴한 커피. 그 커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타향에서 그는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커피보다는 여행이나 DVD등등을 중시했는데 그에게 커피는 저렴한 것만 선택하고자 한 계기가 무엇일까? 그게 단적으로 그의 미국생활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구하지 못해 집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보는 그를 보면서 그래도 끝까지 여기서 일을 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때 무언가 미국도 그곳만의 매력으로 그를 사로잡아 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그의 나무같은 단단함이 느껴지는 책속에서 무언가의 따뜻함이 느껴져 손을 놓치 못하다가 여러번 읽은 후에 이 책으로 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s******6 2012.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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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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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쓴 자신의 에세이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보낸 8년이라는 시간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어떻게 지냈었는지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엿볼수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그런 곳에서의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어땠는지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것 같다.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국에서의 저자의 생활이 궁금하고 미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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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면서 쓴 자신의 에세이이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보낸 8년이라는 시간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어떻게 지냈었는지 어떤 생활을 했었는지를 엿볼수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그런 곳에서의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어땠는지 어땠을지 궁금해지는 것 같다.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국에서의 저자의 생활이 궁금하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미국에 가서 한달아니 일주일이라도 살아보고 싶은 나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건축일을 하면서 미국의 거쎈 정리해고를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정리해고가 되면서 부터 자신의 8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비행기에 자신의 몸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책의 모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저자는 자신의 정리해고 상황을 담담히 받아 들였고 그리고 그로 인해서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길다면 긴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미국을 떠나는 저자의 마음은 어떨지 느낄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끝에는 이렇게 정리해고를 당해서 떠나면서 자신의 8년을 정리 하는 것 같았다. 처음 미국에 갔을때 부터 시작해서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익숙해지려고 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해서 낯설음, 어색함,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나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정리해고를 당하고 나서 그동안 있으면서 가보지 못한 미국을 여행하는 모습에서는 여유를 느낄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과 달리 이제 끝을 보았고 떠나야하는 현실에서 떠나는 여행은 모든 것을 해탈한듯 자유로워보였던 것 같다. 내가 가보지 못한 미국의 곳곳을 보면서 나도 한번 떠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간절히 들게 했고 책 가득한 사진들을 저자의 여행속으로 나를 빠져들게 한 것 같았다. 일상속에서 잠시 잠깐 벗어난 여행 내가 여행을 동행한 여행의 동행자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혼자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저자의 책을 읽으니깐 나도 모르게 일상의 하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저자의 여행을 통해서 다른 일상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힘들었을 8년간의 시간을 저자는 참 잘보낸 것 같다. 그리고 그 8년간의 끝도 잘 정리한 것 같다. 앞으로 한국에 돌아와서는 그런 시간이 저자 자신의 삶에 있어서 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외로웠을 그 시간과 이제는 안녕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저 그런 내 일상에서 저자의 책은 내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되돌아 볼수 있게 해준 것 같다. 너무 담담해서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었다. 그가 지금부터 익숙함 속에서 잘지내기를 바란다...

x******0 2010.08.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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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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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길고 긴 성찰, 깊은 되살핌. 읽고 있자니 남의 글, 남의 삶인데도 내 마음이 좀 아파왔다. 내게는 요 며칠 새에 보기 드물었던 아주 좋은 책이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외로운 삶, 그 외로움이 도리어 좋아 보이는. 낯선 나라에서의 실패, 그 실패가 가슴 무너지는 정도의 것은 아닌. 낯선 나라에서의 방황, 그 방황을 동경하게 되는. 내 나이도 잊고 처지도 잊고 꿈도
"고마운 일상" 내용보기

자신에 대한 길고 긴 성찰, 깊은 되살핌. 읽고 있자니 남의 글, 남의 삶인데도 내 마음이 좀 아파왔다. 내게는 요 며칠 새에 보기 드물었던 아주 좋은 책이었다.

 

낯선 나라에서의 외로운 삶, 그 외로움이 도리어 좋아 보이는. 낯선 나라에서의 실패, 그 실패가 가슴 무너지는 정도의 것은 아닌. 낯선 나라에서의 방황, 그 방황을 동경하게 되는. 내 나이도 잊고 처지도 잊고 꿈도 잊고 쓸쓸함을 조금 끌어당기면서, 남들에게 인색해지는 자신의 모습도 조금 용서하면서, 홀로, 그렇게 내버려진 듯 보여도 정작 홀로여서 도리어 괜찮은, 삶의 어느 부분부터 부분까지.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다 못해 고맙기까지 하다. 잘 읽고, 잘 보고, 잘 생각했으며, 지금부터 더 잘 살기로 다짐한다.

 

<살짝 덧붙임-행복한왕자님, 이 책 보세요. 비슷하게 살아가시는 분 여기 또 있으시네요. 마음 속은 잘 모르겠지만>

 

 

YES마니아 : 로얄 j***6 2010.07.25.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