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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호기심에 구매했다. PD수첩 광우병편에서 민동석씨는 매국노로 묘사되었고, 거리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그의 화형식을 거행했다. 과연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가...그것이 궁금했다. 도대체 한미소고기협상 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 책을 읽은 후, 내가 내린 결론은 민동석 대사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굳이 잘못된 것이 있다면, 그가 하필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일게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때 결정한 일이고 또 이명박 정부의 당연한 대국민 약속이었다. 공직자는 그러한 정책적인 결정을 충실히, 국익(여기서 국익은 축산업자의 이익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할 것이다)에 가장 보탬이 되게끔 노력하는 의무를 가질 뿐 정책을 수정하고나 뒤엎을 권리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FTA의 기본은 상호개방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수출해야 하듯이, 당연히 미국의 축산물을 수입해야 한다. 다만 아무리 FTA가 대국민약속이었다고 하더라도, 위험한 먹거리를 수입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자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의 절대 다수는 "미국산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라고 판정했고 이것은 국제적으로 검증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전세계 100여개국에 달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서 지금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협상단장(민동석 대사)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국익을 위해 협상에 임했고 최대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모든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민동석 대사가 매국노인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산소고기는 객관적으로 위험한 음식이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고 지금도 생각하는가? 100% 안전해야 한다고? 당신이 지금 먹고 있는 어떤 것도 100% 안전한 것은 없다.
내 생각에, 광우병파동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이 미국산소고기와 민동석 대사를 희생양으로 만든 희대의 코미디라는 것이다.
단 한가지,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맞추어 뭔가 서둘러 협상을 완결지으려 한 듯한(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충분한 논의와 준비가 있었다) 그런 무성의하고 다소 굴욕적인 '이미지'를 국민에게 주었고 그것이 거리로 많은 군중이 나오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그런 이미지를 받았다면 화가 날 수는 있다. 그런데, PD수첩을 비롯한 일부 단체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과학적 사실을 왜곡하였고(이것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시청자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용서할 수없는 범죄행위다) 한 명의 공직자의 명예와 인권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민동석 대사는 가난한 땅끝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고학하여 외교관이 되었고, 처음 런던으로 부임받아 떠나는 날 부친께서 "청렴하고 근면하게 국익을 위해 헌신하라"는 취지의 세 글자 휘호를 주셨고, 지금도 근무지에 항상 그것을 소중히 붙여놓는다고 책에 기록하였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그가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그런 공직자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에밀졸라의 '나는 고발한다'가 떠올랐다. 끝까지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였고, 끝내 승리하였던 모습이 말이다. 나를 포함해서 먄약 민동석 대사가 옳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민동석 대사를 위한 에밀졸라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민동석 대사가 죄인인가? PD수첩이 죄인인가? 내가 협상단장이라면 국가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역시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진실로, 민동석 대사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야 하는가?
많은 독자들과 함께 이 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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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을 혼돈에 빠트렸던 광우병 파동은 잠잠해진 듯하지만 그 내면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촛불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일부가 옛일을 되씹고 있고, 그때 달아올랐던 국민들이 냉담해진 것을 답답해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당장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위협하던 전문가들은 국민들 앞에서 나서기를 꺼려하면서도 광우병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광우병은 이미 소멸단계에 있음이 뚜렷합니다. 금년 상반기에 영국에서 6건이 발생하였고,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1건이 유일한 정도입니다(http://www.oie.int/eng/info/en_esb.htm). 인간광우병도 주로 많이 발생한 영국에서 2009년에 1명이 새로 발견되었습니다(http://www.cjd.ed.ac.uk/cjdq64jun10.pdf).
2008년 광우병파동이 어떻게 시작되어 마무리되었는지 상세하게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우연히 발생하여 시나브로 소진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릇 역사에 남아 있는 중대한 사건이 우연하게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만, 그 우연한 사건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무엇이 쌓여서 폭발할 기회를 기다린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2008년 광우병파동 역시 다양한 요인들이 축적되어 있다가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위생조건이 타결된 시점에 분출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2008년 광우병파동 당시 이러저런 이유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아마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을사오적보다 더 한 매국노로 몰린 민동석 차관보일 것 같습니다. 외교부 출신으로 농수산식품부에 파견되어 한미FTA협상이 진행될 때, 농업부문의 협상을 맡아 우리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한 협상결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에서도 최선의 협상결과를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세력의 타깃이 되어 국민들의 주먹들을 받는 불행한 상황을 맞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대사님의 민족사랑은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해상황에서 교민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담담하게 풀어간 <위기의 72시간>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2008년 광우병파동에서 매국노로 몰린 민대사님의 질문을 들어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여러분에게 저는 누구입니까? 적입니까? 제가 여러분의 이익을 생각지 않고 협상을 합니까? 협상진행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협의하러 온 저에게 폭행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민동석대사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2008년 광우병파동의 배경과 진행과정 등을 정리해서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습니다. ‘대한민국호’라는 함선을 움직이는 공무원이라는 승조원들이 각각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국민이 행복해진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공직자를 흔들고 매도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도가 지나치고 있는 것은 참여정부시절에 만들어진 공무원불신풍조가 크게 기여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민대사가 서문에서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공직자들이 국가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있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공직을 꿈꾸고 있다. 나는 광우병 파동이 공직자들을 위축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글을 통해 국가는 무엇인지, 국가이익은 무엇이고, 공직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밝힌 것처럼 여건이 어렵더라고 공직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평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묵묵히 헌신한 한 통상전문 외교관이 광우병 광풍으로 투사가 돼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책 말미에 적은 헤럴드경제의 정재욱 논설실장의 글에서처럼 최선을 다한 공직자가 매도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2008년 당시 국민들은 막연하게 새로 들어선 이명박정부가 미국과 외교관계를 고려하여 불리한 조건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협상을 성급하게 마무리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회청문회과정에서 저 역시 확인한 바가 있었지만,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소가 처음 발견되면서 수입금지된 미국산 쇠고기는 이미 노무현대통령 당시에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되었으며, 노무현대통령 역시 부시대통령에게 수입재개를 약속한 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서 참여정부에서 마무리하기로 한 수입협상을 이명박정부로 넘기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권좌에서 물러나면서도 이어서 실시되는 선거에서 패배할 수 없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국제적 신뢰를 저버리는 결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참여정부시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의 진행과정, 노무현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던 한미 FTA협상의 진행과정 및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위한 협상과정, 그리고 일었던 2008년의 광우병파동을 촉발한 PD수첩방송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왜 공직자가 이미 공룡으로 변한 방송언론에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직에서 일할 때 협상에 관하여 공부한 바가 있습니다만, 협상의 현장에서 일해 온 전문가의 경험은 ‘협상이란 이런 것이구나!’하는 느낌이 절절하게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구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과 문을 걸어 닫고 살 수는 없습니다. 또한 우리 주장만을 내세울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세계와 같이 사는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은 선택입니다. 작은 나라가 사는 길은 명분보다 실리를 좇는 것입니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100을 다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갈수록 외국과의 협상보다 국내협상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협상대표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위험한’ 협상에 몸을 던지는 유능한 협상대표가 나오기 어려울 것입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끝으로 민동석대사님이 PD수첩제작진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저의 증언에 대한 이야기도 몇 줄 나옵니다. 증인으로 출석하였을 적에 피고측 변호인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심문을 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피고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지금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